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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도시 4' 마동석, 그리고 마석도 [인터뷰]

    어김없이 반갑다. 인간미 넘치고 정 많고, 때론 엉뚱하게 귀엽고 위트 넘치며, 불의를 보면 절대 참지 않는 정의로운 현실판 히어로 마석도. 배우 마동석의 이상향이기도 한 '범죄도시' 시리즈 속 마석도는 언제나 한결같이 약자의 편에서 '나쁜 놈은 잡아야 돼'를 외친다. 그 단순한 진심이 매번 큰 위안으로 다가오는 까닭에 그저 봐도 봐도 반갑기만 하다. 애초 8편까지 기획된 프랜차이즈 영화 '범죄도시'가 어느덧 네 번째 챕터에 접어들었다. 시리즈 전체 흐름으로 보면 전반부를 끝낸 셈이다. 마동석은 감회가 새롭다. "1편을 기획하고 만들기 시작한 게 벌써 십여 년 전이다. 당시 프랜차이즈화 됐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었고 이를 이어나가려면 분명히 손익분기점을 넘겨야 한단 목표가 있었다. 그 기회를 계속 얻게 돼 감사하다"는 그는 '범죄도시' 시리즈의 명분을 분명히 했다. "형사범죄오락액션물인만큼 장르 특성상 권선징악은 늘 가져가되 그 안에서 변주를 갖자고 했다. 제 스스로 지루해진다면 더는 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시리즈가 진행되며 분명 더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익숙하단 단점을 얘기하시는 분들이 생길거란 생각은 늘 했다. 그래서 매 순간 매력적으로 만들자는 것에 중점을 뒀다"는 것이다. 시리즈 도합 삼천만 관객 돌파란 기록적인 성과에 자만하지 않는 것은 참으로 마동석다운 것이다. '범죄도시4'는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소탕하는 이야기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실화 사건들을 바탕으로 하며 여러 가지 사건을 조합해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 엮어내는 방식을 고수한다. 메인 사건이 되는 기준은 "영화화되기 적합한가"이다. "사이버 범죄 관련 이야기인데 특수부대 용병 출신 빌런이 나와서 갭을 느끼실 수도 있겠다"는 마동석은 사뭇 진지한 얼굴로 "그러나 실제로 사이버범죄 운영자들은 그런 폭력배들이 운영한다. 온라인 카지노 도박 사건을 조사하고 준비하며 폭력조직과 브레인들이 결합해서 일을 한단 것을 알게 됐고 이런 부분을 다루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범죄도시3'"'범죄도시 3'이 최대한 경쾌하고 오락물에 가깝게 찍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번에는 톤을 달리 하려 했다. 드라마가 묵직하게 깔리는 만큼 액션도 테크니컬 한 부분을 걷어내고 묵직한 복싱 액션을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시리즈는 유독 마석도의 감정 신이 진하다. 이번 빌런 백창기(김무열)는 민간인이고 적군이고 가리지 않고 잔혹한 살상을 한 탓에 퇴출된 용병 출신이다. 마석도 앞에서 보란듯이 선량한 시민의 목을 긋고도 죄책감은커녕 도망갈 시간을 버는 극악무도한 이다. 마석도는 더 크게 분노하고 원통해한다. "이전에는 나쁜놈이 나쁜 놈을 해쳤다. 그런데 이번엔 선량한 사람들이 너무 많이 다쳐서 마석도의 분노 게이지가 올라간다. 마지막에 폭발력을 갖게 된 것도 그래서다." 마석도의 감정선을 부각한 이유다. "실제로 여러 실화 사건을 토대로 만들다 보니 피해자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사건 당시 형사들도 마음 아파하고 사건 해결할 때까지 휴대폰 배경화면에 피해자 사진을 해두기도 한다. 시간상 그런 디테일을 다 담을 수 없어 감정선으로 간결하게 표현하려 했다"는 마동석이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사건에 사이버수사대까지 인력이 많이 동원되다 보니 윗선의 압박도 만만찮다. 수사권을 넘기란 지시를 받은 마석도는 경찰청장 앞에서 무릎까지 꿇고 간절함을 내비친다. 