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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나희 순정' 박명훈, 이런 앙증맞은 사랑스러움! [인터뷰]

    어쩌면 큰 착각을 해버렸다. 괴상하고 독특한 지하실 속 남자, 보이스피싱 조직의 절대적 감시자, 그때 느낀 너무도 강렬한 섬찟함으로 이미지를 속단했다. 안일하고 어리석은 재단이다. 티 없이 맑은 동심을 간직한 엉뚱한 시골 농부의 순박함과 푸근함을 고스란히 투영한 그의 새로운 모습은 낯설긴커녕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앙증맞다. 다시 확신한다. 배우 박명훈은 천의 얼굴을 지녔다.  류근 시인의 '주인집 아저씨'를 원작으로 한 '싸나희 순정'(감독 정병각)은 도시의 고단한 삶에서 탈출해 어느 시골 동네 마가리에 불시착한 시인 유씨(전석호)가 엉뚱 발랄한 농부 원보(박명훈)의 집에 머물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첫 등장부터 수더분한 시골 사람 그 자체로 등장한 원보는 도라지 꽃밭에서 뒹구는 유 씨를 구수한 사투리로 나무라더니, 묵을 방이 있느냐는 물음에 너그러이 제 집 방 한켠을 내준다. 낯선 이방인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동네 대소사를 꿰고 있으며, 마을 사람들을 일일이 챙기고 아끼는 오지랖이 마냥 선하고 순박한 이다. 게다가 말은 어찌나 잘하는지, 툭툭 별 뜻 없이 내뱉는 듯한 구수한 말들이 때로는 촌철살인이고 때로는 인생의 길라잡이 같은 명언이 되기도 한다.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영화가 품고있는 따뜻한 정서가 좋았다"는 박명훈은 원보의 마음을 읽기 위해 노력했다. "원보는 솔직히 말해 요즘 같이 각박한 세상에 보기 드문 아름다운 심성을 지닌 인물"이다. 두 달 동안 마을에 머물며 공간, 그 자체가 주는 느낌을 고스란히 받았고 원보의 마음도 곰곰이 생각했다. '과연 이 친구는 어떻게 이런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고 마을 사람들을 친가족처럼 도와주게 됐을까' '하는 일은 농업이지만 어떻게 동화 작가의 꿈을 갖게 됐을까' 숱한 생각과 고민 속에 차츰 원보를 이해하게 됐단 그다. "원보의 마음은 사람을 존중하는 것에 있다. 마을 사람들을 자신의 가족이라 여기는 마음으로 출발했더니 조금씩 원보가 제게 들어오더라." 원보는 타인의 고통과 고민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는 이타적이고 계산되지 않은 순수한 마음씨를 가진 인물이다. 한편으론 불필요한 고생을 굳이 사서 하는 그의 모습이 조금은 안쓰럽고 염려되기도 한다. 하지만 박명훈은 "현실과 동떨어진 인물일 수도 있지만, 인생을 살아오면서 돌이켜보면 원보같은 사람들은 분명 있었다. 정말 순하고 착한 사람들이 있었고, 저도 잊고 있던 느낌이 되살아났다"고 했다.  그가 말하길 이번 영화는 촬영하면서 스스로 변하는 느낌을 갖게 하는 작품이었다. 원보를 연기하기 위해 그의 마음을 읽어보려 노력하는 시간, 마을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공간 속에 녹아든 시간들을 돌이켜보니 촬영 당시엔 막상 몰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순수하고 따뜻한 충족감이 생기는 영화였다고.  "'싸나희 순정'을 찍으며 모든 순간이 좋았다. 우리 영화는 풍랑 없이 잔잔하다. 정말 시골 마을에 있을법한 우리네 이야기라 특별한 굴곡은 없다. 하지만 찍을수록 재밌는 부분이 생겼다. 왜 그런가 생각해봤더니 서로가 느낀 공감때문인 것 같더라."   '싸나희 순정' 속 시골 동네 마가리는 삶이 고되고 지친 이들에게 잊고 있던 따스한 정과 온기를 베푼다. 그 특별할 것 없지만 눈부시게 아름다운 시골의 풍경이, 그 곳에 머무르는 소소하지만 다정한 이웃들의 존재가, 절로 평온과 위안을 전해준다. 박명훈 역시 이를 제대로 만끽한 것이다. 특히 그는 '명대사 제조기'와 같던 원보의 숱한 말들 중 하나를 떠올렸다. 매서운 태풍으로 인해 원보가 경작하는 뽕나무밭이 처참하게 망가진 순간, 한참을 고군분투하다 돌아온 원보는 축 처진 어깨와 지친 모습으로 한줄기 빗물인지 모를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원보는 "껴안고 울어서 그 힘으로 뽕나무들이 다시 살게 해야지유"라며 좌절이 아닌 희망을 본다. 힘든 순간 끌어안고 함께 울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원보의 모습은 순수하고 감명깊다. 