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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르만 로맨스' 김희원, 사랑스러운 이 남자 [인터뷰]

    매사 시큰둥하고 영 귀찮아 보이는데 그게 또 매력이다. 저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로 '게으름'을 먼저 꼽는 모습마저도 넘치게 솔직해서 매력이다. 아마도 본업을 감쪽같이 잘 해내는 까닭에 모든 것이 멋으로 승화되는 게 아닐까 싶은, 배우 김희원이다.  영화 '장르만 로맨스'(감독 조은지)에서 김희원은 세상 둘도 없는 순정남 순모가 됐다. 오랫동안 사랑해온 미애(오나라)와 비밀 연애 중인데, 그 이유는 미애가 절친인 현(류승룡)의 전부인이기 때문이다. 데이트 계획표를 분 단위로 촘촘하게 짜 놓고 그대로 이행해야만 하는 다소 답답스러운 피곤함 및 '찌질함'은 차치하자. 그는 '내 여자'에게 한없이 다정하고 충실한 '사랑꾼'이자 '순정남'으로 여심을 사로잡는다. 특히 연인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엉엉 우는 그 모습은 순수하고 사랑스럽기 짝이 없다.  정작 본인은 "저는 순모가 너무 많이 우니까 보면서 '어우, 정말 찌질하다' 싶었다"고 눈살을 찌푸리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울고 싶어도 창피해서 감추는데, 순모는 참 지질하면서도 용기도 있었다. 사랑을 위해서 그럴 수 있다는 게 참 순수해 보였다"며 "순모를 사랑스럽게 봐주셨다니 뿌듯하고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쑥스러워한다.  순모와의 싱크로율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김희원은 "저는 순모같은 용기도 없고, 솔직히 여행 갈 때 누가 그렇게 계획을 많이 짜냐. 하여간 저하고는 많이 달랐다. 하지만 순수한 사람으로 비춰지고 싶은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은지 감독은 김희원의 다소 퉁명스러운 듯한 표정 이면에 감춰진 순모의 다정하고 섬세한 얼굴을 기막히게 발견해냈다. 어쩌면 순모 앓이를 일으킬만큼 극 중 김희원의 모습은 새롭고 낯선데, 그 낯섦이 설레고 반갑다. 이에 김희원은 "조은지 감독이 나한테 그러더라. 순모는 굉장히 섬세하고 부드럽고 따뜻한 인물인데 저를 보면 그런 생각을 했고, 그래서 제가 해야 된다고 했다"며 "그래서 잘못 봤나 싶었다"고 말하며 웃겼다. 그렇지만 배우로서 제 자신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것만큼 짜릿하고 설레는 일이 또 어딨을까. 김희원 또한 "그런 모습을 표현해주길 바란 거 아니냐. 그런 모습으로 연기하는 것도 제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순모는 의상도 댄디하고 섬세하며 다정스럽게 보이도록 따뜻한 색감의 옷을 고르고, 니트와 면바지 등을 매치해 입었는데 이를 두고 "옷 스타일은 정말 반대다. 저는 보시다시피 1년 365일 검은 옷만 입는다"며 다시금 웃긴다.    그가 볼 때 순모는 행복한 사람같았다. 그가 말하길, 순모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자꾸 뭔가를 노력한다. 일도 열심히 하고, 사랑도 열심이다. 애인과 여행 가는데도 신나서 전날부터 계획을 짜고 그 계획대로 하며 즐거워한다. 생각해보면 자신은 그런 신나는 기분을 느껴 본 지 꽤 오래됐다. 어딜 가도 '가봤던 덴데', 뭘 먹어도 '뭐 맛있긴 하지' 정도의 감상이 전부다. 살면서 신나는 걸 열심히 해본 적이 꽤 오래됐는데, 순모란 캐릭터는 그렇게 신나게 열심히 어떤 행동을 취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고 그 모습이 마음에 들더라.  실제라면 절친 전부인과의 비밀 연애는 절대 납득 안 되는 일이기도 했다. "저라면 분명 먼저 허락을 받았을 것 같다"고. 인물의 전사도 생각을 많이 했다. 극 중 순모의 대사에서도 현보다 먼저 미애를 좋아했다고 고백한다. 김희원은 이 대사를 할 때 많은 고심을 했다. "'내가 먼저 좋아했다' 이 대사는 말하기도 좀 힘든 대사이고, 쉽게 할 만한 대사는 아닌 것 같아서 어떻게 말해야 하나 고민을 진짜 많이 했다"는 것이다. 