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 류준열, 게으른 배우의 속내 [인터뷰]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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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류준열, 게으른 배우의 속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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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2-11-2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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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jpg

소현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유일한 맹인 침술사. 이 아이러니한 설정은 반전을 거듭하며 치밀하고 소름 끼치는 서스펜스를 유발한다. 그 중심에는 배우 류준열이 있다. 


절더러 게으른 배우라는 류준열이 영화 '올빼미'(감독 안태진) 속 맹인 침술사 경수 역할을 맡은 것은 특별한 선택이었다. "원래 짧은 시나리오를 좋아한다. 짧은 대본이 주는 첫인상이 있다. '올빼미'는 재밌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의 몰입감이 잘 살아 있어 박진감이 넘쳤다"는 그는 '맹인'이자 '주맹증'이란 핸디캡을 가진 경수 역할을 맡기 위해 저 스스로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을 알았다. 기존에 가던 길, 배우로서는 무난한 역할을 선호하는 '게으른' 이에게 딱 봐도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부지런을 떨기로 마음먹었다. 그만큼 역할과 작품에 끌린 탓이다. 


어둠 속에서만 희미하게 볼 수 있는 맹인 침술사는 뛰어난 침술 실력을 인정받아 궁에 들어갔지만, 어느 밤 소현세자의 죽음을 목격한다. 진실을 알리려는 찰나 더 큰 비밀과 음모가 드러나고 제 목숨까지 위태로워진다. 영화 '올빼미'는 역사적 개연성과 상상력의 조합이 절묘한 어울림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특히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인물이 바로 낮에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밤에만 희미하게 볼 수 있는 '맹인 침술사'라는 설정이다. 


생소한 '주맹증' 증상에 대해 류준열은 고민했다. '밝은 곳에서의 시력이 어두운 곳에서보다 떨어지는 증상.' 제일 먼저 검색을 했더니 실제 있는 증상이었다. 그때 든 생각이 "아 있구나. 그럼 해도 되겠다"였다고. "완벽한 리얼리티를 고집하진 않지만, 너무 없는 이야기,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굉장히 심플한 설명이 있는 걸 보고 '그럼 괜찮겠다' 싶었다"는 류준열이다. 


이후 실제 주맹증 증상을 겪는 이들을 만나봤고 맹인들과의 만남도 가졌다. 사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뛰어다니는 경수 행동을 보며 잘못된 게 아닌가(?) 의구심도 들었단다. "어색했다. 시나리오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실제 그분들을 만나보니 제가 편견을 갖고 있더라." 그가 말하길 맹인 학교에 '뛰지 마세요'란 팻말이 붙어 있다. 익숙한 곳에선 그들도 마음껏 뛰어다니고, 밥을 먹을 때도 아주 능숙하다. 제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이는 류준열에게 확신을 주는 순간이기도 했다. 관객을 설득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배우로서 시각을 배제한 채 연기한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오히려 관객을 설득시키며 테크닉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또다른 재미가 있을 거라 여겼다. "모르실 수도 있겠지만 제가 눈으로 많은 이야기를 표현하는 사람"이라는 너스레도 곁들인다. 눈에 감정을 담지 않고도 다른 감각들을 표현해 연기하는 경험은 그에게도 색다른 것이었다. "저는 메소드 배우도 아니고 절대 할 줄도 모르지만, 배역의 생활화는 하려고 노력한다"는 그는 맹인 역할에 몰입하느라 촬영이 끝난 뒤에도 초점이 안 잡혀 병원을 가기도 했다는 일화를 털어놨다. 절더러 게으르다 자평하지만, 류준열은 이처럼 꽤 열심이고 진심이다. 

 

류준열 스틸.jpg


무엇보다 경수가 하는 결정적 행동들에 그 역시도 공감하고 감화됐다. "경수는 핸디캡을 가진 평민이다. 일반 소시민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못 본 척, 못 들은 척 하며 살고 싶은 사람이다. 또 눈을 크게 뜨고 봤다고 외쳐도 극적으로 바뀌는 세상도 아니다. 그게 중요하다 그렇지만 절대 권력을 가진 이들의 모습도 자신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걸 느꼈을 것 같다. 이런 이야기가 전반적으로 깔린 것이 오락 영화지만 메시지가 있어 좋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예상을 벗어나는 것들을 즐겨하지 않고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다. 극 중 '사람들은 소경이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란 대사가 너무 와닿았다. 저 또한 보통 알아도 모른 척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게 인생관 중 하나다. 누가 무슨 얘기를 할 때 제가 그것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심지어 그 현장에 있었음에도 그냥 입 다물고 있는 게 결과가 좋았다. 모른 척할 수 있고 절제할 수 있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정작 중요한 상황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 진짜 용기란 생각이 들었다." 


침묵하고 외면할 수 있음에도 결국 그러지 못한 경수의 행동을 류준열은 "인간이 그래서 인간이다"라고 표현했다. "궁 밖을 빠져 나갈 수 있음에도 결국 다시 돌아가는 인물의 모습을 잘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인간됨을 표현하려 애썼고 그런 감정 변화야말로 개연성이라고 생각했다"는 설명이다. 


류준열은 배우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 되어야 한다는 지론을 늘 새기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여러가지 편견이 깨지는 순간들을 느꼈다. 세상을 극적으로 바꿀 수 없어도 작은 목소리의 힘과 용기를 헤아렸다. "우리가 돈을 버는 게 이 직업의 이유가 되어선 안 된다고 배웠다. 배우가 갖고 있는 사회적 가치,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시대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란 류준열의 견해가 바람직하다. 

 

사진=NEW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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