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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공자' 김강우, 우아하고 웃긴 빌런 [인터뷰]

    데뷔 22년 차, 배우 김강우에 대한 지난 감상은 연기로 흠잡을 데 없는 이다. 그러나 어딘지 알 수 없게 정형화된 이미지가 있었다. 그런 그가 이런 편견을 제대로 압살 하는 캐릭터를 만났다. 박훈정 감독의 신작 '귀공자'에서 그야말로 광기를 뿜어내는 그의 모습은, 가히 압도적이며 놀라울 만큼 짜릿하다.  김강우가 연기한 한이사는 재벌2세다. 천문학적인 부를 축적한 국내 사학재단의 이사다. 그는 영화 속에서 사건의 발단을 일으킨 자다. 배다른 동생, 그의 말로 '잡종'인 코피노 마르코를 한국으로 불러들인 인물. 그러나 모두의 타깃이 된 마르코를 차지하는 일이 쉽지 않다. 마치 "똥파리가 모여들듯". 한이사는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라면 피도 눈물도 없이,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 그동안 악한 재벌 2세는 많이 봐왔어도 이렇게 본능적이고, 저돌적인 인물은 의외여서 굉장히 새롭다. 게다가 압도적이고 무서운데, 은근히 생뚱맞게 웃기기까지 한다. 그야말로 범상치 않다.  "감독님이 제안을 해주셨고, 시나리오를 굉장히 재밌게 봤다. 캐릭터가 색깔도 분명하고 단순한 매력이 있었다"는 김강우는 "재벌2세이면서 악역인 포지션이기에 전형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것들에 변별성을 주기 위해 조금 신경을 썼다"고 말문을 열었다.  다음은 감독과 캐릭터를 맞춰가는 과정을 거쳤다. 스스로 생각하는 한이사와, 감독이 생각하는 한이사의 느낌을 맞춰가고 일치한다면, 그 후 디테일은 배우 몫이었다. "기본적으로 감독님과 맞춘 합일점은 '마초남'이었다. 거침없는, 와일드한 상남자. 이를 표현하기 위해 의상과 헤어, 걸음걸이 등 비주얼적인 면을 디자인했고, 연기적으로는 동물 이미지를 참고했다. 밀림에서 내가 왕이라 생각하는 숫사자처럼, 거침없이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인물"로 한이사를 설정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감독님 전작 보면 아직도 회자될만큼의 악역들이 많이 있잖나. 그렇게 이분과 작업하면 어떤 캐릭터가 남을 거란 기대감도 있었고, 그런 인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살짝 부담도 됐다. 제가 그동안 하지 않았던 유형의 인물이었고, 한국 영화에서 보기 힘든 인물이라 스스로 설정하고 연기했다"는 설명이다.    한이사의 본격 등장을 알리고 그의 캐릭터적인 성격을 단숨에 드러내는 것은 초반 벌판 신이다. 김강우는 "이 영화에서 세 인물이 전면에 나선다. 각각의 사연과 욕망이 얽혀있다가 나중에 만나며 폭발한다. 천천히 인물을 빌드업하는 것이 아니기에, 초반 한 장면에서 완벽하게 임팩트가 있어야 끝까지 팽팽하게 긴장감이 유지되고 이들이 만났을 때 벌어지는 일이 기대감이 될 거라 여겼다"는 판단이다. 이에 "저쪽과는 다른 나만의 포스를 품어야겠다는 계획이 있었다"고 했다. 해당 신은 그야말로 인상적이다. 검은 양복을 입은 수하들을 거느리고 위압적으로 그 중심에 단단히 서 있는 모습만으로도 압도적인데, 거침없이 장총을 쏘는 모습까지 정교하고 공포스럽다. 그 와중에 또 은근히 웃기기까지 한다.  김강우는 "우리가 소위 말하는 재벌 2세들이라기보단 오히려 갱같은 모습이었다. 성격이나 행동이나 전개 과정을 보면 갱의 모습 같고, 이를 기본 베이스로 깔아 서부극 갱같은 느낌을 내고 싶었다. 재벌 2세라기보단 이 공간이 내 것이고, 내 욕망에 충실한 인물의 모습"이라고 했다. 이번 작품을 하며 '갱스 오브 뉴욕'과 '장고'를 다시 보기도 했다. 이어 한이사 특유의 웃음 포인트에 대해 "웃기려는 의도는 없었다. 