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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멩이' 김정식 감독의 물음 [인터뷰]

      지천명에 염원하던 첫 작품을 완성했다. 사회의 한 단면에 존재하는 편견, 그리고 믿음에 대한 이야기는 잔잔한 호수에 아주 작은 돌 하나를 던져 일렁이는 파문을 일으킨다. 다시 잔잔하게 파문이 사라진 뒤에도 깊은 감정의 동요는 오래도록 남는다. 그 호수를 헤치고 간 '돌멩이'처럼 고요한듯 강렬하게 나타난 김정식 감독이다.  계속 영화 일을 해왔지만, 속된 말로 "엎어지길"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어찌어찌 고비를 넘겼나 싶으면 투자의 벽이 높았다. 그렇게 지난한 25년의 영화 인생을 살다가 기어코 세상 밖에 꺼내 보인 것이 '돌멩이'다. 8살 마음을 가진 어른 아이 석구가 가출 소녀와 만나 친구가 되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을 겪으며 자신의 세상이 송두리째 무너지게 되는 이야기다.  실제 지적 장애를 가진 가족이 있기에 안쓰럽고 답답한 상황을 마주한 경우가 많았던 감독은 이에 대한 많은 부조리함을 압축시켜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극의 배경으로 삼았다. 한적하고 평화로운 시골 마을, 유대감이 깊은 이 작은 마을에서 어떠한 사건을 겪은 뒤 서로 자신이 믿는 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하며 충돌하고 갈등을 겪는다. 이 타협 없는 충돌이 일으키는 파장은 끔찍한 여파를 낳는다. "자신들만의 진실로 서로를 재단하고 단죄하는 과정에서 작은 균열이 일어났는데, 그 균열이 너무 큰 파장을 일으키는 삶의 아이러니"를 그리고 싶었단 감독이다.  8살 마음을 가진 석구를 이웃들은 스스럼없이 맞이하고 챙겨주며 마치 가족처럼 깊은 애정을 보인다. 하지만 이방인 소녀가 나타나고 석구와 같이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주변인들은 조금씩 불편한 분위기를 풍기고, 결국 한 '사건'이 벌어진 뒤 석구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철저하게 변한다. 누구도 '진실'이 중요하지 않다. 오직 각자의 '믿음'에 잠식된 이들의 이질적인 태도는 괴로울 만큼 위구스럽다. 감독 또한 정작 본인은 아무 것도 모른채 싸늘한 변화를 맞고 단절된 석구의 세계가 가엾고 아팠다. 그러나 석구를 몰아칠 수밖에 없었다. 냉정할지라도 그것이 진짜 사회의 단면이기 때문이다.  '돌멩이'는 애초에 "진실을 파헤치려고 만든 영화가 아니"라고 의도를 명확히 한 감독은 서로 간의 믿음이 얼마나 불안정하고 변하기 쉬운지 얘기하고 싶었다. 진실을 파헤치려는 노력은 없이, 도리어 진실은 내팽개쳐진 상태로 이를 외면한 채 서로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회에서 섬뜩함을 느꼈던 감독은 관객들에 우리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한 단면을 똑같이 그려내며 '편견'과 '의심', '믿음'에 관한 질문을 던진 것이다.  석구를 대하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태도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그려낸 것도 그래서다. 노신부가 석구에 대한 온전한 연민을 가지고 끝까지 책임질 대상이라고 생각하며 헌신한다면, 석구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동네 친구들은 연민의 층위를 다르게 뒀다. 그들 중에는 '이렇게 안쓰럽고 가엽게 생각해서 챙겨줬는데 네가 내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위해를 끼쳤느냐'고 생각하는 이도 있다. 각자 자신이 믿는 진실과 정의라는 기준에서 각각 석구를 소외시키고 단절시킨다. 이런 모습들을 통해 감독은 "우리도 이들 중 누구의 모습이지 않을까"를 생각하길 바랐다.    영화는 거리를 두고 석구의 평온했던 일상부터, 무너진 세상까지를 때론 예민하게 때론 담담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그러다 결말에 이르러선 온전히 똑바로 석구의 시선을 직시하게 만든다. 두려움에 직면한 석구의 눈빛과 표정은 무수히 많은 감상을 남긴다. 