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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에세이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 영화 관통하는 세가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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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1-10-25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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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에세이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감독 신동민)에는 영화를 관통하는 세 개의 키워드가 등장한다. 


지난해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대상을 수상하며 새로운 작가주의 예술영화 감독의 등장을 알린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는 때로는 지긋하고 때로는 애틋한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를 통해 따로 또 같이 사는 우리 시대 가족의 초상을 내밀하게 담은 작품이다. 감독의 실제 어머니이자 본인 역할을 맡아 자연스러우면서도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는 김혜정 배우와 연극무대에서 스크린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신예 신정웅 배우의 신선한 캐스팅이 돋보이며 4:3의 화면비와 고정된 촬영으로 안정감을 주는 연출은 마치 소중한 가족사진을 보는 듯한 아날로그 감성으로 다가온다. 92년생 신동민 감독이 MZ세대의 시선으로 가족이라는 주제에 대한 내밀한 고민을 절제된 감정과 사려 깊은 연출을 통해 풀어낸다. 영화를 관통하는 세 개의 키워드도 흥미롭다. 


첫 번째는 전화다. 영화를 구성하는 3부의 이야기에는 모두 엄마 혜정이 아들 동민에게 거는 전화가 있다. 1부 '군산행'에서 동민은 혼자 사는 엄마 혜정이 보일러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며 집으로 와달라는 전화에 군산에 있는 엄마의 집으로 향한다. 2부 '태평 산부인과'에서는 동민이 술에 취한 혜정의 전화를 받고 데리러 가기 위해 술집으로 향한다. 3부 '희망을 찾아서'의 마지막에 암 재발 의심 진단을 받은 혜정은 보호자가 필요하다며 동민에게 전화를 건다. 영화의 시작과 끝이 혜정의 전화로 이어져있다. 특히 1부는 혜정의 전화를 받고 엄마에게 향하는 아들 동민의 모습이, 3부는 아들에게 전화를 거는 엄마 혜정의 모습이 나오며 순환과 반복의 이미지가 깊은 여운을 전한다. 동민과 혜정의 모습은 엄마의 전화를 귀찮게 느끼고 무뚝뚝하게 대답하는 보통의 아들과 엄마 사이처럼 보인다. 하지만 엄마에게 무심한 듯 보여도 보일러를 봐주러 군산까지 내려오거나 술에 취한 엄마를 데리러 간다. 전화로 아들을 호출하는 일이 엄마와 아들 사이의 애틋한 진심을 확인하는 일처럼 느껴져 공감을 더한다. 


두 번째 키워드 바람은 여러 의미를 내포한다. 우선 노래 '안개'의 가사에서 따온 영화 제목인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에 바람(wind)이 등장한다. 여기서의 바람은 혜정과 동민은 물론 관객들에게도 불어올 가족을 향한 애틋한 마음의 바람이다. 


동민의 아버지는 어머니를 두고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난다. 하지만 혜정은 바람난 남편이 돌아온다면 다시 받아줄 마음을 갖고 있고 동민은 그런 엄마가 애틋하다. 여기서 아버지의 바람(cheat)은 동민의 아픈 기억이다. 


그리고 영화에서 혜정과 동민 모두 소원을 비는 장면이 등장한다. 혜정은 노래방에 걸려있는 달마도에 기도를 하고, 근처의 절에 가서도 기왓장에 아들 동민과 동생 상돈의 이름을 적으며 기도를 올린다. 동민 역시 절의 석탑 위에 작은 돌을 하나 올리며 소원을 빈다. 자신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평안하기를 바라는 소박한 바람(wish)이 담긴 행동들이다.


세 번째 키워드는 노래다. 영화에는 혜정이 부르는 두 곡의 노래가 등장한다. 1부에서 혜정은 영화 제목의 바탕이 되기도 한 '안개'를 부른다. '안개'는 수많은 명곡을 부른 가수 정훈희의 데뷔곡으로 역시 전설적인 작곡가인 이봉조가 참여했다. 노래는 '나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거리'라는 가사로 시작해서 '안개 속에 눈을 떠라 눈물을 감추어라'로 끝난다. 마치 혜정이 안개가 낀 듯 고단한 삶 속에서도 씩씩하게 지내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 같다. 


2부에서 혜정은 '님은 먼 곳에'를 부르며 떠나간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다. '님은 먼 곳에'는 20세기를 대표한 가수 김추자의 불후의 명곡으로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이 작곡했다. 영화는 실제 감독의 어머니 김혜정 배우가 즐겨 부르던 두 노래를 극 중에서도 부르는 모습을 담았다. 대중에게 친숙한 노래를 들려줌으로써 관객들이 혜정의 상황과 감정에 몰입하게끔 유도한다. 노랫말과 멜로디에 담긴 한국적 정서가 보편적인 공감을 부르는 힘이다. 그렇기에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엄마 혜정의 노래를 통해서 교감하는 아들 동민을 확인할 수 있다. 10월 28일 개봉.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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