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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 새롭고 짜릿한 '돌은 자' 김남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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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3-08-1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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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하지 않고 늘 새롭다. 게다가 놀랍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함으로 유일무이한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김남길이다. 


정우성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 '보호자'에서 해결사 우진 역을 맡은 김남길은 첫 등장부터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풍긴다. 무작정 고해성사를 하러 들어간 교회에서 과거의 트라우마를 가엾게 털어놓더니 금세 그 교회를 폭파시키며 불길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는다. 듣기 싫은 소리는 개소리로 왈왈 대며 응수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돌은 자'의 정석이다.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과 그 양면의 잔인함을 무서울 만큼 감쪽같이 연기한 그다. 이토록 원초적이고 동물적인 연기를 하는 그 모습이 새롭고 흥미롭다. 


처음엔 이런 연기에 대한 우려가 컸단 김남길이다.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나 이야기가 묵직한데 너무 혼자 밸런스가 안 맞지 않을까 고민했다. 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하며 조율했다. 우성 형이 얘기한 것이 이런 장르에서 쉬어가는 인물이 있어야겠고, 이 얘기가 갖는 맥락은 명확하니 즐거움도 주고 쉬어갈 수 있는 인물을 만들어보자 했다. 처음엔 괜찮을까 싶었는데 배우로선 연기하기 정말 재밌고 즐거운 캐릭터였다"고. 


'보호자'는 진작부터 해외 유수 영화제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았다. 김남길은 해외 영화제 공개 당시 사람들이 "빵빵 터지며 웃으며 보기에 다행히 거부반응이 있지 않구나"하며 안도했다는 비화다. 심지어 '긴머리 박성웅' 비주얼로도 사람들이 즐거워했다고. 


처음엔 결코 범상치않은 우진 캐릭터를 위해 많은 참조를 하려 했으나 정우성 감독이 요구한 것은 "레퍼런스를 하지말라"는 것이었다. 김남길은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아이들을 관찰했다. "예전에 그런 얘길 들은 게 떠올랐다. 아이들은 원초적이고 본능적이라는 거다. 솔직하게 감정 표현을 하고 울기도 하고 떼를 쓰기도 한다. 우진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완벽한 상태가 아니다. 아이들만의 언어나 표현 방식을 관찰해서 우진도 그렇게 행동하려 했고 오히려 편안해지더라." 


과장된 우진의 행동 역시 자신의 결핍과 트라우마를 감추기 위한 방어기제가 작용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덧붙여 "우성 형이 연기할 때 그 특유의 왕자님 미소로 씩 웃으면서 '남길스러운거야? 레퍼런스야?라고 물으셨다. 귀신같이 알아내셨다"며 웃긴 김남길은 "그만큼 감독님은 감독을 믿고, 제가 할 수 있고 제가 갖고 있는 '나스러움'을 표현하길 바라셨다"고 했다. 


이어 "사실 연기할 땐 불안감이 있었다. 특히 우진이 개소리를 낼 때도 스스로 어색해서 머뭇거렸다. 우성 형은 '저게 어색해하는구나' 이미 알고 가만히 기다려줬다. 그래서 제가 표현할 수 있을 때까지 믿어주고 기다려줬다"며 "그래서 더 믿고 연기할 수 있었다"는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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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이 느낀 우진의 표현 방식도 새로웠다. "우선 톤도 이렇게 인위적으로 하이톤일 수 있나 싶었다. 또 보통 연기할 땐 티키타카가 있는데 우진은 누가 뭐라하던말던 저 할 말만 얘기하고 일방통행적인 캐릭터다. 이런 연기는 처음 해본다"는 그는 연기하며 점점 우진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김남길은 아이 같은 천진함과 짐승 같은 잔혹함이 공존하는 인물로 웃음과 긴장을 동시에 책임지며 '보호자'의 재미를 확실히 담당한다. 특히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 위험하고 재미있는 인물이다. 그는 극 중 수혁(정우성)을 제거해 달란 의뢰를 받고 그를 죽이기 위해 나서지만 의외로 허술하게(?) 제압당하고 인질이 돼 끌려다닌다. 게다가 도망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묶인 발로 힘겹게 편의점에 들어가 컵라면을 먹고 있다. 제대로 '돌은 자'다. 이런 예상치도 못한 반전미가 그를 더욱 새롭고 독특하게 만든다. 


김남길은 "예고편만 보고 제 주변에서 엄청 강력한 빌런 아니냐고 하시는데 제가 말했다. '응 아냐, 모질라'"라며 재치있는 입담이다. 이어 "저도 오랜만에 누아르 하는데 멋스러움이라곤 없는 캐릭터라 '이게 뭐지?' 생각했다"며 웃은 김남길은 "그렇지만 정우성이란 배우랑 부딪혀서 이길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반대로 가는 게 맞다"며 능청이다. 


어딘지 허술하고 맹해보이지만 순식간에 돌변하는 지점이 오히려 우진 캐릭터가 허를 찌르는 기습적 장면이다. 특히 수혁을 잡기 위해 아파트 난간을 뛰어 올라가는 신은 초인적인 모습이 느껴질 만큼 위협적이다. 이에 "처음엔 우진에게 어울리는 '뒤뚱뒤뚱' 걸음을 걸었다. 그랬더니 우성 형이 뛸 땐 '닌자'처럼 뛰라고 했다. 우진이가 순간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향해 집중한 것이고, 그걸 잡으러 갈 땐 닌자처럼 잽싸게 뛰어줬으면 좋겠다는 디렉션이었다"는 그는 해당 신도 스턴트 없이 직접 소화했다. 그럼에도 "우성 형이 워낙 직접 하시니까 대역을 쓸 수가 없었다. 형은 감독으로서 배우를 보호하는 입장에서 직접 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형은 멋있는 걸 혼자 다하셔서"라고 눙을 친 그는 "카체이싱 액션도 직접 해내는 형을 보면서 도저히 제가 대역을 안 쓸 수가 없더라"고 했다.


이어 "역시 내 남자. 멋있어. 정우성"이라 말하는 못말리는 김남길이다.  


"형이 입봉하는 영화에 저를 캐스팅한 믿음에 보답하고 싶었고 제가 나와서 더 영화에 미덕이 있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속내를 털어놓은 그는 후회 없이 즐겁게 연기할 수 있어 좋았다는 소회를 전했다. 이어 "형은 캐릭터의 외외성을 얘기하고 싶어 했고, 캐릭터적으로도 아주 좋은 영화였다"며 정우성 감독에 모든 공을 돌린다. 단언컨대, 감독의 요구를 이토록 완벽하게 부합하며 한국 영화계에 독보적인 캐릭터를 완성한 것은 배우 김남길의 독보적인 재능이다. 


사진=길스토리이엔티 제공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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