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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수사' 김봉한 감독이 꿈꾼 행복한 판타지 [인터뷰]

    80년대 군사정권의 만행을 소재로 한 전작 '보통사람'을 끝낸 김봉한 감독은 가볍고 즐거운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스스로 즐겁고 잘 아는 이야기. 그렇게 시작된 프로젝트는 난생처음 떠난 해외여행에서 글로벌 범죄에 휘말린 촌구석 형사의 현지 수사극이 됐다. 영화 '국제수사'의 시작이다.  김봉한 감독이 먼저 떠올린 키워드는 야마시타 골드였다. 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이 아시아 각국에서 약탈한 금괴를 운반하던 중 미군에 의해 해상 운반로가 차단되자 필리핀 곳곳에 이를 은닉했고 결국 일본이 전쟁에 패하며 바닷속 전설로 남게 된 것이 야마시타 골드다. 실제로 이를 찾으러 가면 어떨까 생각했고, 패키지여행을 떠난 주인공이 여러 상황에 꼬여 이를 벗어나는 이야기를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셋업 범죄란 키워드도 연결됐다.  "애초 사이즈가 큰 이야기는 아니었다. 정통 범죄 누아르 같은 장르가 아니라 '행오버'같은 작은 소동극을 생각했다"는 감독은 평범한 극 위주로 가되 상황이 꼬였을 때 잔잔한 웃음이 유발되는 재밌는 소동극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허술하고 평범한, 옆집 아저씨 같은 주인공이 탄생했다. 주인공 병수가 충청도 출신인 것도 행동은 굼뜨지만, 힘 있게 몰아가는 묵직한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형사 본능이 끓어오르는 마음과는 달리 몸과 영어는 따라주지 않고, 자꾸 꼬여만 가는 상황 속에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병수를 연기한 곽도원은 충청도 특유의 맛깔난 사투리 구사는 물론,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충청도의 정서가 가득한 느긋함으로 코믹함을 유발했다.  감독은 곽도원에 대해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볼 때 정말 멋있지 않나. 곽도원 배우는 연기할 때 정말 멋지다. 사람다운 연기를 너무 잘하신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캐릭터 같지가 않더라. 정말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라 오히려 더 재밌었다"고 감탄했다. 희화화된 가짜 코미디가 아닌 평범한 이야기 속에 웃음을 만드는 것이 감독의 목표였던 만큼, 곽도원의 자연스러운 애드리브 속에서 탄생한 웃음 포인트들은 감탄의 연속이었다고.  전작 '보통사람'에서 함께 했던 손현주, 김상호는 이번 영화에도 함께 하며 의리를 지켰다. "손현주 형은 제게 스승 같은 분이고, 상호 형은 믿음이 가는 형"이라고 표현한 김봉한 감독은 특히 이번 영화에서 연출적인 면으로도 김상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단다. "상호 형은 순박하고 푸근한 시골 아저씨 같지만 날카롭고 명석한 사고가 있다"며 "배우들이 저보다 더 나은 연출가다. 감독은 알바라면 그분들은 일 년에 많은 작품을 하시니까 늘 배우들 의견을 존중하면 더 나은 장면이 나온다"고. 그렇기에 배우들이 현장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그의 몫이기도 했다.  곽도원, 김상호, 김대명, 김희원에 이르기까지 '국제수사'는 캐릭터 맛집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만큼 개성파 배우들의 연기력이 한데 어우러져 최강 조합을 자랑한다. 감독 역시 "모든 캐릭터가 사랑스러웠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돋보이는 건 필리핀 현지 로케 80%로 이뤄진 촬영이다. 영화는 아름다운 휴양지로서의 자연경관과 도시 풍경부터 낯설고 외진 현지 곳곳을 담아낸다. 특히 익숙한 여행지와 도심을 벗어난 필리핀 현지인들의 삶의 공간부터 박진감 넘치는 투계장, 필리핀 죄수들이 수감된 교도소부터 신비로운 코론섬의 모습 등은 리얼하고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보는 사람이야 흥미롭지만, 찍는 사람은 얼마나 고생했을까 싶다. 