박명훈은 이를 두고 "원보가 동네 사람들을 품고 생각하는 마음도, 같이 껴안고 울어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원보는 볼수록 사랑스럽다. 특히 자전거를 탈 때 살짝 튀어나온 뱃살도, 원보가 연모하는 여자를 위해 예쁜 보자기에 싼 정성스러운 도시락을 들고 그야말로 '촌빨'날리는 어설픈 정장을 입은 모습도. 그 순수함과 따뜻함에 절로 동화된 탓이다. "저도 관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 원보가 뽕밭에 텐트를 치고 동화를 쓰며 앉아있는 모습이 특히 귀엽고 사랑스러웠다"는 그는 덧붙여 "그 텐트는 원보의 희망과 꿈에 대한 공간이다. 하지만 그 텐트를 친 장소는 뽕밭이라는 일터다. 현실과 꿈의 장소가 공존해있는 장소를 보며 '저 친구는 육체적인 일을 하며 현실을 살아가지만, 아름다운 꿈을 꾸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더욱 사랑스러웠다"고 설명했다. 원보에 대한 아낌없는 애정이 넘친다. 오랫동안 연극 무대에 서 왔던 그는 영화 '기생충'의 지하실 남자로 대중에게 압도적인 눈도장을 찍은 이후 최근작 '보이스'의 살벌한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 본부장까지 강렬한 이미지로 대중의 뇌리에 각인됐다. 하지만 '싸나희 순정' 원보를 통해 그의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이면을 발견한 것은 새롭고 흥분되는 일이다. 박명훈은 "모든 배우들이 그렇겠지만 계속해서 다양한 캐릭터를 하며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 '저 배우가 박명훈이었어?'라며 관객들을 놀라게 하고 싶은 꿈이 있다"고 개구쟁이처럼 웃어 보인다. 실제론 수다떠는 것도, 노래하는 것도 좋아한다고.  '싸나희 순정'에서 원보가 지킨 순수함처럼 배우 박명훈도 지키고 싶은 순정이 있다. 연기에 대한 순수한 애정이다.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 영화에 대한 순정이 느껴지는 배우이고 싶은" 바람이다. 그는 동료나 선후배들의 좋은 연기를 보면 가슴이 떨리며 자극이 되기도 하고 힐링이 되기도 한단다. 무엇보다 계속 연기할 수 있는 이유는 언제나 저를 믿고 꾸준히 지지하며 응원하는 아내와 아들, 가족의 힘이다. "아내는 분장을 하던 사람으로 제가 연극할 때 함께 일하며 만났다. 이미 배우의 세계를 잘 알고 그때부터 늘 응원을 해준다. 아들은 작년까진 영 모르는 눈치더니 여덟 살이 되고부터는 아빠가 배우란 걸 아는 모양이다. 그래서 책임감도 생기고 희한한 느낌도 들고 그렇다"고 행복감이 가득 묻은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그다.  '기생충'이란 작품은 그에게 있어 인생의 변곡점이 확실할테다. 하지만 이 기회를 충분한 확신으로 만든 것은 온전히 그가 이룬 몫이다. 그는 이미 '천의 얼굴'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데다 굵직한 차기작까지 연달아 기다리고 있다. "스스로 제 자신을 잘 못 보긴 하지만, 굳이 평가하자면 약간은 희한하고 독특한 색깔을 특이하게 봐주신 덕분 아닐까"라고 웃으며 너스레지만, 배우 박명훈은 관객에게도 소중한 발견이다.      사진=(주)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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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체이탈자' 박용우, 짜릿한 괴짜 빌런의 탄생 [인터뷰]

    잘 정제된 단정함 속에서 낯설고 비틀린 이미지를 발견할 때의 묘한 쾌감이 있다. 영화 '유체이탈자'(감독 윤재근) 속 배우 박용우다.  기억을 잃은 채 12시간마다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나는 한 남자 강이안. 그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또 다른 남자 박실장. 영문 모를 혼돈의 상황 속, 의문의 남자 박 실장을 연기한 박용우는 참으로 다채로운 이미지를 발산한다.  정체를 모르는 극 초반부에는 우아하고 고상하면서도 어딘가 서늘한 인물이었다면, 강이안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극 중반은 소름끼치는 두려움으로 압박한다. 그리고 클라이맥스에 다다랐을 때 폭주하는 광기는 그야말로 시선을 압도한다. 