실제 극에 담긴 순모의 그 대사는 연인에 대한 애틋함과, 친구에 대한 미안함이 섞인 진정성으로 꽤 뭉클한 여운을 남기고, 그를 더욱 애정하게 만드는 신이기도 했다. 그 속내가 이토록 고심한 덕분에 완성된 장면이라니 새삼 그의 연기력이 놀랍다. 덧붙여 김희원은 순모가 미애를 사랑하는 데는 이유가 없을 거라며 의외로 로맨틱한 말을 한다. "사랑에 이유가 어디 있느냐. 사랑에는 이유가 없다"고.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땐 복잡해서 무슨 예술영화인가 싶었고, 장르를 코미디로 만든다고 해서 못 믿기도 했다"지만, 결과물을 보니 "아쉬움 남는 인물 없이 모든 캐릭터가 잘 살았고, 재밌게 보다가도 메시지와 여운이 남는 영화"라고 솔직한 감상평을 전한 그다.  여전히 한결같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은 '자기 전 이불에 딱 들어갔을 때'. 멍하니 있을 때 마음의 위안을 받고 힐링이 되며 스스로를 표현할 때 '게으르다'를 먼저 떠올리고, '책임감 있다' '모나지 않았다' 정도일 거라고 말하는 김희원. 시큰둥해 보여도 실제로는 따뜻하고 다정한 속내가 있다. 다소 표현이 서툴 뿐이라는 건, 벌써 3 시즌이나 이어지고 있는 예능 '바퀴 달린 집'에서 그의 모습만 봐도 알겠다.  김희원은 "많은 사람들이 저를 호감형으로 봐주시니까 그냥 괜히 위안도 되고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도 들고, 어떨때는 부담 아닌 부담도 살짝 느낀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꾸준히 연기하며 작품으로 대중을 만날 때가 가장 좋다는 그다. 그리고 어떤 연기를 하든 늘 사람이고 싶다는 연기 철칙이 있다. "악당도 사람이다. 살면서 어떻게 그 사람의 가치관이 변했느냐 그 차이가 있다고 본다. 늘 어떤 역을 하든 사람이고 싶고, 이를 목표로 잡고 연기한다. 다양하게 저를 봐주셨으면 좋겠고, 그걸 해내겠다"는 배우로서의 확고한 신념을 가진 그는, 특히 멋스럽다.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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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르만 로맨스' 오나라, 존재 자체로 기쁨 [인터뷰]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좋게 만드는 이가 있다. 배우 오나라가 그렇다. 생기 넘치는 에너지, 솔직하면서도 다정한 어투, 거짓 없는 환한 웃음이 절로 상대를 설레고 들뜨게 한다.  영화 '장르만 로맨스'(감독 조은지)의 오나라가 연기한 미애는 그야말로 매력이 철철 넘친다. 바람핀 전남편이자 7년째 슬럼프 중인 베스트셀러 작가 현(류승룡)과의 사이에서 낳은 고3 아들이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겪는 중이라 바람 잘날 없는 가정사만 제외하면, 일도 사랑도 다 잡은 당당한 돌싱녀다. 전남편이 주는 위자료에 "네가 바람 펴서 받는 돈이야!!!"라고 까칠하게 일갈하는 모습도 화끈하기 짝이 없다. 매사 '쿨내 진동'이지만 비밀 연애 중인 전남편 절친이자 출판사 대표 순모(김희원) 앞에서는 한없이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여인.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이게 뭐지? 대사가 왜 이렇게 재밌지?'하며 만화책 읽듯이 쑥쑥 지나갔다"는 오나라는 미애가 그동안 본 적 없는 캐릭터일뿐더러, 관계 설정이 특히 재밌었다고 설명했다. "이혼한 전남편과는 아들 문제로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 과정이 평탄하지만은 않고, 전남편 절친과는 비밀 연애 중이고 다 큰 아들은 고삼에 뒤늦게 사춘기가 찾아온 상태다. 각각의 관계 설정 속에 1인 3역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재밌게 표현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고 이에 흔쾌히 작품을 선택했다.   코믹 연기에 대한 부담은 있었지만, "억지로 웃기려 하지 말고 나도 재밌는 연기를 하자"고 최면을 걸었다. 그렇게 시작해 캐릭터에 공감하기도 하고, 자신과 다른 점에는 흥미를 느끼며 인물의 감정에 이입했다. 