이 과정에서 의외의 '웃음벨'인 프로파일러 출신 권일용 교수가 등장해 반가운 포복절도를 일으키기도. 마동석은 이런 마석도를 두고 미세하게 바뀐 지점이라고 짚었다. "예전엔 조금 더 무대포였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며 감정적인 마석도에 대한 부분을 많이 강조했다. 또 조금 더 노련해지기도 했다. 마석도는 어려서부터 형사를 했기에 과학적인 수사나 현대적 방식엔 무식하다. 하지만 촉이 좋고 경험이 많다. 자신이 공부해 봐야 전문적으로 공부한 이들을 못 따라가니 그들과 결합하면 된다. 그런 자체가 노련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이버수사대와 공조하기도 하고 마석도는 뒤에서 이들을 지휘하는 놈을 직접 잡으려 하는 거다. 그런 간절함과 노련함이 티가 안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는 진심이다.   물론 오락액션범죄 영화에서 이런 감정의 표현은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 하지만 "어떤 것이 약점인지 알면서도 포기하면 안 되겠다며 밀고 가는 것도 있다. 예상되는 지점의 식상함 등을 얘기해 주시는 관객 분들 말도 다 맞다. 하지만 소재에 대한 진부함은 1편부터 있었다. 범죄 사건은 장르적인 특성상 한계에 부딪히는데 얼마나 재밌게 풀어나가느냐가 관건이다. '범죄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는 확고한 소신이다. 그가 추구하는 '범죄도시'는 서스펜스와 유머, 그리고 액션의 적절한 조화다. "선을 넘지 말아야 할 때"를 잘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이렇게 마음 먹은 계기도 있다. "한 고등학생 친구가 '범죄도시' 보고 형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며DM을 보냈다. 1편을 못 봐서 아쉽다며 학생들도 볼 수 있게 만들어달란 내용이었다. 그게 제겐 크게 다가왔다. 실제로 3편의 경우엔 친척 어르신들이 보며 '덜 잔인해서 보기 편하고 시원하다'고 해주셨다. 영화적인 관점을 넘어 이렇게 다른 방면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구나를 느꼈다"는 것이다. 이에 더 독한 버전은 청불 감독판 버전으로 낼 수도 있는 것이고, 영화화할 수 없는 방대한 서사를 가진 이야기는 드라마화할 수도 있을 만큼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알린다. '범죄도시'는 이미 8편까지 구상 돼 있고, 마동석 머릿속에 빌런 캐릭터 매치까지 이뤄졌지만 현재는 대본 수정 작업이 한창이다. 현대화 되면서 미묘하게 달라진 뉘앙스와 지점들을 바꾸는 작업 중이라고. "'범죄도시' 주제를 정하고 프로파일러와 형사들을 만나 얘기를 듣고 캐릭터를 빌드업해서 원안을 쓰면 각본가가 대본을 쓰고 넘어오면 각색한다. 다시 넘기고, 또 넘겨 받고 이 작업을 계속한다.. 밤을 새우고 한 달 정도 몰두하다가 잠시 떨어뜨려 놔야 한다. 여기에 매몰될 수 있어서 그동안 다른 작품들을 기획하고 제작하고 또 그러다 복싱장에 가서 복싱도 한다"며 이 부지런함과 성실함을 대수롭지 않은 일상 루틴으로 여기는 마동석이다. '범죄도시'는 특히 예방하고 싶은 범죄들을 다루는 것에도 진심이다. 특히 2부의 이야기들은 현대화가 되면서 더 현실적으로 와닿는 이야기들이 많을 것이란 귀띔이다. 마석도에게 '범죄도시'는 이상향과도 같다. "어렸을 때부터 시리즈 영화들이 부러웠다. 제가 복싱을 시작할 때 본 영화가 '록키'였다. 그래서 더 액션 오락물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범죄도시' 마석도는 마동석을 활용한 캐릭터 중 하나이다. 제가 많이 투영돼 있다. 그래서 애착이 많이 간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만들수 있기까지의 길이 쉽지 않았다. 생사를 넘나들며 사람이 겪기 힘든 고통도 겪어봤다. 대수술을 한 뒤에 5kg 아령을 들 수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단 마음이 들었던 시기를 거쳐 만들게 됐다. 그렇다보니 감사하는 마음이 더 크다. '범죄도시'와 '마석도'는 제 영혼과 뼈를 갈아 넣은 작품이라 제겐 많이 특별한 작품"이라는 진심이다. 그가 계속해서 '범죄도시'를 꿈꾸고 바라는 이유다.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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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도시 4' 김무열, 빌런 합격! [인터뷰]

