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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선언' 이병헌, 마음이 이끌린 순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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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2-07-30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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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병헌은 마음이 움직이는 이야기 속에 빠져들고 싶다. 늘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마음으로 연기하는 덕분에  매번 탁월한 연기력에 대한 찬사가 따라오는 것일 테다. 


아토피로 고생 중인 딸의 치료를 위해 비행 공포증을 딛고 하와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 탑승 전부터 딸과 자신의 주변을 꺼림칙하게 맴돌던 의문의 남성이 같은 비행기에 탄 사실을 알고 의심과 불안에 빠진다. 그리고 닥친 재난 상황, 놈이 범인임을 직감한다. 혼란의 비행기 안에서 공포감과 공황, 하지만 딸을 지켜야 하는 아빠이자 승객들을 구출해내고 싶다는 의무감까지. 그는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지 점점 깨닫는다. 


이병헌은 한재림 감독의 항공 재난 영화 '비상선언'에서 평범한 아빠 재혁으로 분했다. 실제 20대 때 비행기에서 처음 공황장애 증상이 발현돼 이후 가끔씩 과호흡이 와서 늘 비상약을 갖고 다닌다는 그가 비행 공포증으로 공황 상태에 놓인 인물 설정을 연기한다니 공교롭기도 하다. 이병헌은 "캐릭터로 연기하고 카메라 앞에 있을땐 괜찮다. 가끔 저로서 그럴 때가 있다"며 안심시킨다. 대형 비행기 세트에서 실제를 방불케 할 만큼의 촬영이 있다 보니 걱정과 불안은 없지 않아 있었지만, 며칠 촬영한 뒤로는 아주 편하게 촬영했다는 설명이다. 


재혁은 극 후반 비로소 인물의 전사와 정체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내내 평범하고 흔한 아빠의 모습이다. "사실 예전에도 아버지 역할은 했었지만, 실제 제 아들과 비슷한 또래의 아버지 역할이 되니 아무래도 더 확신을 갖고 아버지로서 연기할 수 있었다"는 그는 "영화에 나오는 어떤 상황이든 연기하는데는 수월했던 것 같다. 다만, 딸을 둔 아빠이기 때문에 아들 가진 아버지와는 달리 얼굴 표정이나 말투 등을 주변의 딸 가진 아빠들 모습에서 많이 관찰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딸과 눈높이를 맞추고 서로 다정하게 안아주며, 조용하고 부드럽게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부분이 또다른 느낌이었다고. 


공항에서 혼자 화장실에 간 딸이 오질 않자 찾아나서고, 그때 딸이 목격한 수상한 남자의 행동을 듣고 경계심을 세우거나, 남자의 집요한 관심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모습 등은 이병헌의 사실적인 반응과 표정들로 더욱 긴장을 불어넣었다. 그는 "정말 그런 인물이 있다면 엄청난 위협감을 느끼고 너무 공포스러울 것 같았다"며 "임시완 배우가 그 인물을 잘 그려냈기에 저도 공포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생화학 테러가 벌어져 혼돈과 공포에 빠진 비행기 내부에서, 딸을 지켜야 하는 아빠로서 느끼는 재혁의 감정도 사뭇 와닿았다. 특히 딸이 아토피로 인해 감염자 취급을 받을때 사람들의 냉정한 시선에 잔뜩 겁을 먹고 아빠에게 매달려 울먹이는 신에서 이병헌은 눈빛으로 깊은 분노와 절망을 담아낸다. "그 당시에는 그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인간성을 드러내는 사람들 모습을 보며 약간 환멸을 느낀 것 같다.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었다. 어쩌면 이 감정은 코로나와 비슷하기도 하더라. 확진되면 왠지 떳떳하지 못하고 죄인이 된 것 같고, 사람들이 슬금슬금 피한다고 하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현실적으로 유사한 상황을 찍으니 묘한 기분도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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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은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발현되는 사람들의 이기심, 인간성, 그러나 인간이기에 내릴 수 있는 숭고한 결정과 희생들이 그려진 지점이 영화의 묘미라고 했다. "이 영화가 재난 영화로서 가져야 할 스릴감은 충분히 담겼다고 생각한다. 장르는 재난 영화지만, 예측하지 않은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그 상황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인간의 이기심이 드러나는 순간도 있고, 인간이니까 할 수 있는 희생정신도 발현될 수 있다. 그런 여러 가지 선택 속에서,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이 무엇일까. 이를 관객에도 내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영화"라서 좋았다는 것이다. 


극 중 재혁은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인물이다. 그렇기에 실제 자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내렸을지 계속 고민이 되더란다. "인간성을 조금씩 잃어가는 시대에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와 이야기거리를 던지는 작품이라 더 끌렸던 것 같다"는 그다. 늘 작품을 처음 결정할 때는 온전히 '감성이 끌리는가'가 중요하다는 그는 "아무리 읽어도 겉도는 이야기인지, 내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인지가 중요하다. 그게 작품을 선택하는 가장 첫 번째 조건이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이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인지를 생각한다"고 했다. 


어떤 배우이고 싶은지에 대한 그의 염원은 확고했다.  "좀 흔한 말이지만 타성에 젖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래됐다고 해서 일상이 되거나 '어떻게 했는지 알겠어'라고 습관처럼 나오는 걸 반복하고 싶지 않다. 늘 약간 엉뚱하다면 엉뚱하고, 창의적이라면 창의적일 수 있는, 내 안에서 '반짝'하고 나오는 걸 표현하고 싶다." 이병헌은 최근 '우리들의 블루스'를 찍으며 대선배 김혜자, 고두심을 보며 자기 반성을 했단다. 그 연륜과 관록의 선배들 또한 카메라 도는 순간 직전까지 수없이 연습하고 노력하며 최선을 다한다. "그 모습 보고 '나는 저렇게까진 하지 않았는데'하고 정말 반성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거다. 여전히 연기를 고민하고 갈망하는 이병헌,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서 그의 영향력과 존재 가치는 분명하다.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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