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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치밀함 '직업부터 해변 장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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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1-08-25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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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에 1년이란 미친 속도의 시간이 흐르는 해변에 갇힌 한 인간의 삶이 단 하루로 줄어들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타임 호러 스릴러 '올드'는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자신의 딸에게 선물 받은 그래픽 노블 '샌드 캐슬'에서 출발했다.


외딴 해변에 휴가를 즐기러 간 사람들이 자신들의 시간이 급속도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시작되는 이야기의 '샌드 캐슬'은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상상력에 불을 지폈다. 스릴러 장르에 있어 자신이 구축한 이야기로 시나리오 작업을 고집하는 샤말란 감독은 '샌드 캐슬'을 읽자마자, "처음 읽는 순간부터, 난 변해있었다"며 애정을 표현했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스릴러적인 요소와 서스펜스를 추가함과 동시에 등장인물들의 심리 변화를 담아내는 데 주목하며 자신의 상상력을 실존주의 스릴러로 탈바꿈시켰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영원한 수수께끼인 유한성, 후회, 사랑 그리고 시간의 본질을 다루며 영화에 깊이를 더했다.


무엇보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빅 픽쳐로 완성된 캐릭터들은 직업까지 세밀하게 설정됐다. 


아내 프리스카(빅키 크리엡스)와 딸 매덕스(알렉사 스윈튼 & 토마신 맥켄지), 아들 트렌트(놀란 리버 & 알렉스 울프)와 함께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한적한 휴양지의 리조트를 찾은 보험 계리사 가이(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인생의 위험률을 평가하는 일을 하는 그가 항상 미래를 바라본다면 아내 프리스카의 직업은 과거를 바라보는 박물관 큐레이터이다. 이처럼 시간과 관련된 대조적인 캐릭터 설정은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특유의 디테일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가이와 프리스카는 예측 불가의 위급한 상황에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냉정함과 강인함을 되찾기 시작한다.


해변에 갇힌 또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운 아내 크리스탈(애비 리)과 딸 카라(카일리 백레이 & 엘리자 스캔런), 노모 아그네스(캐슬린 찰팬트)와 함께 해변에 고립된 찰스(루퍼스 스웰)는 흉부의과 전문의이다. 권위 높은 의사답게 명백한 결론이 도출되는 일에 익숙한 그는 여섯 살 딸이 반나절 만에 성인이 되어버리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과 마주하자 극도의 혼란스러움에 빠진다. 


헌신적인 남편 재린(켄 렁)과 함께 리조트를 방문한 패트리샤(닉키 아무카 버드) 역시 혼란스러워하나 심리치료사로서 해변의 사람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간질 환자인 패트리샤가 갑작스러운 발작으로 위험해지고, 그녀를 돌보던 간호사 재린은 아내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해변을 탈출할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랩퍼 미드 사이즈드 세단(아론 피에르)은 자기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고 그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이 커진다. 하지만 조용히 휴식을 취하기 위해 홀로 해변을 방문한 그 역시 모든 상황이 혼란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을 둘러싼 불안함 역시 첨예해지고 그들 사이의 갈등도 최고조에 이른다. 


캐릭터 설정과 더불어 30분에 1년의 속도로 시간이 흐르는 기이한 해변에 갇혀 속수무책으로 나이 들어가는 인물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도 엿보인다. 제작진은 나이 시간표를 작성하고 굉장히 세심한 메이크업과 자연스러운 인공 기관으로 배우들의 얼굴에 서서히 나이를 더해갔다. 하지만 어린아이가 성인이 되는 과정을 메이크업만으로 표현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기에, 제작진은 1명의 캐릭터를 위해 여러 명의 배우를 동시에 캐스팅하는 전무후무한 결정을 내렸다. 그 결과 극 중에서 급속도로 성장하며 혼란스러움을 겪는 트렌트 역에는 총 4명의 배우가 캐스팅됐다. 각각의 배우들은 6살, 11살, 15살, 그리고 성인이 된 트렌트를 연기했다. 총 4명의 배우가 1명의 캐릭터를 연기했음에도 1명의 배우가 성장하며 촬영한 것과 같은 자연스러움은 디테일한 연출과 준비 과정으로 가능했다. 15살의 트렌트를 연기한 알렉스 울프는 아동 심리학을 공부하며 갑작스러운 성장으로 혼란스러워하는 트렌트의 심리를 세밀하게 표현했으며, 제작진은 트렌트 특유의 곱슬머리부터 까무잡잡한 피부, 얼굴의 특징들까지 살린 디테일한 연출로 자연스러움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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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속 시간이 미친 속도로 흐르는 상황에서 인물들의 심리와 나이 들어감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메이크업만큼 중요했던 것은 바로 의상이다. 애플TV+ 드라마 '서번트'에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의상 디자이너 캐롤라인 던칸은 휴가지의 자유로움과 현실 도피적인 느낌, 그리고 각 인물들의 특징을 표현하기 위해 60년대 이탈리아 해변의 모습을 주로 담은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영화들을 참고했다.


