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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디테일로 완성된 '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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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0-03-0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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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스틸

숨은 디테일이 완성한 영화 '기생충'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살펴보자. 


기존 장르의 틀에 갇히지 않은 새로운 이야기로 인간애와 유머, 서스펜스를 넘나드는 복합적인 재미를 선사하며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은 '기생충'(감독 봉준호).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되는 두 가족의 걷잡을 수 없는 만남을 그린 이야기이다.


'기생충'에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첫 번째 명장면은 유독 젊은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내고 있는 전원백수 가족의 장남 기우(최우식)의 장면이다. 가족의 고정수입을 위해 글로벌 IT기업의 박사장(이선균)네 고액 과외 면접을 보러 간 기우는 연교(조여정)에게 참관 수업 제안을 받게 된다. 어떻게 수업이 진행될지 흥미로운 가운데 기우는 “실전은 기세야 기세!”라는 박력 넘치는 말로 연교와 다혜(정지소)의 마음을 단 번에 사로잡는다. 이 대사는 네 번의 대입 실패 후 백수로 살아가고 있지만, 삶에 대한 노력과 희망을 잃지 않는 기우의 성격을 온전히 드러내는 대사이자, 녹록지 않은 오늘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대사로 깊은 인상을 준다.


'기생충'의 두 번째 명장면은 전원백수 가족 기택(송강호)네가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다. 먼저 고정수입 없이 생활고 속에서 살아갈 때 기택네 가족은 조촐한 안주와 함께 발포주를 마신다. 그러나 전원백수 가족에게 고정수입이 생겨난 이후에는 소고기와 함께 수입맥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는 소품을 통해 가족의 삶의 질을 느끼게 하는 대표적인 예로, 기택네의 삶의 수준이 서서히 좋아지고 있음을 단번에 느낄 수 있게 한다. 특히 모든 가족들이 수입 맥주를 먹고 있는 와중에도 예전에 먹다 남은 발포주를 먹고 있는 충숙(장혜진)의 모습은 관객들에게는 소소한 웃음을 안겨줄 수 있는 장면이자, 봉준호 감독의 세세한 관찰력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글로벌 IT기업의 CEO 박사장의 아내인 연교는 바쁜 남편을 대신에 아이들 교육과 고용인 채용 등 가정일을 전적으로 맡아 책임지고 있다. 그는 이 일들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워낙 심플하고 순진한 성격이기에 아는 사람을 통한 연결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믿는 사람 소개로 연결, 연결. 이게 최고인 것 같아. 일종의 뭐랄까 믿음의 벨트?”라는 대사와 함께 약 8분 동안 연교가 고용인을 채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봉준호 감독과 정재일 음악감독이 영화 속에서 가장 공을 들인 장면 중 하나로 꼽는다.


화려한 오케스트라 음악과 롱테이크, 몽타주 등 빠른 화면 전환이 완벽히 어우러진 이 장면은 마치 공연의 1부 피날레처럼 느끼기에 충분하다. 정재일 음악감독이 “'기생충'에서 오프닝 곡만큼 힘들었던 곡은 '믿음의 벨트'다. 한 곡이 8분짜리 시퀀스를 꽉 채워야 했고, 음악이 연기를 하고, 인물이 배경에서 각자 할 일을 하는듯한 느낌을 주고 싶어 많은 공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힌 만큼 예측불허의 전개와 어우러지는 완벽한 음악은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명장면으로 탄생했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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