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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단점을 흥미롭게 보완한 '보호자'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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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3-08-1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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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우성의 30번째 영화이자, 첫 연출작 '보호자'엔 그동안 정우성이 쌓아온 영화적 내공이 모두 집약됐다. 좋은 감독의 탄생이다. 


10년만에 출소한 남자가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조직 생활을 청산하려 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보호자'. 영화적 스토리는 익히 봐왔던 진부한 답습이다. 이 뻔한 스토리란 약점을 정우성은 묵묵히 그만의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영화의 시작은 이제 막 출소한 남자 수혁이 황무지를 터벅터벅 걷고, 그 끝에 있는 차에 올라타는 장면이다. 누군가가 이를 멀리서 지켜보는 신까지, 구도부터 삭막감이 감도는 전경이 돋보인다. 


수혁이 딸의 존재를 알게 되고, 조직 생활을 청산하려는 과정은 뻔하디 뻔한 클리셰지만 정우성 역시 이를 알기에 최대한 절제된 감정과 스토리로 이를 대체한다. 


비로소 흥미로워지는 건 조직의 2인자 성준(김준한)이 일명 세탁기라 불리는 2인조 해결사 우진(김남길)과 진아(박유나)에게 수혁을 '해결'할 것을 지시하면서부터다.


배우 감독답게 흔하고 뻔한 단선적 캐릭터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돋보이게 하는 방법이 탁월하다. 성준은 열등감과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남자의 초조한 울분과 짜증을 독특한 방식으로 마치 무서우면서도 어딘지 '찌질한' 감성으로 풀이해낸다. 우진은 다중인격이 의심될정도로 괴짜같은 인물이다. 어린아이같이 해맑고 생각없는 태도와, 굵은 눈물 방울을 뚝뚝 흘리며 스스로 사로잡힌 과거사를 털어놓다가 갑자기 광기를 끌어올리며 미치광이처럼 구는 그의 모습은 원초적인 캐릭터의 강렬함을 발산한다. 그런 그를 무심하고 시크하게 잡아주는 진아의 존재도 독특하다. 


두 사람은 돈과 재미를 추구하며 마치 게임을 즐기듯 수혁을 처리하려 한다. 사제 폭탄과 못이 장착된 네일건을 들고 누비는 미치광이같은 이들 콤비가 마치 할리퀸과 조커를 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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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혁의 감정은 시종일관 절제돼있다. 그는 감정의 폭주를 막고 이를 액션과 몸짓으로 드러낸다. 그가 차를 타고 마치 성난 황소가 돌진하듯 보스의 고급 아지트를 들이박고 빙글빙글 돌며 분노를 표출하는 장면도 인상깊은 시퀀스다. 암전된 상태에서 벌어지는 플래시 액션도 액션 배우 정우성의 관록이 느껴지는 유니크한 연출이다. 


충분한 서사를 쌓지 않은 만큼 납치된 딸을 되찾기 위한 수혁의 죄책감과 집념을 최대한 억제하는 흐름도 좋다. 신인 감독이 흔히 범하는 과잉 서사와 감정을 영리하게 배제한 셈이다. 납치된 딸이 혼자 탈출을 시도하는 모습도 인상깊다. 스토리적 도구로 소모하지 않고 능동적인 모습을 부여한 것은 감독의 사려깊은 시선이다. 종국에 수혁이 그를 되찾을 때 그저 "집에 가자"고 말하는 심플함도 퍽 마음에 든다. 


몸담았던 조직, 그런 조직의 복수, 납치된 딸, 등 이토록 진부하고 식상한 스토리를 캐릭터를 극대화해 독특한 새로움으로 무마하는 신인 감독의 내공이 상당한 '보호자'다. 특히 액션 시퀀스는 모든 순간 흠잡을 데 없다. 


의외로 또 흥미로운 건 미치광이 콤비의 서사를 담고 있는 듯한 폐장된 놀이공원의 미장센과 유니크한 음악의 활용이다. 캐릭터를 더욱 살아있게 하는 섬세한 연출이다. 배우로써 쌓아온 내공과 그만의 감각을 효과적인 연출로 풀어낸 정우성이다. 블랙코미디적 요소 또한 잘 살렸다. 


진부한 스토리가 발목을 잡지만, 이를 안고도 가능성과 기대감을 보여준 정우성의 '보호자'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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