이에 이에 "무모했다"고 웃어 보인 감독은 무려 4~5개월을 현지에서 머무는 동안 쉼 없이 몰아치는 태풍과 소나기에 갖은 애를 먹었다. 덥다가 지치면 비가 왔다. 감독은 "좀 더 시간과 여유가 있었다면 더 잘 찍었어야 한단 후회가 남지만, 이는 제 변명밖에 안 된다. 낯선 환경, 타이트한 스케줄에서 엄청나게 고생한 스태프와 배우들께 감사하다"고 공을 돌렸다.    여러 가지 사건에 휘말리긴 하지만, 결국 어린 시절 꿈에 그리던 바닷속 모험기와 우정이란 판타지를 현실로 그려낸 '국제수사'는 어찌 보면 남자들이 꿈꾸는 로망의 집약체다. 이에 감독은 "정신 나간 남자들이 희망을 품고 금을 찾으러 가는 것"이라며 웃더니 "금처럼 변하지 않는 우정, 믿음, 사람과의 신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팍팍한 세상에서 영화만이라도 행복한 판타지를 보여준다면 행복하지 않겠느냐며.  그는 감사하게도 감독으로서 꾸준히 작품을 내고 있지만, 한편으론 두려움도 불쑥 찾아든단다. "제가 이 직업을 택했다는 게 자랑스러운 반면 후회가 될 때도 있다. 가장 슬픈 건 자의적이 아니라 선택을 받고 작품이 나오지 않나. 늘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단 생각과 고민을 한다"는 그다. 하지만, 성실한 감독이라는 것만큼은 자부할 수 있다고.  김봉한 감독은 작품을 통해 추구하는 이상향이 있다. 장르를 불문하고 자신만의 세계와 메시지를 구축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있다. 실제 감독의 전작 '보통사람'과 '국제수사'는 전적으로 결이 다르지만, 결국 본질은 같다. 위험에 빠져도 신념을 굽히지 않고 가는 사람의 이야기. 감독은 앞으로도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이 본질만큼은 늘 지키고 싶단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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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오카' 장률 감독, 공간에서 포착한 삶의 정서 [인터뷰]

    황량한 중국 변방 도시의 공기를 포착한 '망종'부터 경계의 도시 연변을 그린 '두만강', 고혹적인 천년 고도를 담은 '경주', 시간이 멈춘 듯한 소도시 군산을 그린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등 공간이 품고 있는 정서와 질감, 익숙함 속 낯섦을 포착하는 장률 감독의 시선이 후쿠오카를 향했다.   '후쿠오카'는 28년 전, 한 여자 때문에 절교한 두 남자와 귀신같은 한 여자의 기묘한 여행을 담은 영화다. 장률 감독은 사랑이라는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소재를 역사적 아픔과 모순이 공존하는 후쿠오카를 배경으로 녹여냈다.   늘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는 공간에 대한 궁금증을 품고 왔던 장률 감독에게 후쿠오카란 도시는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후쿠오카는 10년을 다녔는데 일본 같지 않았다. 도쿄는 전형적인 일본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후쿠오카는 많이 달랐다. 사람들이 더 여유롭고 개방적이었다"는 감독은 후쿠오카가 사라진 동네의 정서를 담고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감독들마다 영화를 찍을 때 시작하는 출발점은 다르다. 어떤 이는 스토리에서 출발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인물, 혹은 그림 등에서 출발하기도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제 출발은 늘 공간이었다"는 장률 감독은 궁금증이 생기고 다시 오고 싶은 느낌을 받는 곳에서 늘 기묘하고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내가 갔을 적엔 빈 공간이었는데 여기 있던 사람들의 시선, 온도, 냄새가 아직 공간에 남아있다 싶을 적에, 바로 거기서 출발한다. 공간이란 게 사람보다 더 많은 걸 묵묵히 담고 있다. 그 공간에 내가 갔을 때 사람들의 옛날 모습과 행동, 언어들이 떠오르면 영화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후쿠오카'다. 한자를 풀이하면, 행복의 언덕이라는 뜻을 지닌 후쿠오카는 소담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항구도시의 역사가 흐르는 곳이다. 