다만, 재미를 느끼는 건 엄숙하고 긴장되는 순간에 갑자기 의외의 상황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터졌을 때 터지는 웃음인 거다. 한이사는 마음이 정말 급하다. 빨리 일을 해결해야 하고, 1분 1초가 급한 상황이다. 그 다급함들이 예기치 못한 웃음을 준 것 같다. 그런 순간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리액션들도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한이사가 현실적인 캐릭터로 보일 수 있도록 신경썼다. "귀공자나 마르코나, 저를 포함해 모든 일련의 상황들이 어떻게 보면 비현실적인 상황이다. 일은 한국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래서 저는 제 주변에 있을법한 인물과 이야기여야 한단 생각에, 우리가 많이 봐왔던 사학 비리 등의 설정으로 들어갔고 발이 땅에 붙어 있는 인물을 만드는 것이 한이사의 역할이라 생각했다"며 "그래야 비현실적인 인물들이 한국에 왔을 때 현실감이 확 묻어나지 않을까 싶었다"는 설명이다.  그렇기에 광기의 추격전이 펼쳐지는 와중에도 한이사는 묵직하고 압도적인 아우라를 펼치며 극의 무게 중심을 잡는다.  한이사는 박훈정 월드의 빌런 캐릭터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캐릭터다. 무엇보다 전형적인 설정을 갖고도 이를 완전히 뒤틀고 예측 불가능하게 만드는 캐릭터의 갖가지 행동들이 더욱 신선하고 흥미를 느끼게 한다.  극 중 시선을 압도하는 샤워가운 액션도 마찬가지다. "맨 몸으로 머리도 말리지 않고 나온다. 그때 수하가 가운을 입힌거다. 한이사는 이런 사람이다. 성격도 급하고 맹수 같고, 앞뒤 재지 않고 직진만 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가운을 입었지, 안 입혀줬으면 맨 몸으로 갈 수도 있었을 인물"이라고.  그가 염원하던(?) 마르코를 손아귀에 넣고 하는 행동도 인상적이다. 온몸으로 희열감을 표현하는데 그 자체로도 광기가 느껴져 소름이 끼친다. 특히 그 와중에 "가족 사진 찍게 웃자"고 말하는 대사는 압권이다. 김강우는 "개인적으로 마르코를 잡아서 집에 들어가는 순간이 제일 좋았다. 대본에선 '기분 좋게 들어간다' 정도인데 이 강도의 희열을 느끼고 기쁨을 표현하기 위해 분위기를 만들어야 했다. 그런 의외성들이 귀엽고 단순했다"고 평가했다.   우아하고 고상한 냉혈한, 그러면서도 단순하고 저돌적이며 아이러니하게 웃긴 인물. 이런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인물이자 역대급 빌런을 노련함으로 완성한 김강우다. 단언컨대 그의 필모 중 대중에게 회자될 독보적인 캐릭터임은 틀림없다.    그는 "어떤 작품을 하든 오래 남을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모든 배우가 원하고 지향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전히 연기하며 재미를 느끼는 순간은, 첫 촬영장의 공기다. 모든 느낌이 제게 집중돼 있는 느낌, 그때 안도감도 들고 자신감이 붙는다는 그다. 22년 한 눈팔지 않고 연기한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려 한다는 그다. 그 연기 인생의 방점을 찍는 캐릭터를 만났음은 틀림없다.  사진=스튜디오앤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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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공자' 타깃이 된 강태주 [인터뷰]