이를테면 닮은 점은 일을 굉장히 열심히 하고 완벽주의자적인 성향, 그리고 똑 부러진 성격이다. 반면 실제 자신은 비밀이 없고 불편함을 못 견디는 스타일인데 오랫동안 비밀연애를 한 미애가 신기하면서도 "몰래 비밀 연애하는 감정이 조금 짜릿하고 재밌긴 했다"고 웃어 보인다. 게다가 미애가 더욱 매력적이었던 건 익숙한 전남편과 있을 때의 모습과 반대되는 남자 친구 앞에서의 모습, 그 온도 차이였다고. "가식적이진 않은데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달라지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지더라." 이밖에도 오나라가 미애에 매력을 느꼈던 순간들은 많았다. 특히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가감없이 표현하고, 쿨하게 말할 수 있는 미애가 "굉장히 매력적이고 멋있었다"고.    캐릭터의 전사도 생각해봤다. 전남편 절친과 오랫동안 비밀 연애를 한 스토리는 "미애는 내가 먼저 좋아했다"는 극 중 순모의 대사에서 찾았다. 오나라가 말하길, 세 사람 모두 예전부터 친구였을 테다. 어쩌면 미애도 순모가 자신을 좋아한단 걸 어렴풋이 알았을 거다. 하지만 순모의 성격상 어물쩍거리고 망설이는 순간들이 많았을 거다. 그 사이에 성격도 불도저 같고, 일할 때는 천재적이고 섹시한 현의 모습에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헤어지게 됐고, 순모는 아마 그 모든 과정을 계속해서 안쓰럽게 지켜보고 보듬어줬을 거다. 그렇게 순모의 진심을 알게 되고 미애도 순모를 사랑하게 됐을 거라고. 다만, 전남편에게 둘 사이를 비밀로 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생각해봤다. 오나라는 "비록 안 좋게 헤어졌지만 내 아이의 아빠이고, 가장 친한 절친이기에 상처 받지 않게끔 다음에 얘기하자 하며 미뤄진 상태였을 거다. 아마도 현을 배려하는 마음이 가장 컸기 때문일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미애에게 현은 안쓰러운 예전 남친, 예전 가족,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드러나지 않는 캐릭터의 모습까지 세심하게 설정한 까닭에 더욱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인물이 탄생한 것일 테다. 특히 재밌는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미애의 명품백 설정이 흥미롭다. "영화에 보이진 않지만, 미애는 청담동에서 굉장히 잘 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왕이란 설정이다. 그래서 소품 중에서도 명품백을 드는데, 이를 과감하게 드러내지 않고 살짝씩 보이게끔 한 것이 재치있더라"고.  질풍노도 사춘기 아들을 둔 엄마로서의 모습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오나라는 "부모의 이혼 때문에 불만이 많고, 뒤늦게 사춘기가 찾아온 아들이다. 오랫동안 아빠의 빈자리가 컸다보니, 미애가 전남편에게 SOS를 많이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애는 아들을 끝까지 이해하지 못하고 영화가 끝난다. 하지만 삐그덕거리는 모자 관계도 재밌는 템포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오나라에게 비단 미애 뿐만 아니라 모든 캐릭터들이 생동감 넘치고 사랑스럽게 여겨졌다. 찰진 대사, 통통 튀는 매력, 사랑에 대한 여러 형태를 담아낸 영화 속 구성도 좋았다. 그는 저가 느낀 기분 좋은 두근거림을 "오래간만에 상큼 달콤하고 트렌디하면서도 깔끔하고 매력 있는 영화가 탄생한 것 같아 흥분한 상태"라고 표현했다.  그가 느낀 설렘과 긍정적인 기운이 고스란히 전달될 만큼, 오나라는 상대의 기분을 동요하게 만드는 특유의 에너지가 있다. 아마 타고난 천성일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사람이기에 지칠 때도 있게 마련이다. 이에 오나라는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보면 힘이 난다. 제가 가장 듣기 좋은 말은 '오나라랑 함께 할 때 즐겁고 신나고 행복했어'다. 