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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식작전' 완벽한 상업영화의 미덕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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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3-08-0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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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감독의 사려 깊은 시선, 치밀한 열정과 철저한 계획으로 완성된 '비공식작전'은 상업영화로서의 기능과 미덕을 완벽하게 충족시킨다. 영화적 재미 추구는 물론 작품 본질에 내재된 메시지까지 흠잡을 데 없이 수려하고 탄탄하다. 밀도 높은 작품의 탄생이다. 


1986년 레바논 베이루트. 한국 대사관 소속 외교관이 현지 무장 세력에 의해 납치됐다. 그렇게 국가로부터도 잊힌 외교관에게서 21개월 만에 온 생존 무존. 미주나 유럽 발령을 위해 '비공식작전'에 자원한 흙수저 외교관 민준(하정우)은 배짱 하나만 갖고 홀로 레바논으로 떠나고, 그곳에서 만난 사기꾼 기질 다분한 생계형 택시 기사 한국인 판수(주지훈)와 온갖 역경과 고난을 헤치며 피랍된 외교관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영화는 최초의 한국 외교관 납치 사건을 모티브로 하지만, 해당 사건은 국가보안법으로 열람 금지돼 있어 자세한 정황을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피랍'과 '21개월 뒤 생환'이라는 시작과 끝만 실재하며, 그 과정 속 인물과 스토리는 새롭게 구축돼 논픽션의 빈틈을 다이내믹하게 채운다. 


'비공식작전'은 버디무비의 외피를 지닌다. 개인적 영달을 위해 위기 속에 뛰어든 민준과 판수가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에서 장르적 유머를 충족하고, 불가능해 보이는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두 사람이 발휘하는 생존 본능과 기지는 기발하며 재치 있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생존과 생명의 가치'를 깨닫고 변화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인간적 성장 서사로도 손색이 없다. 


하정우 주지훈, 이미 입증된 '케미'를 터뜨린 두 사람이 그야말로 노련하게 서로의 장점을 최대치로 끌어내며 정점의 하모니를 완성한다. 특히 하정우는 극 전반을 걸쳐 변화하는 인물의 대표적인 모습을 섬세하게 잘 표현했다. 초반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레바논에 온 그는 가볍고 은근히 유머러스한 인물의 전형이다. 하지만 점차 직업적 본분의 의미를 스스로 깨닫고 이행하는 모습에선 차분하고 믿음직한 변화로 감정적 공감을 이끌어낸다. 주지훈은 특유의 껄렁미와 능청미를 발산하면서도 유머와 연민을 부르는 캐릭터로 제 장기를 발휘한다. 


영화의 기본 얼개인 '사람이 사람을 구하는 이야기'는 진심을 담았기에 진한 휴머니즘의 정취도 만족시킨다. 특히 피랍된 피해자의 고통을 부각하지 않고, 처절한 극한의 상황에도 절실한 희망의 싹을 틔우는 모습은 사려깊은 감독의 시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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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로케이션으로 구현한 압도적 스케일과 리얼리티는 단연 볼거리다. 정치적, 종교적 갈등으로 테러가 횡행해 매순간 긴장감이 맴도는 레바논의 풍경은 그 자체로 불안감을 고조시키며 영화 속 쫓고 쫓기는 인물들의 상황을 더욱 부각한다. 그 한편으론 예스러움과 전통성이 살아있는 매력적인 도시로서의 이국적 정취도 담아내며 상반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한국에선 쉽게 볼 수 없는 가시거리, 넓고 밝은 시야와 광선 등 현지 공기의 느낌과 빛, 분위기를 실감 나게 담아낸 것에도 갖은 노력이 엿보인다. 특히 자연광으로 완성한 밤 장면 카체이싱은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이질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비범한 이들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구출극에 걸맞게 각종 기지를 발휘한 액션도 기발하고 재치있다. 현지 시골 마을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활용한 가옥 액션은 단연 볼거리다. 평범한 사람들의 '짠내'나는 '생존 액션'이 공감과 몰입을 더하는 식이다. 반면 작정하고 찍은 판수의 카체이스는 계단과 좁은 골목을 아슬아슬하게 질주하며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충족한다. 


무엇보다 80년대 후반, 무너지기 시작한 군사정권 말기의 시대적 배경을 피랍 외교관 구출 사건에 적절히 녹여낸 지점도 탁월하다. 사람의 생명보다 정권 유지가 목표인 권력층의 탐욕과 민낯을 오히려 적당한 궤변과 블랙 유머로 표현한 것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대변하는 아주 평범하고 보통인 사람들의 작은 연대와 진심의 힘까지. 의도적인 감정적 과잉 없이 진심의 힘으로 감동을 전달하는 영화다. 이는 결국 국가와 국가기관의 책임과 역할, 존재 의미를 다시금 상기하게 하며 사람답게 사는 삶의 가치를 보여주는 영리한 연출이다. 


한 땀 한 땀 공들여 담은 풍경은 마치 두 인물의 여정을 따라 레바논 곳곳을 샅샅이 누빈 듯한 여운을 주고, 본질적 메시지가 주는 감동까지. 시각적, 감성적 충족감을 고루 채워주는 수작 '비공식작전'이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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