한국과 가까운 거리로 수많은 재일동포가 살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중국과도 오래 교류한 국제화 도시로 큰 도시 규모를 자랑하지만, 동네 혹은 마을의 정서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낯설고도 익숙한 도시, 과거와 현재의 역사가 혼재된 도시, 그 공간 속의 아름다움과 기묘함을 모두 담은 장률 감독이다.   특히 민족 시인 윤동주는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 싸늘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도시의 아름다움과는 별개로 윤동주의 죽음으로 인해 한 도시 전체가 감옥처럼 느껴지는 상반된 경험은 이번 작품의 토대가 됐다고. 이전 작품들을 통해서도 줄곧 시인 윤동주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표현한 장률 감독은 이번에도 윤동주의 작품을 등장시키며 그 숨결을 담아낸다. 그는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읽을 때 자신이 성장한 공간이 그대로 떠오르곤 한다며 "우리의 제일 아름다운 시인이 그곳에서 돌아가셨다. 그 공간에 대한 애도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극에 등장하는 시는 '자화상'과 '사랑의 전당'이다. 스스로에 대한 질문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에 어우러지는 시는 음율과 생명력을 갖고 극을 휘감는다.   또한 영화는 후쿠오카를 찾은 인물들이 꿈과 현실, 연령과 성별, 국적과 언어의 경계를 뛰어넘고 자유롭게 유영하는 기기묘묘한 판타지를 선보인다. 재중동포 출신 장률 감독은 지난 작품들에서도 한결같이 경계의 지점에서 이를 부유하듯 넘나들며 모든 경계를 무너뜨려왔다. 그는 경계의 허물림에 대해 "실제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말을 하며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얼마나 좋겠나. 영화는 그렇게 할 수 있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모든 사람이 갖는 제일 강렬한 감정은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소통을 하려면 자기 식으로, 자기 말투로, 자기 감정을 이야기하는 게 맞지 않겠나. 극 중 '너무 긴장하고 살아서 그런다'는 대사가 있다. 혼자 살 수 없는 세상에서 소통을 하자면, 편한 마음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간적, 사회적, 국가적 소통의 단절과 경계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내면적인 치유를 선사하고픈 감독의 바람은 '후쿠오카' 곳곳에 묻어난다.     어찌 보면 판타지 같은 세상이다. 특히 극 중 귀신같은 여자 소담의 존재는 더욱 기묘하다. 성인임에도 교복을 입고 있거나 뜬금없이 단골 헌책방 주인에 후쿠오카 여행을 제안한다. 그리고 후쿠오카를 여행하던 중 어디론가 사라졌다 불쑥 나타나기도 하고, 언어를 모르면서도 현지인과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에 대해 장률 감독은 이런 판타지 역시 우리 현실이라고 운을 뗐다. "꿈이나 상상도 현실의 정서에서 적용된 건 다 현실의 한 부분이라 생각한다"며 소담 캐릭터에 대해서도 "실 생활에서도 우리 눈에는 독특하고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지라도 그 사람을 더 만나고 알아보면 전혀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 아름다운 한 부분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여자를 동시에 사랑해서 28년 동안 인연을 끊고 살아온 제문과 해효도 마찬가지다. 감독이 느끼길 두 사람은 엉뚱하지만 귀염성이 있는 이들이다. 각자의 공간에서 그들의 삶과 정서가 묻어나는 것 역시 감독이 애정 하는 것들이다. 일본에 사는 해효가 운영하는 작은 술집 들국화, 제문의 서울 헌 책방. 각 공간의 냄새는 인물의 사연과 성격을 담아낸다. "아무리 작은 공간이라도 사람과의 삶과 관계가 있다"는 감독은 실제로도 "내가 모르는, 혹은 나는 벌써 버린 정서들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눈길이 간다"고 했다. 