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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사진 한 장만 남긴 채 40년간 은폐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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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0-07-17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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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사진 한 장만 남긴 채 40년 간 은폐된 진실, 사라진 4시간 속 키워드를 살핀다. 


영화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감독 이조훈)은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비밀리에 제작·유통된 항쟁 당시의 영상 기록물 이른바 광주비디오의 탄생과 40년이 지난 지금도 미지로 남아있는 1980년 5월 21일 전남도청 앞 집단 발포 4시간을 추적하는 작품이다.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은 민주시민들의 빛나는 유산인 광주비디오의 탄생 과정과 숨은 면면을 처음으로 스크린에 담아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나아가 40여 년간 은폐된 진실을 정면 조준한다. 광주비디오를 비롯해 1980년대 광주를 세상에 알린 수많은 사진과 영상 기록들이 존재하지만, 1980년 5월 21일 전남도청 앞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4시간 동안 벌어졌던 집단 발포의 기록만이 흑백사진 한 장만을 남긴 채 40년째 종적을 감췄다. 


사라진 4시간을 추적하는 첫 번째 키워드는 기자다. 당시 삼엄한 감시를 뚫고 광주를 찾은 국내외 기자들이 존재했고, 1980년 5월 21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경택(당시 전남매일 사진기자)은 집단 발포 이후 상황을 담은 유일한 흑백사진을 촬영자다. 사건 발생 시간 전일빌딩 위에 올라 촬영하던 때, 자신의 전방에 비디오로 현장을 촬영하는 누군가가 존재했다고 확언한다. 김창훈(당시 TBC 기자)은 헬기가 선회하고 무차별적인 공격이 난무하는 현장에서 대부분의 기자들과 함께 철수를 결정했지만, 총소리가 나는 와중에도 무의식적으로 사진과 영상 기록을 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그 날의 필름은 존재하지 않는다. 당시 필름은 직접 현상할 수 없었고, 서울로 보낸 후 서울시청의 보안사에서 검열을 거친 후에야 현상본을 받을 수 있었다. 


두 번째 키워드는 제보다. 박지원 전 국회의원은 기무사에서 촬영한 광주비디오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국방부에서는 이 비디오가 5·18 청문회와 KBS 뉴스 보도용이며 현재는 거의 마멸된 상태라는 회신을 받았다. 국방부의 답변에도 여전히 의문점은 가려지지 않는다. 김태종(5·18민주화운동 기록관 전 연구실장) 역시 당일 오전까지의 기록도 존재하지만, 1시부터 5시까지의 기록만 사라진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세 번째 키워드는 뒷모습이다. 21일 당시 비디오를 보면, 오후 1시에 시작된 집단 발포 직전까지 계엄군의 등 뒤에서 찍은 화면이 존재한다. 이 화면은 이미 세간에 공개된 바 있다. 그 이후의 화면은 발포 후 버스에 찍힌 총탄의 자국뿐, 계엄군의 발포 아래 아스팔트에 널브러졌던 수많은 사상자들의 시간은 4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가려져 있다. 


마지막 키워드는 군인이다. 테리 앤더슨(당시 AP통신 기자)은 사건 당일 수상초등학교 쪽에서 도청을 향해 촬영하는 것을 보았다는 증언과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언론인으로 시민들 사이 위장 침투했던 일을 밝히며 군 측 촬영본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나경택 기자 역시 당시 전문적인 카메라는 아니었지만 시민군을 가장해 군인들이 작은 똑딱이 카메라로 현장을 촬영했다고 증언한다.


이조훈 감독은 “30년 만에 발견된 5·18 민주화운동 필름은 당시 공수부대원이 보관하고 있다가 수집상에게 몰래 팔았던 필름이 기록관까지 들어오게 된 것이다.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을 관람하고 이들이 양심선언을 해주기를 바란다”는 말로 당시 현장에 있었던 기록자들에게 진실 규명을 위한 제보를 부탁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감독의 끈질긴 추적과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의 관객들, 당시 사건을 기록했던 이들로 하여금 사라진 4시간의 진실을 덮은 장막을 걷어내고 진실을 규명, 책임자들을 처벌하는 도화선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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