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데이즈' 김윤진, 이야기의 발견 [인터뷰] > 인터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도그데이즈' 김윤진, 이야기의 발견 [인터뷰]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4-02-06 07:12

본문

c.jpg

우연히 기내에서 보게 된 영화에 매료돼 일정 중에도 내내 작품에 대한 잔상이 강하게 남았던 기억. 김윤진은 이 기억을 기어코 실행에 옮겼다. 제가 느낀 좋은 작품에 대한 감상을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픈 마음에서였다. 영화 '도그데이즈'의 시작이었다. 


"기내에서 영화 보며 우신 적 있느냐. 세상 가장 창피한 일"이라며 말문을 연 김윤진은 "너무 유쾌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이런 수많은 감정을 느끼며 주체가 안 돼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펑펑 울었다. 이후 열흘의 여행 동안 머릿속에서 영화가 떠나질 않더라"고 당시의 감상을 생생히 전했다. 원작 원제는 '도그데이즈', 국내 개봉 명칭은 '해피 디 데이'. 


그 길로 김윤진은 제작자인 남편과 함께 원작에 대한 판권을 구매하고 "천오백만 반려인 시대"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직접 원작의 자막 작업까지 할 정도로 열정을 보였고, 윤제균 감독의 JK필름과 CJ의 오케이 사인을 받게 됐다고 뿌듯하게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는 김윤진이다. 


그러나 제작 결정을 듣자마자 세계적인 팬데믹 시대로 접어들었다. 영화 완성본이 나오기까지 무려 4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닌데 잘 기억이 안 난다. 모든게 올스톱이 됐었고,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계속 작업을 해나갔다"고. 기약 없는 시기에도 영화에 대한 애정과 열의를 놓지 못했던 이유는 분명했다. "내가 느낀 감동을 다른 사람들도 느끼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좋은 제작자의 자세다. 


그의 말로는 "뜬금없는 유머가 매력"인 원작의 감성을 한국식으로 적절하게 풀어내는 작업이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많은 인물이 유기적으로 얽히는 만큼 캐스팅 역시 중요했다. "제가 제일 먼저 캐스팅된 배우"라고 웃은 그는 "저는 사실 출연까지 생각이 없었다. 제가 출연하고 싶어 만들자고 한 영화가 아니었다. 진짜 좋은 이야기라서 친구한테 문자 날리듯 '이거 봐바'하는 마음으로 하고 싶었다. 그랬더니 윤제균 감독님이 '하는 거 아니었어?'라고 물으시더라"고 했다. 


이후 캐스팅 과정에서 윤여정, 유해진, 김서형, 정성화 등 기라성같은 라인업이 완성됐다. 김윤진은 반가운 한편 "이렇게 몸짓이 커졌어?"라며 제작자로서의 염려와 걱정도 들더란다. 덧붙여 "툭하면 예산 얘기가 튀어나왔다. 모두가 해피하게 '잘했어'하며 헤어질 수 있는 해피엔딩이 되는 것이 작은 소망"이라고 간절한 바람이다. 이처럼 배우로서만 참여하는 작품이 아니다 보니 온전히 연기에 집중이 안 되더라고. 

 

cats.jpg


하지만 많은 등장인물의 갖가지 에피소드가 펼쳐짐에도 각 이야기 속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특히 소담하고 작은 일상 속의 감정들을 표현하는 배우들의 모습은 '도그데이즈'의 또다른 볼거리다. 김윤진이 맡은 정아는 자상하고 유머러스한 남편 선용(정성화)과 행복한 결혼 생활 중이지만, 온갖 노력에도 임신이 되지 않아 마음 고생하는 인물이다. 그가 친구들을 만나 대수롭지 않은 가벼운 말들에 큰 상처를 받고 의연한 듯하면서도 결국 남편을 만나 덤덤하게 건네는 속마음과 자연스러운 대화의 호흡은 특히 좋다. 이에 김윤진은 "감독님이 두 사람의 모습을 실제 저와 남편을 생각하며 쓰셨다고 하더라. 우리 식의 유머가 있고, 재밌게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닮았다"고 했다. 


입양을 결정하고, 이 또한 좌절돼 울고 있는 그에게 가만히 손을 내밀어준 의젓한 보육원 아이 지유를 마음에 품게 된 순간의 서사 역시 뭉클하고 따스한 감동을 준다. 김윤진은 "영화의 톤앤매너가 있어 너무 깊게 들어가도 안 되지만, 그 무게감은 희석하지 않아서 좋았다. 제가 좋아하는 류의 영화가 이런 식의 휴먼드라마다. 의식하지 않고 있는데 소리 없이 스며드는 이야기가 좋더라"고 했다. 


남편 역의 정성화와 호흡을 맞춰 가는 것도 즐거운 작업이었다. "다양한 캐릭터가 많이 나오는 영화라서 우리 이야기에만 할애할 수 없고 시간적인 한계가 있는데, 우리끼리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가는게 재밌었다. 특히 성화 씨는 아이디어 뱅크다. 즉흥적으로 연기하고 스스로 자신의 장면을 보며 크게 웃는다"고 웃은 김윤진은 "다시 한번 길게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영화가 있다면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늘 반려견과 함께 해왔다는 김윤진은 "할아버지 집에 키우던 강아지를 맡기고 이민을 할때 손수건에 강아지털을 싸서 간직해서 왔다. 그걸 아직도 갖고 있다"며 "미국 집은 흙을 털고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머드룸이 있는데 거기 좁은 문이 굉장히 비밀스러웠다. 문 열면 벽 뒤에 한국과 연결되는 문이 있어서 내 강아지를 보러 다시 갈 거야 그런 생각도 하고 그랬다"며 어린 시절의 작고 소중한 기억을 털어놨다. 


이어 "예전엔 반려견을 집 지키는 동물이라 생각했던 사회인데, 사회가 성숙해지며 여러 인식도 바뀌고 반려 동물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강아지 말을 번역하는 제품이 나온다면 전재산을 다 걸고 투자할 것"이라고 남다른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배우로써 어느덧 28년의 연기 인생을 지나온 김윤진은 "어제는 역사고 내일은 미스터리 혹은 비밀이며 오늘은 선물이란 말이 있다. 지금 이 순간은 선물 같은 시간"이라고 말한다. 배우의 영역을 확장해 제작자로서의 역량을 새롭게 발휘하며 소중한 오늘을 알차게 살아가는 그였다. 


사진=CJ ENM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공감 0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추천뉴스

게시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