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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김성철, 여론을 조작하는 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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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4-03-2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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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성철은 참으로 다양한 이미지를 구현할 줄 안다. 어떤 때는 한없이 청량하고 맑았는데, 또 어느 순간 보면 180도 뒤바뀐 이미지다. 시시각각 변하는 그 모습이 흥미롭고 때론 놀랍다. 


안국진 감독의 신작 '댓글부대'는 온라인 여론조작의 실체를 파헤치는 기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감독의 전작인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재밌게 봤던 터라, 감독의 9년만의 신작에 함께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는 김성철은 돈벌이 수단으로 온라인에서 여론 조작을 일으키는 팀알렙의 실질적인 리더 찡뻣킹을 맡았다. 세상 희한하고 정체 모를 이름이다. 처음 캐릭터 닉네임을 접했을 때 배우 김성철 역시 "뭐 이런 이름이 다 있나" 싶었단다. 그러나 계속 발음하다 보니 입에 붙었고, 팀알렙 친구들과 함께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르며 캐릭터 이름으로 놀아보자 싶었다고. 


찡뻣킹은 흔히 볼 수 있는 20대 청년이다. 함께 사는 친구들과 쓸데없이 시시덕거리고 가벼운 욕설도 주고받고, 취직은 해야 하는데 막상 진로를 정하긴 귀찮고 어려운 상태. 그러다 우연히 SNS를 통해 홍보 게시물을 작성하고 이에 대한 성과로 돈을 받게 되자 본격적으로 판을 벌리는 인물이다. 


김성철은 "대본 볼 때부터 팀알렙의 모습과 장면들을 상상하며 봤다. 이 인물들이 어느 곳에 있을 것 같고, 어떻게 입고 말할지를 상상했다"고 했다. 상상했던 것보다 더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구현된 세트는 찡뻣킹 캐릭터를 부각하는데 더욱 효과적이다. 수집해서 리셀할법한 값비싼 운동화들이 방안에 가득한 데다, 벽지 색도 감각적인 초록색이다. "처음부터 힙하고 세련된, 감성적인 공간을 생각했다. 스트릿 한 감성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표본을 그대로 녹여낸 듯한 방이었다"는 김성철은 "워낙 미학적이고 세트가 예뻤다"고 했다. 


팀알렙의 집 바로 앞에 시시때때로 등장하는 거대한 회전목마도 독특하고 색다른 미장센이다. 그는 "감독님의 천재성을 느끼는 순간이 많았다. 놀이동산에 있는 관람차는 자유로움이 느껴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왔다가는 공간이지만 그걸 매일 보는 이 인물들은 그런 행복을 느끼진 않을 것 같다. 감독님께서 철저한 계산 속에서 찍으신 것 같은데 자세하게 설명을 안 하셔서 오히려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찡뻣킹은 젊은 패기와 흥미로 시작한 여론 몰이의 판이 점점 커져가고 의도치 않은 사건들이 발생하며 꼬여가는 상황에 두려움과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는 인물이다. 김성철은 겁먹은 찡뻣킹이 그들 앞에 다가온 새로운 인물을 마주하는 신에서도 남다른 구도감에 감탄했다. "박물관에서 찍었는데 말도 안 되게 멀리서 조그맣게 인물이 보이는 앵글로 시작된다. 그 거대함에서 눌러지는 중압감과 압박감을 그렇게 표현하신 것도 정말 매력적이었다"는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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찡뻣킹 캐릭터는 김성철에게 새로운 도전이기도 했다. 빠른 두뇌 회전과 탁월한 센스로 여론 조작을 주도하지만, 속내를 크게 드러내지 않는 인물인 만큼, 감정을 드러낼 수 없었기 때문. 그는 "눈으로 말하는 법을 많이 연구했다. 찡뻣킹은 얘길 듣는 편이지 뭔가 나서서 하는 편은 아니다. 연기라는 것이 힘든 게 뭔가 표현을 해야 더 잘 와닿는데 눈빛과 표정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고 큰 도전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고민을 토로해도 김성철은 절제된 감정과 표정으로 그 나이대 청춘이 느끼는 감정과 고민, 객기와 두려움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는 함께 팀알렙으로 연기한 김동휘, 홍경 덕분이라며 "현장마다 특색이 있는데, 우리는 계속 소통하며 만들어냈다. 이렇게 또래 친구들이랑 함께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정말 흔치않다. 그래서 연기할 때 정말 재미있었다. 저희가 추구하는 팀알렙의 느낌, 날것의 느낌이 정확하게 나오고 색깔이 분명하려면 각자의 역할을 정확하게 연기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전했다. 


팀알렙이 여론을 조작하는 과정은 신선하고 기발해 흥미를 이끌어내지만, 그 판이 커지고 점차 영향력이 무시무시해질수록 섬찟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김성철 또한 이를 느꼈다. "예전엔 이런 댓글들이 태평양에 던지는 조약돌같은 느낌이었다면, 이젠 작은 호수에 성인이 아닌 어떤 아이가 괴력이 생겨 엄청 커다란 돌을 던지는 느낌의 시대 같다"는 그는 "무서운 것도 사실이고 그게 댓글의 힘인 것 같기도 하다. 저희 영화가 단순히 재미뿐만 아니라 이런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며 무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미디어 시대에 살아가는 한평생 이런 것에 노출될 수밖에 없지만,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느껴야 하지 않을까"하는 성숙한 견해를 전했다. 


뮤지컬 배우로 데뷔해, 영화 드라마 연극까지 쉼없이 10년을 올곧게 달려온 김성철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것을 해내고 있는 과정이 신기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많은 배우들이 주인공을 원하고 꿈꾸지만 제겐 그것이 그렇게 큰 욕망은 아니다. 그저 연기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잘 해내고 싶다는 것이 목표였다"는 그는 "아직도 연기해보지 못한 캐릭터가 많고, 도전해보지 못한 것들이 많다. 박수칠 때 안 떠나고 싶다. 여전히 다작이 꿈"이라며 웃어 보였다. 앞으로도 그저 최선을 다하고 싶을 뿐이란 배우 김성철이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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