제가 가진 밝음, 긍정적인 면을 전해드리는 것이 좋다"며 "스스로 제가 밝고 명랑하다 말하자니 쑥스러운데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아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관찰하는 걸 좋아했고, 사람의 좋은 점을 보려고 노력하며, 사람마다 있는 고유의 매력을 발견할 때 기쁨이 있다고. 그렇게 알아간 사람들이 '내 사람'들이 돼 주변에 많아질 때 보람을 느낀단 그다. 이토록 계산 없고 거짓 없는 밝음이 그를 더욱 빛나게 한다. 존재 그 자체로 기쁨을 주는 사람, 바로 오나라다.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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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르만 로맨스' 류승룡, 이런 능청스러움 [인터뷰]

    배우 류승룡이 영화 '장르만 로맨스'로 돌아왔다. 어쩜 그리 천연덕스러울 수가 있나 싶을 만큼, 생활 밀착형 코믹 연기의 방점을 찍는다. 물 흐르듯 자연스레 '찌질함'부터 사뭇 진지함까지 능청스럽게 오간다. 아주 보는 재미가 있다.  '장르만 로맨스'(감독 조은지)에서 류승룡이 맡은 현은 7년째 슬럼프에 빠진 베스트셀러 작가다. 절친과 비밀 연애 중인 전부인은 질풍노도 사춘기가 세게 와 버린 아들 문제로 수시로 호출하기 일쑤고, 현재 부인과 딸은 유학 중이라 기러기 아빠 신세. 양쪽 집안으로 나가는 양육비도, 차기작에 대한 압박도 버겁기만 한데 웬걸, 대학 제자이자 천재 작가 지망생이 틈만 나면 '멜로 눈'을 하고 저를 보며 사랑한단다. 그야말로 얽히고설킨 관계의 중심에 있는 현은, 현재 일도 인생도 꼬여가는 중이다.   이처럼 범상치 않은 유쾌한 스토리와 더불어 관계에 대한 공감이 좋았단 류승룡은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어떤 관계나 상황 속에 놓여있지 않나. 그 속에서 또 잘하려 해도 잘 안 되는 부분이 있고 슬럼프도 있다. 이를 생각하며 관계에 특화된 부분을 솔직하게 녹이려 노력했다"고 했다. "마냥 코믹하기만 한 게 아니라, 웃음 뒤에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영화"라서 좋았다고.  객관적으로 평가할때 현은 호감형 인물은 아니다. 바람을 피워 가정을 지키지 못했고, 사춘기 아들을 배려하는 모습도 없다. 하지만 류승룡의 코믹함과 섬세함을 더한 연기는 현의 어설픔과 한심함까지 훈훈하게 감싸며 도무지 미워할 수 없게 한다. 극 중 지독한 첫사랑 열병에 빠진 아들을 어설프지만 마음으로 공감하며 위로하려는 모습, 자신을 사랑한단 동성애자 제자가 부담이 될지라도 그를 인정하고 염려하는 모습, 제 전부인과의 비밀 연애를 들킨 절친을 무안하지 않게 응원하는 모습 등등. 류승룡 또한 그런 솔직하고 서툰 현의 모습이 좋았다. 류승룡이 생각하는 현은 서툴다. 극 중 그의 첫 대사처럼 "인생이 따갑다." 사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있다 해도 매력이 없을 테다. 현은 서툴고 다소 '찌질'해 보이는 모습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면이 있다. 서툴고 힘들지만 나름 책임감 있게 행동하려 노력한다. "현이 인간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고, 애정과 사랑이 기본적으로 있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 부분을 계속 가져가려 했다."  동성애 코드를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벼이 여기진 않으며 자연스럽게 녹여낸 점도 영화의 묘미다. 류승룡은 "다른게 틀린 게 아니라는 건 이미 알고 있지만, 이 영화를 통해 관계들을 구현해내며 더더욱 확실하게 느꼈다"고 했다. 또한 현이 제자 유진에 느끼는 감정에 대해 그 역시도 진지하게 생각했다. "어느 날, 고갈된 인물에게 초심과 옛날을 복기하게끔 자극을 주는 친구가 나타났다. 그로 인해 다시 슬럼프를 이겨내는 큰 에너지를 얻었고 그래서 그를 존중하게 되고 힘을 얻는 동료가 됐다. 동료로서 그를 응원하고 위로하고 그런 감정이지 않았을까."   누구나 인생과 관계에 있어 서툴고 어설프고 상처를 받지만 또 이를 극복하며 살아간다. 