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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2: 정상회담' 양우석 감독의 뚝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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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0-07-3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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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우석 감독은 타고난 수완가다. 게다가 뚝심도 좋다. 그가 오래도록 탄탄히 구축한 '스틸레인' 이야기를 계속해서 고집하는 건, 단순한 욕심이나 자기만족이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치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자 함이다. 


천만 영화 '변호인'으로 늦깎이 감독 데뷔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도 양우석 감독은 그 기쁨과 환희를 만끽하기보다 도리어 고심했다. 앞으로 어떤 포지셔닝을 취하는 감독이 되는가에 대한 고찰이었다. 결론은 "주제넘을 수 있지만,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감독의 이 같은 직업적 소명의식은 이미 확고하게 자리했고, 그렇게 '강철비' 시리즈가 시작됐다. 


감독이 지난 2011년부터 웹툰으로 연재하던 '스틸레인'은 2017년, 북한 내부 쿠데타 발생과 이로 인해 발발될 남북 핵전쟁 위기를 그린 영화 '강철비'로 재탄생했고, 2020년 현재 남북미 정상이 회담 도중 북한 쿠데타 세력에 납치돼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강철비2: 정상회담'으로 이어진다. 항간엔 왜 그리 논란을 야기하는 남북문제를 고집하느냐고들 한다. 요즘 사람들은 남북이나 통일 따위엔 그닥 관심도 없다고. 하지만 그래서였다. 모두가 어렵다고 외면하는 북핵 문제의 심각성과 평화에 대한 갈망을 '강철비' 시리즈를 통해 끊임없이 화두를 던져야만 했다. "북한은 여전히 냉전 시스템 속에 고립돼 있다. 남과 북이 아무리 따로라고 해도 같이 끌려갈 수 없는 팔자다. 하지만 한국 주변 둘러싼 국가들은 분단이 이익이다. 각 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에 그들이 이익을 쫓아가는 건 당연하지만 우리의 이익은 분단일까? 그렇지 않다. 너무나도 명백한 부분이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감독이다. 


우리는 남북문제에 대해 너무 안일하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북한을 바라본다. 북한의 도발과 국제 정세 속에서 전쟁 위기가 초래될 때도 정작 당사자인 우리는 무신경할 따름이다. 감독은 이를 안타까워하며 "남북문제를 관심있게 본 지 20년이 넘는다. 세계 유수 석학과 싱크탱크는 핵전쟁 가능성을 검토하고 모든 시뮬레이션을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시뮬레이션을 가장 못하고 있다. 남북 문제를 가장 열심히 상상해야 하는데 언급하는 것조차 '빨갱이네' 욕을 먹는다. 제 영화가 논란거리가 되는 건 숙명이라 생각하고 욕먹는 것도 괜찮지만 이건 정말 우리에게 손해"라고 강조했다. 


"21세기는 상상력이 특징이다. 상상을 많이 하는 사람이 이기는 세상이 왔다. 코로나 바이러스만 봐도 이런 것이 터질 줄 누가 알았겠나"란 감독은 일례로 911 테러 사건을 언급했다. 냉전 시스템이 붕괴됐을 때, 소련이 무너진 뒤 미국은 CIA 예산을 대폭 줄였다. CIA는 모든 정보를 모아서 갖가지 경우의 수를 수집하며 대비를 하는 곳인데 이를 방심했다가 테러리스트들이 항공기를 빼앗아 테러를 저지른 것이었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라 하지만 적은 생각하고 우리는 생각을 못했을 때 당하는 거다. 대책을 세워보자 하면 이미 늦은 것"이란 감독의 지론이다. 


'강철비' 시리즈에서 북한 내부의 쿠데타가 계속 발생하는 것도 그래서다. 극적인 설정으로 보이겠지만 감독은 실제론 북핵 위험보다 쿠데타 혁명으로 인한 정권 붕괴의 가능성과 이로 인한 폐해를 예측했다. "사회가 성숙하지 않을 때 큰 권력이 사라지면 내전으로 갈 수 있다. 우린 전쟁 준비를 잘해왔고 평화체제는 모든 정권에서 다 추진돼왔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정권이 붕괴됐을 때 탈북자들만 적게는 50만, 많게는 천만까지 발생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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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영화에서 감독은 남북이 분단의 당사자임에도 한반도 문제에 주도권과 결정권이 없는 현실을 유독 강조한다. 중국과 북 쿠데타 세력의 내통, 일본과 미국의 사전 결탁 등 복잡한 각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제3차 세계대전 발발 위기까지 초래될 수 있다는 공포의 경각심을 일깨운다. "사람들이 자꾸 기시감 때문에 방심한다. 하지만 미중이 격돌하면 지난 400년의 역사만 돌아봐도 강대국과 패권국이 싸울 때 80프로 전쟁 위기가 발생했다"는 감독이다. 그리고 실제 미중이 붙었을 경우 1번 타깃은 한국이 된다. 그런 상황을 알리고자 했다. 남북만 싸운다면 우리는 철저하게 준비가 됐기에 어떻게든 해볼 수 있다. 하지만 3차 대전 사이에 껴 있다면 우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 꼴이 될 것이라고. 


그가 구현한 온갖 군사적 시뮬레이션과 방대한 상상력은 가히 감탄할 만한 것임에도 양우석 감독은 "제가 밀덕이라 그런 것"이라며 사람 좋은 너스레다. 감독의 이런 면모는 영화 곳곳에도 묻어난다. 지난 작품들에서도 꾸준히 드러난 '휴머니즘'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극을 관통한다. 남북미 정상이 잠수함이란 한정된 공간에 갇혀서 인간적인 맨 얼굴을 드러내는 것은 신선한 설정이다. 권력의 최정점인 국가 지도자 셋이 잠수함에 갇혀 방귀 냄새로 질색하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이란, 이처럼 심각한 상황 설정에도 인물들의 행위는 유머러스한 블랙 코미디로 풀어내며 숨 쉴 틈을 내어준다. 


영화 후반부 남한 정상이 보여준 인간애의 절정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양우석 감독은 이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보면 무능해 보인다고 하더라. 하지만 강경파처럼 행동하는게 가장 쉽다. 분명 자신이 원하는 목표가 있고, 이를 위해선 자기 목숨까지 내놓고 양보한다. 그 모습은 가장 진정성 있었다. 결국 인간의 신념이 가장 강할 때 휴머니즘이 발생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견해를 전했다. 


양우석 감독은 영화 말미 큰 화두를 던진다. "그래서 통일하실 겁니까?", 이에 대한 답은 일맥상통한다. "예스라고 해도 지금 당장 통일이 안 된다. 노라고 해도 대안이 있어야 한다. 결국 답은 하나다. 평화체제. 그저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국가가 되길 바란다." 양우석 감독은 그저 평화롭게 살고 싶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와 이에 대한 가치를 말하고자 하는 이다. 그런 염원이 담긴 그의 '강철비'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될까. 이에 "'강철비'를 찍으며 어마어마한 논란거리 속에서 어마어마하게 욕을 먹고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다시금 익살인 감독은 "죄송한 건 '강철비'는 제 상상력이 아닌 이미 외국이 오랜 기간에 걸친 연구를 기반해 시뮬레이션한 내용을 조합했다는 거다. 제가 '강철비3'를 만든다면 그런 죄송함 때문일 것 같다. 제가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안이 생긴다면 그때 한 번 더 만들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고 고했다. 어찌 됐건, 동시대성을 가진 가치 있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감독의 뚝심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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