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4' 허명행 감독의 단단함 [인터뷰]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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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4' 허명행 감독의 단단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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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4-04-2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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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단단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쉬이 일희일비하지 않고, 내면의 질서가 유지된 듯 평정심을 지킨다. 견고하고 굳은 심지가 엿보이는 허명행 감독이다.


대한민국 대표 무술 감독에서 연출자로 영역을 확장한 허명행 감독. 그의 첫 작품인 넷플릭스 아포칼립스 액션물 '황야'가 맛보기였다면, '범죄도시4'는 비로소 그 진가를 드러낸 작품이다. 시리즈 영화의 정통성을 지키면서 자신의 장기를 제대로 활용했다. 무엇보다 전작의 단점으로 꼽힌 '유머에 지나치게 치중한 가벼운 서사와 시리즈 최초 투 빌런의 미흡한 활용도'를 완벽하게 보완했다. 이에 "마석도의 정통성을 지키는데 가장 집중했고, 빌런 캐릭터는 전 시리즈와 변별력을 주도록 설계했다"고 말문을 연 감독이다.


나쁜 놈 잡는 괴물 형사 마석도(마동석)의 이번 상대는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 관리자인 용병 출신의 빌런 백창기(김무열)와 그의 수하다. 잔혹한 살상행위를 일삼아 퇴출된 특수부대 용병 출신답게 시리즈 사상 전투력이 가장 높고 정확하다. 악으로, 깡으로 싸우던 지난 빌런들과는 다르다. 또 백창기는 조직의 운영자인 장동철(이동휘)과 마찰을 빚고 이 과정에서 장동철이 심어놓은 또다른 수하인 권사장(현봉식) 패거리와 맞붙으며 또다른 서사를 쌓는다. 이들의 액션은 이전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누아르 색채를 풍기기도 한다. 이는 허명행 감독의 의도된 연출이다. "전반적으로 무게감을 주고 싶었다. 시나리오 구조상 장이수(박지환)의 활약상은 유쾌하게 풀어내고, 형사들은 '케미'와 동료애가 더 부각되게 했다. 그리고 빌런이 나올 때는 어둡고 무겁게 찍었다. 제 취향일 수도 있지만 누아르적인 것을 좋아한다. 그래도 시나리오와 캐릭터들의 톤앤매너가 있으니, 정통 누아르가 아닌 액션 오락 영화의 방향을 추구하며 담을 수 있는 적당한 누아르 톤을 담으려 했다."


시리즈 팬이라면 세월을 피해갈 수 없는 마석도의 모습도 새로운 감상을 준다. 이전에도 잔정 많고 따스한 심성의 소유자였지만, 감정의 동요가 더 커졌다. 피해자를 향한 연민과, 수사권에 대한 외부적 압력에 대한 원통함과 답답함, 나쁜놈에 대한 분노를 숨기지 않는다. 게다가 사이버 수사 방식과 용어들에 낯설어하는 모습도 시리즈 속 세월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감독은 이에 대해 "아시다시피 예전부터 마석도는 SUV를 USB라 말하는 인물이다. 사이버 수사대 방식을 어떻게 알겠나. 그래서 여기에 재미적인 요소와 그럼에도 나쁜 놈을 직접 잡고야 말겠단 그의 우직함을 담아냈다"고 했다. 또한 "단순히 일로서가 아닌 감정적인 상황을 넣고 마지막 액션까지 갈 수 있는 동기를 계속해서 줬다"고 설명했다.


