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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자' 타깃이 된 강태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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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3-06-2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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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하고 단단하다. 신인 배우 강태주에 대한 첫인상이다. 


2000여 명에 가까운 경쟁률을 뚫고 박훈정 감독의 선택을 받은 강태주. 그는 감독의 신작 '귀공자'에서 영문도 모른 채 하루아침에 정체불명의 인물들에게 타깃이 돼 쫓기는 마르코 역을 꿰찼다. 


박훈정 감독의 선구안은 '마녀'의 김다미로 이미 입증된 바 있다. 강태주 역시 옳은 선택이었다. 그는 스물아홉의 늦깍이 신인 배우다. 스물셋부터 배우가 되고 싶단 꿈을 갖고 숱한 오디션에 임했으나 번번이 좌절했다. 샐러드 가게, 와인바 등에서 알바를 하며 계속 꿈을 키워왔던 그는 2년 전, 기적처럼 '귀공자' 캐스팅 합격 소식을 받게 됐다. 배우, 강태주의 시작이다. "고민이 많았던 시기에 '귀공자' 캐스팅 확정 소식을 듣게 됐다. 방에서 소리 지르고 춤을 췄다"며 당시를 회상하던 그는 "정말 잘 해내고 싶었다"고 간절했던 마음을 꺼내보였다. 


마르코는 코피노다. 병든 엄마를 돌보며 뒷골목 복싱 경기로 근근히 생활을 이어간다. 엄마 병원비를 위해 생전 본 적 없는 생부를 찾는다. 낡고 허름한 집에서 엄마를 돌보는 마르코의 다정함, 불법 경기장에서 악과 깡으로 주먹을 휘두르는 절박함, 그리고 언뜻 보이는 공허함까지. 강태주는 많은 감정을 담고 있는 마르코의 모습을 차분하게 연기한다. 


강태주는 "감독님이 말씀하시길 '마르코는 뒷골목에서 살아남은 아이야. 굉장히 까칠하고 껄렁하고 날카롭게 날이 서 있는 아이'라고 하셨다. 마르코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공감했다. 이 아이는 어린 소년일 뿐인데 살아남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상황에 놓인다. 마르코가 그래도 복싱 선수고 센 파이터인데도 순간순간 어린애처럼 나약해져 버리는 모습, 이를 들켜버리는 순간들을 그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장의 분위기가 도움이 많이 됐단다. "마르코와 엄마가 사는 집에서 첫 촬영이 있었다. 마르코의 엄마에 대한 사랑, 엄마의 병원비를 대야 하고 엄마를 살게 해야겠다는 그런 마음들을 잘 쌓을 수 있었다"고. 이후 한국에 와서 영문도 모른 채 쫓기는 상황에선 "워낙 선배님들이 주시는 액션을 받아 리액션만 했을 뿐인데 정말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필사적으로 생존하려 하는 모습이 나왔다"고 했다. 


마르코는 지독하게 쫓긴다. 보기 안쓰럽고 가엾다. 그럼에도 "원래 그렇게 촬영이 있다는 걸 알아서, 쫓기는 신에 대한 목표를 세워뒀다. 오늘은 이 정도의 에너지를 써야지, 오늘은 다리를 다친 상태로 뛰는 에너지를 써야지 등. 몸으로 부딪히고 달리는 연기를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마냥 기쁜 강태주다. 또 "저 혼자만 뛰는 게 아니라 늘 뒤에 선배님들이 계셔서 그 기운을 받으며 뛰었던 것 같다. 쫓기는 입장에선 몰입도 잘됐다"고 은근한 너스레다. 


