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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철비2: 정상회담' 신정근, 때가 왔다 [인터뷰]

    그동안 쌓아놓은 필모그래피들 속 다양한 배역들로 점차 눈도장을 찍으며 무수히 많은 단상으로 관객의 뇌리를 차츰차츰 잠식하던 배우 신정근. 그에게 드디어 때가 왔다.  최근 개봉된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감독 양우석)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발산한 신정근은 제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다소 얼떨떨한 눈치다. 하지만 우연은 아니다. 준비된 자에겐 기회가 찾아오는 법이다.  신정근은 양우석 감독의 전작을 모두 재밌게 봤었지만 함께 일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처음 '강철비2: 정상회담' 대본을 읽고 감독이 1편에서 다 다루지 못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음을 알게 됐다. 그리고 자신이 제안받은 역할은 생각보다 더 멋진 인물이라 당황했다. 오죽했으면 소속사에 "너네가 찾아가서 협박했지?"라고 물을 만큼 상상치 못한 배역이었다.  그가 맡은 배역은 북 핵잠수함 백두호의 부함장 장기석. 그는 조국을 위해 바른 소리를 해 강등당할 만큼 묵묵한 신념과 강인한 행동력을 지닌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잠수함과 부하들을 진심으로 아끼는 인간미가 있다. 게다가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잠수함 액션을 책임지는 중요한 인물이다. "그동안 코미디 위주로 연기를 많이 했었기에 대본을 받고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신정근은 이내 "아마도 제 외형을 보고 제안하신 게 아닐까. 북한군의 냄새가 나지 않느냐"며 너스레였다.  그의 걱정은 기우였다. 신정근은 장기석 캐릭터의 침착하고 과묵한 포커페이스부터 그 속에서 언뜻 드러나는 친밀하고 정다운 인정까지 자유자재로 감정을 조절했다. 잠수함 액션 신에서는 잠수함 전투의 북한 최고 전략가답게 민첩하고 과감한 전술을 펼치며 생생한 몰입감을 더했다. 단 하나의 캐릭터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뛰어나고 매력적인 배우인지를 여실히 보여준 신정근이다. 그리고 그의 강렬한 존재감은 실제 관객들의 뜨거운 호평으로 이어지며 "'강철비' 주인공은 잠수함과 신정근이다"라는 극찬이 쏟아질 정도였다.  하지만 이같은 반응을 예상도 못했단 신정근이다. 관객들의 호평은 물론 "라이징 스타"라고 저를 부르는 정우성부터 "벌써 스타병 걸린 거냐"는 김의성까지 넉살 좋게 눙을 치는 동료들, 그리고 가족들의 반응도 인상 깊었다. 둘째가 영화를 보고 아내에게 말하길 "엄마, 아빠가 주인공이야. 그런데 마지막엔 정우성이랑 사귀어"라고 얘기했단다. 그리고 아내는 영화를 보고 와서 한마디 하더란다. "악수 한 번 하자"고. 그 한마디에 담긴 응원과 인정을 알기에 더 뿌듯했을 그다.  그러나 신정근은 이런 반응들이 "점점 무서워"지기도 했다. 캐릭터 하나로 이처럼 큰 반향이 일어나는 것이 놀라운 반면 이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여실히 느껴진 탓일테다. "이제 매사 겸손하고 조심해야 되지 않겠나. 좋은 시절은 끝났다"고 다시 익살인 신정근이지만, 그는 관객의 경탄과 찬사를 받을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다.  그는 단순히 인물의 감정선만 표현하는 것이 아닌, 배역이 처한 상황과 행동까지 깊이 있게 탐구했다. 이번엔 잠수함의 전략적인 전투 신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동해 바닷속을 꿰뚫었다. 광활한 바닷속의 모습을 시뮬레이션해 머리 속에 채워넣고 암기하며 외웠다. 전투함의 위치를 가늠하고 익히니 대사의 뉘앙스가 어디서 어떻게 오르고 내려야 할지를 알게 됐다. 장기석 부함장이 소리로만 듣고 판단해서 탐색 추적과 공격 작전을 펼치는데도 긴박한 스릴감이 극대화된 이유는 이런 디테일함 때문일 테다. 이처럼 치밀하게 연기하는 배우 신정근이다.  하지만 정작 그는 연극영화과 출신이 아니기에 배로 노력해야 한다며 "뒤쳐지진 말자는 생각으로 책도 많이 읽고, 성실하게 자료조사도 많이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낮춘다.    