늘 사라진 정서를 간직한 사람들, 공간을 포착하며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온 장률 감독답다.   몽환적이고 파편적인, 경계를 유영하는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들. 장률 감독 특유의 화법은 아름답지만 몽롱해서 많은 관객에게 의문과 호기심을 낳기도 한다. 이에 장률 감독은 웃으며 '후쿠오카'가 사랑 이야기라고 간단하게 정의했다. "사랑이 이뤄지고 끝나고, 증오가 되기도 하고 악연이 되기도 하는 것들. 다 사랑의 범주에 있지 않나. 사랑의 외연을 넓혀서 악연에서 빠져나오는 두 남자와 이를 돕는 한 여자의 이야기"라며 "관객마다 다 삶과 정서가 다르기에 어떻게 받아들이셔도 다 좋다"고 했다. 이어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기에 계속 카메라를 들고 있다. 좀 더 성실한 마음을 갖고 카메라를 들고 찾아보면 아름다움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마지막 말을 전한다. 언제나 기묘하고 아름다운 공간과 정서를 찾는 감독에게 어울리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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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케이 마담' 아름답다, 엄정화 [인터뷰]

      숱한 연예인들이 롤모델로 꼽는 '연예인들의 연예인'이자 대중의 워너비 스타. 독보적인 타이틀이 말해주듯 이름만으로도 빛나는 브랜드가 되는 엄정화. 그 자체만으로 강인하고 완숙한 느낌을 주지만 실상은 꾸밈없이 솔직하며, 여리고 따스한 심성을 지닌 사랑스러운 여인이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삶의 자세가 그를 더욱 아름답고 건강하게 만드는 비결이었다.  코미디 액션 영화 '오케이 마담'(감독 이철하)으로 5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엄정화. 예능 출연부터 인터뷰 스케줄까지 빠듯한 홍보 일정에도 그는 그저 어린아이처럼 들뜨고 신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TV건, 라디오건, '모든지 다 할 거야'라는 마음으로 즐기게 되고 저도 오랜만이라 정말 신나고 재밌다"고 눈을 빛낸다.  그만큼 작품 활동에 목말랐던 터였다. 부러 가진 공백기가 아니었다. "저는 항상 작품을 기다리는 입장이기에 마음의 준비가 돼 있었는데 좋은 작품을 찾기가 어려웠다"고 털어놓은 그는 '오케이 마담'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느낀 설렘을 되새겼다. 시나리오가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와 닿는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액션이라는 새 장르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 기뻤다. "배우들은 늘 새로운 모습에 목말라하지 않나. 물론 사람이 완전히 달라질 순 없지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었다." 오죽하면 캐스팅이 확정되기 전부터 액션 스쿨에 출근 도장을 찍었고, 액션 스쿨에 가는 제 모습이 너무 멋졌다고 털어놓을 만큼 귀여운 구석이 있는 엄정화다.  '오케이 마담'은 난생처음 해외여행을 떠나게 된 가족이 비행기 납치 사건을 겪으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엄정화는 극 중 억척스럽지만 사랑스러운 꽈배기 집 사장 미영 역을 맡아 코믹 연기는 물론 좁은 기내에서 펼치는 화려한 액션 연기까지 능수능란하게 소화했다. "제가 처음 액션 하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도 있었고, 액션이 너무 통쾌하게 잘 만들어져서 이 영화를 선택하길 정말 잘했단 생각을 했다"는 그지만, 초반에는 애를 많이 먹었단다. '한국의 마돈나'란 독보적 수식어를 가진 만큼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치던 가수 엄정화라면, 액션 동작은 수월하게 익혔을 법도 한데 그는 말처럼 쉽지 않았단다. "처음에 너무 의욕만 앞섰나 싶고 내가 몸치였나 싶을 만큼 동작 익히기가 어려웠다. 멋있는 액션 동작을 맞추는 것이나 발로 차이거나 가격 당하는 등 맞는 연습을 하는 것도 어렵더라"고.  