이에 대해 감독은 "석구의 두려움은 스스로 만든 게 아니다. 사람들이 석구를 저대로 두고 두려움에 떨게 할 것인지, 건져낼 것인지 그 화두를 갖길 바랐다"고 털어놨다. 시나리오를 쓸 때 가장 먼저 떠올린 것도 바로 이 엔딩 신이었다. 우리가 한편으론 현실이 불편하더라도 감정적으로 소모하지 않고 이성적인 사고로 이를 바라봐야 한단 생각에서 비롯된 신이다. 감독은 저 또한 별반 다를 게 없단다. "제가 보고 들은 것이 진실일까에 대해 스스로 회의적으로 물어보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할 때가 많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계속 성찰하고 반성하는 모습이 필요한 것 같다"고. 감독이 느끼길 나이가 들어갈수록 인간은 더 편협해진다. 자신 위주의 사고방식을 갖고 고집을 하지만 이것이 초래하는 후폭풍은 때론 걷잡을 수 없는 공포가 되기도 한다.  극 중 석구 역을 맡은 김대명은 마냥 해맑은 순진무구한 어른 아이의 모습부터 슬픔과 두려움에 휩싸인 마지막 잔상까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다양한 감상을 극적으로 느끼게 하는 열연을 펼쳤다. 감독에게도 김대명과의 만남은 특별하고 소중했다. 실제 만나본 김대명 또한 감독이 그려내고자 했던 석구처럼 영혼이 맑고 순수했다. "작가이자 감독으로서 고심하며 석구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대명 씨가 이 인물에 푹 빠져서 생기를 불어넣어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습관적으로 코를 만지고 실룩대는 모습이나 반가운 이를 만나면 순수하게 기뻐하며 껴안는 모습, 목적지에서 자신이 왔다고 알려주는 자저거 차임벨 울리는 습관적인 행동 등은 배우가 스스로 고안해낸 것들이다. 특히 석구가 병원에서 은지와 재회하다 끌려가는 신에선 한 겨울에 몸에서 김이 날 만큼 혼신을 다해서 연기했다.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정말 무섭게 연기하는 게 뭔지 알겠더라.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할지 몹시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며 감탄을 표했다.  비단 김대명 뿐만 아니라 김의성, 송윤아까지 신인 감독으로써는 쉬이 상상치 못할 완벽한 배우들의 조합이었다. "바둑 둘 때 저보다 수가 훨씬 높은 사람한테 수를 못두지 않나. 워낙 배우들이 연기를 잘하셔서 저는 한 게 없다"며 손사레다. 하지만 2년 전 장편 데뷔작 '돌멩이'를 들고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을 만큼 남다른 두각을 드러낸 그다. 김정식 감독은 "그때 나이 딱 쉰이었다. 저는 쉰 살이면 영화를 다시 못 만들고 끝날거라고 생각했다. 항상 좌절을 맛봤고 이번 작품도 쉽지는 않았다. 제겐 더 없이 고마운 작품이고, 저를 살려준 영화면서 앞으로 영화를 더 할 수 있도록 연장시켜준 작품"이라고 깊은 애정과 안도를 표했다.  김정식 감독은 개인적으로 인간의 감정과 이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가 흥미롭단다. 그가 말하길 삶이란 그리 말랄말랑하지가 않다. 불편한 진실을 두고 삶의 여러 감정들이 어떻게 발생하고 소모되는지, 이를 제 깜냥이 된다면 예리하게 찾아내고 싶다. 이 또한 우리 삶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현재 두 번째 시나리오의 초고를 마쳤다는 그가 들려줄 또다른 이야기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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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보' 성동일, 신뢰 가는 연기 기술자 [인터뷰]