단 배우로서 원칙은 있다. 쉬운 길을 가지 말자는 것이다. 그가 말하길 제가 속한 신스틸러 동료 배우들 모임엔 마동석, 오정세, 박혁권, 고창석 등이 있었다. 다들 위치가 달라지고 인기를 얻으며 승승장구할 때 저만 혼자 뒤처져 있었다. 하지만 조바심을 느끼려 하지 않았다. 또 고착화된 이미지에 갇히지 않기 위해 특정 배역을 고집하려 하지 않았다. "한 배역에 너무 깊게 가지 말자는 다짐이 있었다. 너무 코믹하게도, 너무 악하게도 가지 말자고. 특정 이미지가 센 배역은 분명 이슈가 되고 쉽게 올라갈 수 있지만, 배우로서의 한계에 갇히게 된다. 나도 언젠가 올라갈 거니까 단기간에 오르려 하지 말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강철비2' 장기석을 만난 뒤 관객이 보여주는 반응을 보며 그 역시도 변화가 생겼다. 이전엔 주요 배역이 캐스팅된 뒤 그에게 대본을 보고 캐릭터를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질 때면 늘 무리 안에 있는 인물들을 연기했다. 하지만 '강철비2'로 익숙하지 않은 인물을 연기하며 낯설지만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됐다. 이에 다른 이들이 제게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하고 기대할 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 접근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단다. "숙제가 더 많이 생긴 것 같다. 좀 더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의무도 생겼다"는 그에게서 더욱 확장된 배우 영역에 대한 설렘과 기분 좋은 긴장이 엿보였다.  그의 배우로서의 바람은 그저 소박하다. "저 사람 참 편안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길 바랄 뿐이다. 매번 강렬한 잔상을 남기면서도 꾸밈이나 거짓 없는 그의 연기는 이미 자연스러운 편안함을 전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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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철비2: 정상회담' 정우성의 존재 가치 [인터뷰]

    어떠한 것에도 속박되지 않고 신념을 갖고 돌진한다. 자신의 신념과 삶 사이의 가치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제 스스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배우 정우성. 그렇기에 그의 삶은 존재만으로도 가치 있다.  행정부 수반이자 국가 지도자, 권력의 정점.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 배우 정우성은 양우석 감독의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 제대로 신분 상승했다. 앞서 전작 '강철비'에서 남루하고 깡마른 행색으로 북한 1호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북한 요원 철우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시리즈의 연속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인물의 등장과 대치상황을 그려낸 것이 창의적이고 기발했다"는 정우성이다.  한경재는 기존 한국 영화에서 그려진 대통령의 모습과는 달랐다. 우리가 대통령을 떠올릴 때 '사람'이라는 점은 통념에서 빠져 있다. 하지만 정우성은 대통령의 인간적인 모습들을 처음으로 보여준다. 수학 공식도 못 구하면서 나라는 어떻게 구하려 하느냐는 아내의 잔소리를 듣고, 딸에게는 용돈을 뜯긴다. 분단의 당사자이면서 남북미 정상회담에선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북미 정상의 눈치를 살피며 무력감을 느낀다. 그의 한숨과 찰나의 표정들이 남북문제에 주도적일 수 없는 가엾고 안타까운 '우리'의 표정을 대변한다. 주인공이 주도적으로 극을 끌고 나가야 관객들이 그 입장에서 공감하며 몰입이 쉬운데, 그렇지 않은 인물을 연기한다는 건 쉽지 않았을 테다. 하지만 정우성은 그런 인간다운 한경재의 모습에서 도리어 매력을 느꼈다. "우리가 바라는 지도자상은 강인함이나 추진력을 요구한다. 가끔 우린 거리감을 두고 한 인간이라는 것을 망각하며 바라본다. 각자의 사회적 역할을 피상적으로 바라거나 더 깊은 이해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국가 지도자도 하나의 인간이다. 