개봉 후에도 워낙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 관객이 어떻게 봐줄지 고민했단 그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엄정화의 호쾌한 액션은 능청스러운 코믹 장르와 자연스레 녹아들어 신선한 웃음과 타격감을 선사했다. 정재형 등 절친한 동료들의 반응은 물론, 일반 시사회 직후 "보는 내내 웃다 나왔다. 역시 엄정화"라는 관객들의 반응을 일일이 찾아봤다고 밝히며 해맑게 기뻐하는 엄정화다. 오랜만의 스크린 복귀, 잔뜩 긴장하고 수줍기도 했지만 이런 반응들을 보니 보이지 않는 응원이 들리는 느낌이었다고. 그렇기에 '홍보 요정'을 자처하며 요즘 같은 시기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최선을 다하게 되는 것이란다.    액션뿐만 아니라 디테일하면서도 위트 있는 코미디가 포진돼 극은 더욱 활력을 갖는다. 엄정화가 다급한 표정으로 기내를 휘저으며 화장실을 찾아가는 신만 하더라도 실감 나는 재미를 유발한다. 엄정화는 "정말 장르 자체를 재밌게 즐겼다. 현장도 매우 즐거웠다. 많은 출연진들이 나오는데 다들 끊임없이 작품 얘기도 하고, 에피소드 얘기도 하며 서로 똘똘 뭉쳐 작업했다. 촬영이 끝나는 게 너무 아쉬웠다"며 현장의 좋은 분위기가 작품에 미치는 영향을 실감케 했다. 기내의 모든 승객들과 함께 연기하는 액션 신은 특히 기억에 남았다. 많은 보조 출연자들이 한 신을 위해 다 한 마음 한뜻으로 힘을 보태는 것이 벅찬 감동이었다고.  이처럼 즐거운 현장 분위기 속에서 남편 역을 맡은 박성웅과의 '케미' 역시 저절로 나오더란다. 엄정화는 "아이디어들이 막 나왔다. 제가 남편에게 '예쁘게 생기면 다야?'라고 말하는 건 애드리브였다. 촬영하며 박성웅 씨가 빵 터지더라. 그런 류의 잔잔한 애드리브가 많았고, 박성웅 씨가 극 중 제게 첫눈에 반해 침을 흘리는 장면은 촬영할 때 서로 너무 웃겨서 안 쳐다보고 연기했다"며 듣기만 해도 유쾌한 에피소드를 전했다.  남편과 가족의 충만한 사랑을 받고 있는 미영 캐릭터에 그가 느끼는 애정도 특별했다. 엄정화가 말하길 미영은 남편의 가감 없는 사랑을 받고 사랑으로 치유하며 성격도 변화된 인물이다. 주위 사람들을 가족처럼 여기고 밝은 모습으로 인생을 즐기는 모습이 좋았다. 밝교 애교 많고 짜증이란 참 없는 여자. 그렇기에 행복한 여자의 삶이 표현되길 바랐고, 극 중 미영의 "태어난 게 감사할 만큼 행복하다"는 대사는 자신이 꼭 넣고 싶던 대사였단다.  엄정화 또한 미영처럼 삶에 대한 긍정적인 기운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늘 생각한다. 그 역시도 50대 여배우이자 댄스 가수라는 현실적 한계에 부딪힐 때도 있다. 하지만 삶에서 중요한 건, "나 스스로의 인생을 찾자"는 것이었다. 시간이나 나이라는 한계에 갇혀 자신이 원하는 꿈을 포기하고 남들의 눈치를 보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서 채우는 삶을 사는 것. 그것이 바로 지금의 엄정화를 있게 한 힘이다.  물론 나이가 들어 소외되는 느낌을 받을 땐 그 역시도 슬프다. 늘 살면서 위기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무언가를 시도할 때 주저하는 이유가 나이는 아니길 바란다. "지금까지 해왔던 길을 돌아보면 내가 아직까지도 잘 갈수 있구나 느낄 때가 좋다. 이젠 기다리는 것도 뭔가 힘들고 괴로운 것만이 아니구나. 이 시간을 좀 더 즐기면서 나아갈 수 있는 변화가 생긴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나이 먹는다는 것은 꽤 의미 있는 일이다. 이는 스타 엄정화가 아닌, 인생 경험이 조금은 더 풍부한 인생 선배로서 전하는 진솔한 위로이자 가치였다.  다시 무대에 서고, 연기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끼고, 틀과 편견 안에 갇히기보다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도전해왔던 지난날의 그리고 지금의 자신을 멋지다고 스스로 격려할 수 있는 그다. 이를 끝까지 지키며 멋지게 살았으면 좋겠단 바람을 내비친 엄정화는 "제가 열정이 너무 넘치는 것 같다. 그 열정이 여전히 저를 부추기는 것 같지만, 저는 그런 제가 좋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경험과 삶을 통해 찾은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충분히 사랑하고 즐기는 그의 미소는 당당하고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