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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봄' 정우성의 품격과 소신 [인터뷰]

    배우 본연의 성정이 이토록 자연스레 묻어나는 배역이 또 있을까. 영화 '서울의 봄'에서 너무도 고귀한 자부심과 사명을 지키는 인물로 분해, 충격적 사건을 목도한 관객들에 단 하나의 '희망'이 되어주는 정우성이다. 그 특유의 성품과 올바름이 고스란히 투영된 인물이었고, 누구도 이보다 더 완벽한 싱크로율을 발휘하긴 어려울테다.  정우성은 이미 '서울의 봄' 캐스팅 단계에서 김성수 감독이 제게 전화를 할 거라 짐작하고 있었다. 김성수 감독이기에 일단 반은 마음이 기울지만 '헌트' 촬영이 끝난 시기였기에 잇단 두 작품에서 외피적으로 비슷한 캐릭터를 또 맡게 된다면 과연 관객이 이태신을 온전히 받아들일지 우려가 됐다. 그랬더니 "나 너 아니면 안 해"란 감독의 반 협박을 들었다. "당연히 같이 작업하는 즐거움과 신뢰는 있지만 이런 외부적 요소로 인해 우려를 말씀드린 건데 귀에도 안 먹힌 것 같다"며 웃으며 당시를 회상한 그다. 감독의 협박에 가까운 캐스팅 고집은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다. 감독이 정우성이기에 믿고 맡긴 캐릭터 이태신은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군의 사명에 충실한 인물이다. 내란 음모를 일으키는 전두광 무리들에 맞서 끝까지 대항하는 그의 신념과 사명감은 뜨거운 감명을 일으킨다. 특히 정우성이 연기하기에 익히 그의 평소 언행에서 읽히는 본연의 옳고 그른 성정과 맞물려 더 깊은 몰입을 이끌어낸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 이태신 캐릭터에 호응해주셔서 놀라웠다. 상황에 대한 분노도 느끼고, 아주 징글징글한 황정민 형 연기도 보고,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기가 빨리는 느낌을 받았기에 '잘한 게 맞나' 반문을 여러 번 했다"는 정우성이다. 그는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지만 이태신은 극 중 가장 허구성이 많이 이입된 인물이기에 캐릭터를 만들 땐 모든 걸 배척해야 했다. 막연함이 있었기에 더 많은 관찰과 고민을 했다. 감독님께서 참고 영상으로 제가 UN난민친선대사로 뉴스 인터뷰 했던 걸 보여주셨다. 그 영상의 의미는 인터뷰에 임하는 제 자세였던 것 같다. 타인의 이야기를 타인에게 전하는 만큼 단어 선택 하나도 신중하고 조심스럽고, 강요가 되어서도 안 된다. 그런 모습을 원하신 것 같다. 감정적이며 저돌적으로 불같이 달려드는 무리들을 대할 때, 본분을 지키기 위한 이성적 사고와 차분함 이런 모습을 이태신에게 얹길 원하셨던 것 같다"고 이해했다. 그가 말하길 "이태신은 어떤 사람일까를 막연함 속에서 찾아가는 첫 단추"가 처음 참모총장으로부터 수도경비사령관을 제안받는 신이었다. 이를 조용히 거절하는 모습에 이 사람이 담겨 있었다고. 우직하고 투철한 신념을 갖춘 인물이지만, 정우성은 이를 선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저 맡은 본분과 직무에 책임을 다하는 소신있는 인물이라 여겼다. "올바름이란건 정의되기 힘들다. 누군가의 올바름이 다른 누군가에겐 올바르지 않을 수 있다. 감독님 전작 '아수라' 때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안에 전두광도 있을 수 있고, 육본의 우유부단한 '똥별'들도 있을 수 있고, 이태신도 있을 수 있다. 내 안엔 다양한 내가 있다. 그러다 어떤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어떤 모습이 튀어나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큰 차이를 만드는 것 같다. 감독님은 그런 자세로 인물을 다루는 것 같다. 선택의 명분, 의미부여를 하기보다 본분을 지키는 그런 신념의 사람으로 이태신을 그리려 했다"는 그는 "감독님께서 이태신을 통해 그날의 사건을 함께 목격하길 바라신 것 같다. 명분과 정의를 강요하거나 선과 악의 대결이라기보다 인간 본성을 탐구하는 태도, 인간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대척점에 선 전두광 역의 황정민과 처음 리허설을 할 때, 만만찮은 캐릭터를 대하는 만큼 ''타 죽는 게 아닌가'하는 부담이 컸다고 엄살인 정우성은 "테이크가 끝나면 상대방 표정에서 느껴진다. 아, 형이 이태신을 느꼈구나"라며 웃었다. 해당 장면에서 극도의 긴장감이 도사리고 있음에도 반란군 무리들에게 "보기 안 좋다, 몰려다니지 말라"고 속시원히 일갈하는 이태신과 그로 인해 무안함과 분함을 풀 데 없는 전두광의 표정도 은근히 통쾌하고 유머러스한 장면이다. 정우성은 "이태신이 그렇게 원리원칙을 따지고 꼿꼿하고 딱딱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저 본분에 대한 책임을 지키려는 사람인데, 군인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으니까 한마디 하는 거고 군대라는 체계가 있는데 체계 없이 몰려다니니까 한 마디 했다"고 미소다.   극 중 전방부대까지 불러들이는 반란군의 조직적인 움직임에 손발이 묶였음에도 끝까지 홀로 맞서는 이태신의 사투는 안쓰럽고 비통하기 짝이 없다. 정우성은 "답답해서 스트레스가 쌓이지만 그걸 화로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다. 