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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 죽음의 바다' 허준호가 그려낸 신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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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3-12-2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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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아우라와 독보적인 존재감, 배우 허준호를 설명하는데 이보다 더 적합한 말이 또 어디 있을까.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최종장인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명나라 수군 부도독 등자룡으로 강렬하게 등장한 허준호. 그는 흰 수염을 길게 기른 70세 노장의 모습에도 장골이 기개하고 늠름한 무신의 비주얼로 첫 등장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쇠질을 많이 했다"며 사람 좋게 웃은 허준호는 이 시리즈에 참여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는 소회를 전했다. 


지난 추석 흥행작인 '천박사 퇴마 연구소'의 강력한 빌런에 이어 연말 연휴를 장식하는, 심지어 대흥행작이자 이순신 시리즈의 최종장 '노량'까지 탄탄대로 행보다. 그는 "이렇게 대작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배우가 된다는 것에 너무 감사하고 영광"이라고 했다. 


특히 "이순신 장군은 잊어선 안 될 분이다. 우리가 꼭 잊지 말고 이후에도 누군가는 계속해서 해야 할 이야기"라며, 영화 속 인물로나마 이순신 장군의 곁에서 그의 아픔을 같이 나눌 수 있었단 점에서 감동과 애정을 느꼈다. 


처음 감독을 만났을 때, 한 사람의 일생을 이토록 오래 들여다보고 10여 년에 걸쳐 세 작품의 시리즈로 내놓는 발상을 한 자체가 궁금했던 허준호는 '왜 해요?'라고 물었단다. 이에 이어진 감독의 답변은 무려 2시간 반 가량 계속 됐다고. "이게 말씀을 다 하신 게 아니었다. 작품의 시, 분, 초까지 세세하게 설명하는데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을까' 솔직히 감동을 받았다. 사실 중국 사람 역할이라 이걸 해야 하나 고민도 했었는데 감독님의 답변에 놀라고 홀린 것 같다"며 여전히 당시 생각에 혀를 내두른다. 


결국 홀리듯 제안을 수락했지만, 사실 그는 등자룡이 궁금했다. 조선의 연합군인 명나라 수군의 부도독이지만, 이순신과 그가 지키고자 하는 조선을 위해 제 목숨을 걸고 전장에서 맹렬히 싸우다 전사한 인물. 신의를 지킨 인물의 행동이 놀라웠던 탓이다. "상대방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는 것이 사실 혈연이라 해도 어렵지 않나. 이 사람은 뭘 믿고 그렇게까지 자신의 목숨을 바쳤나. 두 사람은 어떤 관계였을까. 자료를 찾아봐도 몇 줄 안 나와있었다"는 그는 "그래서 대본이 표현하고 있는 것과 제 느낌을 개인적인 감정에 실어 연기했다. 혈연보다 더 믿을 수 있는 존재였다고 설정했다"는 설명이다. 


심지어 등자룡은 진린이 자국과 수군의 실리를 좇으며 이순신을 돕길 꺼리고 있을 때, 독단적으로 왜군과 싸우러 출항한다. 이를 두고 "모두가 예스할 때 노하는 사람이 있잖나. 등자룡이 그런 사람일거라고 생각했다. 대의보다는 소신을 지키고 상식적인 사람, 진실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으로 해석했다"는 허준호다. 


등자룡이 비중은 적었으나 강렬하게 뇌리에 남은 이유는, 이처럼 강직한 신의와 신념을 보인 탓이다. 허준호는 "'명량', '한산', '노량' 모두 무조건 이순신 장군이 돋보여댜 한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다. 그래서 저는 더 하고 싶고, 더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개인적으로 최대한 자제하고 말을 줄였다"고 했다. 그만큼 이순신 시리즈에 진심인 그였다. 

 


노량죽음의바다_캐릭터포스터(등자룡).jpeg


중국어 연기는 무조건 외우는 수밖에 없었다. 상대방의 대사까지 달달 외웠다. 이제 안 외워도 되니 정말 좋다고 해맑은 미소다. 이순신 장군과 대화가 아닌 필담으로 속마음을 주고받는 신은 특히 그가 마음에 들어하는 신이다. "대본 보면서도 멋있게 느껴진 신이고, 궁금해진 신이다. 서로 말하지 않고 표정만으로 감정을 헤아리는 신이 참 좋았다"고. 


언월도를 휘두르는 노장 등자룡의 맹렬한 전투 역시 놓칠 수 없는 명장면이다. "긴 창을 움직여야 해서 다른 때보다 벌크업을 많이 하고 기본적으로 힘을 많이 키웠다"는 그는 "수염도 이렇게 길게 붙인 적은 처음이다. 처음 분장 받았을 때 '왜 이렇게 늙었어?' 했다"며 너스레다. 하지만 허리를 곧게 피고 더 꼿꼿한 인상을 주며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도록 인물을 만들어갔단 설정이다. 


과거 실제 배 위에서 바다 촬영을 했던 그는 발전된 기술력으로 완성되는 노량해전의 해상 전투 신에도 크게 감탄했다. "'실미도' 때는 직접 바다에 나가서 찍어야 해서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졌다. 우리나라가 이걸 해내? 정말 대단하구나. 이렇게 발전했구나. 감독님도 그렇지만 전 세계적인 스태프가 나왔구나. 정말 감격스러웠다"고.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매 순간 어떤 형태로든 저만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배우 허준호. 하지만 그는 여전히 정의되지 않는 '백도화지'같은 배우가 되고자 노력한다. "배우의 색깔은 감독과 작가가 입혀주시는 거다. 될 수 있으면 색깔 없이 살려고 노력 중이다." 이제껏 많은 이들의 뇌리에 남는 캐릭터를 연기한 것은, 그만큼 좋은 인물들을 운 좋게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겸손이다. 


흔히 말하는 '꼰대'가 되지 않는 것도 그에겐 중요한 마음가짐이다. "확실히 옛날 사람이라 감각이 떨어지고 뒤쳐져 있구나 느낄 때가 있다. 내 고집을 피우지 않고, 따라가야지 하는 마음"이라면서도 "그래도 기본적인 것, 살면서 상식적인 것들을 지키며 사는 사람이고 싶다"는 바람이다. 명배우의 겸손과 품격이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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