    명실상부 한국 대표 액션 프랜차이즈 영화 '범죄도시'는 '나쁜 놈' 잡는 괴물 형사 이야기로, 주인공 못지않게 메인 빌런의 영향력이 지대한 작품이다. 매 시즌 빌런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쏟아지고 빌런의 존재감으로 흥행 여부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시리즈 통틀어 가장 '쎈 캐'라는 소문이 자자했던 네 번째 빌런 김무열. 그가 베일을 벗는 순간, 무시무시하고 강렬한 기세로 단숨에 시리즈의 성공을 직감케 했다.  덥고 탁한 습기가 가득 풍겨나올 것만 같은 필리핀의 한적한 밤거리. 앙상하게 마른 몰골을 한 앳된 소년이 맨발 차림으로 필사적으로 달리고, 그 뒤를 우락부락한 이들이 뒤좇는다. 순찰 나온 현지 경찰을 만난 소년이 구원의 손길을 내민 그때, 묵직한 SUV 차량이 멈추고 한 한국인 남자가 내린다. 이 더운 열대야에도 남자가 온몸으로 풍기는 잔혹하고 냉랭한 온도가 매섭고 서늘하다. 그는 아무 주저 없이 현지 경찰을 죽이고, 소년도 죽인다. 숨 막히는 압도감과 공포감. 백창기의 등장이다.  이 짧고 강렬한 오프닝만으로도 돌아온 시리즈의 포문을 제대로 열 뿐더러, 캐릭터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효과적인 연출이다. "한 장면으로 인물에 대한 설명이 끝났다는 평가가 있어 좋더라"는 김무열은 이 첫 등장 신이 전체 촬영 중 가장 마지막날 찍은 장면이라고 귀띔했다. "첫 등장을 어떻게 해야 할지 대본 회의 때부터 고민하고 촬영날 까지도 결정을 못했었다. 그러다 백창기란 인물의 외형이 평범해지고 표정도 걷어내지는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완성된 후 오히려 더 간결해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백창기는 잔혹한 살상 행위로 퇴출된 용병 출신 빌런이다. 필리핀에 거점을 두고 있는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움직이는 실질적 리더다. 자신의 이익에 방해되는 것들은 그게 무엇이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해치운다. 수익률 지분을 올려주겠단 약속을 지키지 않는 조직 운영자에 대한 응징도 서슴지 않는다. 김무열은 용병 출신인 백창기의 직업적 특성에 포인트를 뒀다. 그의 말에 따르면 백창기는 작전을 수행할 때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고, 선금을 받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후자의 경우 자존심과도 직결된 문제라는 것이다. "이 바닥에서는 평판도 중요하다고 들었다. 돈을 떼였다는 소문이 돌면 용병 바닥에서 거의 끝났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사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땐 역할이 어렵게 느껴졌다. 행동이 너무도 확실하고, 거침없이 사람을 죽이는데 도대체 속이 보이지 않는 인물인 탓이다. "전편 빌런들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오히려 그들이 잘해줬기에 어떤 식으로 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 안 되는지 데이터가 잘 쌓였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시나리오에 담긴 캐릭터의 힌트를 찾아 차별성을 찾아갔다"는 설명이다. "다른 빌런은 악이나 깡, 때론 분노를 원동력 삼는다. 백창기는 이를 가지고 있지만 최대한 억누르고 드러내지 않는 인물"로 그리려했다. 