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 용의 출현' 김성규의 눈빛 [인터뷰]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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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 용의 출현' 김성규의 눈빛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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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2-07-2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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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작용으로 눈에 나타나는 기색, 눈에서 내쏘는 기운. 배우 김성규의 눈빛은 유독 강하다. 수많은 말과 표정보다 그 눈빛 하나로 여러 가지 감정을 담아낸다. 


역대 대만민국 흥행 1위 영화 '명량'에 이은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프로젝트 3부작' 두 번째 이야기 '한산: 용의 출현'은 한산해전을 그리는 동시에 왜구의 침입에 맞서는 이들의 모습을 불의에 맞서는 '정의'로 봤다. 이 작품의 키워드는 바로 '의로운 마음'이다. 이 키워드를 관통하는 구체적인 인물이 바로 김성규가 연기한 항왜 군사 준사다. 


"이 전쟁은 무엇입니까" 조선군에 포로로 잡혀와 독기를 내뿜는 그는 무언가 달랐다. 치욕에 가득한 살벌한 눈빛이 아니라, 이 지옥 같은 전장에서 의미를 잃은 공허함과 절망이 엿보였다. "의와 불의의 싸움"이라는 이순신의 신념을 보고 그는 자신의 운명을 바꿨다. 조국을 버렸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조선의 편에서 온 힘을 다해 싸운 항왜 군사. 김성규는 뜨거운 눈빛과 진정성으로 인물에 설득력을 줬다. 


정작 본인은 인물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 "다른 측면의 부담이었다. 서사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인물임에도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의'와 '불의'라는 것이 쉽게 직관적으로 이해되면서도 너무 포괄적인 느낌"이란 생각에서였다. "상징적으로 이처럼 처참한 전란 속에서 누구나 고민할 수 있는 문제겠지만, 인간으로서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이 과연 쉬울까 막연한 부담감이 있었다"고 할 만큼 김성규에게 준사 캐릭터는 일종의 도전이었다. 조국을 버리고 옳다고 믿는 신념을 위해 움직이는 인물, 이에 대한 진정성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자문하고 생각하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드러나지 않는 인물의 서사를 생각할 때 많은 사람들이 이 끔찍한 전란 속에서 죽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그 죽음의 의미와 가치가 한 단체나 개인의 이익이 아닌, 조금 더 본인이 믿는 것에 대한 의미 있는 죽음이 될 수 있길 바란 게 아닐까."  


일본인 역할에 대한 부담도 꽤 컸다. 조선말을 하는 일본인. 그러나 누가 봐도 한국 배우이니 보는 이들이 거슬려하고 '진짜'처럼 보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고. "어눌하거나 우스워보이지 않아야 된단 것이 중요했다. 현장의 영향을 받아가며 톤을 잡아갔다"는 그는 외형의 비주얼도 변발을 했지만 우스워 보이면 안 된단 생각뿐이었다. 이어 "첫 의상 피팅할 때 머리를 자르고 간 상태에서 가발을 썼다. 그때 되게 놀랐다. 옆에 이순신 장군님의 박해일 선배님은 굉장히 멋지신데 저는 약간의 혼란이 왔다"며 제법 너스레다. 하지만 영화적으로 도움이 되는 비주얼이라 여겼고, 막상 현장에 그 차림을 한 채로 있으니 몰입이 쉬웠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순신 역의 박해일과 함께 연기하며 자연스레 영향을 받기도 했다고. 그는 "평소에도 굉장히 차분하시고 말 한마디나 제스처, 걸음걸이도 묵직한 느낌이 든다. 저런 아우라와 느낌을 보고 있으니 준사의 결정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할 것 같았다"고 했다. 일례로 부산 촬영 때 카페에서 우연히 박해일을 봤는데 뒷모습이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굉장히 곧은 기운이었다. 누가 봐도 눈이 가는 느낌이었다. 절 보더니 놀라지도 않고 살짝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데 그것만으로도 좋은 사람이란 인상이 심어지더란다. "준사 입장에서도 이순신 장군의 태도, 의병을 대하는 시선까지 너무도 좋은 사람이란 확신을 갖고 선택과 결정을 내렸고, 이후로 이를 더욱 확신해나가는 과정이 분명히 있었을 것 같더라." 덧붙여 김성규는 "영화적으로 잘 나왔을진 모르겠지만 이순신 장군님을 만나는 신에서 감정적으로 동화된다고 해야 할까, 위로받는 느낌도 받았다. 그래서 그 신을 잘 해내고 싶었던 마음도 컸다"고 했다. 