특히 '햇빛을 머금은 컬러'라고 부르는 물, 바닷가에 있는 유리 돌, 열대 지방, 방학 키워드를 연상시키는 컬러들을 과감하게 사용했다. 해변 속 사람들이 기이한 비밀을 자각하는 순간부터 과감한 컬러의 의상은 비현실적이고 부자연스러운 공포로 변하기 시작한다. 캐롤라인 던칸은 "해변에 갇히는 순간, 아름답고 열대 지방 느낌이 나며 화기애애했던 의상들의 컬러가 무언가 굉장히 불편하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처음에는 생기 넘치고 낙관적으로 느껴지는 컬러들이 영화의 강도가 점점 높아짐에 따라 비현실적이고 공포스럽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신체 변화에 따른 의상의 부조화 또한 중요한 부분이었다. 이를 위해 신체가 변화하면서 생기는 급속한 변화들을 강조할 수 있는 의상을 디자인했다. 서핑하는 거북이 무늬, 프릴이 달린 사랑스러운 비키니는 인물들이 성장하면서 관객들에게 기이함과 심리적인 공포를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인물들의 직업과 성격에 따라서도 각기 다른 디테일의 의상을 선택했다. 계리사라는 직업을 가진, '올드' 속 가장 평범한 인물인 가이에게는 유행을 타지 않는 느낌의 의상으로 평범함을 더하고, 박물관 큐레이터인 프리스카에게는 스트라이프 패턴으로 명료함과 구조적인 느낌을 더하는 식이다. 


가장 관건은 숨막힐 듯 아름다웠던 해변이 순식간에 공포가 가득한 공간으로 변하는 독특한 분위기의 해변을 찾아낸 것이다. '올드'에 등장하는 해변 위치는 도미니카공화국의 '플라야 엘 바예'라는 장소다. 거대한 암벽으로 둘러싸인 고립된 해변과 그곳에 갇힌 사람들이라는 흥미로운 컨셉을 구현하기 위해 M. 나이트 샤말란 감독과 나먼 마셜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실제 암벽을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맨 인 더 다크'에서 집이라는 일상의 공간을 순식간에 공포의 공간으로 돌변시켰던 나먼 마셜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실제 해변가에 높이 10m, 너비 274m의 거대 암벽을 구축해냈다. 이렇게 탄생한 거대 암벽은 미친 속도로 시간이 흐르는 해변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주인공들을 더 극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아름다운 해변이 '빌런'이 되는 공포의 순간을 마주하게 한다.


하지만 '올드' 속 주인공들이 미친 속도로 흐르는 시간 속에 사투를 벌여야 했다면, 제작진들은 한정된 시간과 악천후 기상 조건과 싸워야 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햇살과 파도로 인해 제작진들은 촌각을 다투며 촬영에 임했다고. 뿐만 아니라 갑작스레 들이닥친 허리케인으로 암벽이 모두 쓸려 내려가, 거대 암벽을 다시 제작해야만 했던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다. 이처럼 험난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치밀한 사전 계획과 제작진들의 노력으로 이뤄낸 도미니카공화국 로케이션은 아름다우면서도 기이한 '올드' 속 해변의 분위기를 완벽히 담아내며 몰입도를 더했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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