이를 깨는 캐릭터였다." 인간적 고뇌에서 시작돼 국적 임무를 수행하는 그의 마음가짐은 어때야 하는지, 결국 인간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을 할 수 있는 대통령의 모습은 보편적인 우리 모두의 모습을 닮았고, 한경재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단 설명이다.    물론 솔직한 심정으론 절로 한숨이 났다. 세 정상이 모여 있는 신을 찍은 뒤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 땅의 문제인데 중재자가 될 수밖에 없는 답답함, 화가 있었다. 그 당시 느끼는 무기력함을 감내하고 이겨내야 했다"며 우리 모두가 당사자라는 자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길 한경재는 확고한 의지가 있고 이를 위한 인내와 뚝심이 있었다. 이 감정을 끊임없이 반영하려 노력했고, 종국엔 관객의 응원과 연민을 자아낼 수 있다면 관객과의 교감이 성공한 것이란 생각을 했다. '강철비2: 정상회담'은 남북미 정상회담 중 북한 내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한 핵 잠수함에 납치되고,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충돌로 인해 제3차 세계대전 발발 위기까지 치닫는 긴박한 상황을 그린다. 초반 북미 정상의 갈등과 타협 없는 대척점에서 인내하던 남한 대통령은 극의 클라이맥스에 달해 평화체제 구축이란 절대적 목표를 위해 자신이 겪는 치욕을 감당하면서도 제 목숨을 내걸 만큼 강한 신념과 의지를 드러낸다.  정우성은 이를 두고 "한경재는 대의를 위해 자신이 믿고 있는 평화의 길로 가는 과정에서 희생을 감내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 그 용기가 너무 영웅처럼 비쳐선 안 됐고, 인간이기에 자신이 선택한 것이지만 두려움은 분명 있을 것이었다. 그런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보면 지도자나 지도층은 사회에 대한 공감능력이 강해야 한다. 현실 사회뿐만 아니라 과거와 미래 세대에 대한 공감도 같이 해야 한다. 이는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 연민의 마음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미시적인 편견과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거시적인 고뇌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생각들이 한경재의 모습과 말투로 드러난 것이고, 자신이 배우로서 남길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든 것이었다고.  이처럼 깊이 있는 고민으로 가장 진정성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유연함과 강단을 오가며 그려낸 정우성이다. 하지만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연기해보니 대통령은 아무나 못하는 직업이라며 "진짜 투표 잘해야 된다"며 깨달음(?)을 전한다.  사실 정우성은 이번 영화를 처음 공식석상에 선보이는 자리에서 감정이 울컥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마음으로 깊이 작품에 임하고 동화된 그의 깊고 따스한 성품이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를 다소 멋쩍어하던 정우성은 "분단은 우리 스스로의 문제이지만 그 안의 이해관계는 결국 남북 양자 간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는 충분히 불행했던 것 같은데 왜 아직도 그 불행을 직시하지 못하거나 외면하거나 이용하는지. 역사를 돌이켜봐도 우리는 자주적 선택권 없이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민중적 고통과 피해를 다 감내해야 했다. 그 안에선 굉장히 불행한 죽음이 많았고 그런 불행이 끝나지 않은 현실이 느껴지며 여러 가지 감정이 밀려왔던 것 같다"고 당시의 감정을 설명했다. 정우성은 이처럼 따뜻한 온기와 선함을 가진 사람이다.  