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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데이즈' 가장 보통의 존재로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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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4-02-0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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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고 특별할 것 없지만, 가장 보통의 존재로 전하는 삶의 이야기가 정겹고 소담하다. 영화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다. 


깔끔하고 까칠한 성격의 싱글남 민상(유해진)은 '영끌'까지 모아 산 건물을 개똥밭으로 만드는 세입자 수의사 진영(김서형)과 매일같이 전쟁 중이다. 오늘도 상쾌한 출근길에 개똥을 밟고 기분이 잡쳐 동물병원에 찾아가 한바탕 하는 길이다. 이에 '갑질'이라며 반박하는 진영. 병원에서 자고 먹는지 늘 동물 털을 달고 사는 지저분한 옷차림에 냄새까지, 민상이 딱 질색하는 유형이다. 하루빨리 내쫓아야지 싶을 따름이다. 


세계적인 건축가로 여전히 명성이 드높고 모두의 존경을 받지만, 사람들과의 식사 자리도 에너지 낭비요, 시간 낭비라 여기는 노년의 여인 민서(윤여정)는 오늘도 넓고 좋은 집에서 쓸쓸히 홀로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다. 이민 간 아들과 형식적인 통화 후 더 큰 쓸쓸함이 감돈다. 그 곁을 지키는 건 강아지 완다 뿐. MZ세대 배달 라이더 진우(탕준상)는 "못생겼지만 귀엽네요"란 칭찬 아닌 칭찬으로 민서의 심기를 거슬러 받을 팁도 도로 뺏겼다. 


모든 게 완벽하고 이상적인 부부로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부부 선용(정성화)과 정아(김윤진)는 신생아 입양 실패로 슬퍼하던 중, 우연히 눈에 밟힌 예쁘고 의젓한 아이 지유(윤채나)를 가슴에 품고 초보 부모가 된다.  


선용의 조카이자 밴드 생활 중인 현(이현우)은 갑자기 떠난 여자 친구의 대형 반려견 스팅을 떠맡게 되고, 전남친 다니엘(다니엘 헤니)이 찾아와 스팅의 '대디'라 자처하니 기막힐 따름이다.  


이처럼 반려견을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이 각각의 에피소드를 펼치며 예기치 못한 인연을 맺게 되고, 이로 인해 새로운 관계와 변화를 맞는 이야기를 그린 '도그데이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모습의 사람들, 소담한 일상의 풍경들은 현실감을 더한다. 많은 등장인물과 에피소드, 게다가 사람만큼 각기 다른 개성과 매력을 지닌 반려견들이 가득 등장함에도 제법 매끄럽고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스토리가 꽤 솜씨 있다. 모자람과 지나침 없이 두루두루 인물과 강아지를 살피는 듯한 따스한 연출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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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배우들의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 또한 즐거운 볼거리다. 예를 들어 김서형은 진심으로 동물들을 돌보는 수의사 진영 역으로 따스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선보이는데, 이 와중에 '진심'이 때론 과해 밥먹다가도 유기견을 보며 소리를 지르고 뛰쳐나가 '돌아이 아냐??'란 상대의 당황스러움을 이끌어낸다. 그와 호흡을 맞춘 민상 역의 유해진은 빠른 처체술이 생명인 40대 직장인의 리얼한 모습부터 '갓물주의 갑질', 자신의 계획과 예상에서 벗어나는 일이 벌어지면 한껏 예민해지는 '까칠미'까지. 지극히 평범한 캐릭터를 리얼하고 섬세한 표현으로 생생하게 살아 숨 쉬게 한다. 두 배우 특유의 연기력 덕분에 뻔한 커플 전개에도 예측할 수 없는 호흡과 '로맨스 케미'를 선사하며 의외의 설렘과 재미를 더한다. 


엄청난 세대 차이를 뛰어넘고 은근히 설레고 애틋한 '케미'를 선사하는 윤여정과 탕준상 역시 두말할 것 없다. 까칠한 부잣집 할머니(?)와 MZ 배달부 소년이 서로 얽혀드는 과정이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특히 소년이 건넨 "라면 먹고 갈래요?"란 대사에 담긴 따스한 정과 더불어, 좁고 숨막히는 고시원 공간에서 그래도 꿈을 잃지 않는 소년을 말없이 바라보는 건축가 할머니의 연민과 대견함이 섞인 눈빛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찐 어른'이 무심하게 툭툭 내뱉는 말들에 담긴 인생의 소중한 명언들이 윤여정의 연기톤과 만나 더욱 깊게 와닿는다. 


이처럼 배우들의 면면을 익숙한 듯 새롭게 찾아낸 감독의 시선이다. '도그데이즈'로 첫 연출을 맡은 김덕민 감독은 한결같이 따스하고 소소한 위트를 놓지 않는다. 영화 후반부 제작사 JK필름 특유의 감정 과잉 현상이 밀어닥칠때도(?) 이번엔 자연스럽게 감정에 동조하게 되는데, 이 같은 세세한 연출과 정성으로 쌓은 서사가 충분히 보편적인 공감과 정서를 자극한 탓이다. 


특별할 것 없어도, 감성을 자극하는 사람 사는 이야기.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정겹고 소담한 이야기가 괜시리 반갑고 기분 좋은 '도그데이즈'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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