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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 용의 출현' 박해일이 그린 지장 이순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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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2-07-2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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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명하고 신중한 눈빛에서 청고한 기품이 배어 나온다. 박해일이 그 어느 때보다 진중한 고민과 사명감으로 완성한 지혜로운 장수 이순신의 모습이다. 


1700만 관객 동원, 한국 역대 흥행 영화 1위의 저력을 발휘한 '명량'의 앞선 이야기, 한산도대첩을 그린 '한산: 용의 출현'에서 박해일은 젊은 시절의 이순신을 연기한다. 


"어렸을 때 장군감이란 소리도 못 들어봤던 제가요?" 김한민 감독의 제안을 받고 박해일은 적잖이 당황했던 모양이다. 엄청난 부담이었다. 그가 말하길 이순신은 누구도 싫어하지 않는 단 하나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매 시기마다 문화적으로 이순신을 다루고 기념하는 작품들이 나온다. 60년대부터 이순신을 다룬 컨텐츠가 나왔다. '성웅 이순신' 영화를 비롯해서 '조선왕조 오백년' '난중일기' '불멸의 이순신' 등 꾸준히 작품이 나온다는 건, 그만큼 이야기할 것이 많고 되새겨야 할 게 많은, 남녀노소 모두가 존경하는 위인이기 때문이다. 실존 인물에 대한 부담이 크다 보니 오히려 전작의 흥행 부담이라는 물리적 상황까지 고려할만한 균형감이 없었다고. 


전작의 영광에 편승하려는 요행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이 사뭇 진지하다. 특히 그가 시대별로 조목조목 읊은 작품들만 봐도 그가 인물의 무게감을 견디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구와 고민을 했는지 눈에 선하다. 


그런 그에게 김한민 감독의 결정적 한마디가 있었다. "넌 최민식 선배같은 용맹스러운 명장의 느낌은 아니"라고 못을 박아주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더란다. "'한산'에서는 젊은 지략가의 모습을 보여주려 하고, 지혜롭게 수군들과 함께 전투를 승리하는 이야기로 만들 생각이다. 붓과 활이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함께 만들어보자. 너라는 배우가 어울릴 것 같다." 감독의 말은 박해일의 말로 다 못 할 부담과 압박감을 한결 편하게 했다. 


그 역시도 다양한 콘텐츠에서 시대마다 그려온 이순신의 느낌이 미묘하게 다르다고 느낀 찰나였다. "물론 다 이순신 장군이 갖고 있는 기질과 면모들이지만 미세한 차이가 있었다." 실제 그가 탐구한 자료들 속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순신은 말수가 적고 희노애락과 같은 감정 표현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다들 입을 모아 선비의 기질이 있다고 했다. 수양을 많이 쌓은 도인 같은 이미지였다. 저는 이순신 장군님의 무인의 기질을 가져가되 이런 부분을 많이 살려 균형감 있는 모습을 그리려 했다. 감독님께서도 워낙 역사 지식이 깊으시고, 이순신 장군님을 오랫동안 연구하신 분이기에 서로 의견을 많이 나눴고 제가 건의한 부분들도 최대한 많은 흡수를 해주셨다"고 했다. 무엇보다 김한민 감독과 세 번째 작품을 함께 하기까지 인연을 맺은 시간만 해도 17년이다. "꽤 오랜 시간을 만났으니 저라는 배우의 기질을 많이 고려해주셨던 것 같다. 그래서 이순신 장군의 정서, 저라는 배우의 정서를 잘 녹여낼 수 있는 표현이나 지문들, 그런 질감과 상황을 만들어주신 덕분"이라며 겸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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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박해일이 그려낸 이순신의 모습은 눈빛 속에 지혜로운 이미지가 묻어난다. 무인이면서도 고귀한 품위가 묻어나고, 이는 백성과 동료, 부하를 소중히 여긴 이순신의 어진 모습을 부각한다. 그러면서도 진중함 속에 묵직한 강인함이 엿보인다. 특히 극 중 많은 대사를 하지 않음에도 그가 느끼는 많은 감정과 고뇌를 엿보게 하고, 그의 침착하고 단호한 눈빛과 "발포하라"는 네마디 만으로도 웅장한 전율을 일게 한다. 


정작 배우로서는 일차적 감정을 전달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 대사가 극히 제한된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대사만큼 중요한 감정을 담아 눈빛으로 실어보내야 했고,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 인물의 표현이었다. 드라마 앞뒤 상황의 문맥을 감안하고 보여줘야 하는 잠깐의 얼굴, 짧은 대사 안에 응축된 기운을 표현해야 했기에 기존과는 결이 다른 방식으로 좀 더 강하고 깊이 있게 연기하려 했다"는 그다. 항상 어딘가의 그림자처럼 이순신의 기운이 묻어나길 바랐다. "숙소에서도 평소와는 다르게 양반 다리로 정좌하고 앉아 차분하게 시나리오를 본다든가 일상에서 작게라도 그런 기운들을 가져가려 했다"고. 


앞서 '명량'의 최민식이 절더러 "고생 좀 해봐라"며 씨익 웃었다는 격려(?)의 의미를 깊이 깨달은 그는 때때로 촬영장에 숨이 멈추는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여수에 이만 평 세트를 지어놓고 촬영하는데 배 위 장루에 혼자 올라서 있으면 모든 게 잘 보인다. 전투를 지휘하기 좋은 공간이다. 반대로 모든 스태프들, 지나가는 주민들도 저를 보고 있다. 그 부담은 실로 말할 수 없었다. 그런 경험이 처음이냐 하면 그건 아닌데, 전 국민이 아는 위인, 성웅으로 숭상하는 캐릭터를 연기한다고 하니 그 장루에 서 있기조차 부끄럽고 힘들었다." 오히려 한 여름 무더위 속 전투복을 입고 촬영하는 육체적인 힘듬이 기꺼웠을 정도다. "수많은 스태프와 왜군 조선군 의병으로 나오는 수백 명의 단역 분들이 처참하게 죽어가는 장면을 연기하는 더운 날, 제가 힘든 건 힘든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런 상황을 찍고 있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과연 내가 맡은 역할에 대한 존재감을 계속 유지해나가고 있는가' 그 생각을 매 순간 놓지 말아야겠단 생각뿐"이었다고. 


이처럼 박해일이 이번 작품을 임하는 마음은 유독 깊은 책임감과 진중함이 있었다. 거북선이 구현됐을때 느낀 감상도 남달랐다. "귀선은 이 작품의 상징이다. 저는 용두 머리의 기운을 보며 짠한 느낌도 들었다. 조선을 지켜내는 수호신 같은 느낌도 들고, 한이 느껴지기도 했다. 또 다르게 이야기하면 매미 소리가 울리는 할머니 산소에 간 것 같은 느낌이더라." 


박해일은 "어느 나라나 힘들었던 역사가 있고, 그 시기에 나라를 구한 인물이 있다. 역사라는게 참 대단하고 계속 다뤄지는 이유도 알겠다. 이 영화는 시대에 어울리는 개념으로 만들었고, 다른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태도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정의했다. 덧붙여 "저는 이 영화가 정말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단 개인적 바람이 있다. 이순신 장군님의 존재가 전 세계에도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고 저도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이순신의 진심이 무엇일까를 찾았고, 이를 찾은만큼 최대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의로운 성웅. 그 가치와 자긍심을 배우로서 진정성 있게 담아낸 그의 노력은 더할 나위 없이 값진 것이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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