    선하고 단단하다. 신인 배우 강태주에 대한 첫인상이다.  2000여 명에 가까운 경쟁률을 뚫고 박훈정 감독의 선택을 받은 강태주. 그는 감독의 신작 '귀공자'에서 영문도 모른 채 하루아침에 정체불명의 인물들에게 타깃이 돼 쫓기는 마르코 역을 꿰찼다.  박훈정 감독의 선구안은 '마녀'의 김다미로 이미 입증된 바 있다. 강태주 역시 옳은 선택이었다. 그는 스물아홉의 늦깍이 신인 배우다. 스물셋부터 배우가 되고 싶단 꿈을 갖고 숱한 오디션에 임했으나 번번이 좌절했다. 샐러드 가게, 와인바 등에서 알바를 하며 계속 꿈을 키워왔던 그는 2년 전, 기적처럼 '귀공자' 캐스팅 합격 소식을 받게 됐다. 배우, 강태주의 시작이다. "고민이 많았던 시기에 '귀공자' 캐스팅 확정 소식을 듣게 됐다. 방에서 소리 지르고 춤을 췄다"며 당시를 회상하던 그는 "정말 잘 해내고 싶었다"고 간절했던 마음을 꺼내보였다.  마르코는 코피노다. 병든 엄마를 돌보며 뒷골목 복싱 경기로 근근히 생활을 이어간다. 엄마 병원비를 위해 생전 본 적 없는 생부를 찾는다. 낡고 허름한 집에서 엄마를 돌보는 마르코의 다정함, 불법 경기장에서 악과 깡으로 주먹을 휘두르는 절박함, 그리고 언뜻 보이는 공허함까지. 강태주는 많은 감정을 담고 있는 마르코의 모습을 차분하게 연기한다.  강태주는 "감독님이 말씀하시길 '마르코는 뒷골목에서 살아남은 아이야. 굉장히 까칠하고 껄렁하고 날카롭게 날이 서 있는 아이'라고 하셨다. 마르코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공감했다. 이 아이는 어린 소년일 뿐인데 살아남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상황에 놓인다. 마르코가 그래도 복싱 선수고 센 파이터인데도 순간순간 어린애처럼 나약해져 버리는 모습, 이를 들켜버리는 순간들을 그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장의 분위기가 도움이 많이 됐단다. "마르코와 엄마가 사는 집에서 첫 촬영이 있었다. 마르코의 엄마에 대한 사랑, 엄마의 병원비를 대야 하고 엄마를 살게 해야겠다는 그런 마음들을 잘 쌓을 수 있었다"고. 이후 한국에 와서 영문도 모른 채 쫓기는 상황에선 "워낙 선배님들이 주시는 액션을 받아 리액션만 했을 뿐인데 정말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필사적으로 생존하려 하는 모습이 나왔다"고 했다.  마르코는 지독하게 쫓긴다. 보기 안쓰럽고 가엾다. 그럼에도 "원래 그렇게 촬영이 있다는 걸 알아서, 쫓기는 신에 대한 목표를 세워뒀다. 오늘은 이 정도의 에너지를 써야지, 오늘은 다리를 다친 상태로 뛰는 에너지를 써야지 등. 몸으로 부딪히고 달리는 연기를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마냥 기쁜 강태주다. 또 "저 혼자만 뛰는 게 아니라 늘 뒤에 선배님들이 계셔서 그 기운을 받으며 뛰었던 것 같다. 쫓기는 입장에선 몰입도 잘됐다"고 은근한 너스레다.  김강우, 김선호는 극 중 그를 좇는 광기의 추격자들이다. 강태주는 그들이 내뿜는 기운 덕분에 저절로 감정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겸손이다. "정말 무서웠다. 김선호 선배는 영문도 모른채 절 쫓는다. 원래 사이코가 더 무섭지 않나. 정말 해맑게 웃고 있는 '더 매드'에게 쫓기는 게 너무 무서웠다. 김강우 선배한테 포획되는 장면에선 한이사가 차문을 열고 나오는데 세상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 힘이 너무 대단해서 아직도 무섭다. 정말 모든 걸 내려놓고 포기하는 마음으로 무릎을 털썩 꿇게 되더라"고.   인간의 강렬한 생존 복구로 필사적인 힘을 발휘하는 마르코는 뜨겁다. 그러나 후반부 사건의 전말을 깨닫게 된 그의 모습은 허무와 좌절을 느낄 새도 없이 넋이 나간 표정이다. 그 모습도 참 인상깊은 장면이다. 이에 강태주는 "성공했다"며 귀엽게 함박웃음이다. 이어 "넋이 나갔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마르코로써는 한국이 첫 외국땅이었을 거고, 그렇게 큰 집도 처음이었다. 신체적으로 지쳐있고 포기한 상태에서 완전히 포확된 먹이의 모습, 그런 무력한 상태를 보이려 노력했다"는 설명이다.  