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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 차승원의 자연스러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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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1-08-23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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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특허 코미디 연기로 돌아온 배우 차승원, 익숙함 속에서도 특별함을 더하는 그의 능력이 십분 발휘된 영화 '싱크홀' 속에서 그는 모든 것에 조화롭다. 


사상초유 싱크홀 재난을 영화화한 '싱크홀'(감독 김지훈)은 어느날 빌라 한채가 통째로 싱크홀에 빠지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재난 상화을 접목했지만, 그 안에서 '웃픈' 코미디를 유발하는 소소한 이야기가 좋았다"는 차승원은 "제가 기본적으로 단순한 장르를 안 좋아한다. 누아르건, 스릴러건, 코미디건 비틀어져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단순 재난 상황이 아닌, '웃픈' 상황들이 유발되는게 참 좋더라"고 했다. 


그렇게 '싱크홀'을 택한 차승원은 401호 거주자 만수로 분했다. 자가취득에 성공해 이사온 501호 동원과 사사건건 실랑이를 벌이는 '오지라퍼'에 '만년 추리닝'차림으로 생계형 쓰리잡을 뛰는, 동네 조금은 꼴보기 싫은 괴짜 아저씨다. 혼자 키우고 있는 아들과는 사이가 데면데면하다. 그런 그가 싱크홀 재난에 휘말려 이웃들과 생사고비를 함께 넘기며 웃음도 감동도 모두 전한다. 기존 그의 캐릭터들에서도 엿볼 수 있었던 엉뚱하고 코믹한 괴짜의 모습과 그럼에도 감동적인 휴머니즘이 섞인 인물이다. 


어떻게 보면 쉬운 선택처럼 여겨지지만, 한편으론 '익숙함'이란 위험성을 갖는 캐릭터다. 그럼에도 차승원은 기꺼이 만수를 택했다. 자신을 써먹을 수 있는 연기라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차승원은 "될 수 있으면 만들지 않은 이미지로, 저를 많이 사용해서 연기하고 싶었던" 캐릭터라고 만수를 소개했다. "만수가 착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아닌게 더 좋았다. 그래서 매력이 있었다. 연기할 때 어찌보면 내 안에 없는 것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써야 할 때가 있다. 그게 별로 안 좋더라.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될 것을 표현하고 연기가 과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좀 더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좀 더 나와 근접한 모습을 연기하는 것. '나를 나답게' 표현하는게 제일 좋은 연기가 아닐까 싶더라"고. 


차승원의 연기 중점은 "자연스러운가, 스스로 이해가 되는가"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만수는 그야말로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인물이었다. 그가 생각하길 만수는 오랜 시간 아들을 홀로 키웠다. 월세 살이를 하며 헬스장, 사진관, 대리운전까지 쓰리잡을 뛴다. 이웃과 으르렁대며 싫은 소리도 하고, 삶을 모질게 살지만 그럼에도 기본적으론 성품이 나쁘지 않고 치열하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는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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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도 않고 pc방만 다니며 꿈과 목적 없이 사는 아들과 살가운 말 한마디조차 나누지 못하는 아버지지만 재난 상황에서 그가 보여준 뜨거운 부성애는 코믹하면서도 뭉클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차승원 또한 두 아이를 둔 아버지이기에 부성을 특히 공감했다. 그는 "만수는 보편적인 아빠다. 자식한테 못해준게 많아서 모든게 다 미안하고, 눈치를 보는 아빠다. 제게도 그런 모습이 있고 그걸 갖다 쓰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아들이 그동안 아버지에게 말하지 않은 속내와 고민을 털어놓는 신은 영화가 만수란 캐릭터를 통해 이 시대 청춘을 위로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꿈을 꾸고 부딪혀볼 기회조차 갖기 어려운 청춘들의 모습, 차승원 또한 마음으로 공감했다. 그는 "요즘 20대들이 참 힘들다. 저희도 20대 때는 다 힘들었지만, 지금은 다른 의미로 더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희망을 잃지 말고 살라'는 얘기는 안 하겠다. 이렇게 젊은 친구들이 힘든건 기성세대들의 큰 잘못 때문이다. 여러분의 잘못은 없다. 젊은 세대들에 큰 짐을 지워준 것 같아 굉장히 반성한다"면서도 "현실이 그렇게 녹록지 않지만, 그럼에도 우리 영화가 '싱크홀'을 헤쳐나가듯 그렇게 헤쳐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진심을 전한다. 


그 또한 모든 것에 면역이 생길 법한 중년의 나이지만, 아직도 살면서 많은 위기에 봉착한다고. 그럴 때마다 해결점은 역시나 "시간"인 것 같단 그는 "우리 옆에서 같이 있어주는 사람들이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것"이라며 힘을 북돋는다. 


차승원은 '자존감'이란 가치를 특히 중요하게 여겼다. 자신을 지탱하는 힘은 가족이 무엇보다 크지만, 그 뼈대는 자존감이라고. 그 자존감이 허물어지는 순간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다고 털어놓는다. 


그 역시도 끊임없이 고민하며 살아간다.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나이 들면서 더 많이 생각한다. 될수 있는 한 특별히 남에게 아쉬운 소리하거나 피해주지 않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배우로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역할을 하건 스무스한 배우가 되고 싶다. 어떻게 하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모습을 담을 수 있을까 나름대로 생각과 고민을 많이 한다"고. 누구도 해보지 않은 역할에 대한 욕심도 있다. 오히려 일상에선 고민이 없다. 사람으로서는 지금처럼 큰 굴곡없이 지내고 싶은 생각이라며 웃는다. 자연스러움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며 추구하는 그의 삶의 방식이 설핏 떠올랐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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