그래서 액션을 할 때도 무표정함을 담으려 했고, 저도 모르게 들어가는 힘과 표정 때문에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며 각자 인물을 수용하고 캐릭터를 견고히 해나가는 작업이 즐거웠단 그다. 예를 들어 "저는 처음에 용병과 살인이란 키워드에 사로잡혀 자료 수집을 하다보니 근육질에 마초적인 이미지가 떠올랐고 옷차림도 밀리터리룩이나 외국 용병 스타일을 떠올렸다. 그런데 오히려 감독님은 평범함을 강조하셨다. 그래서 옷차림도 문신 때문에 눈에 띌 뿐이지 필리핀에서도 남방에 바지, 흔히 볼 수 있는 검정 구두 차림이다. 이런 평범함 속에 무표정하게 있는 이 인물이 사람을 해치는 모습을 그려보니 어느 순간부터 캐릭터가 명확하게 다가오더라"고. 그래서 자연스러운 의견도 나왔다. 백창기가 한국에 들어올 때 쓴 비니 모자 패션이다. "필리핀에 있다가 오니 추울 것 같아 써보자고 했다. 감독님이 보시더니 '사람이 너무 이상해 보인다. 알 수가 없다. 좋다'고 하셔서 그런 식으로 점점 잡아간 캐릭터"라며 "'범죄도시'는 자유롭게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냈다. 시나리오대로 찍어도 충분하다 싶은 것도 있지만 '범죄도시'의 장점은 이것이 애드립인지 뭔지 모르는 지점의 연기들이다. 이를 위해선 인물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까지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여야 한다. 동석 형은 밤을 새우며 플러스알파를 만들어 오시고, 그렇게 머리를 맞대며 대본이 새로 쓰이기도 했다"고 현장에서 느낀 생생한 즐거움을 회상한다.  이를테면 클라이막스인 비행기 기내 액션신도 오랜 합과 아이디어의 결과물이다. "여러 의견이 있었고 전체적으로 종합된 것은 마석도가 2대 1로 붙었을 때 안 되겠단 판단이었다. 그래서 비행기라면 흉기 반입이 안 되니 한 명을 제압시킨 후, 백창기가 칼을 찾게 하자는 아이디어"였다.    액션에 대한 어려움은 크게 없었다. 어렸을 때 카포에라를 배우며 필리핀 검술도 배웠고 단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알고 있던 탓이다. 게다가 전작으로 특수부대 중사 캐릭터를 맡아 연기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당시 익힌 전투술과 제압술 등을 이번 영화에서도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었다.  김무열은 궁극적으로 백창기의 무표정 속에 폭력에 중독된 자의 내재된 습성을 담으려 했다. 그는 "포괄적으로 많은 것을 함축한 것인데, 큰 돈을 앞에 두거나 웬만한 위험 상황을 느껴도 감정 동요가 없는 상태다. 폭력의 중독이 아드레날린 분비와 연결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권사장(현봉식)이 찾아왔을 때 백창기가 처음으로 웃는다. '이건 좀 위험할 수 있겠는데?' 그래서 백창기 식으로 표현하면 '재밌겠다'는 감상이었을 거다. 믿고 있는 부하도 있었으니 자신감도 있었겠다"며 "마지막으로 마석도의 한방을 앞둔 상황에서 비로소 보인 그 웃음이 백창기를 연기하며 가장 중점을 두고 기다렸던 얼굴이었다"고 털어놨다. 중독 상태에 이르러 그 어떤 것에도 감흥을 크게 보이지 않던 백창기가, 재미를 느끼고 크게 웃는 얼굴이다. "그 얼굴을 생각하기 위해 정말 많은 고민을 했고, 그것이 백창기가 보여줄 수 있는 대변할 수 있는 내면의 모습이라 여겼다"는 설명이 사뭇 진지하고, 얼마나 많은 고민과 심혈을 기울였을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강력한 빌런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단 그다. "나쁜 사람 기억해서 뭐합니까"라는 너스레와 함께 "그저 이 영화 자체를 재밌게 봐주신다면 그걸로 만족한다"는 바람이다. "'범죄도시'는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시리즈다. 아는 맛이라는 게 검증된 맛이라는 것 아닌가. 시리즈 영화를 볼 때 이 세계관 안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참 안락하고 포근하다. 어릴 때 뛰놀던 놀이터를 다시 찾은 느낌이다. 이렇게 함께 할 수 있게 돼 영광이었고, 앞으로도 더 오래 사랑받는 시리즈가 되길 바란다. 동석 형이 액션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고 '찐 팬'으로서의 마지막 소감을 남긴 김무열이다.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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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도시 4' 허명행 감독의 단단함 [인터뷰]

