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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안국진 감독, 확실한 타격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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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4-03-28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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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다. 암담한 사회 현상을 날 서지 않게, 그만의 독특함과 재치 있는 화법으로 무장해 그린 뒤 방심한 찰나 더 큰 화두를 던지는. 안국진 감독의 변화무쌍한 변화구는 여전히 타격감이 좋다. 


2015년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평단의 엄청난 호평과 찬사를 받았던 신인 감독의 첫 장편 영화. 성실하게 살지만 희망이 사라지는 이상한 한국 사회를 아주 절묘하게 비튼 코믹잔혹극의 탄생은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그리고 9년 만에 비로소 두 번째 작품'댓글부대'로 돌아온 안국진 감독은 "게으르게 산 건 아니었는데"라며 멋쩍어하면서도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스스로 창피하지 않은 걸 하고 싶다는 기준이 있어서 선택이 조금 오래 걸린 건 사실"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댓글부대'는 모두가 익히 접했고 의심쩍어 하지만 누구도 그 실체를 알 수 없는 온라인 여론 조작의 방법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무서운 여파를 독특한 화법으로 풀어낸 영화다. 기자 출신인 장강명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한때 대학생들 사이에서 바이블처럼 읽혔단 도서였는데 영화화 제안을 받고 나서야 보게 됐다. 실제로 정말 재밌었는데 영상화는 어려울 것 같단 생각에 오히려 도전 의식이 느껴졌고, 거의 새로 쓰는 수준으로 각색 작업을 했다"는 설명이다. 


감독이 느끼길 현 시대 인터넷은 고도화된 도구이고, 이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인류에 던져진 숙제와 같았다. "인류가 사라질 때까지 존재할 도구 같은데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들을 어떻게 소비할 것인지를 풍자극처럼 흘러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각색의 중점을 뒀다. 


그렇기에 기자로서의 정의감과 사명보다는 특종에 목마른 임상진(손석구) 기자의 이야기로 포문을 연다. 임상진은 어느 하청업체의 억울한 사연을 듣고,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대기업 만전을 폭로하는 기사를 작성한다. 분명한 이슈와 화젯거리가 될 거란 판단에서다. 그러나 기사 배포 직후, 오보란 여론에 휘말리다가 하청업체 대표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사람 죽인 기레기' 소리를 들으며 정직을 당한다. 그런 그를 표적 삼아 여론을 조작했다는 익명의 제보자가 나타나고, 이 여론조작을 주도하는 팀알렙의 실체와 이들의 방식이 펼쳐진다. 사소한 댓글, 사진 한 장을 시작으로 기상천외하게 벌어지는 여론조작의 방식은 흥미로운 감탄을 부르면서도 점차 그 여파가 커질수록 섬찟함마저 불러일으킨다. 또한 반전을 거듭하며 끝까지 이들의 실체가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아 더욱 혼란함을 야기하는 의도적인 연출도 인상 깊다. 


바로 그것이 목표였다는 감독은 "공포가 느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은 이미 만들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이 도구를 이제 어떻게 생각할 것이고,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사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모든게 다 의심이 된다. 여론조작이라는 현상에 대해 오락적으로 즐기면서도 찝찝함이 남아 끊임없이 자기 질문을 하게끔 만드는 것이 이 영화의 역할"이라 여겼다는 것이다. 


감독의 의도에 명확히 도달한 작품이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 수 없기에, 결국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이를 두고 감독은 "끝나지 않는 혼란이 주는 쾌감이 있다. 어떤 입장에 이입해서 보느냐에 따라 상당히 다를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안 그래도 이야기의 큰 뼈대 자체가 혼란을 주는 이야기인데 찍을 때도 머리를 너무 많이 써야 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면서도 묘한 쾌감이 있었다. 관객이 얼마나 헷갈릴지, 그 쾌감의 경지를 올려보자는 것에 집중하며 찍었다"고 개구쟁이 같은 미소다. 덧붙여 "실제로 영화에 핵심이 되는 여론조작 방식들도 인터넷에 떠도는 기존 게시물을 참고했다. 그런 게 현실과 엮일 것이고, 관객도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다시 자문하고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의도와 해석이 여러 갈래로 이어지게끔 만든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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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온라인 여론 조작. 사실 불쾌한 소재다. 실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어 생각과 견해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이 썩 기분 좋을 순 없다. 그렇다고 외면할 수도 없는, 계속해서 화두에 올리고 염두해야 하는 문제다. 감독은 "인터넷 저소비층에겐 새롭고 신선한 이야기일것이고, 고소비층은 실제 삶과 긴밀하게 엮여 공포스럽고 혼란스러운 이야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제는 일상이 돼버린 온라인 문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지를, 여러모로 현실 기반의 상황들과 유기적으로 맞물려 인식하게끔 한 감독이다. 이같은 화두를 던지는 감독의 방식은 참으로 한결같다. 하지만 감독은 꼭 사회비판적인 이야기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제 스스로도 재밌는 이야기가 좋다. 그래서 관객이 오랫동안 두고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또 한국 영화라는 오리지널리티를 살린 작품을 하려고 고민한다"고. 


'댓글부대'의 또다른 볼거리는 손석구를 비롯한 팀알렙 3인방의 독특하고 신선한 에너지다. 감독은 영화 '뺑반' 속 대사도 없이 디테일하게 캐릭터를 표현하는 손석구를 보며 찰나의 순간 마음을 뺏겼다. 언젠가 같이 작업하고 싶단 마음을 늘 품고 있었고, 드디어 이뤄졌다고. "그 사이에 너무 떠버렸다. 그래도 사람이 안 변하더라. 정말 신기하고 저보다 더 성숙하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라는 평가다. 젊은 세 배우의 조합도 빼놓을 수 없다. 감독 역시 "이 팀알렙 멤버들 자체가 새로운 얼굴의 조합이 되길 바랐다. 그것이 신선함이고 소재를 뛰어넘는 볼거리가 될 거란 생각에 욕심낸 캐스팅"이라고 뿌듯해했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가 좋아서 이를 너무도 동경해왔던 감독은, 여전히 영화를 고집하며 꿈을 꾼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이 일을 하며 먹고살아야 하는데, 그러면서도 동시에 후회할 작품을 하진 말자고 자기 암시처럼 되뇐다. 언제 봐도 창피하지 않은,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감독의 진심이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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