특히 그 광기는 마냥 무섭고 께름칙한 것만이 아니라 은근히 괴상한 유머러스함이 있어 생경하고 흥미롭다. 독특한 빌런 캐릭터를 완성한 박용우다.  "캐릭터를 잡는 첫 출발점은 메인 타이틀을 어떤 감정으로 가져가느냐"였다는 박용우는 박 실장의 테마를 '피해의식'으로 설정했다. 감독에게 박 실장의 전사와 배경, 그리고 극 중에선 알려지지 않은 그의 이름까지 캐묻고 정보를 취합한 뒤 스스로 동의하는 부분을 더욱 부각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디테일하게 꾸며냈다. 박용우는 "박 실장의 피해의식은 '단단한 척'하는 거였다. 스스로 자신은 강하다, 단단하다고 위장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척'을 하는데 제어가 안 되는 트리거가 당겨진 후 걷잡을 수 없게 폭주하는 사람"으로 박 실장을 그려냈다.  그리고 그 피해의식의 저변에 감춰둔 연약함을 꿰뚫어봤다. "제 가치관에 있어 인간의 연약함은 두려움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두려움이 확장되면 분노가 되고 슬픔이 되고 우울함이 되는데, 이런 감정들이 복합해서 나아가면 공포감에 휩싸여 폭력으로 발현될 수도 있다. 그게 매력적인 인간의 본질이라고 생각해 배우로서 이를 많이 표현하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결론 내린 박실장의 모든 언행을 디테일하게 그려나간 박용우다. 스포일러성 이야기가 되는 탓에 그 많은 썰들을 다 풀 순 없어도 여간 흥미로운 게 아니다. 그중 하나만 맛보기로 공개한다면, 극 중 약에 취해 비틀거리는 박 실장이 소파에 앉아 미끄러지듯 넘어지는 신이다. 박용우는 "촬영장에 굉장히 클래식한 소파가 있는데 모양이 미끄럼틀처럼 생겼더라. 어느 순간 기대앉아 미끄러지듯 넘어지게 되면 이중적으로 웃기기도 하면서 괴기스러운 모습이 나올 것 같아 리허설 때 해봤더니, 자연스럽게 특유의 웃음이 나오더라. 그렇게 박 실장만의 동선, 감정을 잡아갔다"고 귀띔했다. 이밖에도 긴박하고 긴장감이 최고조로 고조된 상황에서 갑자기 본능대로 귀찮아하며 대사를 내뱉는 신은 박 실장을 더욱 매력적이고 독특한 빌런으로 묘사하는 신이다. 이 또한 박용우의 철저한 계산으로 탄생한 애드립이다.   박 실장이 머무는 고급 살롱의 이미지도 인물을 더욱 독특하면서도 고상하게 돋보이게 한다. 박용우는 이에 대해 "영화에선 많은 표현이 안 됐지만, '춘몽'이라는 살롱을 대형 세트로 지었다. 여러 가지 조명과 미술 세팅이 제가 인상적으로 봤던 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를 떠올리게 하더라"고 했다. 박 실장이 점점 차분하고 단단한 모습에서 말투와 눈빛이 달라지는 계기를 보여주는 브릿지 장면들도 이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박용우는 박 실장 역을 위해 체중 증량도 했다. "왜소한 느낌의 캐릭터보단 압도적인 에너지를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가 유리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가 말하길 연기할 때 외적인 에너지가 있다. 이런 외양을 완성한다면 아주 조용하고 차분하게 얘길 해도 더욱 잔인하고 단단한 느낌이 들 수 있다고.  이미 평소 단정하고 다정한 그의 이미지가 살짝 비틀린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인데 이처럼 치열하고 섬세하게 분석하며 연기한다. 그래서 마냥 강렬하기만한 단선적 모습이 아닌, 여러모로 흥미롭고 새로운 악인의 등장을 알리는 것일 테다. 실제 '혈의 누'에서의 연쇄 살인마나 '핸드폰'에서의 '지질한 나쁜 놈', 그리고 현재 '유체이탈자' 속 괴상한 광기의 박 실장까지, 그가 연기한 악인들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이에 "앞서 말했든 인간의 연약한 모습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역할이다 보니, 그런 본능적인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면서도 멋쩍어하는 그다.  박용우는 영화 속 저변에 깔린 '나를 찾는 이야기'에 공감했다.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했다. "다행히 몇년 전부터 '내가 누구지' '난 잘 살고 있나'를 고민하며 가치관이 바뀌었다. 취미생활 하나 없는 제가 10년 가까이 드럼 치는 이유도, 읽지 않던 책을 꾸준히 읽고 글을 쓰는 이유도, 꾸준히 운동을 하는 이유도, 내가 연기하는 이유도 결국 '뭘 해야 나는 행복하지?'