    참으로 단단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쉬이 일희일비하지 않고, 내면의 질서가 유지된 듯 평정심을 지킨다. 견고하고 굳은 심지가 엿보이는 허명행 감독이다. 대한민국 대표 무술 감독에서 연출자로 영역을 확장한 허명행 감독. 그의 첫 작품인 넷플릭스 아포칼립스 액션물 '황야'가 맛보기였다면, '범죄도시4'는 비로소 그 진가를 드러낸 작품이다. 시리즈 영화의 정통성을 지키면서 자신의 장기를 제대로 활용했다. 무엇보다 전작의 단점으로 꼽힌 '유머에 지나치게 치중한 가벼운 서사와 시리즈 최초 투 빌런의 미흡한 활용도'를 완벽하게 보완했다. 이에 "마석도의 정통성을 지키는데 가장 집중했고, 빌런 캐릭터는 전 시리즈와 변별력을 주도록 설계했다"고 말문을 연 감독이다. 나쁜 놈 잡는 괴물 형사 마석도(마동석)의 이번 상대는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 관리자인 용병 출신의 빌런 백창기(김무열)와 그의 수하다. 잔혹한 살상행위를 일삼아 퇴출된 특수부대 용병 출신답게 시리즈 사상 전투력이 가장 높고 정확하다. 악으로, 깡으로 싸우던 지난 빌런들과는 다르다. 또 백창기는 조직의 운영자인 장동철(이동휘)과 마찰을 빚고 이 과정에서 장동철이 심어놓은 또다른 수하인 권사장(현봉식) 패거리와 맞붙으며 또다른 서사를 쌓는다. 이들의 액션은 이전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누아르 색채를 풍기기도 한다. 이는 허명행 감독의 의도된 연출이다. "전반적으로 무게감을 주고 싶었다. 시나리오 구조상 장이수(박지환)의 활약상은 유쾌하게 풀어내고, 형사들은 '케미'와 동료애가 더 부각되게 했다. 그리고 빌런이 나올 때는 어둡고 무겁게 찍었다. 제 취향일 수도 있지만 누아르적인 것을 좋아한다. 그래도 시나리오와 캐릭터들의 톤앤매너가 있으니, 정통 누아르가 아닌 액션 오락 영화의 방향을 추구하며 담을 수 있는 적당한 누아르 톤을 담으려 했다." 시리즈 팬이라면 세월을 피해갈 수 없는 마석도의 모습도 새로운 감상을 준다. 이전에도 잔정 많고 따스한 심성의 소유자였지만, 감정의 동요가 더 커졌다. 피해자를 향한 연민과, 수사권에 대한 외부적 압력에 대한 원통함과 답답함, 나쁜놈에 대한 분노를 숨기지 않는다. 게다가 사이버 수사 방식과 용어들에 낯설어하는 모습도 시리즈 속 세월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감독은 이에 대해 "아시다시피 예전부터 마석도는 SUV를 USB라 말하는 인물이다. 사이버 수사대 방식을 어떻게 알겠나. 그래서 여기에 재미적인 요소와 그럼에도 나쁜 놈을 직접 잡고야 말겠단 그의 우직함을 담아냈다"고 했다. 또한 "단순히 일로서가 아닌 감정적인 상황을 넣고 마지막 액션까지 갈 수 있는 동기를 계속해서 줬다"고 설명했다. 그가 무술 감독 시절에도 중요하게 생각한 건 인물의 액션을 일으키는 동기였다. "싸움이라는 건 결국 감정의 폭발이다. 말로 해도 되는 것이 안 되니까 싸움으로 번지는 거다.. 그 폭발력이 없이 그냥 싸우라고 하면 못 싸운다. 그래서 그런 상황을 심리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끔 설계를 하는 것"이라는 지론이다.   백창기뿐만 아니라 그의 오른팔 역시 용병 출신이란 설정 덕분에 액션 난이도를 높였다. 백창기 오른팔 역은 실제 국가대표 복싱 챔피언 김지훈 관장이 맡았다. 확실히 이전 빌런들의 액션이 악에 받친 마구잡이란 느낌이었다면 이들은 프로답게 기술 자체가 다르다. 이 두사람을 상대하다 보니 마석도도 퍽 밀린다. "이건 마석도가 세월을 겪었다기보단 빌런의 성장이라고 보면 된다. 