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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2' 차승원의 지독한 설욕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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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3-11-2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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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풍미하고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자신을 새롭게 각인시키는 배우 차승원의 모습은 여유롭고 자신감이 넘친다. 


차승원이 설욕전을 제대로 치렀다. 5년 만에 돌아온 미드퀄 '독전2'에서 전작의 치욕과 수모를 무시무시하게 응징한 데다 최후의 승자로 생존한 브라이언이다. 모든 등장인물이 사망한 데다 염원하던 이선생 타이틀까지 거머쥐게 됐으니 '독전2'는 메인 빌런인 브라이언이 최종 주인공인 셈이다. 


전작에서 유령 마약 조직의 보스 '이선생'을 사칭하다 지독하게 당한 그가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차승원은 브라이언이 가장 압도적이었단 '독전2'에 대한 평가에 너털웃음을 지으며 "아마 분량은 전과 비슷할 텐데 1편은 워낙 기억에 남는 캐릭터들이 많았고, 지금은 그 하중을 넘겨받아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드퀄이란 새로운 형식의 이야기는 어떻게 하려나 궁금증도 있었고, 2편을 찍기 전엔 브라이언이 죽은 줄 알았는데 막상 죽었단 정보가 없어 가능하겠다 싶었다. 제 역할만 따져서 봤을 때는 그래도 마무리가 잘됐으니 이 정도면 브라이언으로써는 괜찮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전작의 과오로 인해 몸에는 끔찍한 화상을 입었고 거동이 불편해 전동 휠체어에 의지한 채 등장한 브라이언은 자칫 하찮고 노쇠한 모양새로 비칠 수 있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그는 더욱 강력해진 탐욕과 욕망을 드러내며 이를 무섭게 실행해나간다. 하도 휠체어에 앉아 몸을 웅크리느라 "배에 쥐가 많이 났다"고 너스레인 그는 "누구는 왜 등을 기대고 안 앉냐고 하는데, 아니 영화 본 거야 안 본거야? 아파 죽겠는데 등을 어떻게 붙여"라며 웃겼다. 


이어 "어렸을 때 작은 아버님이 폴레우레탄 만드는 일을 하셨는데 왁스가 터져 전신화상을 입으셨다. 그때 병원을 자주 갔는데 진짜 고통스러워하시던 모습과 소리들이 있었다. 나이가 한창 들어서 봤을 때도 비 오는 날이면 계속 손이 오그러들기도 하고 그러셨다. 그런 모습이 많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 기억을 착안해 브라이언의 외형을 잡아갔다. "데미지가 있으니 신체를 못 움직이는 만큼 얼굴은 전편과는 다른 얼굴을 표현하려 했다. 전편에선 허세와 허풍이 묻어난다면, 큰 일 겪고 그렇게 아프고 나면 확 늙는 얼굴을 보여주려 했다"고. 침을 흘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다시 "영화 본 거야 안 본거야? 약한 사람들 특징이다. 아픔을 그걸로 견디니 침은 더 많이 흘렸고 아주 달고 살았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폭소를 자아냈다. 


영화 '낙원의 밤' 마이사와 '독전' 시리즈의 브라이언까지, 차승원 특유의 개성이 묻어나는 악역 캐릭터는 그만의 노하우와 철칙이 있었다. 젠틀하고 냉정하며 사악하지만 의외로 독특하게 웃긴(?) 기묘한 인물. 차승원은 이를 두고 "전 유머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매 요소마다 이런걸 찾기 바쁘다. 마치 보물찾기 같다. 물론 이런 스릴러, 누아르 장르는 장르만의 매력이 있지만 이게 고착화 됐을 때 딱딱하고 재미가 없다. 완충되는 지점들이 있는데 저는 그런 걸 찾는 거다. 이게 유기적으로 들어갔을 때 확 와닿는다"고 했다. 이어 "나이도 들다 보니 어떤 역할을 맡아도 '꼭 이걸 이렇게 해야 될까?'란 이상한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이 인물은 굉장히 무섭고 말수도 없다. 근데 꼭 이래야 될까? 란 생각이다. 분명 나한테 이 인물을 준 이유가 있을 텐데 활자 그대로 연기하면 이유가 없잖나. 그래서 내 나름대로 해석하고 절충하에 연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차승원은 "처음 브라이언을 봤을 때 얜 뭐야? 도대체 뭐하는 놈이야? 이랬다. 이름부터 재수 없는 캐릭터들 있지 않나"라며 웃긴 뒤 "이렇게 땅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캐릭터를 되게 싫어한다. 내 나름대로 안착시키기 위해 허풍도 있고 빈 구석도 있는 인물로 내 나름대로 안착시킨 거다. 이러다 의외의 상황에서 찬 바람이 싹 불어오는 순간 더 강렬해질 거란" 판단이었다. 


극 중 탐욕을 위해 형과 친아버지를 무참히 죽일 수 있는 지독한 악인임에도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자애로운 언어들을 구사하고 흰 옷만 애용하는데다 독특한, 이른바 '소녀머리'라 불리는 장발을 구사한 채 등장한 브라이언이 그 많고 강렬한 '독전' 캐릭터 속에서도 밀리지 않았던 이유는 그래서다. 게다가 2편의 최후 승자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탐욕과 복수의 화신이 된 그는 병자의 모습으로 등장했음에도 전편보다 더 강렬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홀로 극을 휘어잡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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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에서 자신에게 몹쓸 짓을 한 락과 한 배를 타며 의외로 대인배 모습을 보여주다가 알고보니 그를 이용하며 사리사욕을 채우고 농아 남매에게 지독한 복수를 하는 브라이언의 행보는 특히 강렬하다. 이에 차승원은 "더 쳐 죽였어야 했다"고 익살을 떨어 또다시 폭소를 유발했다. 그는 "토치로 지지고 애들 눈도 멀게 하고, 입도 찢어버릴 듯하잖나. 일차원적인 복수가 사실은 웃긴 거다. 하지만 그게 인간이잖나. 다 죽였어야 했다"고 웃겼다. 


다만 전작의 설정이 붕괴된 지점들은 시리즈 팬들에겐 원성을 사는 요소다. 차승원 또한 이를 인지했다. 그는 "아무래도 전편이 있으니 비교 대상이 있고 이런 콤플렉스를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영화다. 전작에서 세상을 떠난 우리 주혁이가 워낙 강렬했기에 비교될 수밖에 없다. 그 이상 해내기도 힘들다. 그래도 효주나 승훈이를 봤을 때 용기있는 도전이었다고 생각하고 참 성실하고 열심히 연기했다. 이미 우리 품을 떠났으니 왈가왈부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어떤 평가와 결과를 차치하고 찍을 땐 정말 행복하게 찍었다"고. 


한 시대를 풍미하고 여전히 롱런하는 배우 차승원은 "예전엔 존감만 있었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도 오래 하다보니 자존감이 생겼다. 한쪽에 국한된 편협한 시각이 놔지더라. 배우로서 언젠가 내려올 시기가 있다. 그래도 괜찮다. 자신이 있다. 그게 없을 때 일을 관둘 거다. 지금까지 내 자리가 있고 내 롤이 있어서 충분하고 괜찮단 생각이다. 오히려 젊었을 때보다 훨씬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아직까지 많은 사랑을 해주시고 찾아주셔서 더 자존감을 지킬 수 있게 됐다"고 근사하고 당당한 소신을 전했다. "지금까지도 잘해왔고, 앞으로도 한 거보다 할 게 더 많다"고 과거를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의 걸음이 활기차고 긍정적이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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