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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자' 김강우, 우아하고 웃긴 빌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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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3-06-2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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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2년 차, 배우 김강우에 대한 지난 감상은 연기로 흠잡을 데 없는 이다. 그러나 어딘지 알 수 없게 정형화된 이미지가 있었다. 그런 그가 이런 편견을 제대로 압살 하는 캐릭터를 만났다. 박훈정 감독의 신작 '귀공자'에서 그야말로 광기를 뿜어내는 그의 모습은, 가히 압도적이며 놀라울 만큼 짜릿하다. 


김강우가 연기한 한이사는 재벌2세다. 천문학적인 부를 축적한 국내 사학재단의 이사다. 그는 영화 속에서 사건의 발단을 일으킨 자다. 배다른 동생, 그의 말로 '잡종'인 코피노 마르코를 한국으로 불러들인 인물. 그러나 모두의 타깃이 된 마르코를 차지하는 일이 쉽지 않다. 마치 "똥파리가 모여들듯". 한이사는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라면 피도 눈물도 없이,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 그동안 악한 재벌 2세는 많이 봐왔어도 이렇게 본능적이고, 저돌적인 인물은 의외여서 굉장히 새롭다. 게다가 압도적이고 무서운데, 은근히 생뚱맞게 웃기기까지 한다. 그야말로 범상치 않다. 


"감독님이 제안을 해주셨고, 시나리오를 굉장히 재밌게 봤다. 캐릭터가 색깔도 분명하고 단순한 매력이 있었다"는 김강우는 "재벌2세이면서 악역인 포지션이기에 전형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것들에 변별성을 주기 위해 조금 신경을 썼다"고 말문을 열었다. 


다음은 감독과 캐릭터를 맞춰가는 과정을 거쳤다. 스스로 생각하는 한이사와, 감독이 생각하는 한이사의 느낌을 맞춰가고 일치한다면, 그 후 디테일은 배우 몫이었다. "기본적으로 감독님과 맞춘 합일점은 '마초남'이었다. 거침없는, 와일드한 상남자. 이를 표현하기 위해 의상과 헤어, 걸음걸이 등 비주얼적인 면을 디자인했고, 연기적으로는 동물 이미지를 참고했다. 밀림에서 내가 왕이라 생각하는 숫사자처럼, 거침없이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인물"로 한이사를 설정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감독님 전작 보면 아직도 회자될만큼의 악역들이 많이 있잖나. 그렇게 이분과 작업하면 어떤 캐릭터가 남을 거란 기대감도 있었고, 그런 인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살짝 부담도 됐다. 제가 그동안 하지 않았던 유형의 인물이었고, 한국 영화에서 보기 힘든 인물이라 스스로 설정하고 연기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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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사의 본격 등장을 알리고 그의 캐릭터적인 성격을 단숨에 드러내는 것은 초반 벌판 신이다. 김강우는 "이 영화에서 세 인물이 전면에 나선다. 각각의 사연과 욕망이 얽혀있다가 나중에 만나며 폭발한다. 천천히 인물을 빌드업하는 것이 아니기에, 초반 한 장면에서 완벽하게 임팩트가 있어야 끝까지 팽팽하게 긴장감이 유지되고 이들이 만났을 때 벌어지는 일이 기대감이 될 거라 여겼다"는 판단이다. 이에 "저쪽과는 다른 나만의 포스를 품어야겠다는 계획이 있었다"고 했다. 해당 신은 그야말로 인상적이다. 검은 양복을 입은 수하들을 거느리고 위압적으로 그 중심에 단단히 서 있는 모습만으로도 압도적인데, 거침없이 장총을 쏘는 모습까지 정교하고 공포스럽다. 그 와중에 또 은근히 웃기기까지 한다. 


