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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점 돈 '범죄도시 4', 마석도의 존재 이유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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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4-04-2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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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프랜차이즈로 자리한 '범죄도시'가 4편을 기준으로 반환점을 돌았다. 이후 8편까지 기획됐으니 이제 전반부를 마친 셈이다. 시리즈 전반을 아우르는 유머와 드라마적 서사의 강화, 그리고 빌런의 변주까지 다채롭게 보완하며 영리한 쉼표를 찍은 '범죄도시 4'다. 


'나쁜 놈 때려잡는' 괴물 형사 마석도(마동석)의 근무 일지. 그 네 번째 챕터는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 소탕 작전이다. 


빌런의 활약과 중요도가 높은 영화답게 시리즈 포문은 어김없이 메인 빌런이 장식한다. 특수부대 용병 출신 백창기(김무열)는 첫 등장부터 강렬하고 효과적으로 캐릭터를 각인시킨다. 필리핀 현지 경찰도 서슴없이 살해하는 잔혹한 무법자다. 이전 시리즈의 빌런들이 악과 깡을 내세워 마구잡이로 달려들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프로의 기술답게 강력하고 간결하다. 


그리고 두 번째 빌런은 IT 천재 출신의 젊은 CEO 장동철(이동휘)이다. 백창기에 불법 도박 운영을 맡긴 운영자이며, 비상한 두뇌와 막강한 재산을 믿고 백창기를 도발하고 기만하는 강심장이다. 확연히 다른 캐릭터성을 가진 이 두 인물의 심리전이 예상치 못하게 서브 서사로 작동한다. 전작이 시리즈 최초 투 빌런을 내세웠음에도 힘과 배역 비중이 분산돼 아쉬운 활용도를 남겼다면, 이처럼 예상치 못한 빌런끼리의 서사와 관계성은 새로운 방향성과 볼거리를 제시한다. 괴짜이며 나르시스트인 장동철의 독특한 캐릭터성, 그의 명령을 따르는 새 심복 무리들과 백창기가 펼치는 액션은 이전 시리즈에서 볼 수 없던 누아르 색채까지 풍겨낸다. 이번 시리즈를 연출한 허명행 감독의 연출색이 묻어나는 지점이다. 또한 이 같은 서브 스토리를 통해 메인 빌런 캐릭터를 더욱 부각하는 효과적이고 신선한 흐름이다. 


그리고, 마석도는 여전하다. 광수대에서 열심히 마약 판매상을 잡아 족치는(?) 중이다. 여전히 쓸데없이 웃기기도 하지만 유머러스하며 알고보면 잔정 많고 따스한 마석도 모습 그대로다. 그러다 피해자를 마주하며 범상치 않은 사건이 있음을 직감하고 사이버수사대를 동원할 만큼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 소탕 작전에 뛰어든다. 


이번 시리즈는 유독 감회가 남다르다. 여전한 듯 하면서도 세월을 실감케하는 순간들이 간간히 드러날 때마다 시리즈 팬으로서 감상이 새삼 달라지는 탓이다. 그도그럴것이 첫 사건인 2009년 가리봉동 때와는 무려 10여 년이 지난 상황이다. 범죄가 진화하며 수사 방식과 기법도 바뀌었고, 무작정 직감과 무대포 정신만 믿고 달려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건 실마리는 커녕 수사 용어조차 알아듣기 힘들어 멋쩍어하고 이 또한 실없는 유머로 승화하는 마석도의 모습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게다가 원래 정많고 사람 좋은 그인 줄은 익히 알았지만, 이전과는 달리 피해자를 향한 연민과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이는 역으로 가해자에 대한 분노도 더 크게 분출되는 작용을 한다. 내부 윗선의 수사권 이전 압력에 이도저도 못하고 분해하면서도 조직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일개 직장인의 한계와 애환도 엿보인다. 그렇기에 범죄자들에 감정적 대응을 하는 마석도의 모습이 참 낯설고 의외다. 그러나 이런 디테일한 감정선을 짚어줌으로써 그가 겪어왔을 10년의 서사와 세월이 마냥 녹록지만은 않았음을 짐작케 한다. 시리즈 전반전을 간략하게 아우르는 감정적 서사다. 


