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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니싱: 미제사건' 배우 유연석의 세계는 넓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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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2-03-3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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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유연석 (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jpg

배우 유연석의 저변 확대다. 글로벌 프로젝트 영화 '배니싱: 미제사건'(감독 드니 데르쿠르)에서 묵묵히 제 몫을 해낸 그는 성실하고 덤덤하게 소회를 전했다. 


영화 '배니싱: 미제사건'은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신원 미상의 변사체가 발견되고, 사건을 담당하게 된 형사 진호(유연석)와 국제 법의학자 알리스(올가 쿠릴렌코)의 공조 수사로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범죄 스릴러다. 칸 국제 영화제에 두 차례 초청되며 독보적인 연출력을 전 세계에 입증한 드니 데르쿠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외국 스태프들이 협업해 한국 올로케이션으로 진행된 글로벌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의 진행 단계부터 관심이 많았단 유연석은 3개 국어를 구사하는 유능한 엘리트 형사 진호 역을 맡았다. 드니 데르쿠르 감독은 19년 전 유연석이 출연한 영화 '올드보이'를 기억했다. 또한 그를 캐스팅한 이유로 "잘 생겨서 잊을 수 없었고, 흥미로운 건 잘생김에만 머무르는 걸 거부한다. 무엇보다 성격이 좋고, 자기가 맡은 역할에 몰입해 충실히 노력한다"고 전한 바 있다. 외국인 감독을 사로잡은 비결이다. 유연석은 "감독님과 처음 미팅할 때도 대화가 잘 통했다. 어떤 스타일로 연기하고 싶은지, 진호 캐릭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으셨고 서툰 영어지만 대화가 잘 통했다. 그런 모습을 마음에 들어 하신 것 같고, 촬영하면서 아무래도 한국 배우에 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어 부단히 열심히 노력했다"며 "성실하고 연기 잘하는 배우라고 칭찬해주신 것을 봤는데 정말 감사했다"고 수줍어하면서도 내심 뿌듯한 미소다. 


진호는 기존에 익숙하게 봐왔던 형사 이미지와는 달리 깔끔하고 엘리트적이다. 충격적인 범죄 사건을 앞두고도 감정의 고조가 딱히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자문을 구하기 위해 찾은 알리스의 세미나에서 졸고 있는 모습이나, 긴박한 수사 중에도 조카 생일 선물인 금붕어를 사려고 뛰쳐 나가는 모습, 용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도 여유롭게 마술을 펼치고 있는 등 종잡을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 아쉽게도 88분의 러닝타임과 빠른 속도감을 지닌 영화에서 그의 전사는 미처 풀리지도 못하지만 유연석은 확실히 무언가가 있음 직한 뉘앙스를 계속해서 풍긴다. 유연석은 이제야 "진호는 원래부터 형사를 꿈꿨던 인물은 아니고 과거의 사연을 통해 형사란 직업을 갖게 됐다. 친형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형사가 되어야겠다 다짐했고, 그렇기에 조카에게 무한 사랑을 퍼붓고 모든 걸 다 줄 수 있는 따뜻한 모습이 보였음 했다"고 비로소 전사를 털어놓는다. 


그는 "이 영화는 알리스의 시선으로 시작된다고 본다. 한국에 오면서 보게 된 시점으로 시작되기에 제 과거사를 풀어서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배우로서 아쉬울법한 캐릭터의 생략도 "아쉽지 않다"며 단호한 소신을 전했다. 기존에 익숙하게 그려진 거칠고 고된 형사의 모습보다는,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수사기법을 적용해 해결하려는 진호의 모습이 흥미로웠고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적용해 집요하게 풀어내는 모습이 비슷했다"는 설명이다. 


