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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박해준, 이인자의 존재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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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3-11-26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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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준은 상황에 맞게 자신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배우다. 적재적소 자신을 더하고 덜어내는 그의 연기는 어느 때라도 이질감 없이 다가온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 이인자의 존재감을 그만의 방식으로 발휘한 것만 봐도 그렇다.  


권력을 향한 욕망의 기차에 탑승한 후 돌진하는 탐욕의 2인자. 배우 박해준이 영화 '서울의 봄'에서 연기한 노태건에 대한 설명이다. 그는 전두광의 오랜 친구이자 같은 군대 사조직 하나회의 일원이다. 전두광의 반란 계획에 처음엔 겁을 먹고 반신반의하는 모습으로 언뜻 우유부단하고 소심해 보였으나, 이후 전두광의 권력욕에 편승해 숨겨진 욕망을 드러내며 군사반란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일인자 앞에선 다소 위축되지만 그가 사소하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을 제 선에서 해결하는 이인자 특유의 면모를 실감 나게 연기한 박해준이다. 노태우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인 데다 내외적 싱크로율도 상당해 어떤 이는 '죽은 노태우 영혼을 강령술로 불러내 고증 자문받고 빙의시켜 연기한 듯하다'는 관람평을 남겼을 정도다. 


이에 멋쩍게 웃은 박해준은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 하지만 실존 인물에 대한 캐릭터적 고민은 안 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부담이 됐는데 감독님을 만나고 촬영에 들어간 이후에는 상황에 집중하다 보니 캐릭터적인 면에 부각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2인자로 그려진 인물적 내면에 더 집중했다. 반란을 도모하고 결정은 전두광이 내리지만, 노태건은 이를 다시 검토하는 사람이다. 그런 것들이 표현되기를 바랐다. 다만 듬직한 풍채는 의도했다. "개인적으로 좀 더 나이 들어 보였으면 했고, 그전에 살을 좀 찌웠었는데 군복을 입었을 때 편견이긴 하지만 호리호리한 모습보다 풍채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이를 유지했다. 전두광과 친구 관계로 나오기에 그런 밸런스를 맞춰주면 좋겠단 생각"에서다. 


노태건은 초반 자신에게만 은밀히 털어놓은 전두광의 내란 음모를 듣고 기겁하며 이를 만류한다. 선뜻 지지하지 않고 주저하는 모습이 자칫 소심해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박해준은 이를 두고 "제 스스로 노태건 역할을 연기하며 염두한 것은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단 생각이다. 물론 전두광이 엄청난 힘으로 나를 당기고 있지만, 이 인물은 선택을 내리기까지 생각이 깊고 고민이 많은 인물"이라며 "전두광은 자신이 사람을 좌지우지하며 주무른다고 생각하지만 노태건은 마냥 따라가지 않고 의문을 품는다. 센 압력으로 감정을 유지하지 않고 내면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인물의 감정을 표현했다. 그렇게 신중하게 내린 선택이라면, 이후에는 중심을 잡고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는 사람"으로 캐릭터를 해석했다. '꼭 너 때문이 아니고, 나도 이런 생각이 있기 때문에 내린 결론'이라는 모습을 보이려 했다고. 


극 중 반란군들이 내란 음모를 도모하는 장면은 탐욕과 욕망이 한데 뭉친데다 극도의 긴장이 응축된 상징적인 신이다. 이때 쿠데타가 실패할 가능성을 두고 염려하는 이들에게 확신을 불어넣으며 칼로 잰 듯 완벽하게 주고받는 전두광과 노태건의 호흡은 굉장히 인상적인 신이다. 당시를 회상한 박해준은 "이번 영화는 리허설 현장이 굉장히 명확하고 집요했다. 아낌없이 리허설 시간을 쓰는 작품이었다. 많은 인물이 모여있음에도 굉장히 자연스럽고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마치 하나의 공연을 만드는 것 같았다. 아무 데나 카메라를 갖다 놓아도 흠잡을 수 없이 한 장면이 되는, 매 신마다 정말 준비가 완벽했다. 당시의 숨 쉴 수 없는 긴장감들이 실제 현장에서도 느껴질 만큼 분위기가 잡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상대 역인 황정민이 절로 집중과 긴장감을 만들어줬다며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몰입해서 만들어주시고 여기에 '드루와' 하시는 거다. 그래서 돌멩이 던지면 파장이 깨지듯, 선배님이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다"고 황정민의 유행어를 센스 있게 활용해 고마움을 표한 그다. 


