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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건네지 못한 추모의 꽃 '기억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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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0-03-04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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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억의전쟁 포스터

베트남 전쟁 참전 군인의 손녀가 50년을 건너 전하는 그날의 이야기, 할아버지가 전하지 못한 추모를 대신 전하는 한 편의 영화가 있다. 


영화 '기억의 전쟁'은 베트남 전쟁 참전 군인의 손녀인 이길보라 감독이 할아버지의 침묵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찾아간 베트남에서 듣게 된 50여 년 전 그날의 기억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앞서 청각장애를 가진 엄마, 아빠로부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인으로 태어나 손말을 먼저 배우며 자란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아낸 데뷔작 '반짝이는 박수 소리'로 평단을 사로잡은 이길보라 감독이다. 


여성 감독의 시선으로 베트남 전쟁 당시 일어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담아낸 '기억의 전쟁'은 기록되지 못한 역사를 바라보는 섬세한 시각이 담겼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화려한 휴양도시 베트남 다낭에서 20분이면 닿는 마을, 그 곳엔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로 온 마을 사람들이 한날한시에 죽은 퐁니·퐁넛 마을의 풍경은 5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전쟁의 흔적이 가득하다. 그때의 기억을 회상하는 생존자들은 끔찍한 트라우마로 평생을 고통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 참전 군인들이 시위하는 장면과 겹쳐지며 같은 사건, 다른 기억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를 통해 커다란 전쟁의 비극 앞에 우리는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이길보라 감독은 "월남전 참전 군인이었던 할아버지는 늘 스스로를 참전 용사라고 부르셨다. 시간이 흘러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어쩌면 우리 할아버지도 그곳에 계셨던 게 아닐까'란 의문이 들어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영화는 이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함이 아닌,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란 질문을 갖고 여러 주체의 모습을 담아낸다. 


할아버지가 미처 전하지 못한 추모의 꽃을 50여 년의 시간을 건너 손녀의 이름으로, 나아가 희생자들에 대한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는 '기억의 전쟁'. 메인 포스터 역시 영화의 묵직한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담아냈다. 생존자 탄 아주머니의 슬픈 표정 뒤로 펼쳐진 수많은 무덤, 그리고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한국군 군복 문양과 8개 부대의 마크가 어우러지며 베트남 전쟁의 숨겨진 이야기가 무엇인지 암시한다. 무엇보다 강렬한 이미지 위로 나란히 놓인 국화꽃은 이제라도 추모의 인사를 마음 깊이 건네고자 하는 마음이 담겼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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