에 대한 답이었다"고. 과거엔 스스로를 너무 자학해왔고 끊임없이 저를 괴롭혔다. 하지만 '행복하기 위해 살자'는 답을 찾기 위해 마주한 가치관의 전환이 삶의 전환점이 됐다. 마침 그때 '유체이탈자' 시나리오를 받게 됐다. 어찌 보면 박용우의 운명이 아닐까.  "주제의식이 있는 영화라 진심으로 설렜다. 그 마음으로 촬영했다"는 그는 촬영을 마친 뒤 "제가 과거 스스로 고민하고 삶의 가치관을 바꿨던 게 정말 제게 꼭 필요한 일이었고, 그래서 난 지금 좋은 길로 저벅저벅 걸어가고 있구나"를 다시금 생각했다.  "연인이 됐든 친구가 됐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경험하고 관계하고 성장하고 행복을 느끼는 것이 삶의 이유"가 됐다는 그는 "지금 제 가치관으로 자신있게 정의할 수 있는 박용우라는 사람은 아마 평생 성장하는 사람이고, 그 성장이 최고의 행복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 중심에는 사랑이 있다"고 했다. 그가 확립한 삶의 가치는 값지고 진실됐다.        사진=(주)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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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체이탈자' 윤계상이 찾은 행복감 [인터뷰]

    배우 윤계상은 존재의 가치, 일상의 소중한 행복감을 알았다. 그래서인지, 요즘의 그는 더욱 여유롭고 평온해 보인다.   기억을 잃은 채 12시간마다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나는 남자.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긴박한 위기를 겪으며 진짜 자신을 찾아가기 위한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 '유체이탈자'(감독 윤재근)는 '범죄도시' 제작진과 윤계상이 다시 만난 것만으로도 기대감이 작용하는 영화다. 이미 '범죄도시' 때 시나리오 초고를 받았던 윤계상은 흥미롭고 특별한 소재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과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유체이탈자'는 자신이 누군지 모른 채 퍼즐을 맞춰나가는 이야기"라고 말문을 연 윤계상은 "흥미롭고 새로운 소재에 대한 매력이 컸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는 쉬웠다. '나를 찾는 이야기'다. 자신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절실함이 있고, 계속 '난 누구지?' '왜 이러는 거지?'라고 고민하다 그게 결국 사랑이야기였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고 흥미로웠다"고 소회를 전했다.  윤계상이 연기한 강이안 캐릭터는 설정만 봐도 쉽지 않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 채 계속해서 다른 사람의 몸과 그 사람이 있던 공간에서 깨어난다. 영화는 영리하게 이런 변화를 강이안의 1인칭 시점으로 담아내며 관객의 몰입을 이끌지만, 정작 배우 입장에선 '미러연기'를 통해 '내가 보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복합적이고 미묘한 감정선을 유지하며 연기해야 했던 상황. 퍽 혼란스러웠을 법도 했다. 윤계상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촬영했고, 편집은 제 시점으로 나왔다. 저를 연기한 상대 배우님들의 연기도 모두 대단했는데 고심 끝에 제 얼굴로 계속 나오는 것이 접근하기 편하다고 느끼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습이 바뀌었어도 강이안의 감정선은 계속 가져갈 수 있도록 염두했다.  액션 또한 "정말 원없이 액션을 찍었다"고 자신할 만큼, 절로 몸에서 배어 나올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끊임없이 훈련했다. 특히 '범죄도시' 때 무자비하고 악랄한 조선족 장첸의 거칠고 투박한 액션과 달리 이번 영화에선 고도로 훈련된 본능 액션을 깔끔하고 정제된 느낌으로 소화하는 상반된 모습이 재밌다. 이에 "장첸은 막 폭주하는 액션이었다면, 강이안은 힘을 최적화해서 모든 걸 완벽하게 제압하는 그런 간결함이 있다. 국가정보요원이란 직업군에 맞게 누군가를 해하는 게 아니라 제압하는 형식으로 가야 맞을 것 같았다"는 설명이다.    