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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만 로맨스' 류승룡, 이런 능청스러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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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1-11-14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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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승룡이 영화 '장르만 로맨스'로 돌아왔다. 어쩜 그리 천연덕스러울 수가 있나 싶을 만큼, 생활 밀착형 코믹 연기의 방점을 찍는다. 물 흐르듯 자연스레 '찌질함'부터 사뭇 진지함까지 능청스럽게 오간다. 아주 보는 재미가 있다. 


'장르만 로맨스'(감독 조은지)에서 류승룡이 맡은 현은 7년째 슬럼프에 빠진 베스트셀러 작가다. 절친과 비밀 연애 중인 전부인은 질풍노도 사춘기가 세게 와 버린 아들 문제로 수시로 호출하기 일쑤고, 현재 부인과 딸은 유학 중이라 기러기 아빠 신세. 양쪽 집안으로 나가는 양육비도, 차기작에 대한 압박도 버겁기만 한데 웬걸, 대학 제자이자 천재 작가 지망생이 틈만 나면 '멜로 눈'을 하고 저를 보며 사랑한단다. 그야말로 얽히고설킨 관계의 중심에 있는 현은, 현재 일도 인생도 꼬여가는 중이다.  


이처럼 범상치 않은 유쾌한 스토리와 더불어 관계에 대한 공감이 좋았단 류승룡은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어떤 관계나 상황 속에 놓여있지 않나. 그 속에서 또 잘하려 해도 잘 안 되는 부분이 있고 슬럼프도 있다. 이를 생각하며 관계에 특화된 부분을 솔직하게 녹이려 노력했다"고 했다. "마냥 코믹하기만 한 게 아니라, 웃음 뒤에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영화"라서 좋았다고. 


객관적으로 평가할때 현은 호감형 인물은 아니다. 바람을 피워 가정을 지키지 못했고, 사춘기 아들을 배려하는 모습도 없다. 하지만 류승룡의 코믹함과 섬세함을 더한 연기는 현의 어설픔과 한심함까지 훈훈하게 감싸며 도무지 미워할 수 없게 한다. 극 중 지독한 첫사랑 열병에 빠진 아들을 어설프지만 마음으로 공감하며 위로하려는 모습, 자신을 사랑한단 동성애자 제자가 부담이 될지라도 그를 인정하고 염려하는 모습, 제 전부인과의 비밀 연애를 들킨 절친을 무안하지 않게 응원하는 모습 등등. 류승룡 또한 그런 솔직하고 서툰 현의 모습이 좋았다. 류승룡이 생각하는 현은 서툴다. 극 중 그의 첫 대사처럼 "인생이 따갑다." 사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있다 해도 매력이 없을 테다. 현은 서툴고 다소 '찌질'해 보이는 모습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면이 있다. 서툴고 힘들지만 나름 책임감 있게 행동하려 노력한다. "현이 인간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고, 애정과 사랑이 기본적으로 있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 부분을 계속 가져가려 했다." 


동성애 코드를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벼이 여기진 않으며 자연스럽게 녹여낸 점도 영화의 묘미다. 류승룡은 "다른게 틀린 게 아니라는 건 이미 알고 있지만, 이 영화를 통해 관계들을 구현해내며 더더욱 확실하게 느꼈다"고 했다. 또한 현이 제자 유진에 느끼는 감정에 대해 그 역시도 진지하게 생각했다. "어느 날, 고갈된 인물에게 초심과 옛날을 복기하게끔 자극을 주는 친구가 나타났다. 그로 인해 다시 슬럼프를 이겨내는 큰 에너지를 얻었고 그래서 그를 존중하게 되고 힘을 얻는 동료가 됐다. 동료로서 그를 응원하고 위로하고 그런 감정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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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인생과 관계에 있어 서툴고 어설프고 상처를 받지만 또 이를 극복하며 살아간다. 영화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저마다 성장통을 겪고 나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우리는 수많은 관계와 상황 속에 노출돼 살고 있지 않나. 그 속에서 서툴고 부족해도 노력하며 살아가는 게 인생인 것 같다"는 류승룡은 "영화를 보며 공감하고, 그것이 위로가 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말한다. 그만큼 영화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 그는 "아무래도 독특하고 재밌는 이야기라 끌리기도 했지만,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내는 이야기에 마음이 갔다"고 했다. 


사실 그는 '장르만 로맨스'가 도전이라고 했다. 평범한 연기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란 속내도 털어놨다. 이미 '극한직업'에서의 능청스러운 고반장 역으로 생활 밀착형 코믹 연기의 진수를 보인 바 있는 그가 웬 엄살인가 싶다. 하지만 "여태껏 선이 굵은 모습, 장르 연기를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생활 연기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그게 힘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겐 도전이었다. 이런 모습을 깨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류승룡은 조은지 감독을 만나 이런 고민을 솔직하게 얘기했고, "저도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같이 만들어보자" 했던 감독은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했다. 소름 끼치는 경험도 했다. 대사가 이상하게 안 풀려 밤새 고민하다 촬영장에 갔는데, 어떻게 알고 제가 고민한 지점을 최선의 상태로 다시 가져올 때 그야말로 "짜릿했다"고.  


특히 후배 작가가 세계적인 작가상을 받았을 때, 현이 부러움과 질투로 점철된 '찐 욕설'을 내뱉는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인데 류승룡은 "이 '식빵' 신이 시나리오에 다 있었고, 감독님이 정확하게 짚어줬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이런 말맛이 참 좋았는데, 특히 역설적인 말맛이 좋았다. 예를 들면 아들을 위로한답시고 '너도 이혼해보면 알 거야'라고 하는데 전혀 위로가 안 되지 않나. 이런 모습이나 계속 잽을 날리듯 하는 대사들이 좋았다"며 다시금 웃음기가 번진다. 이어 "저도 정말 놀랐다. 영화적인 경험치와 이해, 감각적인 것들이 감독에게 축적돼 있었고, 정말 많은 고민을 했구나, 목숨 걸고 했구나 싶더라"며 감독의 재능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그는 극 중 현이 유독 잘생겨보인단 말에 쑥스러워하면서도 "이상하긴 하지만, 이 비결은 조은지 감독님 덕분"이라며 "10년 이상 알았고, 심지어 앞집에 산다. 그래서 제 평상시 모습을 너무 잘 안다. '이런 모습은 안 보여주려 하고, 이런 모습은 사랑스럽게 보여주고 싶다' 하는 것들을 담아낸 것 같다. 감독님이 캐치한 모습을 적재적소에 담아내신 것 같다"고 감독 칭찬 일색이다. 덧붙여 "제가 아무리 가꿔도 매끈한 꽃미남은 아니잖나. 언제나 본 것 같은, 볼 수 있는 사람이 의외의 상황 속에서 의외의 매력을 보이니 오히려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지질함도 있고, 비호감인 면도 있고, 지저분한 모습도 있을 수 있는데 인간적인 공감으로 다가와서 혹은 웃음으로 다가와서 멋있어 보인 게 아닐까"라고 겸손이다. 


류승룡은 이처럼 좋은 작품을 만나 기분 좋은 자극을 잔뜩 얻은 듯했다. 언제나 촬영장이 가장 편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 배우로서의 자부심이라는 그다. 그가 느낀 행복감이 스크린을 통해 생생한 연기로 되살아나는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사진=NEW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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