후반 감정적인 클라이막스를 찍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단 그는 "저는 처음에 감정을 마구 쏟아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준비한 연기를 어필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지나가는 말로 '사람이 너무 화가 나면 현실에선 더 이성적으로 바뀔 수도 있어'라고 하셨다. 제 감정에 방해가 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배려하면서 생각을 전해주신 거였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함께 연기한 선배 배우들과 감독의 이같은 리액션과 센스 있는 조언들은 그에게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첫 현장에서 넘치는 따뜻함을 느꼈다며 거듭 감사했다. 그러면서 감독에게 아직까지 왜, 자신을 선택했느냐는 질문을 감히 하지 못했단다. "아마 제가 유추하건대, 마르코를 표현하는데 감성적인 면에 집중해 연기했던 모습. 그런 눈빛들과 감정이 깊이가 어필됐던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저는 너무 부족하고 저보다 연기 잘하고 멋지고 훌륭하신 분들이 많을 텐데, 저라는 배우에게 다듬어질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첫 작품임에도 이처럼 큰 대작에 주인공을 꿰찬 것은 스스로에게도 득과 실이 공존할테다. 하지만 강태주는 예상보다 더 단단했다. "부담은 분명 있겠지만, 신인 배우의 타이틀로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한 사람의 배우로서 제 몫을 해내는 배우가 돼야겠다. 이제 작품에 대한 부담감이나 새로운 고민들에 대한 기대도 많고 이걸 잘 이겨내고 싶은 마음도 크다. 이 자신감으로 계속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이다.   사실 그는 생애 첫 인터뷰에서 감정이 북받쳐 때때로 울컥하기도 했다. 늘 말없이 지지해주신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를 첫 시사회에 초대한 일화를 말하면서 특히 감정이 고조돼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할머니와 엄마가 영화 속 상처 분장이 진짜로 아시고 내내 속상해하셨다"며 울컥해 말을 잇지 못하는 그 공백 사이에 그의 애정과 상냥함, 가족에 대한 온기. 그리고 그동안의 마음고생과 성취감에 대한 고취 등 온갖 무수한 감정들이 넘실댔다.   "누군지 몰라 찾아봤다"는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단 그는 "저 역시도 시청자로 작품을 볼때 새로운 사람이 연기를 잘하고 좋을 때, 궁금할 때 찾아본다. 누군가를 찾는단 행위 자체가 관심인데 '귀공자'를 보고 저를 궁금해해 주신 자체가 배우한테 얼마나 큰 일인지 알기에 정말 감사했다"고 털어놨다.  늘 스스로를 믿으려 했고, 그 믿음의 근본은 자신이 쌓아놓은 성취감들이었다. 경험과 보람 등. 이는 스스로에게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강태주다. 앞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꾸준히 넓혀가며 책임감있게 잘 해내고 싶단 바람이다. 강태주의 다음을 기대하는 이유다.   사진=스튜디오앤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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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도시 3' 마석도 is 마동석 [인터뷰]