치열하게 연기하는 모습은 변함없지만, 그는 그 속에서 확실히 '재미'를 느낀 듯했다. "'범죄도시' 이후에 모든 배우들이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작품이 행복하고 소중하다. 그럴때마다 성장했다고 느끼게 된다"고. 요즘 들어 작품을 택할 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설렘이 있는가"란 물음이다. 그는 "예전엔 막연하게 잘하고 싶단 욕심,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연기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확하게 제가 좋아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진심을 털어놓는다. 그만큼 여유를 찾은 모습이다. 그 변화는 확연하게 드러난다. 그는 끊임없이 사유하고 삶을 통찰하며 성장하는 즐거움을 알았다.  계기는 찰나였다. "원래 생각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그는 어느날 휴대폰을 보다가 문득 '뭐 하고 있지?'란 생각이 들더란다. 과거 이야기, 남의 인생 이야기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게 과연 '나에게 행복한 일인가?'. 그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지금 순간을 살아야 하는데 과거나 미래에 집착하거나 불안해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닐까. 이 순간을 살지 않으면 시간은 금방 지나갈 것이다. 나로서 살아가는 것이 어떻게 사는 걸까.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고민이 맴돌았다고.  그 끝에 찾은 결론은 '행복'의 근원이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걸 하며 살아가는 게 행복이더라. 정확하게 그게 무엇인지를 바라볼 수 있는 용기들이 겹쳐져서 행복감을 느낀다." 과거 그가 꿈꾸던 미래의 모습은 정확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분명 있다. 그리고 지금도 그 곳을 향해 가는 과정 속에 있는 것 같다. 그 지점에 도달했을 때 분명 행복해하고 있을 것 같단 그다.  그런 물음과 고민에 빠졌을 때 만난 작품이 바로 '유체이탈자'다. 윤계상은 영화의 본질을 봤다. 어떻게 보면 철학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였다. 그래서 더 매료됐다. "나라는 존재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라고 했을 때 내가 살아왔던 경험이나 추억이 나를 만들어주는 것 같다. 이것이 없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잃어버릴 만큼 모든 게 무의미해진다. 여기에 내 삶의 가치는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존재하지 않나. 이를 확고하게 이야기하는 영화"라는 결론이다.  극 중 타인으로 바뀌는 설정을 겪은 만큼, 다른 인물과 다른 삶을 생각해볼법한데 윤계상의 대답은 단호했다. "바뀐다고 좋은 게 아닌 것 같다. 제가 살아온 추억과 경험들이 특별하고 소중한 것이더라. 그게 삶의 기록이기도 하고." 그러다 "먹는 것을 진짜 좋아해서 한 번쯤 바뀐다면 쯔양처럼 정말 많이 먹는데도 더 먹고 싶다"고 흥분하며 웃긴다. 아마 고생했던 신인 시절 너무 못 먹어서 지오디 멤버들이 다 먹을 것에 집착이 생겼다고 너스레도 덧붙인다.   그저 매일을 최선을 다해 살려고 노력 중이라는 그는 문득 인생 영화 '어바웃 타임'을 추천했다. "전 우울할 때 그 영화를 보면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남들이 다 사는 오늘이지만, 그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가. 그냥 쓸쓸하고 우울하게 보낼 것인지, 기분 좋게 보낼 것인지 그 선택은 나한테 있다는 교훈이 있는 삶의 지침서 같은 영화"라고. 삶에 대한 진지하고 수많은 고민과 성찰 끝에 조금씩 답을 찾아 나아가는 그의 모습이 바람직하다. 근심과 걱정, 안 좋은 기운을 안 가지려 하고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낀다며 인생의 깨달음을 전하는 그에게서 느껴지는 여유는 꽤 근사했다.  사진=(주)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