육지에서 벌어진 웅치 전투에서 조선군과 함께 싸우고,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수많은 의병들이 몰려올때 준사가 느낀 뚜렷한 확신은 큰 위안이 됐을 테다. "결과를 봤을 때 감동스러웠고, 그 안에서 함께 전투를 벌이는 준사의 모습을 보며 스스로는 이 역할을 해냈고,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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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고민을 거듭해서 당위성을 찾아간 준사 캐릭터다. 변발을 한 왜구의 외양에도 제 신념을 따라 조선을 향해 싸우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의로움'의 정의였다. 김성규는 많은 말을 전하지 않고도 강한 의지와 흔들림 없는 신념이 담긴 단호한 눈빛으로 그 당위를 전달한다. 김한민 감독이 그를 발탁하며 "배우 같은 배우", "이 시대에 같이 현장에 있을 수 있어 좋다"고 극찬한 이유도 알만하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침착할 따름이다. "처음엔 너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고 좋은 말이겠거니 했다. 그래도 나를 인정해주시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또 그렇게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시는 모습을 보며 순수함을 느꼈다. 솔직함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겐 자칫 부담이 되거나 강압으로 느껴질 수 있는데 제가 느낀 건 '어떻게 저런 쑥스러운 말을 하실까' 할 정도로 솔직하시고, 이것이 감독님만의 개성이고 강점이지 않을까 싶었다"고. 


김성규는 연기를 관두려던 시점에 '명량'을 봤다. 아무 생각없이 재미있다는 관점으로 봤을 뿐이었다. 그러나 현재, 그는 여전히 배우 일을 하고 있고 '한산'에 함께 하게 됐다. 당시 영화를 함께 본 친구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 꿈을 포기하던 시절의 네가 본 작품의 감독님이 지금 너를 캐스팅했다"며 저보다 더 감격했단다. 정작 김성규는 "너무 낭만적인 친구"라며 멋쩍어한다. 친구의 유난스러운 호들갑에도 '어떻게 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만 고민했다. 이제야 돌이켜보니 "인연도 신기하고, 여러모로 타이밍이라는 것도 묘하다"고 생각해본다. 여러모로 진중한 타입이다. 하지만 "관객으로서 '한산'이 더 재밌다. 오히려 제가 이 상황에 들어가서 찍게 되니 전란의 황폐함, 그 속에 담백하게 있는 이순신 장군님의 모습이 더 확 와닿더라. 많은 걸 표현하지 않는 듯하면서도 오롯이 그 사람이 지니고 있는 무게들이 외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더 몰입이 되며 느끼다 보니 오히려 다른 재미가 있더라"고 감상과 확신을 전했다. 


'범죄도시'의 장첸 3인방으로 대중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후, 그는 매번 강렬했고 범상치않은 기세를 발산하며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정작 본인은 쏟아지는 반응에도 침착하고 흔들림이 없었다. 김성규는 "'범죄도시' 이후 지금이 딱 5년 정도 됐을 거다. 계산해본 적 없어서 짧은 시간인지, 더 뭔가 해냈어야 하는지 사실 모르겠다. 지금 돌아보면 되게 감사하다. 운이 좋았다. 작품들이 다 임팩트가 있어서 더 그렇게 생각해주시는 것"이라며 겸손이다. 그리고 이제 이는 그가 가야 할 새로운 방향성이 되기도 했다. 김성규는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더 다양한 시도를 해야 되지 않을까 고민이 많은 시기"라고 털어놨다. "사실 제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치고 싶은 사람이 아니다. 다만 이제는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 한다. 연기를 관두려던 시기, 가능할까 싶었던 일들이 이뤄지고 있는 게 생각해보면 신기한 일이다. 부담과 책임감을 갖게 되는 시기 같다"며 끝까지 진중함을 잃지 않는 그였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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