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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문' 진일보한 기술력, 아쉬운 구식적 스토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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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3-08-0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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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일보한 기술력과 반비례하는 구식적 스토리가 아쉽다. 그럼에도 도전에 대한 가치는 값진 영화 '더 문'이다. 


'신과함께' 시리즈로 한국형 지옥세계 판타지를 구현하며 쌍 천만 관객 동원 타이틀을 거머쥔 김용화 감독의 다음 스텝은 달을 향한 여정이었다. 국내에선 불모지라 여겨지는 SF 우주 세계에 대한 도전이라니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지만, 감독 다운 선택이기도 하다. 


'더 문'은 2029년을 배경으로 한다. 5년 전 달 탐사선 계획의 처참한 실패 이후, 다시 우주를 향하는 우리호를 향해 걱정과 기대의 시선이 쏠렸다. 예기치 못한 태양 흑점 폭발로 인한 태양풍이 우리호를 덮치고 이를 수리하던 탐사대원 2명이 사망, 황선우 대원만 홀로 남겨진다. 우여곡절 끝에 홀로 달에 착륙해 우주 자원을 채취하던 그는 다시금 무섭게 쏟아지는 유성우로 인해 고립된다. 살기 위한, 살려내기 위한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영화는 익숙하고 낯선 달의 모습을 과학적 고증과 자문을 통해 리얼하게 구현했다. 달 표면의 고요함과 신비로움, 그곳에 꽂힌 태극기 등은 묘한 감상을 준다. 그 달의 뒷면은 광폭한 유성우가 쏟아지는 낯설고 두려운 이질적 공간으로 적절한 대비를 이루며 하이퍼리얼리즘에 입각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차원이 다른 비주얼의 향연이다. 사운드도 정교하게 작업됐다. 우주선의 화염부터 충돌과 폭발음, 우주복을 입고 달 표면을 걷는 소리, 최초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 우주복 밖에서부터 전해지는 듯한 진동과 심장 뛰는 소리 등은 세밀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실제로 우주 속에 함께 있는 듯한 체험감이 여실히 느껴질 만큼, 정성과 노력 그리고 기술이 총망라된 작품이다. 매번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어 한국 영화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해 왔던 감독이 다시금 그려낸 웅장하고 압도적인 영화적 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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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토록 진일보한 기술력과는 반대로 구식적인 스토리가 발목을 잡는다. 인물과 이야기적 서사가 빈약하며 지나치게 감정적이다. 과거 달 탐사선 계획의 실패로 인한 죄책감에 홀로 칩거하다 황선우 대원을 살리기 위해 돌아온 전 우주센터 센터장 재국(설경구)과 선우(도경수) 사이의 갈등 구조는 익숙하고 전형적인 것에 비해 이를 과도하게 극대화했다. 선우의 부친은 과거 탐사선 최초 발사 프로젝트를 함께 한 엔지니어다. 그는 죄책감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아들은 그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단 설정이다. 도경수는 우주에서 느끼는 공황 상태와 두려움 등을 우주복 너머에서도 인상깊게 연기했지만, 재국을 향한 비난과 반항의 감정은 그야말로 일차원적이다. 재국 캐릭터 역시 단선적이다. 사고로 인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 인물이란 설정이 시종일관 재국을 옭매고 있는데, 의외로 해결은 너무나 간단히 후반부의 장황한 감동 서사에서 쉽게 풀려버리니 맥이 빠진다. 

 

구출 과정 또한 지루하게 반복되는 데다 결국 인류애에 대한 감정적 호소로 이른다. 센터 안의 사람들이 모두 탄식하고 감동하고, 다시 탄식하고 감동하며 우는 모습이 반복되니 이를 보는 피로도와 감정 소모가 크다. 관객은 쉴틈없이 과잉된 감정적 고조에 도리어 거부감을 느끼기 쉽다. 절제의 미덕이 아쉽고, 구식적 인물 관계와 서사가 안타까운 '더 문'이다. 


하지만, '더 문'의 기술력과 이에 따른 영화적 성과는 가치있는 발자취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을 담은 신은 특히 아름답다.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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