영화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저마다 성장통을 겪고 나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우리는 수많은 관계와 상황 속에 노출돼 살고 있지 않나. 그 속에서 서툴고 부족해도 노력하며 살아가는 게 인생인 것 같다"는 류승룡은 "영화를 보며 공감하고, 그것이 위로가 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말한다. 그만큼 영화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 그는 "아무래도 독특하고 재밌는 이야기라 끌리기도 했지만,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내는 이야기에 마음이 갔다"고 했다.  사실 그는 '장르만 로맨스'가 도전이라고 했다. 평범한 연기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란 속내도 털어놨다. 이미 '극한직업'에서의 능청스러운 고반장 역으로 생활 밀착형 코믹 연기의 진수를 보인 바 있는 그가 웬 엄살인가 싶다. 하지만 "여태껏 선이 굵은 모습, 장르 연기를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생활 연기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그게 힘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겐 도전이었다. 이런 모습을 깨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류승룡은 조은지 감독을 만나 이런 고민을 솔직하게 얘기했고, "저도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같이 만들어보자" 했던 감독은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했다. 소름 끼치는 경험도 했다. 대사가 이상하게 안 풀려 밤새 고민하다 촬영장에 갔는데, 어떻게 알고 제가 고민한 지점을 최선의 상태로 다시 가져올 때 그야말로 "짜릿했다"고.   특히 후배 작가가 세계적인 작가상을 받았을 때, 현이 부러움과 질투로 점철된 '찐 욕설'을 내뱉는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인데 류승룡은 "이 '식빵' 신이 시나리오에 다 있었고, 감독님이 정확하게 짚어줬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이런 말맛이 참 좋았는데, 특히 역설적인 말맛이 좋았다. 예를 들면 아들을 위로한답시고 '너도 이혼해보면 알 거야'라고 하는데 전혀 위로가 안 되지 않나. 이런 모습이나 계속 잽을 날리듯 하는 대사들이 좋았다"며 다시금 웃음기가 번진다. 이어 "저도 정말 놀랐다. 영화적인 경험치와 이해, 감각적인 것들이 감독에게 축적돼 있었고, 정말 많은 고민을 했구나, 목숨 걸고 했구나 싶더라"며 감독의 재능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그는 극 중 현이 유독 잘생겨보인단 말에 쑥스러워하면서도 "이상하긴 하지만, 이 비결은 조은지 감독님 덕분"이라며 "10년 이상 알았고, 심지어 앞집에 산다. 그래서 제 평상시 모습을 너무 잘 안다. '이런 모습은 안 보여주려 하고, 이런 모습은 사랑스럽게 보여주고 싶다' 하는 것들을 담아낸 것 같다. 감독님이 캐치한 모습을 적재적소에 담아내신 것 같다"고 감독 칭찬 일색이다. 덧붙여 "제가 아무리 가꿔도 매끈한 꽃미남은 아니잖나. 언제나 본 것 같은, 볼 수 있는 사람이 의외의 상황 속에서 의외의 매력을 보이니 오히려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지질함도 있고, 비호감인 면도 있고, 지저분한 모습도 있을 수 있는데 인간적인 공감으로 다가와서 혹은 웃음으로 다가와서 멋있어 보인 게 아닐까"라고 겸손이다.  류승룡은 이처럼 좋은 작품을 만나 기분 좋은 자극을 잔뜩 얻은 듯했다. 언제나 촬영장이 가장 편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 배우로서의 자부심이라는 그다. 그가 느낀 행복감이 스크린을 통해 생생한 연기로 되살아나는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사진=NE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