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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 보스톤' 임시완의 맑고 지독한 광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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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3-09-2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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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무력한 시대의 울분을 온 힘을 다해 달리며 항거하고 민족의 긍지와 자긍심을 키운 국민 영웅, 모르고 잊힌 역사 속에 잠든 그를 생생한 숨결로 살아 숨 쉬게 한 배우 임시완이다. 


강제규 감독의 신작 '1947 보스톤'은 광복 이후 손기정 감독, 남승룡 코치, 서윤복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우리의 이름으로 국제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금메달을 거머쥐기까지의 험난하고 뜨거웠던 여정을 담은 실화다. 


가엾고 비참한 시대가 가장 큰 허들이자 빌런인 영화에서 불가능한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끝까지 달리는 청년 서윤복의 모습은 뜨거운 감회에 젖게 한다. 실존 인물을 연기한 임시완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번 대본을 받고 서윤복 선수의 이야기를 처음 접했다. 이렇게 의미 있고 대단하신 역사적 인물인데, 왜 더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까. 이번 작품을 통해 손기정 선수뿐만 아니라 남승룡 선수, 서윤복 선수에 대해 많이 알고 자랑스러워해 주셨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임시완은 인물에 대한 역사적인 접근보다 외형적인 모습을 따라가고자 했다. 관객의 믿음을 얻기 위해 불굴의 마라토너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단 판단이었다. "이 작품에 임하기에 앞서 이런 대단한 실존 인물을 제가 분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책임감을 동반하는 작업이 될 것이란 마음가짐을 새겼다. 서윤복 선생님만큼,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국가대표 선수들만큼은 안될지언정, 작품에 임하는 동안은 국가대표의 마음가짐으로 살자고 마음먹었다"는 그는 극한의 체력 조절에 들어갔다. 


작품 선택 후 촬영에 임하기 전 3개월, 촬영 5개월, 총 8개월의 시간을 국가대표 훈련양에 맞먹는 체력단련과 식단 조절을 한 그다. 그 과정을 들어보니 혀를 내두를만큼 독하다. 심지어 잔근육을 더 도드라지게 보이도록 이틀간 물도 끊었을 정도다. "감독님께서도 요구하지 않으셨는데, 제 스스로 만족을 위해 극한까지 해보고 싶었다. 그래도 인생을 살며 한 번쯤은 이렇게 해보고 싶단 생각 때문"이라며 해맑게 웃는 '맑은 눈의 광인'이다. 


"몸을 만드는데 제일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란 그는 "물을 끊었던 순간은 눈 앞이 흐려지고 안 보이는 등 너무 아찔한 경험이었다. 근육에 계속 자극을 줘서 탄탄하게 유지해야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계속 꺼져서 이 텐션을 유지하는 게 달리기보다 더 힘들었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그 결과 체지방률 6%까지 도달했다. 지독한 광기다. "국가대표의 마음가짐으로 작품에 임한 거였는데, 만약 다시 하라 한다면 심도 있는 고민을 할 것 같긴 하다"며 그저 싱긋 웃는다. 


이번 작품 덕분에 실제로 마라톤에 빠지기도 했다. "새로운 공간에 가면 뛰고 싶은 로망이 생기더라. 마라톤이 취미에 맞다"고. 완성된 영화를 볼 때도 마라톤에 심취해 경기 장면은 스스로 찍은 장면임에도 자신이 더 울컥하며 응원하게 되더란다. 그만큼 뜨거운 목표 의식을 담아내려 했다. "그들의 열정과 마음가짐이 얼마나 뜨거웠을까. 이를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췄고, 각 분야의 서윤복 선생님 같은 분들이 일궈낸 결과들이 모여서 지금의 우리가 있겠단 생각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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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하며 감독과 선수로 호흡을 맞춘 하정우에게 영향을 받기도 했다. 임시완은 "제가 연기할 때 하나에 집중해서 몰입하면 시야가 좁아지는 느낌이 많이 든다. 그래서 다시 볼 때 '왜 저렇게 했을까. 다르게 했어도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정우 형은 그런 긴장에 대한 완급 조절을 정말 잘하신다. 그런 모습을 배우려 했다"고 털어놨다.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많단 그는 "원래도 궁금증이 많은데 가뜩이나 좋아하는 연기를 하다보니 더 파고들고 싶고, 저보다 더 뛰어나고 경험이 많은 분들은 어떤 노하우를 갖고 있는지 탐구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그만큼 연기가 좋다는 임시완이다. "왜 좋을까 생각해보면 연기의 과정 자체가 참 숭고한 작업 같다. 제가 혼자 오롯이 고민하고 풀어야 하는 숙제가 있고 이에 대한 답을 내놓는다. 어떤 감정과 과정을 거쳐 이런 공식을 만들었는데 이는 누가 됐던 틀렸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스스로 이런 내면의 세계를 만들고 그 고유영역에서 감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연기의 큰 매력 같다"는 심오한 설명이다. 


이어 "연기자로서 어떤 작품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기에 기회가 왔을 때 이를 잡을 수 있도록 나를 만들어놓자는 생각"이라며 "이제껏 색다른 것들에 도전하는 과정이었고 점차점차 임시완이란 사람의 색깔과 방향성이 정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정해졌다면 더 집중하고 극대화해서 임시완이기에 해낼 수 있는 것들이란 목표를 이루고 싶다"는 포부를 전한다. 


이토록 연기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임시완이다. 그 마음으로 '1947 보스톤'이라는 의미 깊은 레이스를 끝마칠 수 있었다. 그는 "저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자세히 모르지만, 가슴 뭉클함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감독님께 정말 좋은 영화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며 만족과 존경을 표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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