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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2' 마침내 해방된, 조진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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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3-11-2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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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마침표를 찍었다. 얼굴도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실체 없는 '맥거핀'을 하염없이, 그리고 지독하게 쫓아온 한 남자의 여정. 이를 비로소 끝낸 배우 조진웅은 퍽 후련해 보였다. 


5년 전,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보스를 지독하게 쫓는 남자 원호의 여정을 그린 '독전'이 '미드퀄'이란 명분으로 다시 돌아왔다. 원호가 뉴질랜드로 사라진 락을 찾으러 가기까지의 비어있는 시간과 공백을 메꾼 이야기로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원호 역을 맡은 조진웅은 '이선생'을 맹목적으로 쫓는다. 제 고집에 부하가 죽고, 이로 인해 갖은 비탄을 받으며 스스로도 죄책감에 괴로워할지언정. 이미 맹목적인 신념은 광기로 바뀐 지 오래인 원호는 마침내 이선생의 실체를 알고 끝에 직면한 뒤 허무함에 휩싸인다. 마지막 또한 허망한 결말이다. 


앞서도 "왜 범죄영화란 장르가 나에게 혼란스러움과 질문을 주는가"라며 '독전'이 담은 심오함과 허무주의, 그 속에서 답을 찾기 위해 고뇌했던 조진웅이 왜 다시 이런 원호의 여정을 따랐을지가 궁금했다. 그 역시 '독전2' 제안을 받고 할 엄두가 안 난다며 "힘들다, 못하겠다" 했단다. 그러나 집필된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먹먹하고 깊은 감정이 치밀었다고. "사실 이선생을 잡으려고 쫓아왔던 원호가 더 갈 데도 없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되니까, 인간 본연의 모습에 더 외로워지고 슬퍼지더라. 눈물도 나고 막막했다. 이유 없이 맹목적으로 달려만 왔는데 이젠 어디로 가야 하나. 이런 건 살면서 누구나 한 번씩 하는 질문 아닌가. 그 많은 질문 앞에서 드디어 해방되지 않았나. 이걸 끝으로 원호를 잘 보낼 수 있겠구나."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는 원호를 연기하며 유독 스스로를 많이 대입했다. 형사가 범인을 잡기 위한 행위는 지극히 일반적인 정의구현이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이선생을 수십 년간 쫓으며 알 수 없는 신념마저 생길 정도로 광적인 집착을 하는 자신을 어느 순간 깨닫고 이토록 맹목적인 목적이 결국 제 삶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 수 없게 되는 순간. 이 허망함과 허무감에 지독하게 빠져 있었다. 하지만 비로소 해방감을 맞게 된 그는 '죽음'이란 결말을 맺은 원호를 오히려 다행이라 여겼다. "가장 '독전'다운 원호의 해방이지 않을까." 


그랬기에 먹먹한 한편 평안을 느끼기도 했다. "제 삶에 빗대어 원호를 연기했다. 심각하게 한 번쯤 본인 스스로를 돌아보는 철학적인 재미를 가져보는 것도 재밌겠단 생각이 들었다. '독전'을 하며 저를 많이 돌아보게 됐다"는 그는 "배우라는 직업은 항상 철학적인 거울을 들여다봐야 하는 것 같다. 그동안 이를 놓치며 살때가 많은데 작업하며 다시 느끼게 돼 좋았던 것 같다"고 후련해진 속내를 털어놨다. 이제야 비로소 깨끗하게 지워낼 수 있다는 소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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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2'의 연출을 맡은 광고 감독 출신의 백 감독이 엔딩 크레딧을 마치, CF 한 장면처럼 찍어놓은 신은 특히 이색적이었는데 이를 두고 조진웅은 "원호로 들어와서 조진웅으로 나가는" 의미라고 알렸다. 


원호를 연기하며 수없이 많은 감정의 파도에 휩싸였던 조진웅이 비로소 해방감을 맞았음을 느끼게 한다. 그는 "원래 이성적인 사람인데 한번 감정의 소용돌이가 치면 한없이 들어간다. 제 속의 동굴로 너무 들어간다. 그래도 해야 될 일이 있으니까 이내 헤쳐 나온다. 고민을 빨리 떨쳐내려 한다. 지금의 이 먹먹함이 치유될 순 없겠지만, 영화 보는 순간 소주 한잔 하며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됐다"며 '독전2'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그는 '독전' 속 정말 독했던 등장인물들 모두를 "외로운 인간군상들"이라고 했다. "누구나 다 파고 들어가보면 외로움이 있다. 소속감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개인 스스로 욕망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아등바등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오히려 달려갈 수밖에 없는 지점도 생긴다"고. 또 이런 외로움을 느끼니 측은한 감정이 들어 어루만지고 싶어지는 기분도 있다고 했다. "잘 보낸 것 같다. 잘 보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라며 비로소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앞으론 좋아하는 멜로 영화를 하고 싶다고 너스레를 떤 그는 "치열한 과정에서 웃고 울고 했던 한 해"였다며 올해를 돌아봤고 마지막으로 "'독전'이 결실을 맺어 관객에 선보이게 돼 기쁘다"고 짤막한 소감을 남겼다. 이제야 속이 후련해진 듯한 조진웅이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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