    배우 성동일은 절더러 연기자가 아니라 돈 버는 기술자일 뿐이라고 자신을 낮추지만, 그는 연륜에 기대 허투루 연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늘 관객의 믿음을 배반하지 않는 '진짜' 배우의 너스레는 언제나 인간미 넘치고 정겹다.  사채업자가 얼떨결에 담보로 맡게 된 9살 소녀와 새로운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힐링 무비 '담보'(감독 강대규)에서 성동일은 거칠고 까칠한 사채업자 두석을 맡았다. 험상궂은 생김새나 무뚝뚝한 말투와는 달리 실은 그리 모질지 못해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남의 빚을 갚아주는 사람 냄새나는 사채업자 두석. 이처럼 까칠한 듯해도 마음 따뜻한 캐릭터에 성동일보다 더 제격인 배우가 또 있을까. 그 역시도 온갖 너스레와 익살로 자신을 낮추고, 주변 사람들을 핀잔하는 듯하면서도 실은 격의 없이 사람을 살피고 챙긴다는 건 대중도 익히 안다.  성동일도 이번 영화가 크게 마음에 와 닿았다. 익히 알려진 제 가정사를 봤을 때 인물이 절로 이해되고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알았기 때문이다. "전 그렇게 똑똑한 배우가 아니라 가까이에서 참고할 인물을 찾는다. 담보로 맡은 아이를 키우게 되는 건 버려진 아이에 대한 안쓰러움이 컸다. 극 중 편집이 된 흐름이 많지만, 두석 또한 어린 시절 버림받은 전사가 있다"고 설명한 그는 "또 지금 저도 자식 셋을 키우는 가장이다 보니 지금이라도 제가 없다면 우리 애들이 어떻게 될까 상상도 할 수 없이 아찔했다"고 털어놨다. 고작 아홉 살, 사회에서 아무것도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아이의 상황이 가엾고 안타까워 촬영하며 울컥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연기할 땐 절대 울지 않겠노라고 생각했다. 제가 울어버리면 주변 배우나 관객이 할게 없어진다. 끝까지 감정을 누르며 촬영했다"고. 그럼에도 참을 수 없는 순간들이 있었다. 부잣집으로 입양 간 줄 알았던 아이가 알고 보니 끔찍한 상황에 처해있는 설정은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막둥이 딸이 딱 그 정도 나이기에 더 몰입감이 셌다. 그래도 전체적인 흐름을 위해 감정을 조절하고 또 조절했단 성동일이다. "저는 극 중 중간 다리에 있는 인물이다. 배가 출렁거리면 전체가 위험해진다. 저는 평평한 땅과 다리처럼 있어야 했다"며 그렇기에 크게 흔들려선 안 된다고 스스로 주의를 줬다. 특유의 익살 덕에 언제나 연기도 주어진대로 능청스럽게 술술 해낼 것 같지만, 성동일은 이처럼 치밀하고 디테일한 노력을 기울이는 배우다.      한 번쯤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요즘처럼 사는 게 어려운 시절에 이런 따뜻하고 소소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단 성동일이다. '아빠는 우리가 보는 영화는 왜 안 찍냐'는 세 자녀들에게도 기꺼이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서 더 만족스러웠다. 실제 아내와 아이들이 영화를 보고 온 뒤 "아빠 연기 많이 늘었다"는 익살스러운 평부터, "재밌게 잘 봤다"는 듬직한 준이와 하도 울어 영화를 보다 엄마 옆으로 옮겨 앉았다는 막둥이 비하인드까지 훈훈한 가족의 정이 엿보였다. 물론 영화적으로 아쉬운 지점도 있다. 아이의 성장 과정이 빠르게 담기다 보니 서사가 끊기는 신도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컨테이너에 두고 간 신발을 발견하고 회상에 잠기며, 어린 두석이 자신을 버린 엄마를 마을 입구에서 해가 다 질 동안 기다리는 신. 아이를 팔아넘긴 브로커를 찾으러 다니는 액션 신 등 인물의 감정선에 동화 작용을 일으키는 신들이 알고 보니 통으로 편집됐다. 이에 "아쉽긴 해도 시간의 제약이 있으니 설명적인 부분들을 어쩔 수 없이 편집한 것"이란 성동일은 두석이 그저 "성질대로 움직이는 양아치"처럼 보이지 않을까 염려했단다. 하지만 무뚝뚝하고 굳은 표정과는 달리 아이를 향한 두석의 눈빛엔 연민과 애틋함이 가득 담겨있었다. 특히 초라하고 볼품없는 뒷모습과 걸음걸이만으로 묻어나는 '아버지'의 세월의 무게는 그 자체로 눈시울을 적셨다. 성동일의 연기야말로 당위성 그 자체인 셈이었다.     그럼에도 "저는 이번에 아무것도 할 게 없는 역할이라, 제 역할이 가장 쉬웠다. 희원이한테 영화가 달렸으니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해보라고 했다"며 자신을 낮추고 함께 연기한 동료 배우 김희원을 챙긴다. 