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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손석구가 느낀 '웃김'과 '무서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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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4-03-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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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형언할 순 없는데 그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연기할 때나 평소 언행, 마음가짐에서도 특유의 '쪼'가 있다. 배우 손석구다.  


손석구는 영화 '댓글부대'(감독 안국진)에서 온라인 여론 조작의 실체를 파헤치는 기자 임상진을 연기했다. 기자로서의 사명보다는 특종을 노리던 그가 대기업 횡포를 고발한 뒤, 오보라는 여론에 휘말려 신상털이는 물론 '사람 죽인 기레기' 소리를 들으며 정직을 당한다. 사실상 잘린 것이나 진배없다. 이후 이 모든 현상에는 여론 조작이 있었다는 제보자의 등장으로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혼란에 빠진 그는 댓글부대의 실체를 집요하게 파헤치기 시작한다. 


'댓글부대'는 전작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한국 사회를 적나라하면서도 유쾌하게 풍자하며 호평을 받은 안국진 감독이 9년 만에 내보이는 신작이다. 손석구는 "전작도 사회적인 문제를 독특하게 다루고 있어 좋았고 워낙 독창적인 감독님이란 생각이었다. 그런 분께 제안을 받으니 그만큼 저도 개성 있게 봐주시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고 캐스팅 당시를 회상했다. 


댓글과 여론 조작은 현실과 지극히 맞닿아 있지만, 그 누구도 실체를 확인한 바 없는 모호한 소재다. 이를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풀어낸데다, 재치와 풍자 끝에 이로 인해 발생하는 나비효과까지. 현 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 '댓글부대'다. 손석구 또한 이같은 지점에 깊이 공감했다. 


그는 "웃기면서도 무서운 영화는 흔치 않다. 제겐 이 작품이 그랬다. 지금 우리는 온라인과 댓글이 생활화 돼 있는 시대를 살고 있지 않나. 영화를 보며 어떤 이는 자신도 가해자라 생각할 수 있고, 피해자라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얘기라 생각하며 보다가 믿음이 깨지는 순간도 있을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더 특수한 풍자가 느껴지는 것 같다"며 "그걸 꼬집는 영화라서 멀리서 봤을 땐 웃기지만, 가까이 들어갔을 땐 굉장히 무서웠던 것 같다"고 작품에 대한 감상을 전했다. 


이처럼 '댓글부대'는 메시지가 명확한 작품이란 것이다. 이는 손석구가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그는 "지금의 현상과 사회적인 주제가 잘 담긴 영화가 많이 나와야 영화라는 대중매체의 위상이 과거처럼 잘 유지되고 머물수 있을 거라고 여긴다. 관객이 두세 시간을 영화에 허비하는데 대중산업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처럼 기능적인 역할로 플러스알파가 되는 작품에 일조하고 싶은 마음"이란 확고한 작품관을 내비쳤다. 


손석구가 연기한 임상진은 대기업의 횡포를 고발하는 기사를 쓴 뒤 오보라는 댓글 조작에 휘말려 직장과 명예를 모두 잃는 인물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비리를 숨기기 위해 자신이 표적이 된 것을 알고 댓글부대의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는 일부러 '기자스러운' 모습을 부각하지 않으려 했다. "제가 대중분들에 처음 보여지는 배우면 전형적인 기자의 말투나 행동을 할 텐데, 오히려 그런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오진 않을 것 같았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렇기에 직업적인 특성을 부각하기보단 이 커리어를 쌓기 위해 목표를 갖고 실현하는 사람의 모습을 담아내려 했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려 했다. 기자로서 적당한 허세와 야망도 있고, 남들에게 욕을 먹으면 흔들리기도 하고, 이를 바로잡아야 한단 사명감과 희망도 품은 인물"로 임상진을 그린 손석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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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상업영화의 문법을 따르지 않은 모호한 엔딩도 그에겐 흡족한 결말이었다. "온라인에 소통의 창은 너무나 많지만,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개인이 어떤 해석을 갖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영화가 나온 것 같기도 하다"는 그는 "기존 상업 영화의 문법을 따르면 괴리감이 느껴지지만, 저는 오히려 실제인지 아닌지 팩트인지 아닌지를 따지기 모호한 이 영화에 더 어울리는 명확한 엔딩이라 여긴다"고 했다. 


극 중 온라인 여론을 조작하는 댓글 부대의 실체는 모호하다. 팀알렙이라 불리우는 젊은 청년 세 명의 모습이 그려지지만, 이 또한 실존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혼란한 상황을 의도적으로 연출한다. 결국 믿음을 선택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손석구는 "실제로도 뭐가 사실인지 알 수가 없다. 댓글 부대가 존재하는지, 음모론에 대해 각자의 의견은 다 갖고 있지만 표현을 하진 않잖나.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기에 더 혼란스러운 거고, 그것이 이 영화가 얘기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이다. 어떤 분은 웃길 수 있고. 또 다른 어떤 분은 무섭게도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라고 귀띔했다. 


제작자로서도 영역을 확장한 그에게 '댓글부대'는 더욱 공감할 수 있는 소재였다. "미디어 코어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가 조금씩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이야기가 있으니 미디어가 있고, 잘만 활용하면 굉장한 힘을 얻게 되는 것인데 이를 한 발 떨어져서 보는 눈이 중요한 것 같다"고. 


"이번 영화는 안국진 감독이라는 아티스트의 개성이 묻어나는 작업이었다. 감독님의 강박적인 디테일함도 너무 좋았고, 대중산업 영화로서 가져야 하는 표현의 지점과 주제를 명확하게 가진 점도 좋았다"는 그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캐릭터보다, 확실한 자기 주관과 이야기를 가진 감독님이 나를 이렇게 활용하고 싶어 할 때 더 끌리는 것 같다. 쓰임 받는 게 더 좋다. 각 작품이 잉태될 땐 작가와 감독이 먼저 있고, 배우는 어떻게 보면 이를 플레이하는 선수와도 같아서 정해진 작전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전했다. 


매번 다양한 장르에서 특색있는 연기로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하며 대세 배우란 타이틀을 얻고도, 자만은커녕 소신을 지키며 제 길을 묵묵히 넓혀가는 그다. 배우로서, 제작자로서의 목표는 지치지 않고 꾸준히 연기하며 좋은 콘텐츠를 선보이고 싶다는 바람이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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