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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2: 정상회담' 신정근, 때가 왔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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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0-08-0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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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쌓아놓은 필모그래피들 속 다양한 배역들로 점차 눈도장을 찍으며 무수히 많은 단상으로 관객의 뇌리를 차츰차츰 잠식하던 배우 신정근. 그에게 드디어 때가 왔다. 


최근 개봉된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감독 양우석)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발산한 신정근은 제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다소 얼떨떨한 눈치다. 하지만 우연은 아니다. 준비된 자에겐 기회가 찾아오는 법이다. 


신정근은 양우석 감독의 전작을 모두 재밌게 봤었지만 함께 일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처음 '강철비2: 정상회담' 대본을 읽고 감독이 1편에서 다 다루지 못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음을 알게 됐다. 그리고 자신이 제안받은 역할은 생각보다 더 멋진 인물이라 당황했다. 오죽했으면 소속사에 "너네가 찾아가서 협박했지?"라고 물을 만큼 상상치 못한 배역이었다. 


그가 맡은 배역은 북 핵잠수함 백두호의 부함장 장기석. 그는 조국을 위해 바른 소리를 해 강등당할 만큼 묵묵한 신념과 강인한 행동력을 지닌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잠수함과 부하들을 진심으로 아끼는 인간미가 있다. 게다가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잠수함 액션을 책임지는 중요한 인물이다. "그동안 코미디 위주로 연기를 많이 했었기에 대본을 받고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신정근은 이내 "아마도 제 외형을 보고 제안하신 게 아닐까. 북한군의 냄새가 나지 않느냐"며 너스레였다. 


그의 걱정은 기우였다. 신정근은 장기석 캐릭터의 침착하고 과묵한 포커페이스부터 그 속에서 언뜻 드러나는 친밀하고 정다운 인정까지 자유자재로 감정을 조절했다. 잠수함 액션 신에서는 잠수함 전투의 북한 최고 전략가답게 민첩하고 과감한 전술을 펼치며 생생한 몰입감을 더했다. 단 하나의 캐릭터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뛰어나고 매력적인 배우인지를 여실히 보여준 신정근이다. 그리고 그의 강렬한 존재감은 실제 관객들의 뜨거운 호평으로 이어지며 "'강철비' 주인공은 잠수함과 신정근이다"라는 극찬이 쏟아질 정도였다. 


하지만 이같은 반응을 예상도 못했단 신정근이다. 관객들의 호평은 물론 "라이징 스타"라고 저를 부르는 정우성부터 "벌써 스타병 걸린 거냐"는 김의성까지 넉살 좋게 눙을 치는 동료들, 그리고 가족들의 반응도 인상 깊었다. 둘째가 영화를 보고 아내에게 말하길 "엄마, 아빠가 주인공이야. 그런데 마지막엔 정우성이랑 사귀어"라고 얘기했단다. 그리고 아내는 영화를 보고 와서 한마디 하더란다. "악수 한 번 하자"고. 그 한마디에 담긴 응원과 인정을 알기에 더 뿌듯했을 그다. 


그러나 신정근은 이런 반응들이 "점점 무서워"지기도 했다. 캐릭터 하나로 이처럼 큰 반향이 일어나는 것이 놀라운 반면 이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여실히 느껴진 탓일테다. "이제 매사 겸손하고 조심해야 되지 않겠나. 좋은 시절은 끝났다"고 다시 익살인 신정근이지만, 그는 관객의 경탄과 찬사를 받을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다. 


그는 단순히 인물의 감정선만 표현하는 것이 아닌, 배역이 처한 상황과 행동까지 깊이 있게 탐구했다. 이번엔 잠수함의 전략적인 전투 신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동해 바닷속을 꿰뚫었다. 광활한 바닷속의 모습을 시뮬레이션해 머리 속에 채워넣고 암기하며 외웠다. 전투함의 위치를 가늠하고 익히니 대사의 뉘앙스가 어디서 어떻게 오르고 내려야 할지를 알게 됐다. 장기석 부함장이 소리로만 듣고 판단해서 탐색 추적과 공격 작전을 펼치는데도 긴박한 스릴감이 극대화된 이유는 이런 디테일함 때문일 테다. 이처럼 치밀하게 연기하는 배우 신정근이다. 


하지만 정작 그는 연극영화과 출신이 아니기에 배로 노력해야 한다며 "뒤쳐지진 말자는 생각으로 책도 많이 읽고, 성실하게 자료조사도 많이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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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배우로서 원칙은 있다. 쉬운 길을 가지 말자는 것이다. 그가 말하길 제가 속한 신스틸러 동료 배우들 모임엔 마동석, 오정세, 박혁권, 고창석 등이 있었다. 다들 위치가 달라지고 인기를 얻으며 승승장구할 때 저만 혼자 뒤처져 있었다. 하지만 조바심을 느끼려 하지 않았다. 또 고착화된 이미지에 갇히지 않기 위해 특정 배역을 고집하려 하지 않았다. "한 배역에 너무 깊게 가지 말자는 다짐이 있었다. 너무 코믹하게도, 너무 악하게도 가지 말자고. 특정 이미지가 센 배역은 분명 이슈가 되고 쉽게 올라갈 수 있지만, 배우로서의 한계에 갇히게 된다. 나도 언젠가 올라갈 거니까 단기간에 오르려 하지 말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강철비2' 장기석을 만난 뒤 관객이 보여주는 반응을 보며 그 역시도 변화가 생겼다. 이전엔 주요 배역이 캐스팅된 뒤 그에게 대본을 보고 캐릭터를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질 때면 늘 무리 안에 있는 인물들을 연기했다. 하지만 '강철비2'로 익숙하지 않은 인물을 연기하며 낯설지만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됐다. 이에 다른 이들이 제게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하고 기대할 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 접근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단다. "숙제가 더 많이 생긴 것 같다. 좀 더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의무도 생겼다"는 그에게서 더욱 확장된 배우 영역에 대한 설렘과 기분 좋은 긴장이 엿보였다. 


그의 배우로서의 바람은 그저 소박하다. "저 사람 참 편안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길 바랄 뿐이다. 매번 강렬한 잔상을 남기면서도 꾸밈이나 거짓 없는 그의 연기는 이미 자연스러운 편안함을 전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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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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