김강우, 김선호는 극 중 그를 좇는 광기의 추격자들이다. 강태주는 그들이 내뿜는 기운 덕분에 저절로 감정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겸손이다. "정말 무서웠다. 김선호 선배는 영문도 모른채 절 쫓는다. 원래 사이코가 더 무섭지 않나. 정말 해맑게 웃고 있는 '더 매드'에게 쫓기는 게 너무 무서웠다. 김강우 선배한테 포획되는 장면에선 한이사가 차문을 열고 나오는데 세상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 힘이 너무 대단해서 아직도 무섭다. 정말 모든 걸 내려놓고 포기하는 마음으로 무릎을 털썩 꿇게 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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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강렬한 생존 복구로 필사적인 힘을 발휘하는 마르코는 뜨겁다. 그러나 후반부 사건의 전말을 깨닫게 된 그의 모습은 허무와 좌절을 느낄 새도 없이 넋이 나간 표정이다. 그 모습도 참 인상깊은 장면이다. 이에 강태주는 "성공했다"며 귀엽게 함박웃음이다. 이어 "넋이 나갔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마르코로써는 한국이 첫 외국땅이었을 거고, 그렇게 큰 집도 처음이었다. 신체적으로 지쳐있고 포기한 상태에서 완전히 포확된 먹이의 모습, 그런 무력한 상태를 보이려 노력했다"는 설명이다. 


후반 감정적인 클라이막스를 찍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단 그는 "저는 처음에 감정을 마구 쏟아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준비한 연기를 어필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지나가는 말로 '사람이 너무 화가 나면 현실에선 더 이성적으로 바뀔 수도 있어'라고 하셨다. 제 감정에 방해가 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배려하면서 생각을 전해주신 거였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함께 연기한 선배 배우들과 감독의 이같은 리액션과 센스 있는 조언들은 그에게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첫 현장에서 넘치는 따뜻함을 느꼈다며 거듭 감사했다. 그러면서 감독에게 아직까지 왜, 자신을 선택했느냐는 질문을 감히 하지 못했단다. "아마 제가 유추하건대, 마르코를 표현하는데 감성적인 면에 집중해 연기했던 모습. 그런 눈빛들과 감정이 깊이가 어필됐던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저는 너무 부족하고 저보다 연기 잘하고 멋지고 훌륭하신 분들이 많을 텐데, 저라는 배우에게 다듬어질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첫 작품임에도 이처럼 큰 대작에 주인공을 꿰찬 것은 스스로에게도 득과 실이 공존할테다. 하지만 강태주는 예상보다 더 단단했다. "부담은 분명 있겠지만, 신인 배우의 타이틀로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한 사람의 배우로서 제 몫을 해내는 배우가 돼야겠다. 이제 작품에 대한 부담감이나 새로운 고민들에 대한 기대도 많고 이걸 잘 이겨내고 싶은 마음도 크다. 이 자신감으로 계속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이다.  


사실 그는 생애 첫 인터뷰에서 감정이 북받쳐 때때로 울컥하기도 했다. 늘 말없이 지지해주신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를 첫 시사회에 초대한 일화를 말하면서 특히 감정이 고조돼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할머니와 엄마가 영화 속 상처 분장이 진짜로 아시고 내내 속상해하셨다"며 울컥해 말을 잇지 못하는 그 공백 사이에 그의 애정과 상냥함, 가족에 대한 온기. 그리고 그동안의 마음고생과 성취감에 대한 고취 등 온갖 무수한 감정들이 넘실댔다.  


"누군지 몰라 찾아봤다"는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단 그는 "저 역시도 시청자로 작품을 볼때 새로운 사람이 연기를 잘하고 좋을 때, 궁금할 때 찾아본다. 누군가를 찾는단 행위 자체가 관심인데 '귀공자'를 보고 저를 궁금해해 주신 자체가 배우한테 얼마나 큰 일인지 알기에 정말 감사했다"고 털어놨다. 


늘 스스로를 믿으려 했고, 그 믿음의 근본은 자신이 쌓아놓은 성취감들이었다. 경험과 보람 등. 이는 스스로에게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강태주다. 앞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꾸준히 넓혀가며 책임감있게 잘 해내고 싶단 바람이다. 강태주의 다음을 기대하는 이유다.  


사진=스튜디오앤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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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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