그가 무술 감독 시절에도 중요하게 생각한 건 인물의 액션을 일으키는 동기였다. "싸움이라는 건 결국 감정의 폭발이다. 말로 해도 되는 것이 안 되니까 싸움으로 번지는 거다.. 그 폭발력이 없이 그냥 싸우라고 하면 못 싸운다. 그래서 그런 상황을 심리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끔 설계를 하는 것"이라는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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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창기뿐만 아니라 그의 오른팔 역시 용병 출신이란 설정 덕분에 액션 난이도를 높였다. 백창기 오른팔 역은 실제 국가대표 복싱 챔피언 김지훈 관장이 맡았다. 확실히 이전 빌런들의 액션이 악에 받친 마구잡이란 느낌이었다면 이들은 프로답게 기술 자체가 다르다. 이 두사람을 상대하다 보니 마석도도 퍽 밀린다. "이건 마석도가 세월을 겪었다기보단 빌런의 성장이라고 보면 된다. 마석도가 당연히 이기겠지만, 그래도 설마하는 생각이 들 만큼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으려 했다"는 감독이다. 특히 기내에서 펼쳐지는 라스트 액션은 공간적인 특성을 영리하게 활용한 연출이 돋보인다. "바로 액션이 구상됐다. 사실상 주먹 싸움인데 2명의 용병과 붙으니 마석도도 린치를 당한다. 그러다 한 명이 쓰러졌을 때 백창기에게 새 아이템을 줘서 다시 한번 역전의 변주를 줄 수 있도록 했다. 디테일하게 따져서 전편이 지닌 라스트 액션과는 결이 다르게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는 확신이다.


'범죄도시' 1편의 유머 코드를 되살린 지점도 반갑다. 기내 파손 책임을 따지는 항공사 승무원을 피해 달아나는 마석도의 모습이나 '싱글이지'를 잇는 새로운 유행어도 등장한다. 이를 두고 "기시감을 느끼고 안 좋아하실 분들도 분명 있겠지만, 배제하고 싶지 않았다. 시리즈 팬들을 위한 반가움을 선사하는 선물같은 의미였다"고. 이어 "제가 '범죄도시4'를 하며 레퍼런스 한 건 '범죄도시' 시리즈였다. 분위기와 색깔 같은 정통성을 지키는 것은 중요했다. 완전히 다른 톤의 영화를 만든다면 시리즈물로서는 실패한 영화라는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시나리오 안에서 독립적인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도록 집중을 많이 했다"며 "마석도가 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이를 명확히 해내면서도 빌런의 변주를 통해 변화를 주고 싶었다. 궁극적으론 명절에 보고 싶은 영화, 보면 기분 좋은 영화를 만들려 했다"는 감독이다.


다만 한국적 액션, 특히 '범죄도시' 시리즈가 강점으로 드러낼 수 있는 리얼 액션을 추구하는 것은 중요했다. "저희가 가진 장점이 리얼 베이스에 영화톤을 맞춰 테크닉을 버무리는 거다. '범죄도시'는 오락 영화지만 현실 범죄를 기반으로 하니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액션을 만들어야 한다. 해외에서 '범죄도시' 시리즈의 액션을 좋아해 주는 것은 되게 특별하진 않아도 그들이 할 수 없는 액션을 하기 때문이다. 화려한 액션은 오히려 돈을 들여 쉽고 금방 만들 수 있다. 리얼함을 추구하고 톤앤매너를 맞춰서 밀어붙이는 것이 한국 액션의 특징"이라는 감독에게서 남다른 자부심이 엿보인다. 이는 자만의 형태가 아닌, 한국 액션에 대한 자존심과 깊은 애정의 모습이다.


이미 국내 개봉 전부터 예매율 8080만 장을 기록하며 흥행 청신호가 켜진 '범죄도시4'다. 앞서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부문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돼 해외 언론과 평단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감독은 이같은 현상과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그만큼 내면이 탄탄하다. 지난 27년간 120편의 영화에 무술감독으로 참여하며 쌓아온 성취감과 이에 따른 연륜과 내공도 큰 밑거름이 됐을 테다. "제가 의외로 부담감이나 기대감을 갖지 않는다. 진인사대천명이란 말을 몸에도 새겼는데, 감독으로서의 제 할도리를 다 할 뿐이다. 사실 '황야' 때도 호불호가 많이 갈렸다. 당시에도 저를 바라보는 시각이 무술 감독이 연출을 잘하겠느냐는 선입견이 있었다. 저는 이런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앞으로 기획하고 있고 해나가야 할 것의 방향성이 명확하고 차차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스스로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고 저는 저를 믿기 때문에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는 감독이다. 자신의 목표를 확신하고 이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갈 수 있는 그의 자신감이 이토록 폼날 수 없다.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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