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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에서 주류로, 진화된 좀비 공포물 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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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0-04-1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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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과 진화를 거듭한 좀비 공포물 계보를 살펴보자. 


좀비의 근원은 카브리 해 지역에서 성행했던 부두교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좀비라는 소재가 영화에 차용되기 시작한 것은빅터 핼퍼린 감독의 1932년작 '화이트 좀비 (White Zonbie)'부터다. 이 영화는 프롤로그 장르로서의 가치는 충분했지만 좀비의 무한 잠재력을 영화 속에 담아내는 데는 확실히 실패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부두교 주술에 의해 살아난 좀비들을 오로지 노예로만 표현하고 있어 액티브한 공포를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좀비들의 반란 (Revolt of the Zombies)'(1936),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 (I walked with a Zombie)'(1943) 등의 좀비 공포물이 연이어 소개되었지만 주류에 편입되는 데는 실패했다. 


이러한 무기력한 좀비들에게 강도 높은 공격성을 주입해 노예에서 해방시킨 이가 바로 좀비영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지 A. 로메로다. 그는 1968년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라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이고 충격적인 좀비 공포물 하나로 일약 거장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데, 초저예산으로 제작된 이 처녀작의 놀라운 흥행성공에 힘입어 1편의 10배에 달하는 제작비로 10년 만에 공개한 영화 '시체들의 새벽'은 스케일과 완성도 등 모든 면에서 1편을 압도하며 좀비 공포물의 클래식이자 교과서와 같은 작품으로 현재까지도 인정을 받고 있다. 이후 1985년 '시체들의 날'까지 좀비 3부작을 통해 그가 완성시킨 좀비 레퍼런스는 명불허전의 참고서가 되어 많은 영화와 감독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로써 좀비 공포물은 조지 A. 로메로의 영화를 기점으로 부두 좀비와 로메로 좀비라는 서브 장르가 구분되고 확립된다. 


특히 조지 A. 로메로의 좀비 영화들이 관객들은 물론 평단까지 사로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영화 속에 빼곡히 채워 넣은 그의 은유적인 사회 비판 시선 때문이다. 인종과 중산층 붕괴에 관한 사회적 문제, 미국 자본주의의 무분별한 소비문화에 대한 날선 비판 등을 좀비물에 접목시켜 새로운 장르의 개념을 정립시킴과 동시에 할리우드 비주류 영화계의 흐름을 뒤바꿔놓는 계기가 된 셈이다. 


이는 비단 할리우드에서만 머물지 않았다. 영화 '시체들의 새벽'의 기획과 음악을 담당했던 다리오 아르젠토의 영향으로 이탈리아로 건너간 좀비들은 한동안 이탈리아 영화계를 뒤흔들 정도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데, 1978년 '시체들의 새벽'이 이탈리아에서 '좀비 (Zombi))'라는 제명으로 공개된 이후마카로니 웨스턴장르의 기대주였던 루시오 풀치 감독은 1979년 '좀비 2: 시체들의 섬 (Zombi 2)'을 연출하게 되고 이는 미국에 역수출되는 기현상까지 발생하게 된다. 이후 루시오 풀치는 '비욘드 (Beyond)', '좀비 3 (Zombi 3)' 등의 공포영화만을 전문적으로 연출하는 장르 감독으로 전향하게 된다.


로메로 좀비가 이탈리아 좀비 공포물의 역습으로 정처 없이 방황하고 있을 무렵 좀비 공포물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한 작품이 2002년 영국에서 등장한다. 분노 바이러스가 세상을 지배한 좀비 묵시록을 대단히 생동감 있게 그려낸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는 '바탈리언 (The Return of the Living Dead)' 시리즈와 '데몬스 (Demons)' 시리즈 등에서 이미 선보였던 뛰는 좀비를 등장시켜 공포를 업그레이드하는데 성공했고 철학적인 주제의식까지 더해 영화의 완성도와 질을 크게 끌어올리며 관객과 평단을 모두 사로 잡은 바 있다. 


이 영화로 인해 로메로 좀비는 2000년대에 안정적으로 안착하면서 '나는 전설이다'(2007), '월드 워 Z'(2013) 등의 블록버스터급 좀비 공포물의 탄생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된다. 국내에도 2016년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을 필두로 최근 전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는 드라마 '킹덤'과 올 여름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반도'에 이르기까지 좀비를 소재로 한 작품들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국내에서 비주류에 가까운 좀비 장르를 성공시킨 국내 최초 블록버스터 좀비 영화 '부산행' 역시 열차라는 제한적 공간에서 인간이 좀비와 벌이는 치열한 생존 과정을 그렸지만, 그 이면엔 무능하고 비열한 정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더불어 우리 사회의 계층 분리 등 사회적 특성이 강하게 드러나 있어 많은 관객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냈다. 특히 '부산행'에서 이어지는 연상호 감독의 신작 '반도'는 더욱 확장된 세계관과 액션을 예고하며 글로벌한 기대를 입증하고 있다. 


김은희 작가가 극본을 맡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은 죽었던 왕이 되살아나자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가 향한 조선의 끝에서 굶주림으로 괴물이 되어버린 이들의 비밀을 파헤치며 시작되는 궁궐 좀비물이다. 한국 사극의 관습을 파괴하며 정치적 음모를 좀비물로 풀어내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단순히 되살아난 시체들로 그쳤던 좀비물은 이처럼 세대를 거듭하며 진화해 거대한 주류 세계로 편입하며 굳건한 관객층을 형성한지 오래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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