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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수사' 김봉한 감독이 꿈꾼 행복한 판타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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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0-09-2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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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군사정권의 만행을 소재로 한 전작 '보통사람'을 끝낸 김봉한 감독은 가볍고 즐거운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스스로 즐겁고 잘 아는 이야기. 그렇게 시작된 프로젝트는 난생처음 떠난 해외여행에서 글로벌 범죄에 휘말린 촌구석 형사의 현지 수사극이 됐다. 영화 '국제수사'의 시작이다. 


김봉한 감독이 먼저 떠올린 키워드는 야마시타 골드였다. 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이 아시아 각국에서 약탈한 금괴를 운반하던 중 미군에 의해 해상 운반로가 차단되자 필리핀 곳곳에 이를 은닉했고 결국 일본이 전쟁에 패하며 바닷속 전설로 남게 된 것이 야마시타 골드다. 실제로 이를 찾으러 가면 어떨까 생각했고, 패키지여행을 떠난 주인공이 여러 상황에 꼬여 이를 벗어나는 이야기를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셋업 범죄란 키워드도 연결됐다. 


"애초 사이즈가 큰 이야기는 아니었다. 정통 범죄 누아르 같은 장르가 아니라 '행오버'같은 작은 소동극을 생각했다"는 감독은 평범한 극 위주로 가되 상황이 꼬였을 때 잔잔한 웃음이 유발되는 재밌는 소동극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허술하고 평범한, 옆집 아저씨 같은 주인공이 탄생했다. 주인공 병수가 충청도 출신인 것도 행동은 굼뜨지만, 힘 있게 몰아가는 묵직한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형사 본능이 끓어오르는 마음과는 달리 몸과 영어는 따라주지 않고, 자꾸 꼬여만 가는 상황 속에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병수를 연기한 곽도원은 충청도 특유의 맛깔난 사투리 구사는 물론,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충청도의 정서가 가득한 느긋함으로 코믹함을 유발했다. 


감독은 곽도원에 대해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볼 때 정말 멋있지 않나. 곽도원 배우는 연기할 때 정말 멋지다. 사람다운 연기를 너무 잘하신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캐릭터 같지가 않더라. 정말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라 오히려 더 재밌었다"고 감탄했다. 희화화된 가짜 코미디가 아닌 평범한 이야기 속에 웃음을 만드는 것이 감독의 목표였던 만큼, 곽도원의 자연스러운 애드리브 속에서 탄생한 웃음 포인트들은 감탄의 연속이었다고. 


전작 '보통사람'에서 함께 했던 손현주, 김상호는 이번 영화에도 함께 하며 의리를 지켰다. "손현주 형은 제게 스승 같은 분이고, 상호 형은 믿음이 가는 형"이라고 표현한 김봉한 감독은 특히 이번 영화에서 연출적인 면으로도 김상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단다. "상호 형은 순박하고 푸근한 시골 아저씨 같지만 날카롭고 명석한 사고가 있다"며 "배우들이 저보다 더 나은 연출가다. 감독은 알바라면 그분들은 일 년에 많은 작품을 하시니까 늘 배우들 의견을 존중하면 더 나은 장면이 나온다"고. 그렇기에 배우들이 현장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그의 몫이기도 했다. 


곽도원, 김상호, 김대명, 김희원에 이르기까지 '국제수사'는 캐릭터 맛집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만큼 개성파 배우들의 연기력이 한데 어우러져 최강 조합을 자랑한다. 감독 역시 "모든 캐릭터가 사랑스러웠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돋보이는 건 필리핀 현지 로케 80%로 이뤄진 촬영이다. 영화는 아름다운 휴양지로서의 자연경관과 도시 풍경부터 낯설고 외진 현지 곳곳을 담아낸다. 특히 익숙한 여행지와 도심을 벗어난 필리핀 현지인들의 삶의 공간부터 박진감 넘치는 투계장, 필리핀 죄수들이 수감된 교도소부터 신비로운 코론섬의 모습 등은 리얼하고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보는 사람이야 흥미롭지만, 찍는 사람은 얼마나 고생했을까 싶다. 이에 이에 "무모했다"고 웃어 보인 감독은 무려 4~5개월을 현지에서 머무는 동안 쉼 없이 몰아치는 태풍과 소나기에 갖은 애를 먹었다. 덥다가 지치면 비가 왔다. 감독은 "좀 더 시간과 여유가 있었다면 더 잘 찍었어야 한단 후회가 남지만, 이는 제 변명밖에 안 된다. 낯선 환경, 타이트한 스케줄에서 엄청나게 고생한 스태프와 배우들께 감사하다"고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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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사건에 휘말리긴 하지만, 결국 어린 시절 꿈에 그리던 바닷속 모험기와 우정이란 판타지를 현실로 그려낸 '국제수사'는 어찌 보면 남자들이 꿈꾸는 로망의 집약체다. 이에 감독은 "정신 나간 남자들이 희망을 품고 금을 찾으러 가는 것"이라며 웃더니 "금처럼 변하지 않는 우정, 믿음, 사람과의 신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팍팍한 세상에서 영화만이라도 행복한 판타지를 보여준다면 행복하지 않겠느냐며. 


그는 감사하게도 감독으로서 꾸준히 작품을 내고 있지만, 한편으론 두려움도 불쑥 찾아든단다. "제가 이 직업을 택했다는 게 자랑스러운 반면 후회가 될 때도 있다. 가장 슬픈 건 자의적이 아니라 선택을 받고 작품이 나오지 않나. 늘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단 생각과 고민을 한다"는 그다. 하지만, 성실한 감독이라는 것만큼은 자부할 수 있다고. 


김봉한 감독은 작품을 통해 추구하는 이상향이 있다. 장르를 불문하고 자신만의 세계와 메시지를 구축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있다. 실제 감독의 전작 '보통사람'과 '국제수사'는 전적으로 결이 다르지만, 결국 본질은 같다. 위험에 빠져도 신념을 굽히지 않고 가는 사람의 이야기. 감독은 앞으로도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이 본질만큼은 늘 지키고 싶단 바람을 전했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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