돌아온 장이수(박지환)의 활약은 그야말로 탁월하다. 이번 시리즈에서 강조된 묵직한 드라마와 감정적 서사가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는 시리즈 팬들에게 제대로 환기를 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마석도에 이용 당하지만, 귀여운 악당 장이수가 남몰래 간직해온 로망이 짠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특히 기지를 발휘해 나쁜놈을 제압하하고 얼떨떨해 하는 장이수를 마구 칭찬하는 형사들과, 이에 금세 우쭐대는 장이수의 모습이 자연스러운 '케미'와 훈훈함을 유발한다. 


라스트 액션은 공간의 특성을 잘 활용했다. 기내라는 제약과 장소적 한계가 있는 공간을 십분 활용해 힘의 균형을 맞추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한다. 평범한 기내 속 사물을 액션 도구로 활용하는 방식도 기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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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석도의 응징 액션이란 시리즈의 기조는 늘 변함없지만, 이처럼 다양한 변주를 통해 새로운 감상을 전한 '범죄도시4'다. 특히 1편을 연상케하는 유머가 오랜만에 되풀이된 게 반갑다. 미묘하게 달라진 차이가 유독 더 와닿기도 한다. 책임자를 찾는 항공사 직원을 피해 도망치는 마석도라던가, '싱글이지'라며 능청스럽게 대꾸하던 마석도가 이젠 질문의 뉘앙스를 곱씹다 외로움을 표하게 되는 것도 익숙한 듯 달라진 변화들이다. 


물론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있다. 그 오랜 시절을 지나왔어도 여전히 '나쁜 놈은 잡아야 돼'라며 제 몸, 뒷 일 생각않고 직진만 하는 마석도의 미련한 우직함이다. 요즘처럼 실리만 좇는 세상에, 직업적 사명을 넘어 타고난 정의감과 연민으로 자신을 온전히 희생하는 그다. 응징의 형태에 차이가 있을 뿐, '나쁜 놈'은 기어코 잡고 마는 마석도의 신념과 열정, 기꺼이 약자 편에서 제 파워를 오롯이 써대는 그 순수함과 정직함. 이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고 정화받는 느낌이다. 특히 '범죄도시' 시리즈의 기조를 놓고 보면 더욱 그렇다. 매 에피소드마다 실제 벌어진 실화 범죄 사건을 다루는 것이 '범죄도시'만의 특별함이다. 단순히 범죄 오락물로 소비되는 가볍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좇는 건 쉽다. 하지만 '범죄도시'는 실화 사건을 되짚어 피해자의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한다. 그리고 이처럼 간절한 마음으로 범인을 좇는 형사들의 노고를 잊지 않는다. 이처럼 중요한 범죄 실화를 복기하고, 기능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건 프랜차이즈 영화 중 '범죄도시'만이 유일하다. 마동석이 '범죄도시'를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기준과 잣대도 높아진 탓에 항간엔 식상하단 비판도 많아졌지만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 이는 '범죄도시' 마석도의 소중한 존재 가치이자 그가 앞으로도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이처럼 '범죄도시4'는 문득 지나온 10년의 세월을 곳곳에 느끼게 하며, 시리즈의 중간 고지까지 도달했음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 몫을 충분히 해낸 '범죄도시4'다. 앞으로 나올 후반부의 배경은 현 시점과 맞닿는 범죄 실화를 주축으로 각색이 진행 중이다. 마동석에 의하면 형사들이 범죄 예방 차원에서 꼭 다뤄주길 바란다며 직접 요청했던 사건도 다룰 예정이다. 그 범죄 수법을 알게 되면 아마, 모두들 깜짝 놀랄 것이란 귀띔이다. 이러니 기대를 놓을 수가 없다. 무엇보다 과거의 마석도가 숨가쁘게 달려와 비로소 동시대에 놓인다는 것만으로 괜히 반갑고 벅찬 감상이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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