마석도가 당연히 이기겠지만, 그래도 설마하는 생각이 들 만큼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으려 했다"는 감독이다. 특히 기내에서 펼쳐지는 라스트 액션은 공간적인 특성을 영리하게 활용한 연출이 돋보인다. "바로 액션이 구상됐다. 사실상 주먹 싸움인데 2명의 용병과 붙으니 마석도도 린치를 당한다. 그러다 한 명이 쓰러졌을 때 백창기에게 새 아이템을 줘서 다시 한번 역전의 변주를 줄 수 있도록 했다. 디테일하게 따져서 전편이 지닌 라스트 액션과는 결이 다르게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는 확신이다. '범죄도시' 1편의 유머 코드를 되살린 지점도 반갑다. 기내 파손 책임을 따지는 항공사 승무원을 피해 달아나는 마석도의 모습이나 '싱글이지'를 잇는 새로운 유행어도 등장한다. 이를 두고 "기시감을 느끼고 안 좋아하실 분들도 분명 있겠지만, 배제하고 싶지 않았다. 시리즈 팬들을 위한 반가움을 선사하는 선물같은 의미였다"고. 이어 "제가 '범죄도시4'를 하며 레퍼런스 한 건 '범죄도시' 시리즈였다. 분위기와 색깔 같은 정통성을 지키는 것은 중요했다. 완전히 다른 톤의 영화를 만든다면 시리즈물로서는 실패한 영화라는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시나리오 안에서 독립적인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도록 집중을 많이 했다"며 "마석도가 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이를 명확히 해내면서도 빌런의 변주를 통해 변화를 주고 싶었다. 궁극적으론 명절에 보고 싶은 영화, 보면 기분 좋은 영화를 만들려 했다"는 감독이다. 다만 한국적 액션, 특히 '범죄도시' 시리즈가 강점으로 드러낼 수 있는 리얼 액션을 추구하는 것은 중요했다. "저희가 가진 장점이 리얼 베이스에 영화톤을 맞춰 테크닉을 버무리는 거다. '범죄도시'는 오락 영화지만 현실 범죄를 기반으로 하니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액션을 만들어야 한다. 해외에서 '범죄도시' 시리즈의 액션을 좋아해 주는 것은 되게 특별하진 않아도 그들이 할 수 없는 액션을 하기 때문이다. 화려한 액션은 오히려 돈을 들여 쉽고 금방 만들 수 있다. 리얼함을 추구하고 톤앤매너를 맞춰서 밀어붙이는 것이 한국 액션의 특징"이라는 감독에게서 남다른 자부심이 엿보인다. 이는 자만의 형태가 아닌, 한국 액션에 대한 자존심과 깊은 애정의 모습이다. 이미 국내 개봉 전부터 예매율 8080만 장을 기록하며 흥행 청신호가 켜진 '범죄도시4'다. 앞서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부문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돼 해외 언론과 평단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감독은 이같은 현상과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그만큼 내면이 탄탄하다. 지난 27년간 120편의 영화에 무술감독으로 참여하며 쌓아온 성취감과 이에 따른 연륜과 내공도 큰 밑거름이 됐을 테다. "제가 의외로 부담감이나 기대감을 갖지 않는다. 진인사대천명이란 말을 몸에도 새겼는데, 감독으로서의 제 할도리를 다 할 뿐이다. 사실 '황야' 때도 호불호가 많이 갈렸다. 당시에도 저를 바라보는 시각이 무술 감독이 연출을 잘하겠느냐는 선입견이 있었다. 저는 이런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앞으로 기획하고 있고 해나가야 할 것의 방향성이 명확하고 차차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스스로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고 저는 저를 믿기 때문에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는 감독이다. 자신의 목표를 확신하고 이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갈 수 있는 그의 자신감이 이토록 폼날 수 없다.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