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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2' 방점 찍은 핏빛 액션 카타르시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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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2-06-14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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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가 돌아왔다. 본격적인 세계관 확장에 맞서 스토리의 갑작스러운 증폭이 다소 혼란을 야기하지만, 특유의 미스터리함은 증가되고 독창적인 액션은 더욱 강렬해졌다. 


'마녀 2'는 지난 2018년 한국형 여성 액션의 신기원을 연 '마녀'의 후속작이다. 자윤이 사라진 지 4년, 정체불명의 집단의 무차별 습격으로 마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아크가 초토화된다. 그곳에서 홀로 살아남은 소녀는 생애 처음 세상 밖으로 발을 내딛는다. 이름조차 갖지 못한 '소녀'는 피투성이 차림으로 새하얀 눈밭을 걷는다. 그 자체로 그로테스크한 광경이다. 소녀는 우연히 만난 경희, 대길 남매와 함께 지내며 난생처음 따스한 감각을 느끼게 된다. 


전작에서 자윤이 평범한 고등학생 신분으로 자란 것과는 달리 소녀는 이제 막 아크를 벗어난 설정이다. 소녀는 순수와 무지성을 띤, 마치 백지 같은 존재다. 영화는 그런 소녀와 남매의 교감을 통해 '휴머니즘'을 강조한다. 다소 어색해하면서도 소녀를 마음으로 받아주는 경희와, 딱 그 나이대 또래의 장난기 가득하고 해맑은 소년 대길. 그리고 한적하고 평화로운 목장의 낡은 나무집마저 평온하고 따스하다. 


마트 시식 코너에서 눈을 껌벅이며 '식탐'이란 욕구를 발산하거나, 다락방에서 포근한 잠옷을 보고 멀뚱히 서 있거나, SNS 스타가 되자며 호들갑을 떠는 대길과 지붕 위에서 함께 보는 아름다운 별밤 풍경까지. 신비로운 무표정으로 세상과 온기를 알아가는 소녀의 미묘한 변화가 괜히 더 애틋하고 안쓰러울 정도다. 전작을 통해 이미 이후 벌어질 잔혹한 비극이 예견되는 까닭이다.  


소녀가 이처럼 순수하고 풋풋하게 걸음마 떼듯 세상을 배워가고 익숙해질 무렵, 소녀를 옥죄어오는 무리들의 잔혹함은 대비를 이루며 긴박감을 고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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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망실되자 행방을 쫓는 책임자 장은,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한 영향력을 지닌 백총괄과 날카롭고 적나라한 신경전을 펼친다. 장은 초인간주의자들이 세상을 지배해야 한다는 신념인 반면, 백총괄은 자신이 만들어낸 통제불능의 위협적인 '괴물'들을 비밀리에 제거하는 중이다. 이들의 팽팽한 대립은 조직 내 알력 다툼을 암시하며 세계관의 확장을 엿보게 한다. 또한 이로 인해 백총괄의 지령을 받고 제거에 나선 본사 요원 조현, 상해에서 온 의문의 4인방 등의 새로운 캐릭터를 자연스레 연결하며 그 배후에 놓인 미스터리함을 증폭시킨다. 


여기에 경희의 농장 소유권을 노리는 조직 보스 용두 등,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이들을 자연스레 녹여내지 못하는 산만한 전개와 불친절한 설명, 불필요한 말장난 시퀀스에 굳이 지나치게 비중을 할애하는 지점 등이 어색하게 흐름을 방해한다. 다만, 비로소 네 무리가 한데 모였을 때 벌어지는 본격 액션은 모든 것을 단숨에 상쇄하는 강력한 몰입도와 만족감을 안겨준다. 


전편보다 더욱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기에 야기되는 전개적 산만함을, 몇 배로 확장된 액션으로 제압하는 방식이다. 각 인물의 개성과 성격을 토대로 파생된 액션이 흥미롭다. 소녀의 가늠할 수 없는 파워는 간결하고 정적이면서도 순간적으로 압도적인 파워를 내뿜는다. 본사 요원은 거칠고 파워풀한 동작과 총기 액션을 구사하고, 상해 랩 토우 4인방은 잔혹하고 초인적인 액션을 펼친다. 


특히 제주도의 울창한 숲과 광활한 목장을 가로지르며 펼치는 이들의 액션은 생생한 타격감과 속도감, 극적인 연출의 삼박자를 제대로 보여준다. 기대를 뛰어넘는 스타일리쉬한 액션 쾌감이다. 무엇보다 처음 만난 따뜻한 공간이 외부적인 요소로 파괴되자 폭주하게 되는 소녀의 이중적인 모습을 내포한 것도 인상 깊다. 


'마녀 2'는 아름답고 비극적이다. 따스한 온기에 물들어 감각을 일깨우고 괴로워하는 소녀의 무표정 속 안타깝게 일렁이는 애달픈 눈빛이 퍽 깊은 잔상을 남긴다. 최우수 유전자 조작의 성공으로 완벽한 괴물로 탄생했지만, 누구보다 인간적이고 인간다운 본성을 지닌 소녀의 가엾은 폭주가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전하는 영화다.  


엔딩에 이르러서 등장하는 자윤의 모습과 쿠키 영상에서 예고된 장의 범상찮은 존재감까지 '마녀' 세계관의 무한한 확장을 알린다. 러닝타임 137분.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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