최근 필모그래피만 보더라도 세상에 던지는 화두가 명확한 작품들에 발자취를 남겨왔다. "지나온 저의 필모를 보면 일부러 시도하기보다는 이에 대한 어떠한 부수적 혜택 등에 연연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새로운 시도에 겁이 없이 도전했고 그렇게 정우성이란 배우의 얼굴이 계속해서 완성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이를 계속해서 찾아가고 발견해나가는 시간이 될 것"이란 정우성은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용기가 있다. 그렇기에 실패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는 그를 더욱 강인하고 깊이 있는 사람으로 여겨지게 하는 요인이다. "단 한 번도 어떤 것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나에게 주어진 어떤 수식어에도 안주하려 하지 않았고, 늘 제가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이 마음을 계속 지켜 나가고 싶단 바람이다. 아름답고 선한 가치관으로 많은 이에 좋은 기운을 전달하는 배우 정우성의 신념은 충분히 값지고 의미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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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철비2: 정상회담' 양우석 감독의 뚝심 [인터뷰]

    양우석 감독은 타고난 수완가다. 게다가 뚝심도 좋다. 그가 오래도록 탄탄히 구축한 '스틸레인' 이야기를 계속해서 고집하는 건, 단순한 욕심이나 자기만족이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치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자 함이다.  천만 영화 '변호인'으로 늦깎이 감독 데뷔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도 양우석 감독은 그 기쁨과 환희를 만끽하기보다 도리어 고심했다. 앞으로 어떤 포지셔닝을 취하는 감독이 되는가에 대한 고찰이었다. 결론은 "주제넘을 수 있지만,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감독의 이 같은 직업적 소명의식은 이미 확고하게 자리했고, 그렇게 '강철비' 시리즈가 시작됐다.  감독이 지난 2011년부터 웹툰으로 연재하던 '스틸레인'은 2017년, 북한 내부 쿠데타 발생과 이로 인해 발발될 남북 핵전쟁 위기를 그린 영화 '강철비'로 재탄생했고, 2020년 현재 남북미 정상이 회담 도중 북한 쿠데타 세력에 납치돼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강철비2: 정상회담'으로 이어진다. 항간엔 왜 그리 논란을 야기하는 남북문제를 고집하느냐고들 한다. 요즘 사람들은 남북이나 통일 따위엔 그닥 관심도 없다고. 하지만 그래서였다. 모두가 어렵다고 외면하는 북핵 문제의 심각성과 평화에 대한 갈망을 '강철비' 시리즈를 통해 끊임없이 화두를 던져야만 했다. "북한은 여전히 냉전 시스템 속에 고립돼 있다. 남과 북이 아무리 따로라고 해도 같이 끌려갈 수 없는 팔자다. 하지만 한국 주변 둘러싼 국가들은 분단이 이익이다. 각 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에 그들이 이익을 쫓아가는 건 당연하지만 우리의 이익은 분단일까? 그렇지 않다. 너무나도 명백한 부분이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감독이다.  우리는 남북문제에 대해 너무 안일하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북한을 바라본다. 북한의 도발과 국제 정세 속에서 전쟁 위기가 초래될 때도 정작 당사자인 우리는 무신경할 따름이다. 감독은 이를 안타까워하며 "남북문제를 관심있게 본 지 20년이 넘는다. 세계 유수 석학과 싱크탱크는 핵전쟁 가능성을 검토하고 모든 시뮬레이션을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시뮬레이션을 가장 못하고 있다. 남북 문제를 가장 열심히 상상해야 하는데 언급하는 것조차 '빨갱이네' 욕을 먹는다. 제 영화가 논란거리가 되는 건 숙명이라 생각하고 욕먹는 것도 괜찮지만 이건 정말 우리에게 손해"라고 강조했다.  "21세기는 상상력이 특징이다. 상상을 많이 하는 사람이 이기는 세상이 왔다. 코로나 바이러스만 봐도 이런 것이 터질 줄 누가 알았겠나"란 감독은 일례로 911 테러 사건을 언급했다. 냉전 시스템이 붕괴됐을 때, 소련이 무너진 뒤 미국은 CIA 예산을 대폭 줄였다. CIA는 모든 정보를 모아서 갖가지 경우의 수를 수집하며 대비를 하는 곳인데 이를 방심했다가 테러리스트들이 항공기를 빼앗아 테러를 저지른 것이었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라 하지만 적은 생각하고 우리는 생각을 못했을 때 당하는 거다. 