    대표적인 K-히어로 마석도는 그야말로 배우 마동석의 맞춤형 캐릭터다. 압도적인 피지컬과 외모는 남다른 기세를 떨치는데 알고 보면 참 살갑고 다정하다. 게다가 절로 호감 가는 언행과 넘치는 위트, 그리고 스마트한 면모까지 모두 갖췄다.  이제는 마동석 대표 콘텐츠로 자리한 '범죄도시'. 마동석이 기획, 제작 부터 각색 출연까지 도맡아 책임지는 데다 흥행 스코어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이다. 대한민국 청불영화 흥행 3위란 타이틀에 이어 무려 천만 관객을 돌파한 2편까지. 이는 배우이자 제작자로서 마동석의 기획력과 영향력을 입증하는 증거다. 그러나 "저희도 천만 관객이 넘었을 땐 충격을 받았다. 정말 예상치 못해 깜짝 놀랐지만, 이에 대한 부담보다 다음 편을 잘 만들어야 시리즈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단 생각에 열심히 만들었다"며 듬직한 체구만큼 겸허히 마음을 다잡은 마동석이다. '범죄도시'는 '나쁜 놈' 때려잡는 형사 마석도의 버라이어티한 근무일지다. 실화 사건을 기반으로 구축된 잔악무도한 빌런을 호쾌하게 해치우는 마석도의 응징 액션, 그리고 특유의 유머러스함은 관객의 '니즈'와 '쾌감'을 속시원히 풀어주는 시리즈의 상징적 요소다.  '범죄도시' 3편을 준비하며 마동석이 가장 꺼려 했던 것은 '답습'이다. "너무 기존의 것을 피하려는 강박도 안 좋지만, 늘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제가 제 캐릭터를 따라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에 마석도가 그리운 금천서를 떠나 광수대로 이동해 더 큰 판에 뛰어들고, 심지어 시리즈 상징의 또 다른 축인 빌런은 두 명으로 늘었다. "금천서 식구들과의 호흡도 정말 좋았지만 변화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 부서를 옮겼고, 상황과 시기가 달라짐에 따라 스토리와 사건도 달라져야 했다. 두 명의 빌런이 등장하니 힘이 분산되고 약해지지 않느냐 우려도 있었지만 저는 이것을 하나의 변수로 봤다. 프랜차이즈 영화를 하려면 이런 도전은 당연히 해야 된다"는 뚝심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관통하는 지점, 관객이 좋아하는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영리하게 잘 구상해야 된단 생각"은 변함없었다.  그야말로 영리했다. 광수대에 가서도 '실적 쌓기'보다 '나쁜 놈 잡기'에 열혈인 여전한 마석도는 반갑고 친숙하다. 하지만 더 커진 사건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이 얽혀들고 이로 인해 계속되는 변수를 맞이하는 상황은 관객에도 새로운 흥미와 자극을 유발한다. 게다가 극 중 시점이 2015년이 되며 묘하게 시대를 반영해 달라진 유머 포인트도 볼거리다. 경찰의 폭력적 강압수사가 사회적 지탄이 된 만큼 익숙하고 반가운 "진실의 방" 대사가 "진실의 방…을 청소하자"로 바뀌어 더 큰 폭소를 자아내는 식이다. 그리고 마석도의 시그니처 등장 신을 장식하던 '소개팅' 멘트도 아쉽게 사라졌다. 이에 대한 마동석의 부연 설명은 1, 2편 당시의 마석도 나이는 굉장히 어렸고 소개팅도 활발히 했을 거란다. "저도 열아홉 살 때부터 이 얼굴로 살아왔던 사람이기에"란 붙임말로 거리낌 없이 웃기는 그다.  금천서에서는 유독 차려입던(?) 마석도가, 심지어 그 더운 나라 베트남에서까지 재킷 차림을 고수하다 이번 시리즈에선 내내 단벌 트레이닝복 차림인 것도 의외였다. 이에 "금천서에 있을땐 마석도의 실제 모델인 윤석호 형사의 의상을 참고해 많이 맞춰 입었다. 원래 광수대로 넘어올 시점이면 간부가 되고 양복을 더 많이 입어야 하는데, 마석도는 그전에 큰 사건을 많이 해결했음에도 그 과정에서 많이 때려 부수고 사고를 쳐서 진급을 못해 여전히 현역을 뛴다"고 설명해 '웃픔'을 자아냈다. 반면 그가 얼마나 드러나지 않는 순간과 상황들까지 탄탄하고 치밀하게 설계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이 은연중에 쌓이고 쌓여 마석도 캐릭터를 더욱 실감 나게 하는 것이다. 실제 이날 인터뷰 현장에도 '범죄도시 3'편의 웃음 포인트인 공진단을 준비, 먹으라며 건네주는 섬세한 재치란!    