상황에 대해 부정하지 않으려다 보니 이를 극복하려 하지만, 외면 당하고 상황은 더 안 좋은 쪽으로 흐르며 혼자 고립되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그럼에도 이를 온전히 다 받아들이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감정적 대처보다는 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야 할지 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 여겼다"고 했다. 특히 희대의 명장면이라 꼽히는 최후의 바리케이드 신은 "7월에 찍느라 정말 힘들었다. 감독님이 농담으로 '정우성 키 크잖아.. 잘 넘어가겠지? 그래서 만들었어' 했다"고 전하며 웃겼다. 하지만 이내 "장애물이 있어도 느리지만 꿋꿋하게, 무거운 발걸음이 되고 넘어져도 일어나서 그렇게 가려고 하는 사람이 이태신이란 사람인 것 같더라. 자신의 소신을 위해 그가 길을 걷는 자세가 아니었나. 그 길에 철망이 찔리고 아픈 게 사실일지라도, 그렇게 가더라도 극적인 해결이 이뤄지지 않을걸 알고 있음에도 그냥 가야 하기 때문에 가는 것"이라고 의미를 전했다. 탐욕의 무리들에 철저히 짓밟힐지언정 마지막까지 그가 지킨 꼿꼿한 자부심과 올바름의 가치는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의미 깊은 질문을 던진다. 항간엔 '이태신 장군 앓이'가 일어날 정도로 멋진 사람을 연기한 정우성이다. 그리고 정우성이기에 더욱 진심으로 몰입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캐릭터 싱크로율 제로라고 손사레친 그는 "멋있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어떻게 보면 이태신은 자신의 본분을 지키려 부단히 노력한다. 그 모습을 많은 분들이 바람직한 성향이라고 느끼고 공감하기 때문에 이태신을 응원해 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너무 많이들 좋아해 주셔서 저에게 부담스러운 캐릭터로 남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보게 됐을 때, '서울의 봄' 이태신이 저에게 어떤 의미의 캐릭터인지 알게 될 것 같다"고. "사람이 살면서 소신이란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제가 추구했던 건 어느 캐릭터에도 머물러 있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비트'로 청춘의 아이콘이란 수식어가 쓰인 순간, 빨리 이걸 벗어나야지 했다. 아이콘이 되고 싶지 않았고 아이콘일 수 없었다. 그저 어떤 청춘의 외로움을 보인 것 뿐이고, 많은 분들이 동시성을 느껴주신 것뿐이다. 배우로서 제가 여러 가지 선택을 해왔다. 흥행만을 좆지 않고 무모한 도전도 하고, 다양한 시도도 했다. 그게 주류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용기낼 수 있는 작은 씨앗을 품은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됐다. 그게 배우 정우성의 소신이었던 것 같다. 지나온 제30년을 돌이켜보면 그런 소신으로 임한 저를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이런 품격과 소신을 지킨 정우성이다. 그가 연기한 올곧은 캐릭터에서 그의 성정이 자연스레 묻어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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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철비2: 정상회담' 정우성의 존재 가치 [인터뷰]

    어떠한 것에도 속박되지 않고 신념을 갖고 돌진한다. 자신의 신념과 삶 사이의 가치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제 스스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배우 정우성. 그렇기에 그의 삶은 존재만으로도 가치 있다.  행정부 수반이자 국가 지도자, 권력의 정점.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 배우 정우성은 양우석 감독의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 제대로 신분 상승했다. 앞서 전작 '강철비'에서 남루하고 깡마른 행색으로 북한 1호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북한 요원 철우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시리즈의 연속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인물의 등장과 대치상황을 그려낸 것이 창의적이고 기발했다"는 정우성이다.  한경재는 기존 한국 영화에서 그려진 대통령의 모습과는 달랐다. 우리가 대통령을 떠올릴 때 '사람'이라는 점은 통념에서 빠져 있다. 하지만 정우성은 대통령의 인간적인 모습들을 처음으로 보여준다. 수학 공식도 못 구하면서 나라는 어떻게 구하려 하느냐는 아내의 잔소리를 듣고, 딸에게는 용돈을 뜯긴다. 분단의 당사자이면서 남북미 정상회담에선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북미 정상의 눈치를 살피며 무력감을 느낀다. 그의 한숨과 찰나의 표정들이 남북문제에 주도적일 수 없는 가엾고 안타까운 '우리'의 표정을 대변한다. 주인공이 주도적으로 극을 끌고 나가야 관객들이 그 입장에서 공감하며 몰입이 쉬운데, 그렇지 않은 인물을 연기한다는 건 쉽지 않았을 테다. 하지만 정우성은 그런 인간다운 한경재의 모습에서 도리어 매력을 느꼈다. "우리가 바라는 지도자상은 강인함이나 추진력을 요구한다. 가끔 우린 거리감을 두고 한 인간이라는 것을 망각하며 바라본다. 각자의 사회적 역할을 피상적으로 바라거나 더 깊은 이해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국가 지도자도 하나의 인간이다. 