3개 국어를 구사하는 형사 설정답게 영어와 불어를 마스터하는 것 역시 공을 들였다. 마술은 오히려 쉬웠다. 대학 입시 때 마술을 준비한 적 있었고, 어릴 때부터 취미가 있어서 간단한 트릭들은 구사할 수 있었다고. 함께 연기한 최무성은 "연기하랴, 마술 하랴, 영어 하랴, 불어하랴, 이것저것 할게 많아서 힘들어 보인다"고 살가운 응원을 해주기도 했다지만,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캠핑을 즐기는 등 '취미 부자'로 익히 알려진 유연석에겐 도리어 즐거운 배움의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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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진호 캐릭터는 다양한 재능을 갖춘 흥미로운 인물이었지만 무엇보다 수사를 하면서도 알리스와 미묘한 감정선이 피어나는 지점이 재밌었단 그다. "사체에서 지문 채취하는 장면을 리얼하게 그리면서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보여줌과 동시에 알리스와 진호가 그 안에서 무언가 교감을 나누는 장면이 흥미로웠다"고. 워낙 의학드라마를 많이 찍은 탓에 익숙하기도 했단 너스레도 덧붙인다. 이어 "제가 원래 감독님이 연출한 전작들을 보며 우리가 흔히 스쳐 지나가는 것들에 섬세한 시선을 주는 것을 좋아했다. 이 영화가 스릴러지만 그 안에서 진호와 알리스의 미묘한 감정선을 너무 지나치거나 과하지 않게, 아름답게 표현하신 것이 좋았다"고 밝혔다. 


특히 엔딩 신에 대해 그가 내린 견해도 제법 깊이 있었다. "알리스를 데려다주겠다고 하면서 막다른 길에 내린다. 그 허허벌판을 내려서 길을 찾아가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래서 트렁크도 같이 내리지 않았을까. 애초 진호가 내비게이션을 따라가지 않고 항상 자신이 원래 생각하는 길로만 가던 성격을 보여 주기도 하고, 많은 생각을 하며 끝낼 수 있는 열린 결말이었다. 그게 감독님 연출의 재미 중 하나이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외국인 감독으로 담은, 익숙한 한국의 색다르고 이질적인 풍경 역시 새로웠단 그다. "동작대교에서 알리스가 자신의 과거에 대해 말하는 신은 정말 아름답게 연출된 신"이라며 강조한다. 그 역시도 한국 로케이션이 진행되는 만큼 감독과 배우, 스태프들에 틈틈이 '한국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했단다. "촬영 틈틈이 우리나라 문화나 로케이션지에 대한 설명을 해줬다. 가이드 역할을 하며 소통하려 했다"고. 더불어 "한국 배우로서 해외에서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 자랑스러웠고, 이번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더욱 재미를 느꼈다"는 유연석은 "사실 촬영 당시 다른 나라는 이런 콘텐츠 제작이 모두 올 스톱됐던 시기였다. 한국은 모든 걸 극복해나가는 나라라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이런 코로나 상황에서도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영화, 드라마, 무대 공연까지 예술 문화계가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갔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큰 자부심도 느꼈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그가 정의한 '배니싱: 미제사건'은 "익숙한 듯 낯선 영화"다. "뭔가 익숙한 얼굴의 배우들, 익숙한 공간이지만 낯선 시선을 통해 바라보는 영화라서 낯섦과 익숙함이 공존한다. 그 자체인 영화"라는 설명이다. 


요즘은 하루하루 다르게 시간이 가는 것을 실감한단 유연석은 "'올드보이'도 어느새 20년이 다 되어간다. 해가 다르게 달라진다. 정말 열심히 살았던 것 같고, 처음부터 변함없이 연기를 꿈꾸는 제 자신을 토닥여주고 싶다. 만족하냐 물어보면 그렇진 않지만, 세월을 잘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고 더 넓은 시장, 더 많은 기회들에 도전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내비친다. 아직도 못해본 캐릭터, 장르들도 많다며 갈 길이 멀다는 그다. 여전히 무궁무진한 유연석은 꾸준히 제 세계를 넓혀가는 중이다.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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