대책을 세워보자 하면 이미 늦은 것"이란 감독의 지론이다.  '강철비' 시리즈에서 북한 내부의 쿠데타가 계속 발생하는 것도 그래서다. 극적인 설정으로 보이겠지만 감독은 실제론 북핵 위험보다 쿠데타 혁명으로 인한 정권 붕괴의 가능성과 이로 인한 폐해를 예측했다. "사회가 성숙하지 않을 때 큰 권력이 사라지면 내전으로 갈 수 있다. 우린 전쟁 준비를 잘해왔고 평화체제는 모든 정권에서 다 추진돼왔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정권이 붕괴됐을 때 탈북자들만 적게는 50만, 많게는 천만까지 발생할 것"이라고.    특히 이번 영화에서 감독은 남북이 분단의 당사자임에도 한반도 문제에 주도권과 결정권이 없는 현실을 유독 강조한다. 중국과 북 쿠데타 세력의 내통, 일본과 미국의 사전 결탁 등 복잡한 각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제3차 세계대전 발발 위기까지 초래될 수 있다는 공포의 경각심을 일깨운다. "사람들이 자꾸 기시감 때문에 방심한다. 하지만 미중이 격돌하면 지난 400년의 역사만 돌아봐도 강대국과 패권국이 싸울 때 80프로 전쟁 위기가 발생했다"는 감독이다. 그리고 실제 미중이 붙었을 경우 1번 타깃은 한국이 된다. 그런 상황을 알리고자 했다. 남북만 싸운다면 우리는 철저하게 준비가 됐기에 어떻게든 해볼 수 있다. 하지만 3차 대전 사이에 껴 있다면 우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 꼴이 될 것이라고.  그가 구현한 온갖 군사적 시뮬레이션과 방대한 상상력은 가히 감탄할 만한 것임에도 양우석 감독은 "제가 밀덕이라 그런 것"이라며 사람 좋은 너스레다. 감독의 이런 면모는 영화 곳곳에도 묻어난다. 지난 작품들에서도 꾸준히 드러난 '휴머니즘'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극을 관통한다. 남북미 정상이 잠수함이란 한정된 공간에 갇혀서 인간적인 맨 얼굴을 드러내는 것은 신선한 설정이다. 권력의 최정점인 국가 지도자 셋이 잠수함에 갇혀 방귀 냄새로 질색하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이란, 이처럼 심각한 상황 설정에도 인물들의 행위는 유머러스한 블랙 코미디로 풀어내며 숨 쉴 틈을 내어준다.  영화 후반부 남한 정상이 보여준 인간애의 절정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양우석 감독은 이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보면 무능해 보인다고 하더라. 하지만 강경파처럼 행동하는게 가장 쉽다. 분명 자신이 원하는 목표가 있고, 이를 위해선 자기 목숨까지 내놓고 양보한다. 그 모습은 가장 진정성 있었다. 결국 인간의 신념이 가장 강할 때 휴머니즘이 발생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견해를 전했다.  양우석 감독은 영화 말미 큰 화두를 던진다. "그래서 통일하실 겁니까?", 이에 대한 답은 일맥상통한다. "예스라고 해도 지금 당장 통일이 안 된다. 노라고 해도 대안이 있어야 한다. 결국 답은 하나다. 평화체제. 그저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국가가 되길 바란다." 양우석 감독은 그저 평화롭게 살고 싶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와 이에 대한 가치를 말하고자 하는 이다. 그런 염원이 담긴 그의 '강철비'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될까. 이에 "'강철비'를 찍으며 어마어마한 논란거리 속에서 어마어마하게 욕을 먹고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다시금 익살인 감독은 "죄송한 건 '강철비'는 제 상상력이 아닌 이미 외국이 오랜 기간에 걸친 연구를 기반해 시뮬레이션한 내용을 조합했다는 거다. 제가 '강철비3'를 만든다면 그런 죄송함 때문일 것 같다. 제가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안이 생긴다면 그때 한 번 더 만들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고 고했다. 어찌 됐건, 동시대성을 가진 가치 있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감독의 뚝심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