마동석은 이토록 유머러스하지만 그는 의외로 허투로 애드립을 하는 이가 아니다. 찰지게 살아있는 그 특유의 '말 맛'들은 철저히 계산된 대사다. 그는 "마석도가 할법한 말을 만들고 행동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게 납득이 되면 유머가 되고 위트가 된다. 스토리 균형이 맞는지, 또 액션과는 맞는지 하루에 12~14시간씩 신바이신을 하며 느낌이 싸하고 재미없는 것은 걸러낸다. 좋은 것을 차지하기 위해 계속 검토한다"고 했다. "물론 취향이 아닌 코미디가 나올 때도 있다. 저희도 여러 번 검열하기에 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살려두는 부분이 있다. 친구들 중에도 특이한 데서 웃는 애가 한 명씩 있지 않나. 모두를 커버하는 포인트는 아니어도 그런 친구들을 위해 주자는 마음"이라며 또 웃긴다.   매번 시리즈 촬영에 돌입할 때마다 천 명 이상의 배우들을 오디션하고, 그들의 간절함과 개성을 엿본 뒤 새로이 발굴해 내는 과정도 보통 노력이 아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극 중 모든 캐릭터가 비중과 상관없이 각자의 위치에서 생동감 넘치게 살아 숨 쉬는 것은 '범죄도시'만의 묘미다. "주인공만 돋보인다고 영화가 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악역도 잘 살아야 하고, 조력자들, 신스틸러 등 모두를 최대한 살리려고 한다. 저도 행인 7, 깡패 6 이런 역할을 오래 한 배우라 배우들에게 한 신, 한 신이 얼마나 소중한지 안다. 진선규 배우처럼 정말 잘하는 배우의 진가를 알리고 큰 이슈가 돼 더 좋은 기회를 얻는 이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비단 배우뿐만이 아니다. 할리우드에서 이미 숱한 러브콜을 받으며 인정받고 있는 그는 자신의 액션 스턴트팀 또한 기어코 어필해 냈다. "할리우드 가서 미팅할 때 이번 '범죄도시' 액션 클립을 보여줬다. 그들은 한 달 걸릴 분량을 우린 하루에 찍었다고 하면 깜짝깜짝 놀란다. 우리 한국 팀이 이렇게 잘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이젠 저와 같이 하는 액션팀에 관한 해외의 관심도 높아졌다. 당연히 그런 기회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참으로 따뜻한 심성과 의리를 지녔다. 볼수록 따뜻하고 정겨운 소시민 영웅 마석도와 100% 닮은꼴이다.  자신이 투영된 캐릭터 영화 시리즈가 계속 된다는 건 배우이자 제작자로서 엄청난 자부심일테다. 하지만 마동석은 들뜨지 않고 자만하지 않는다. "원래 저는 운이 없는 사람이라고 평생을 생각하고 살았었다. 프로 복서가 되려 했다가 엄청 큰 부상을 당하고 꿈을 접었다. 뼈가 다 부러지고 대소변을 받으며 침대에 누워있으면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액션 배우가 되려 무작정 한국에 왔을 때도 아는 사람이 전혀 없었고, 액션을 위한 장르 영화도 없었다. 그래도 100여 편이 넘는 작품을 지나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이렇게 염원하던 형사 액션물 프랜차이즈를 이어오고 있다. 그래서 참 다행"이라는 것이다. 언제까지 '범죄도시'가 더 재밌을지, 언제까지 배우를 할 수 있을지, 인기는 뜬구름 같은 거라 분명 없어지긴 할 텐데 그땐 어떻게 좋게 물러나야할지 늘 고민한다고. 그렇기에 주어진 지금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고 "제 삶을 갈아 넣는" 것이다. 그렇게 완성된 작품을 세상에 보이기만 해도 만족할 텐데 관객의 사랑까지 받으니 '범죄도시'는 자부심이 아닌 "너무나 다행이고 소중한 작품"이란 진심이다. '범죄도시'가 세계가 열광하는 대한민국 대표 흥행 액션 시리즈로 거듭난 것은 그 진심에 대한 당연한 보답 아닐까.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