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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거부감 없는 오컬트 판타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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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3-09-27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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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타겟층이 한정적인 퇴마 판타지 장르를 지극히 상업적이고 대중적으로 버무린 능력이 탁월하다.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다.


천박사(강동원)가 어린 시절 아픈 감상에 젖었다 눈을 뜨는 순간,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이제껏 보지 못한 참신한 장르적 세계를 예고한다. 천박사는 대대로 마을을 지켜온 당주집 장손이지만 정작 귀신을 믿지 않으며, 신빨보다 말빨로 의뢰인을 홀리고, 상대의 생각과 마인드를 꿰뚫어 보는 귀신같은 통찰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가짜' 퇴마사다. 기존의 퇴마 영화들이 제법 진중하고 무거운 오컬트 장르관에 심취하고 집중했던 것과 달리 이 가짜 퇴마사의 행보는 유쾌하고 즐겁기 짝이 없다.


귀신 좇는 영상 콘텐츠를 다루는 '하늘천 TV' 유튜브를 운영하며 의뢰인을 끌어모으고, 그들의 불안 심리를 간파한 뒤 가짜 퇴마쇼를 벌여 사건을 해결하는 천박사. 능청스러움이 하늘을 찌른다. 정신과 의사 면허 소지자란 영리한 설정과 더불어 천박사가 찰나에 의뢰인들을 관찰, 추리하는 지점은 흡사 탐정물을 보는 듯한 재미도 있다. 천박사가 유일한 직원이자 만능 멀티플레이어 기술직 인배(이동휘)와 함께 벌이는 영화의 첫 번째 가짜 퇴마쇼는 장르적 거부감을 보기 좋게 상쇄하는 효과적인 장치다. 특히 '기생충' 조감독 출신이었던 감독이 기발하게 고안해 낸 의뢰인들과 상황 설정은 '기생충' 스핀-오프처럼 여겨져 영화팬들의 남다른 반가움을 살 법하다.  


인배가 교묘히 설치해놓은 첨단 장치들에 맞춰 악귀 씐 바위를 폭파하고 조명탄을 쏘아대고 바람을 일으키며 마치 도술을 부리듯 악귀(?)를 쫓아내는 천박사의 쇼맨십은 관객도 덩달아 그에게 홀리게 한다. 이처럼 흥미로운 캐릭터로 현대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을 한 영화는 귀신 보는 의뢰인 유경(이솜)의 등장으로 다시금 장르 고유의 미스터리하고 음산한 기묘함을 뽐낸다. 적절하고 탁월한 장르의 변주다. 


귀신 보는 의뢰인과, 악귀 씌인 그의 여동생. 마을 곳곳이 초상집인 몹시 을씨년스러운 시골 동네. 의뢰비 천만 원에 홀려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건만, 절대 울릴 리 없다고 자부했던 악귀 감지 놋쇠방울이 미친 듯 울리는 사건과 맞닥뜨린 천박사. 본격적으로 사람들의 몸을 옮겨 다니며 빙의하는 악귀 범천(허준호)의 등장으로 영화는 퇴마와 모험이 결합된 흥미로운 판타지 세계로 관객을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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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귀 범천과 지독하게 얽힌 천박사의 과거사가 풀리기 시작하며 영화는 마음껏 장르색을 드러낸다. 귀신을 관통하는 무기 칠성검과 악귀를 잡아 가두기 위해 경문과 문양을 한지에 조각한 설경, 영험한 북 등. 신비하고 색다른 토속신앙과 결합된 각종 오컬트적 설정과 아이템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이에 대한 설명과 회상 신이 간단 명료하다. 게다가 이미 극 초반부터 전형적인 장르적 설정을 비트는 참신한 전개와 캐릭터를 각인시키며 진입장벽을 낮췄기에 거부감은 크게 없다. 


또한 적절한 유머 포인트들이 오컬트 특유의 음산함을 상쇄하는 식이다. 특히 앙칼스럽고 영검한 선녀무당 역을 맡은 박정민의 능수능란한 신내림 연기와 황홀할만큼 아름다운 선녀 역의 블랙핑크 지수 콤비의 깜짝 등장은 단연 강력한 볼거리다. 


천박사 일행의 각양각색 팀플레이는 맛깔난 조화를 이룬다. 귀신 보는 눈과 결합한 유경과 천박사의 화려한 검술 액션, 천박사의 까칠함과 아픔을 인자하게 감싸주는 골동품점 황사장의 인품과 지혜, 몹시 허당 같지만 결정적 한 방이 있는 기술자 인배까지. 개별적 캐릭터성이 확실하게 주어졌기에 함께 할 때도 효과적인 팀워크를 발휘한다.  


그리고 이들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악귀 범천은 첫 등장 신 비주얼부터 압도적이다. 영생에 대한 강력한 집착과 욕망을 마구잡이로 내뿜으면서도 묵직한 아우라를 일으킨다. 배우 허준호 캐스팅은 신의 한수다. 시즌2를 향한 초석을 깔아준 완벽한 빌런의 존재감이다. 마치 '범죄도시' 장첸이 그랬듯. 


무엇보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러닝타임이 흡족스럽다. 대중이 원하는 오락적 요소와 참신함, 장르적 쾌감 등을 두루두루 충족하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다. 봉준호, 박찬호 '키드'라고 해도 좋을 조감독 출신 김성식의 데뷔작이다. 아직 연출적 숙련도가 미흡한 지점도 있지만, 이미 될성부른 나무다. 네이버 웹툰 '빙의'가 원작이지만, 안 봐도 무방하다. 영화적 해석과 상상력이 더욱 뛰어나고 재밌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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