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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2: 정상회담' 정우성의 존재 가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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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0-07-3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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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것에도 속박되지 않고 신념을 갖고 돌진한다. 자신의 신념과 삶 사이의 가치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제 스스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배우 정우성. 그렇기에 그의 삶은 존재만으로도 가치 있다. 


행정부 수반이자 국가 지도자, 권력의 정점.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 배우 정우성은 양우석 감독의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 제대로 신분 상승했다. 앞서 전작 '강철비'에서 남루하고 깡마른 행색으로 북한 1호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북한 요원 철우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시리즈의 연속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인물의 등장과 대치상황을 그려낸 것이 창의적이고 기발했다"는 정우성이다. 


한경재는 기존 한국 영화에서 그려진 대통령의 모습과는 달랐다. 우리가 대통령을 떠올릴 때 '사람'이라는 점은 통념에서 빠져 있다. 하지만 정우성은 대통령의 인간적인 모습들을 처음으로 보여준다. 수학 공식도 못 구하면서 나라는 어떻게 구하려 하느냐는 아내의 잔소리를 듣고, 딸에게는 용돈을 뜯긴다. 분단의 당사자이면서 남북미 정상회담에선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북미 정상의 눈치를 살피며 무력감을 느낀다. 그의 한숨과 찰나의 표정들이 남북문제에 주도적일 수 없는 가엾고 안타까운 '우리'의 표정을 대변한다. 주인공이 주도적으로 극을 끌고 나가야 관객들이 그 입장에서 공감하며 몰입이 쉬운데, 그렇지 않은 인물을 연기한다는 건 쉽지 않았을 테다.


하지만 정우성은 그런 인간다운 한경재의 모습에서 도리어 매력을 느꼈다. "우리가 바라는 지도자상은 강인함이나 추진력을 요구한다. 가끔 우린 거리감을 두고 한 인간이라는 것을 망각하며 바라본다. 각자의 사회적 역할을 피상적으로 바라거나 더 깊은 이해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국가 지도자도 하나의 인간이다. 이를 깨는 캐릭터였다." 인간적 고뇌에서 시작돼 국적 임무를 수행하는 그의 마음가짐은 어때야 하는지, 결국 인간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을 할 수 있는 대통령의 모습은 보편적인 우리 모두의 모습을 닮았고, 한경재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단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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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솔직한 심정으론 절로 한숨이 났다. 세 정상이 모여 있는 신을 찍은 뒤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 땅의 문제인데 중재자가 될 수밖에 없는 답답함, 화가 있었다. 그 당시 느끼는 무기력함을 감내하고 이겨내야 했다"며 우리 모두가 당사자라는 자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길 한경재는 확고한 의지가 있고 이를 위한 인내와 뚝심이 있었다. 이 감정을 끊임없이 반영하려 노력했고, 종국엔 관객의 응원과 연민을 자아낼 수 있다면 관객과의 교감이 성공한 것이란 생각을 했다. '강철비2: 정상회담'은 남북미 정상회담 중 북한 내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한 핵 잠수함에 납치되고,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충돌로 인해 제3차 세계대전 발발 위기까지 치닫는 긴박한 상황을 그린다. 초반 북미 정상의 갈등과 타협 없는 대척점에서 인내하던 남한 대통령은 극의 클라이맥스에 달해 평화체제 구축이란 절대적 목표를 위해 자신이 겪는 치욕을 감당하면서도 제 목숨을 내걸 만큼 강한 신념과 의지를 드러낸다. 


정우성은 이를 두고 "한경재는 대의를 위해 자신이 믿고 있는 평화의 길로 가는 과정에서 희생을 감내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 그 용기가 너무 영웅처럼 비쳐선 안 됐고, 인간이기에 자신이 선택한 것이지만 두려움은 분명 있을 것이었다. 그런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보면 지도자나 지도층은 사회에 대한 공감능력이 강해야 한다. 현실 사회뿐만 아니라 과거와 미래 세대에 대한 공감도 같이 해야 한다. 이는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 연민의 마음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미시적인 편견과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거시적인 고뇌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생각들이 한경재의 모습과 말투로 드러난 것이고, 자신이 배우로서 남길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든 것이었다고. 


이처럼 깊이 있는 고민으로 가장 진정성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유연함과 강단을 오가며 그려낸 정우성이다. 하지만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연기해보니 대통령은 아무나 못하는 직업이라며 "진짜 투표 잘해야 된다"며 깨달음(?)을 전한다. 


사실 정우성은 이번 영화를 처음 공식석상에 선보이는 자리에서 감정이 울컥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마음으로 깊이 작품에 임하고 동화된 그의 깊고 따스한 성품이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를 다소 멋쩍어하던 정우성은 "분단은 우리 스스로의 문제이지만 그 안의 이해관계는 결국 남북 양자 간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는 충분히 불행했던 것 같은데 왜 아직도 그 불행을 직시하지 못하거나 외면하거나 이용하는지. 역사를 돌이켜봐도 우리는 자주적 선택권 없이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민중적 고통과 피해를 다 감내해야 했다. 그 안에선 굉장히 불행한 죽음이 많았고 그런 불행이 끝나지 않은 현실이 느껴지며 여러 가지 감정이 밀려왔던 것 같다"고 당시의 감정을 설명했다. 정우성은 이처럼 따뜻한 온기와 선함을 가진 사람이다. 


최근 필모그래피만 보더라도 세상에 던지는 화두가 명확한 작품들에 발자취를 남겨왔다. "지나온 저의 필모를 보면 일부러 시도하기보다는 이에 대한 어떠한 부수적 혜택 등에 연연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새로운 시도에 겁이 없이 도전했고 그렇게 정우성이란 배우의 얼굴이 계속해서 완성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이를 계속해서 찾아가고 발견해나가는 시간이 될 것"이란 정우성은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용기가 있다. 그렇기에 실패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는 그를 더욱 강인하고 깊이 있는 사람으로 여겨지게 하는 요인이다. "단 한 번도 어떤 것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나에게 주어진 어떤 수식어에도 안주하려 하지 않았고, 늘 제가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이 마음을 계속 지켜 나가고 싶단 바람이다. 아름답고 선한 가치관으로 많은 이에 좋은 기운을 전달하는 배우 정우성의 신념은 충분히 값지고 의미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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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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