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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일의 밤' 이성민, 인생의 깨달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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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1-07-0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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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성민은 사뭇 진지했다. 그의 언행에는 삶에 대한 고찰에서 얻어낸 혜안이 담겨있다. 무수히 많은 질문과 사색 끝에 깨달음을 얻은 듯했다. 


'제8일의 밤'(감독 김태형)은 봉인에서 풀려난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해 '지키는 자'가 8일간의 사투를 벌이는 오컬트 스릴러 장르 영화다. 


이성민은 지키는 자의 운명을 타고난 진수 역을 맡았다. 선화라 불리는 스님이지만 과거의 업보와 고통의 굴레 속에 빠져 속세로 나온 인물. 한 손엔 염주를 묶고, 다른 손엔 도끼를 든 스님의 모습은 그 자체로 이질적인 판타지다. 공포나 호러 장르는 무서워서 보지도 못했단 이성민도 이같은 설정이 퍽 맘에 든 모양이었다. 이전부터 캐릭터 영화를 해보고 싶었단 그가 진수 역을 처음 접하고 마치 '콘스탄틴'을 떠올렸을 정도다.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 '콘스탄틴'은 선악을 구분하는 능력을 타고난 인물이 자신의 능력을 저주하면서도 운명에 벗어나기 위해 악과 싸우는 일을 그린 영화다. 


이성민이 '제8일의 밤'을 택한 것은 이런 생소하고 비현실적인 인물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흥미도 있지만, 그보다 영화의 주제에 이끌린 탓이 컸다. 


우연히 보게 된 양자역학 영상을 통해 원자의 원리 등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됐고 이는 무수히 많은 질문을 낳았다. "우주가 얼마나 큰지, 우주의 별 만큼이나 많은 것이 원자로 이뤄졌고 그렇다면 우리가 본다는 것이 대체 뭘까. 모든 것이 원자로 돼 있다면 빛이나 시간은 무얼까. 인간은 무엇이고 나는 무엇일까. 만약 우리가 보는 것과 다른 세계를 보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상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 접하게 된 '제8일의 밤'이었다. 


알 수 없는 존재가 인간 세상을 파괴하고, 이를 '지키는 자'의 사투. 여기에 번민과 번뇌, 과거의 업에 대한 속박. 그 뜨거운 불기를 끄고 고요한 상태에 도달하는 열반과 해탈. 정신적인 깨달음이 초월적인 이성에 의존한다는, 불교의 '금강경'을 바탕으로 전하는 영화의 명확한 주제는 철학적 사유에 빠진 이성민을 매료시킨 게 자명했다. 


불교신자도 아니고,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있던 부분과 맞닿은 지점"에 기꺼이 작품을 선택한 것이다. "감독님의 시나리오에서 펼쳐진 세계관, 감독님의 시선과 생각이 맞아 떨어졌다"고. 이성민은 "오컬트 영화라고 규정됐고 초자연적인 현상을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어쩌면 드라마에 더 가까운 이야기"라며 장르를 빌려서 생의 깨달음과 진리를 설파하는 영화의 주제를 '제8일의 밤'만의 특색이라고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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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는 영화의 주제인 '번뇌'와 '번민'을 오롯이 담고 있는 인물이다. 이성민은 "진수의 모습이 영화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랬기에 캐릭터의 외적인 모습보다 내면의 정서를 관객들이 느낄 수 있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진수는 과거의 끔찍한 사건으로 인해 의도적으로 세상과 거리를 두며 스스로 저를 가둔 무한의 세계에서 고립되어 살아간다. 그 속에서 반복되는 고통과 분노, 증오와 슬픔, 그리고 두려움을 느끼며 의욕 없는 삶을 연명하고 있다. 그런 그가 스스로 이 모든 속박을 끊어내고 비로소 깨달음을 얻는 지점은 강렬한 절정을 이룬다. 


이성민은 "다들 번뇌가 있고 고민 속에 살고 있다. 그게 없다면 다 부처가 아니겠나. 저도 헤쳐 나아가고 털어내야 할 감정이 끊임없이 생긴다. 그러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리고 주변도 다스리며 관계도 아름답게 유지될 수 있게 해야겠단 생각을 한다"고 했다. 


특히 영화에 인용된 '생은 잠시 피어난 풀 싹 같은 것, 꿈이며 환상이며 물거품이며 그림자 같고 이슬 같고 번개 같은 것. 참으로 허무한 것. 허나 정해진 운명 속의 허무한 잠시일지라도 모든 것은 그 나름의 의미가 있는 법'이라는 문구에 심취한 그다. '나는 무엇인가' 그 물음에 대한 끝없는 갈구를 어렴풋이 찾아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것이 이 영화를 찍으며 구체적으로 명확해지는 느낌"이라는 이성민이다. 그가 말하길 자신의 현재 삶은 모래시계로 따지면 모래의 반 이상은 떨어졌다. 살아온 시간이 앞으로 살 시간보다 많을 거다. 생이란 무엇일까를 문득 그리도 고뇌했다. 그 끝에 깨달음이 있었다. 좀 더 넓게 보면 인간의 삶이란 별거 없다. 이 넓은 우주에 대면 보잘것없는 먼지 같다. 그렇게 찰나일 뿐인데 굳이 고통스럽게 살 필요가 있겠나 싶었다. "그러니 주어진 시간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며 즐겁게 살아야 하는 게 앞으로 살고 싶은 내 인생의 모습 아닐까."


삶에 대한 상념 끝에 깨달음을 찾아가는 그의 모습이 초연할 따름이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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