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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4' 김무열, 빌런 합격!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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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4-04-25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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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실상부 한국 대표 액션 프랜차이즈 영화 '범죄도시'는 '나쁜 놈' 잡는 괴물 형사 이야기로, 주인공 못지않게 메인 빌런의 영향력이 지대한 작품이다. 매 시즌 빌런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쏟아지고 빌런의 존재감으로 흥행 여부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시리즈 통틀어 가장 '쎈 캐'라는 소문이 자자했던 네 번째 빌런 김무열. 그가 베일을 벗는 순간, 무시무시하고 강렬한 기세로 단숨에 시리즈의 성공을 직감케 했다. 


덥고 탁한 습기가 가득 풍겨나올 것만 같은 필리핀의 한적한 밤거리. 앙상하게 마른 몰골을 한 앳된 소년이 맨발 차림으로 필사적으로 달리고, 그 뒤를 우락부락한 이들이 뒤좇는다. 순찰 나온 현지 경찰을 만난 소년이 구원의 손길을 내민 그때, 묵직한 SUV 차량이 멈추고 한 한국인 남자가 내린다. 이 더운 열대야에도 남자가 온몸으로 풍기는 잔혹하고 냉랭한 온도가 매섭고 서늘하다. 그는 아무 주저 없이 현지 경찰을 죽이고, 소년도 죽인다. 숨 막히는 압도감과 공포감. 백창기의 등장이다. 


이 짧고 강렬한 오프닝만으로도 돌아온 시리즈의 포문을 제대로 열 뿐더러, 캐릭터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효과적인 연출이다. "한 장면으로 인물에 대한 설명이 끝났다는 평가가 있어 좋더라"는 김무열은 이 첫 등장 신이 전체 촬영 중 가장 마지막날 찍은 장면이라고 귀띔했다. "첫 등장을 어떻게 해야 할지 대본 회의 때부터 고민하고 촬영날 까지도 결정을 못했었다. 그러다 백창기란 인물의 외형이 평범해지고 표정도 걷어내지는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완성된 후 오히려 더 간결해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백창기는 잔혹한 살상 행위로 퇴출된 용병 출신 빌런이다. 필리핀에 거점을 두고 있는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움직이는 실질적 리더다. 자신의 이익에 방해되는 것들은 그게 무엇이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해치운다. 수익률 지분을 올려주겠단 약속을 지키지 않는 조직 운영자에 대한 응징도 서슴지 않는다. 김무열은 용병 출신인 백창기의 직업적 특성에 포인트를 뒀다. 그의 말에 따르면 백창기는 작전을 수행할 때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고, 선금을 받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후자의 경우 자존심과도 직결된 문제라는 것이다. "이 바닥에서는 평판도 중요하다고 들었다. 돈을 떼였다는 소문이 돌면 용병 바닥에서 거의 끝났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사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땐 역할이 어렵게 느껴졌다. 행동이 너무도 확실하고, 거침없이 사람을 죽이는데 도대체 속이 보이지 않는 인물인 탓이다. "전편 빌런들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오히려 그들이 잘해줬기에 어떤 식으로 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 안 되는지 데이터가 잘 쌓였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시나리오에 담긴 캐릭터의 힌트를 찾아 차별성을 찾아갔다"는 설명이다. "다른 빌런은 악이나 깡, 때론 분노를 원동력 삼는다. 백창기는 이를 가지고 있지만 최대한 억누르고 드러내지 않는 인물"로 그리려했다. 그래서 액션을 할 때도 무표정함을 담으려 했고, 저도 모르게 들어가는 힘과 표정 때문에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며 각자 인물을 수용하고 캐릭터를 견고히 해나가는 작업이 즐거웠단 그다. 예를 들어 "저는 처음에 용병과 살인이란 키워드에 사로잡혀 자료 수집을 하다보니 근육질에 마초적인 이미지가 떠올랐고 옷차림도 밀리터리룩이나 외국 용병 스타일을 떠올렸다. 그런데 오히려 감독님은 평범함을 강조하셨다. 그래서 옷차림도 문신 때문에 눈에 띌 뿐이지 필리핀에서도 남방에 바지, 흔히 볼 수 있는 검정 구두 차림이다. 이런 평범함 속에 무표정하게 있는 이 인물이 사람을 해치는 모습을 그려보니 어느 순간부터 캐릭터가 명확하게 다가오더라"고. 그래서 자연스러운 의견도 나왔다. 백창기가 한국에 들어올 때 쓴 비니 모자 패션이다. "필리핀에 있다가 오니 추울 것 같아 써보자고 했다. 감독님이 보시더니 '사람이 너무 이상해 보인다. 알 수가 없다. 좋다'고 하셔서 그런 식으로 점점 잡아간 캐릭터"라며 "'범죄도시'는 자유롭게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냈다. 시나리오대로 찍어도 충분하다 싶은 것도 있지만 '범죄도시'의 장점은 이것이 애드립인지 뭔지 모르는 지점의 연기들이다. 이를 위해선 인물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까지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여야 한다. 동석 형은 밤을 새우며 플러스알파를 만들어 오시고, 그렇게 머리를 맞대며 대본이 새로 쓰이기도 했다"고 현장에서 느낀 생생한 즐거움을 회상한다. 