여기에 그토록 염원하던 김성수 감독과의 작업도 그에겐 영광이었다. "같이 작업해보고 싶었다고 말씀해주실 때 정말 기뻤다"는 그는 특히 '아수라'의 '찐팬'이었다. "감독님 얘기는 정말 침 마르도록 할 수 있다. 제가 감히 칭찬할 수 있는 분도 아니지만 진짜 좋고 멋있는 사람이다. 되게 매력이 넘치고 적당한 카리스마가 있다. 사람을 존중해 주는 모습, 인간적으로도 멋있고 현장에서도 정말 멋졌다. 제가 존경할 수 있는 분이 또 한 명 생기게 돼 기분 좋았던 만남"이라며 극찬을 이어가는 데다 "계속 보다 보니 정말 멋있고 잘생겨 보이시더라"라고 듣기 좋은 익살이다. 그만큼 동경하는 감독, 배우들과의 작업과 후회 없을 만큼 완벽한 결과물에 더할 나위 없이 흡족해 보이는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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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흥행 성적까지 탄탄대로다. 오랜만에 '서울의 봄' 덕분에 극장가도 봄을 되찾듯 활기를 띠고 있다. 박해준은 "영화가 잘 되니까 덩달아 기분이 좋다는 분들이 많으시더라. 이를 보며 '아, 진짜 한국 영화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구나' 그런 생각만으로도 감동적이다. 너무 신기하고 참 기분이 좋다"고 했다. 


현재 뜨거운 반응과 더불어 영화를 다 본 뒤 심박수가 얼마나 상승했는지를 확인하는 심박수 챌린지며, 항간엔 욕하며 볼 수 있는 '욕 상영관'이 나와야 된단 반응도 줄을 잇는다. 


박해준은 "지금도 식당 가면 '김희애 남편 왔다'며 '부부의 세계'를 언급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때는 욕했는데 지금은 너무 좋아해'라고 하신다"고 욕을 들어도 배우로서는 이런 반응이 감사하단다. 비록 내란 음모를 벌인 반란군의 입장을 연기했지만, 인간적으론 자신의 본분을 지키며 끝까지 싸우는 진압군의 모습이 큰 감동이며 아름다웠단 감상이다. "연기하며 노태건의 심정으로 이태신(정우성)을 볼 때 참 두렵기도 하고 놀랍고 존경하면 안 되는데 존경스러운, 그런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던 것 같다. 단 한 명이 우리를 막기 위해 걸어오는데 압도되는 두려움도 있고 그런 감정이 자연스럽게 생길 수밖에 없었다. 내가 좀 초라해진단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고. 이어 "개인적으로도 자신이 맡을 일과 사명을 위해 목숨 끝까지 지켜나간 이태신 장군이 정말 멋있단 생각이 들었다. 저 역시도 촬영에 임할 때 배우며, 스태프며 각자 맡은 역할에 대해 충실히 일을 해나갈 때 결과물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모습이 중요한 거라고 생각한다. 제가 아빠로서는 가정에 충실하고, 배우로서는 연기에 충실한 것. 당연하게 지키고 해야 할 것들을 못하는 때도 많으니 내 삶을 돌아볼 때 부끄럽지 않게 제게 주어진 일을 좀 더 집중해야겠단 교훈도 얻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놀라울만큼 재밌었고 참 좋은 경험을 했다"는 박해준은 '서울의 봄'의 여운을 기분 좋게 만끽하는 중이었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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