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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 거장의 향수와 추억과 낭만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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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예지 기자 댓글 0건 작성일 20-01-2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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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스어폰어타임인할리우드 포스터
 

'할리우드 키드'라 자부하기 어렵다면 60년대 끝자락의 할리우드 감성을 오롯이 느끼기는 어려울 테다. 하지만 거장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시대의 아이콘 브래드 피트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만났다. 이 조합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매력적이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아홉 번째 장편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이를 "할리우드에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어린 시절부터 엄청난 영화광이었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그가 열광적으로 탐닉했던 옛 할리우드의 감성을 세밀하게 재현해냈고 여기엔 오랜 낭만과 따스함이 가득하다. 기존 그가 보여온 화법과는 사뭇 달라 이질적이면서도 본질은 같아 기묘한 감상을 전한다.

우선 영화는 1969년 8월 9일 벌어진 할리우드의 가장 충격적이고 끔찍한 비극 실화인 '여배우 샤론 테이트 살해 사건'을 감독만의 방식으로 다루기에 해당 사건에 대한 사전 정보를 알아두는 것이 효과적이다.

극의 서사는 한물간 왕년의 액션 스타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그의 스턴트 대역 클리프 부스(브래드 피트)의 이야기, 그리고 부유하고 화려한 이웃 샤론 테이트(마고 로비)의 일상이 교차로 반복되며 펼쳐진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이렇다 할 접점 없이 줄곧 평행선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재밌는 건, 떠오르는 스타 샤론 테이트의 화려한 일상과 저물어가는 한물간 스타 릭 달튼의 일상 대비다.

릭 달튼은 서부극 시리즈의 주연을 도맡아 하던 잘 나가는 스타였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점차 설자리를 잃어간다. 주인공을 내어준 지 오래고 겨우 악역을 맡아 전전긍긍하며 할리우드에 힘겹게 발붙이고 남아있는 모양새. 이탈리아 서부극을 추천하는 에이전트의 현실적 조언에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가도 돌아서서 비참함과 자괴감에 울먹이고 좌절하는 릭 달튼과, "넌 릭 달튼이야. 우는 모습 보이지 마"라며 그를 강하게 위로하는 클리프 부스의 '브로맨스'는 퍽 훈훈하고 보기 좋다. 클리프 부스는 과거 전쟁영웅이지만 아내를 살해했단 추문에 휩싸인 과묵하고 다부진 터프가이다.

영화는 다양한 할리우드 종사자들의 모습을 오래도록 공을 들여 세세하게 다룬다. 극장 관계자, 제작사, 에이전트, 스턴트맨, 각각의 위치가 다른 배우들 등등. 지루함을 느낄 법도 하지만 할리우드 제작 환경과 그 이면의 생생한 촬영장, 그 속에서 움직이는 모든 사람들의 이모저모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도 하다.

극은 계속해서 릭 달튼이 갖은 수모와 설움을 겪으면서도 차츰 '밀려남'을 받아들이는 법, 클리프 부스가 우연히 히피 소녀를 만나 히피들의 아지트를 방문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 등을 그린다. 서사는 그리 매끄럽고 유연하다고 볼 수 없고 맥락 없는 혹은 뜬금없는 전개의 이야기들도 펼쳐진다. 옛 할리우드의 역사를 꿰고 있는 '할리우드 키드'에겐 유쾌한 이스터 에그들이 곳곳에 가득하지만 보통의 일반 관객들에겐 불친절한 서사일 수 있다. 하지만 보편적인 시선으로 보면 1960년대 후반, 뉴웨이브 할리우드 바람이 불어닥치기 시작하는 시기, 스파게티 웨스턴이라 불리는 이탈리아 서부영화 이야기, 히피족들과 베트남 전쟁 등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그저 빠짐없이 담고 싶어 하는 감독의 욕심은 '옛 것에 대한 향수'로 진하게 물들어 있다.

그리고 흘러 흘러 1969년 8월 9일 새벽. 충격적 사건이 벌어지던 그날이 되어서야 영화의 갖가지 뻗친 줄기는 하나로 모여들어 대미를 장식한다. 그야말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본연의 연출, 이를테면 유머와 폭력의 아이러니컬한 혼합을 고수하는 과감하고 통렬한 핏빛 액션의 향연이다. 특히 실화를 기발하게 재구성한 감독 덕분에 오히려 잔혹한 핏빛 액션이 벌어질수록 감탄과 쾌감, 무엇보다 안도를 느끼게 한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할리우드 황금기에 대한 추억과 낭만, 조소와 애정을 버무린 경이로운 찬사와 더불어 그 곳에 존재한 모든 영화인들에 대한 존경이 가득한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다. 더불어 할리우드의 전무후무한 비극적 사건으로 생을 마감한 가엾은 여배우에 대해 그만의 방식으로 최대한의 존경과 애도를 전하는 것이 꽤 뭉클하고 감동적이다. 제가 나온 영화를 홀로 극장에서 보며 관객들의 반응에 아이처럼 해맑게 기뻐하는 마고 로비의 모습은 스크린에서 생동감 넘치게 살아 숨쉬는 실제 샤론 테이트의 영화 속 장면과 겹쳐들어 더 애틋한 잔상을 남긴다. 각기 다른 매력으로 배역에 몰입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의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과 이들의 '최강 브로맨스'를 지켜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팬들이라면 몹시 반갑고 유쾌할 레드 애플 담배의 등장도 끝까지, 놓치지 말자.

한예지 기자 news@moviefo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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