그는 "제가 작품 분석을 잘하는 배우는 아니지만, 희원이는 잔정이 많고 일상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 이번 역할에 어울리는 사람은 희원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표현에 인색한 두석의 구박에 늘 구시렁 대면서도 그를 믿고 따르는 사채업자 종배를 연기한 김희원과는 앞서 예능에서부터 남다른 '케미'를 입증한 바 있다. 그는 "관계 설정이 중요한데 희원에 대한 믿음이 있어 촬영 내내 서로가 서로에 의지하며 찍었다"며 "희원이가 되게 웃기고 착하고 정이 많다"며 후배 자랑에 여념이 없다. 본인 또한 참 정 많은 사람이다.  주조연의 경계 없이 넘나들지만 성동일이 작품을 택하는 기준은 하나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즐겁게 할 수 있다면 가리지 않는다. "오히려 아내는 제가 큰 역할을 맡는 걸 불안해한다. 실제 돈 벌기엔 출연료는 같으니 신을 적게 찍는 게 낫다. 저도 회당 세 신 정도 나올 때 연기가 가장 좋다"며 능청을 떨지만 "간혹 사람들이 의아해하더라. 주인공을 줘도 안 한다 하고, 그래 놓고 어디 가서 우정출연으로 한 신만 찍고 또 그러다가 메인 역할을 하고 있다. 혹자는 한번 주연한 사람이 단역을 어떻게 하느냐고 한다. 전 상관없다"는 그다. 그가 말하길 누가 알아봐 준다고 좋아하고, 대중의 환호에 미쳐 날뛸 나익 아니다. 그저 사람 만나고 그들과 함께 연기하길 즐길 뿐이다. "제 모티브는 우등상은 못 받더라도 개근상은 받자는 것이다. 성적이 나쁘더라도 배우로서 쉬지 않고 가는 것만으로 만족해한다"는 성동일은 천생 연기를 즐기는 배우이자 노련미를 갖춘 성실하고 믿음직한 연기  기술자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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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보' 김희원, 의외의 발견 [인터뷰]

    한없이 여리고 섬세하다. 수줍음도 많고 좀처럼 자신을 어필하는 법이 없다. 그래서 더 순수하고 매력적인 배우 김희원이다.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김희원의 재발견'이 이뤄졌다. 절친한 배우 성동일의 주도로 '바퀴 달린 집'을 타고 전국을 유랑하며 소중한 이들을 초대해 하루를 보내는 힐링 여행 예능. 이전까지 예능 출연이 잦지 않은 김희원은 가감 없이 자신을 드러내며 매 순간 새로운 감상을 줬다. 캠핑과 요리는 전부 처음이라 뚱하게 찌푸린 얼굴로 불안감을 드러내며 툴툴거리다가도, 처음 해보는 모든 것들에 대해 순수하고 낯선 희열을 느끼며 울컥 눈물을 보이기도 하는 그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도 큰 감동이 됐다.  처음 대중에게 강렬하게 인식됐던 영화 '아저씨' 속 악랄하고 독특했던 악역 이미지의 여파는 김희원을 두고 자연스레 연상되는 것이었으나, 그 본모습이 이토록 아이처럼 순수할 줄이야. 의외의 '반전'이 '호감'으로 작용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 가운데 그의 실제 모습과 퍽 가까운 캐릭터가 바로 영화 '담보'(감독 강대규) 속 종배다. '담보'는 사채업자가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9살 승이를 담보로 맡아 키우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함께 연기한 성동일의 추천으로 시나리오를 봤을 때 "따뜻하고 반전 있는 이야기"에 끌려 합류하게 된 김희원이다.  그가 말하길 제목부터 반전이었다. '담보'란 빚을 갚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신용으로 받는 것이다. 사채업자들이 아이를 담보로 데려왔지만, 이로 인해 새로운 가족이 탄생되는 드라마가 울컥하면서도 따뜻하고 편했다고. 그는 "가족이 뭔지, 혈육이 뭔지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했다. 자신이 얼마나 저 사람을 마음에 담아두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3~40년 된 친구는 가족보다 소중할 때가 있지 않나. 남다른 가족이 되는 거다"라며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내고 서로를 위해 눈물 흘려주고 아파하는 관계, 그런 관계가 가족이 아닐까"라고 정의했다.  김희원이 맡은 종배는 군대에서 만난 선임 두석(성동일)과 늘 붙어 다니며 사채업도 함께 종사한다. 