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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우스' 새로운 흡혈 안티 히어로의 탄생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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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2-03-30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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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은 두말할 것도 없고 서사 역시 간결하고 깔끔하다. 군더더기가 없다. 다만 히어로들에게 주어진 숙명과도 같은 깊은 고뇌는 여전하다. 아직 답을 알 수 없는 경계에 선 안티 히어로 '모비우스'(감독 다니엘 에스피노사)의 탄생이다. 


오프닝부터 강렬하다. 깎아지른 듯한 위험한 절벽에 착륙한 헬기. 병색이 완연한 한 남자가 검은 긴 머리와 망토를 두른 채 보조기구에 의지해 걸어 나온다. 어두워지기 전에 이곳을 피해야 한단 이들의 말을 뒤로 하고 그는 이상야릇한 표정을 한 채 칼로 제 손을 벤다. 흡혈 박쥐를 포획하기 위한 의식이다. 수없이 많은 떼의 흡혈 박쥐들이 순식간에 피 냄새를 맡고 흥분해 몰려들며 화면을 가득 채운다. 불길하고 불안하며 불편한 이 짧은 오프닝 시퀀스가 강렬하게 뇌리에 박힌다. 


25년 전 그리스의 한 요양 병원. 희귀 혈액병을 앓는 어린 환우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마이클은 새로 온 옆 병상 환우에게도 시니컬하기만하다. 이곳은 죽음의 색이 만연한 곳이다. 제대로 거동하긴 커녕 살기 위해 하루에 세 번 수혈을 반드시 해야만 하고, 이마저도 목숨을 보장하진 못한다. 마이클은 주변의 동정심 어린 시선, 혹은 또래 아이들의 멸시와 조롱에는 이미 익숙하다. 곧 다가올 죽음을 알며 사는 의미 없는 하루 속에 공포와 두려움마저 퇴색되어버린 탓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마일로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주었고, 마일로의 존재로 인해 마이클은 제가 가진 천재적인 능력을 알게 됐다. 꿈조차 사치라고 생각했던 이 가엾은 어린 소년들은 처음으로 꿈을 꾸고 한낱 같은 희망을 엿본다. 마이클은 약속한다. 반드시 치료제를 개발하겠다고. 다수에 맞서는 소수가 되자는 희망을 꿈꾼 소년들이 안쓰럽고 기특하다. 


마이클이자 모비우스, 그리고 그의 영원한 친구 마일로. 이들 캐릭터의 전사 역시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그려지지만 세상에 둘 밖에 의지할 곳 없고 공감할 데 없던 이들의 관계와 각자의 서사는 충분한 당위를 갖는다. 


현재 저명한 의학 박사가 된 모비우스와 그에게 막대한 돈을 아낌없이 후원하는 마일로의 모습은 자연스럽고 깊은 이들의 오랜 우정을 보여준다. 인공 혈액을 개발하고 수많은 인류를 구해 노벨상을 수상함에도 "실패한 연구에 상을 받을 순 없다"고 거부하는 모비우스의 모습에서 어린 시절부터 탑재된 시니컬함이 묻어나는 건 어쩐지 친근할 정도다.  


생명이 꺼져가는 모비우스가 사활을 건 마지막 실험은 인간과 흡혈 박쥐 DNA의 결합이다. 모비우스의 곁에서 그를 지지하고 존경하며 애정하는 박사 마틴은 이 비윤리적인 실험에 반대하지만, 인간으로서 그리고 연인으로서 염원과 애정 탓에 결국 헌신적으로 그를 돕는다. 거듭된 실패 속에 비로소 DNA 결합에 성공했고 믿기 어려운 초인적인 힘을 갖게 됐지만, 피를 마시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괴물이 된 모비우스는 무의식 중에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마일로에게 이 같은 저주를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마일로는 그토록 갈망하던 강인한 생명에 강하게 매료돼 스스로 괴물이 됐다. 


괴물이 된 두 사람,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대결. '모비우스'의 서사는 이처럼 간결하다. 두 사람 모두 잘못된 욕망의 발현이 절실한 생존 의지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가엾고 딱하다. 하지만 이처럼 경계에 섰을 때 잘못을 바로잡는 법에서 궤를 달리하며 확실한 메시지를 전한다. 


박쥐의 특성을 활용한 동물적인 액션은 단연 볼거리다. 이를 시각적으로 컬러풀하게 표현해낸 점도 휘황찬란하게 시선을 잡아끈다. 흡혈 괴물 본연의 모습으로 시시각각 혐오스럽게 변화하는 비주얼 또한 긴장감을 놓치 못하게 하며 경계에 선 모비우스의 심리를 꾸준히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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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우스는 그저 세상을 정복하고 파괴하려는 빌런이 아니라, 자신과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시도를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이타적인 캐릭터다. 특히 희귀 혈액 질환으로 고통받는 삶이 무엇인지를 알고, 같은 질환을 앓는 이들을 구원하고자 하는 내면의 다정함과 인류애, 그리고 지적 능력까지 갖춘 인물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스스로 괴물이 됐고 치명적인 대가를 치르게 된 셈이다. 모든 것을 잃고 자신마저 파괴된 인물의 가엾고 강렬한 서사로 확실하게 포문을 연 모비우스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종잡을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호기심과 불안감을 자아내는 안티 히어로임엔 틀림없다. 


특히 원작 코믹스에서 스파이더맨의 적수로 등장한 마이클 모비우스 박사를 토대로 한 인물인 만큼, 쿠키 영상에서도 스파이더맨 시리즈와의 연결고리가 계속해서 암시된다. 내면의 인간성을 유지할 것인지, 통제 불가한 야수 본능을 일깨워 잔혹한 괴물이 될 것인지는 다음 이야기로 떠넘긴 모양새다. 분명 기대감이 작용하는 요소이긴 하나,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불분명함에 있어 아쉬움도 기인하는 스토리다. 


DC에서 가장 매력적인 조커를 연기한 자레드 레토는 마블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떨친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파리한 얼굴과 마른 몸매, 축 처진 장발 머리의 초라하고 가엾은 몰골부터, 괴물로 변모한 원초적인 야수의 모습까지 능수능란하게 오간다. 이마저도 섹시할 정도다. 어린 시절부터 모비우스와 함께 희귀 혈액 질환이라는 고통을 공유하며 살아온 마일로 역의 맷 스미스 또한 절친한 친구에 대한 깊은 우정과 질투, 욕망과 후회까지 다양한 감정을 오가며 동정심과 공포심을 유발한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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