이를 깨는 캐릭터였다." 인간적 고뇌에서 시작돼 국적 임무를 수행하는 그의 마음가짐은 어때야 하는지, 결국 인간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을 할 수 있는 대통령의 모습은 보편적인 우리 모두의 모습을 닮았고, 한경재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단 설명이다.    물론 솔직한 심정으론 절로 한숨이 났다. 세 정상이 모여 있는 신을 찍은 뒤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 땅의 문제인데 중재자가 될 수밖에 없는 답답함, 화가 있었다. 그 당시 느끼는 무기력함을 감내하고 이겨내야 했다"며 우리 모두가 당사자라는 자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길 한경재는 확고한 의지가 있고 이를 위한 인내와 뚝심이 있었다. 이 감정을 끊임없이 반영하려 노력했고, 종국엔 관객의 응원과 연민을 자아낼 수 있다면 관객과의 교감이 성공한 것이란 생각을 했다. '강철비2: 정상회담'은 남북미 정상회담 중 북한 내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한 핵 잠수함에 납치되고,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충돌로 인해 제3차 세계대전 발발 위기까지 치닫는 긴박한 상황을 그린다. 초반 북미 정상의 갈등과 타협 없는 대척점에서 인내하던 남한 대통령은 극의 클라이맥스에 달해 평화체제 구축이란 절대적 목표를 위해 자신이 겪는 치욕을 감당하면서도 제 목숨을 내걸 만큼 강한 신념과 의지를 드러낸다.  정우성은 이를 두고 "한경재는 대의를 위해 자신이 믿고 있는 평화의 길로 가는 과정에서 희생을 감내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 그 용기가 너무 영웅처럼 비쳐선 안 됐고, 인간이기에 자신이 선택한 것이지만 두려움은 분명 있을 것이었다. 그런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보면 지도자나 지도층은 사회에 대한 공감능력이 강해야 한다. 현실 사회뿐만 아니라 과거와 미래 세대에 대한 공감도 같이 해야 한다. 이는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 연민의 마음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미시적인 편견과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거시적인 고뇌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생각들이 한경재의 모습과 말투로 드러난 것이고, 자신이 배우로서 남길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든 것이었다고.  이처럼 깊이 있는 고민으로 가장 진정성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유연함과 강단을 오가며 그려낸 정우성이다. 하지만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연기해보니 대통령은 아무나 못하는 직업이라며 "진짜 투표 잘해야 된다"며 깨달음(?)을 전한다.  사실 정우성은 이번 영화를 처음 공식석상에 선보이는 자리에서 감정이 울컥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마음으로 깊이 작품에 임하고 동화된 그의 깊고 따스한 성품이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를 다소 멋쩍어하던 정우성은 "분단은 우리 스스로의 문제이지만 그 안의 이해관계는 결국 남북 양자 간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는 충분히 불행했던 것 같은데 왜 아직도 그 불행을 직시하지 못하거나 외면하거나 이용하는지. 역사를 돌이켜봐도 우리는 자주적 선택권 없이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민중적 고통과 피해를 다 감내해야 했다. 그 안에선 굉장히 불행한 죽음이 많았고 그런 불행이 끝나지 않은 현실이 느껴지며 여러 가지 감정이 밀려왔던 것 같다"고 당시의 감정을 설명했다. 정우성은 이처럼 따뜻한 온기와 선함을 가진 사람이다.  최근 필모그래피만 보더라도 세상에 던지는 화두가 명확한 작품들에 발자취를 남겨왔다. "지나온 저의 필모를 보면 일부러 시도하기보다는 이에 대한 어떠한 부수적 혜택 등에 연연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새로운 시도에 겁이 없이 도전했고 그렇게 정우성이란 배우의 얼굴이 계속해서 완성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이를 계속해서 찾아가고 발견해나가는 시간이 될 것"이란 정우성은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용기가 있다. 그렇기에 실패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는 그를 더욱 강인하고 깊이 있는 사람으로 여겨지게 하는 요인이다. "단 한 번도 어떤 것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나에게 주어진 어떤 수식어에도 안주하려 하지 않았고, 늘 제가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이 마음을 계속 지켜 나가고 싶단 바람이다. 아름답고 선한 가치관으로 많은 이에 좋은 기운을 전달하는 배우 정우성의 신념은 충분히 값지고 의미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