무뚝뚝하고 표현에 인색한 두석의 구박에 구시렁거리면서도 늘 그를 믿고 따르는 인물이다. 성동일과의 '케미'는 앞서 예능에서도 입증된 만큼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그는 이번 영화에 애드리브가 특히 많았다면서도 "따뜻한 가족 영화의 톤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재밌고 웃기면서도 캐릭터를 지킬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승이에겐 자상한 삼촌 종배였다. 실제로 조카에게도 친구처럼 대하니 저를 많이 따른단다. 그 생각을 떠올리며 친구처럼 눈높이를 맞춰 연기했다.    하지만 영화에선 종배의 전사가 친절하게 그려지지 않는 만큼, 캐릭터의 개연성은 배우들의 몫이었다. 김희원은 종배가 '고문관'같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군대에서 적응하지 못한 종배를 선임 두석이 챙겨줬고 그 인연은 사회에 나와서도 함께 살며 가족 같은 사이가 된 셈이다. 그래서 본인은 진지한데도 실수투성이인 모습을 부각하려 했다. 차 뒷좌석에서도 여유롭게 등을 기대앉기보다 운전석 쪽으로 몸을 불쑥 내밀고 앉아 있는 자세부터 디테일하게 고민했다. 그렇게 허당미 가득하고 설렁설렁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종배가 탄생했다.  연기할 때도 이처럼 치밀하게 고민하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김희원은 "세월이 지났을 때 표현을 하기 위해 하루 종일 본드 같은 걸 발라서 주름을 분장하고 머리에 흰칠도 많이 했는데 화면에선 분명하게 안 나오더라"며 안타까워했다. 심지어 여태까지 30년 가까이 연기를 하면서도 한 번도 스스로 잘했다 생각해본 적이 없단다. "저는 항상 제 연기가 마음에 안 든다. 늘 '좀 더 잘할걸' 하는 식으로만 봤다. VIP시사회를 할 때 사실 지인들을 한 번도 안 불렀다"고. 이미 대중에겐 독보적인 개성파 배우로 각인된 지 오래임에도 스스로에 이토록 인색한 그다.  추석 극장가 동 시기 개봉작 두 편의 작품에 출연하면서도 뿌듯함을 느끼기보단 "이 상황이 불편하다"고 말할 정도다. "개봉 못한 영화가 너무 많고 다들 이렇게 개봉만을 바라고 있는데, 다들 좋은 날만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김희원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잡고 이를 만끽하기보단 늘 이렇게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했다. 앞서 '바퀴 달린 집'을 통해 대중 호감도가 치솟을 시점, 좀 더 자신을 어필해도 좋으련만 "지금도 큰 부담이다. 시즌2 얘기가 살짝 나오던데 전 고민이다. 저하고 안 맞고 힘들다"고 토로한다. 물론 시즌1 당시에도 성동일에 몇 번 거절 의지를 비추려다 실패한 까닭에 출연한 그인 만큼 장담할 순 없지만, 그가 말하길 사람은 바꿔 쓰는 게 아니라며 웃긴다.  "저도 저를 다시 보긴 했다. 평상시 저렇게 인상을 쓰고 있었구나. 또 패러글라이딩하며 울었을 때 집에 와서 '바보같이 왜 울었나' 생각했는데 그동안 제가 저 스스로를 가둬놓고 살았더라. 집에서만 가둬놓고 그런 게 내 모습이었다. 그러다 공중에 뜨니까 나는 게 이런 거구나 싶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던 거다. 어떻게 보면 솔직한 내 모습이고, 내가 저렇게 다른 사람하고는 많이 다르다고 느꼈다. 하지만 다시 집 밖으로 나와야겠단 생각은 한 적 없다. 노력을 전혀 안 하는 걸로 봐선 이대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이는 젊은 시절 트라우마 탓이다. 꿈을 좇지만 캐스팅이 안 돼 배고프고 가난한 시절, 우울증도 왔었다. 그래서 늘 스스로 조심하며 산다. 답답하고 불편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힘든 시절이 다시 올까 두렵단다. 서툴고 조심스럽지만, 자신을 꾸미지 않는 투박한 이다. 그래서 그가 더 많은 즐거움과 행복을 공유하길 절로 바라게 된다. 자기 전 누웠을 때가 하루 중 가장 행복하고, 연기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대중이 기억해줄 때 인생에서 가장 행복할 것 같다는 소박하고 순수한 그의 바람이 애틋하고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