이를테면 클라이막스인 비행기 기내 액션신도 오랜 합과 아이디어의 결과물이다. "여러 의견이 있었고 전체적으로 종합된 것은 마석도가 2대 1로 붙었을 때 안 되겠단 판단이었다. 그래서 비행기라면 흉기 반입이 안 되니 한 명을 제압시킨 후, 백창기가 칼을 찾게 하자는 아이디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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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에 대한 어려움은 크게 없었다. 어렸을 때 카포에라를 배우며 필리핀 검술도 배웠고 단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알고 있던 탓이다. 게다가 전작으로 특수부대 중사 캐릭터를 맡아 연기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당시 익힌 전투술과 제압술 등을 이번 영화에서도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었다. 


김무열은 궁극적으로 백창기의 무표정 속에 폭력에 중독된 자의 내재된 습성을 담으려 했다. 그는 "포괄적으로 많은 것을 함축한 것인데, 큰 돈을 앞에 두거나 웬만한 위험 상황을 느껴도 감정 동요가 없는 상태다. 폭력의 중독이 아드레날린 분비와 연결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권사장(현봉식)이 찾아왔을 때 백창기가 처음으로 웃는다. '이건 좀 위험할 수 있겠는데?' 그래서 백창기 식으로 표현하면 '재밌겠다'는 감상이었을 거다. 믿고 있는 부하도 있었으니 자신감도 있었겠다"며 "마지막으로 마석도의 한방을 앞둔 상황에서 비로소 보인 그 웃음이 백창기를 연기하며 가장 중점을 두고 기다렸던 얼굴이었다"고 털어놨다. 중독 상태에 이르러 그 어떤 것에도 감흥을 크게 보이지 않던 백창기가, 재미를 느끼고 크게 웃는 얼굴이다. "그 얼굴을 생각하기 위해 정말 많은 고민을 했고, 그것이 백창기가 보여줄 수 있는 대변할 수 있는 내면의 모습이라 여겼다"는 설명이 사뭇 진지하고, 얼마나 많은 고민과 심혈을 기울였을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강력한 빌런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단 그다. "나쁜 사람 기억해서 뭐합니까"라는 너스레와 함께 "그저 이 영화 자체를 재밌게 봐주신다면 그걸로 만족한다"는 바람이다. "'범죄도시'는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시리즈다. 아는 맛이라는 게 검증된 맛이라는 것 아닌가. 시리즈 영화를 볼 때 이 세계관 안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참 안락하고 포근하다. 어릴 때 뛰놀던 놀이터를 다시 찾은 느낌이다. 이렇게 함께 할 수 있게 돼 영광이었고, 앞으로도 더 오래 사랑받는 시리즈가 되길 바란다. 동석 형이 액션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고 '찐 팬'으로서의 마지막 소감을 남긴 김무열이다.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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