김강우는 "우리가 소위 말하는 재벌 2세들이라기보단 오히려 갱같은 모습이었다. 성격이나 행동이나 전개 과정을 보면 갱의 모습 같고, 이를 기본 베이스로 깔아 서부극 갱같은 느낌을 내고 싶었다. 재벌 2세라기보단 이 공간이 내 것이고, 내 욕망에 충실한 인물의 모습"이라고 했다. 이번 작품을 하며 '갱스 오브 뉴욕'과 '장고'를 다시 보기도 했다. 이어 한이사 특유의 웃음 포인트에 대해 "웃기려는 의도는 없었다. 다만, 재미를 느끼는 건 엄숙하고 긴장되는 순간에 갑자기 의외의 상황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터졌을 때 터지는 웃음인 거다. 한이사는 마음이 정말 급하다. 빨리 일을 해결해야 하고, 1분 1초가 급한 상황이다. 그 다급함들이 예기치 못한 웃음을 준 것 같다. 그런 순간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리액션들도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한이사가 현실적인 캐릭터로 보일 수 있도록 신경썼다. "귀공자나 마르코나, 저를 포함해 모든 일련의 상황들이 어떻게 보면 비현실적인 상황이다. 일은 한국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래서 저는 제 주변에 있을법한 인물과 이야기여야 한단 생각에, 우리가 많이 봐왔던 사학 비리 등의 설정으로 들어갔고 발이 땅에 붙어 있는 인물을 만드는 것이 한이사의 역할이라 생각했다"며 "그래야 비현실적인 인물들이 한국에 왔을 때 현실감이 확 묻어나지 않을까 싶었다"는 설명이다. 


그렇기에 광기의 추격전이 펼쳐지는 와중에도 한이사는 묵직하고 압도적인 아우라를 펼치며 극의 무게 중심을 잡는다. 


한이사는 박훈정 월드의 빌런 캐릭터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캐릭터다. 무엇보다 전형적인 설정을 갖고도 이를 완전히 뒤틀고 예측 불가능하게 만드는 캐릭터의 갖가지 행동들이 더욱 신선하고 흥미를 느끼게 한다. 


극 중 시선을 압도하는 샤워가운 액션도 마찬가지다. "맨 몸으로 머리도 말리지 않고 나온다. 그때 수하가 가운을 입힌거다. 한이사는 이런 사람이다. 성격도 급하고 맹수 같고, 앞뒤 재지 않고 직진만 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가운을 입었지, 안 입혀줬으면 맨 몸으로 갈 수도 있었을 인물"이라고. 


그가 염원하던(?) 마르코를 손아귀에 넣고 하는 행동도 인상적이다. 온몸으로 희열감을 표현하는데 그 자체로도 광기가 느껴져 소름이 끼친다. 특히 그 와중에 "가족 사진 찍게 웃자"고 말하는 대사는 압권이다. 김강우는 "개인적으로 마르코를 잡아서 집에 들어가는 순간이 제일 좋았다. 대본에선 '기분 좋게 들어간다' 정도인데 이 강도의 희열을 느끼고 기쁨을 표현하기 위해 분위기를 만들어야 했다. 그런 의외성들이 귀엽고 단순했다"고 평가했다.  


우아하고 고상한 냉혈한, 그러면서도 단순하고 저돌적이며 아이러니하게 웃긴 인물. 이런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인물이자 역대급 빌런을 노련함으로 완성한 김강우다. 단언컨대 그의 필모 중 대중에게 회자될 독보적인 캐릭터임은 틀림없다.   


그는 "어떤 작품을 하든 오래 남을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모든 배우가 원하고 지향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전히 연기하며 재미를 느끼는 순간은, 첫 촬영장의 공기다. 모든 느낌이 제게 집중돼 있는 느낌, 그때 안도감도 들고 자신감이 붙는다는 그다. 22년 한 눈팔지 않고 연기한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려 한다는 그다. 그 연기 인생의 방점을 찍는 캐릭터를 만났음은 틀림없다. 


사진=스튜디오앤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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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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