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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김고은에 홀리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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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4-03-0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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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사람을 홀리더니 이윽고 꼼짝할 수 없이 옭아맨다. 그저 넋 놓고 감탄할 수밖에 없다. 영화 '파묘'에서 무당 화림 역으로 단단히 진가를 발휘한 김고은이다.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로 국내에서 오컬트 장르의 정수를 선보인 장재현 감독. 김고은은 그의 세 번째 연출작 '파묘'의 제안을 받았을 때 무척 기뻤다.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선 퍽 화제였던 감독의 신인 시절 단편 영화 '열두 번째 보조사제들' 때부터 눈여겨봤던 까닭이다. "어떻게 이렇게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충격도 있었고, 단편을 장편으로 영화화한단 소식을 듣고 팬심으로 '망가지지 않고 정말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이후 극장에서 제 돈 주고 영화를 봤는데 몰입감도 강했고, 한국에서 본격적인 오컬트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듯한 강렬한 등장이었다"고 했다. '사바하'는 주연배우 박정민과의 친분 덕에 시사회로 보긴 했지만, 그때도 역시 국내에서 불모지인 오컬트 영화로 장르의 개척을 했다는 감상과 존경심이 있었다고. 박정민의 강력 추천과 더불어 드디어 장재현 감독의 출연 제안이 왔을 때 굉장히 기뻤다는 김고은의 진심이다. 


화림은 젊은 여자 무당이다. 이 키워드만으로도 워낙 강렬한 감상이 드는 탓에 배우로서는 주저하거나 고민할 법 한데, 김고은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실제 무속인 선생님들을 틈날 때마다 찾아가서 그들의 일상에 스며들어 시간을 보냈고, 동작들마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면 수시로 물었다.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이 중요했다. 이는 김고은이 겪어본 적도, 감히 지레짐작 할 수도 없는 인물을 탐구하고 알아가며 체화하는 방식이었다. "제가 얼마나 깊게 그분들을 이해할 수 있겠나. 다만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처음에 어떻게 이 길을 가게 됐는지, 선생님들 각각의 에피소드를 들으며 어떤 심정이었을지를 많이 헤아렸고 이를 기반으로 가져가야겠단 생각이었다." 이를테면 제자 봉길(이도현)을 거둔 화림의 마음에서 드러난다. 야구선수를 꿈꾸던 소년이 신병을 앓고 목숨을 잃을 처지에 놓였을 때, 결국 그를 구원하고 제자로 받아들인 서사에는 안타까운 연민을 기반으로 했다. 


젊은 나이에 출중한 실력을 갖춘 무속인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하고 집중해야할지도 연기의 중점이었다. "사람이 가진 아우라나 프로페셔널한 기운은 사소한 것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는 김고은은 아버지 뻘이나 다름없는 풍수사 상덕(최민식)에게 개의치 않고 반존대로 이야기를 한다든지, 굿을 준비할 때 몸을 살짝씩 턴다든지 하는 사소한 디테일을 살리려 했다. 또한 행위를 할 때 무속인들이 하지 않는 행동을 하며 우를 범할까, 촬영장에서도 수시로 선생님들께 영상 통화를 하며 사사로운 것까지 다 여쭸단다. 원혼에 시달리는 아이를 진단할 때 귀에 손을 대고 휘파람을 부는 행동들마저도. 이처럼 세심하고 감성적으로 캐릭터에 녹아든 김고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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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일치 극찬을 이끌어낸 김고은의 대살굿 장면은 그야말로 배우의 압도적인 기세를 내뿜는 신이다. 하지만 김고은은 "초반에 나오는 신이기에 그 장면이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다만 이 인물이 얼마나 프로페셜한지 관객에 믿음을 심어주는 장면이라 여겼기에 이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정말 많은 자료와 영상을 참고하며 공부했다"고 덤덤히 얘기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한국의 굿은 혼을 달래는 것이라고 하더라. 그런 정서를 담으려 했다. 대살굿은 방어의 의미가 있다. 일꾼들을 방어해 주기 위해 대신 살을 치는 굿이라고 생각했기에 실제 무속인 분들도 엄청나게 혼신의 힘을 다해하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도 간이고 쓸개고 다 뺄 만큼 온 힘으로 해야겠단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감독과 최민식을 비롯한 배우들의 찬사에는 "너무 좋게 얘기해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열심히 했다는 의미로 좋게 말씀해 주신 것 같다"며 겸손이다. 


오히려 선배들 덕분에 안정감 있게 연기할 수 있었다며 손사레다. "연기는 늘 어렵다. 하지만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고 탁 맞아들 때의 희열을 느끼면 정말 행복하다. '파묘'에서 그런 순간들이 정말 많았다. 최민식 선배님은 워낙 현장의 기둥처럼 든든히 있어주셨고, 해진 선배님은 정말 제가 욕심 낼 수 없는 저 세상 유머와 위트를 갖고 계셨다. 숨넘어가게 웃었던 순간들이 많고, 조금이라도 선배님의 그런 감각을 뺏어오고 싶단 생각도 있었다. 도현이까지 우리 4인방이 만나면, 너무 자연스럽게 너나 할 것 없이 호흡이 이어지고 대사가 오가면서 마치 합을 맞춘 것처럼 됐다. 정말 재밌었고, 아마 선배님들도 그렇게 느끼셨을 것 같다. 덕분에 저도 에너지를 받고 더 올려서 과감하게 생각하는 대로 이행할 수 있었다." 당시의 기분을 들떠서 설명하는 그의 표정이 참으로 환하고 생생하다. 


매 순간, 기대치를 가뿐히 넘기는 김고은의 확장성이 무시무시하다. "사실 늘 배역을 맡을 때마다 새롭고 어렵다. 더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보다는, 이것을 잘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뿐"이라는 그다. 


김고은에게 '파묘'는 오컬트 장르 영화라고 해도, 결국 사람 사는 것에 대해 다루는 이야기라는 감상이다. "사람이 행한 것을 사람이 달래고,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어떠한 잔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라고. 처음 겪어보는 감개무량한 스코어가 신기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단다. 진정성 있는 이야기와 여기에 온전히 녹아든 배우들의 열연이 관객의 마음을 이끄는 건 당연한 결과다. 

 

사진=BH 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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